왜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 - 폭력과 갈등으로 얼룩진 20세기의 기원
로버트 거워스 지음, 최파일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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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_ 로버트 거워스

 

지난 11, 하필 마트가 쉬는 둘째 주 일요일이었기에 롯데를 비롯한 유통업체가 울상지었던 빼빼로 데이로 많이들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이날은 역사적으로 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는 하루였다. 20181111일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딱 100년이 되는 날이다. 1914년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시작된 이 전쟁은 4년 동안 3,000만 명의 사상자를 낸 인류사 최악의 전쟁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1차대전이 과연 독일과 연합군이 휴전 조약서에 서명한 파리의 한 열차에서 완전한 종지부를 찍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저자 로버트 거워스 교수는 다양한 근거와 사례를 제시하며 안정과 평화는 전후의 유럽과는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었음을 밝힌다. 그리고 저자의 눈은 전쟁의 승자가 아닌, 패자들의 기록을 향한다.

 

전후 유럽, 특히 독일을 포함한 패전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폭력적인 시대가 펼쳐졌다. 러시아발 볼셰비즘에 의한 이념적 대립, 그리스-터키 전쟁(1919-1922)과 같은 국가 간 대립, , 동부 유럽 전반에 일어난 사회 혁명으로 인한 내전, 육상 제국들의 급작스런 해체에서 촉발된 민족 혁명과 독립 전쟁 등 세계대전 못지않은 참상의 연속이었다. 당시 유럽의 무력 갈등의 결과로 4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는데 이는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전사자를 합친 수를 훌쩍 뛰어넘는다.

 

적국이 특정한 강화 조건을 받아들이게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싸운 1차 세계대전과 달리 1917~1918년 이후의 폭력은 훨씬 더 통제가 불가능했다. 이것들은 종족적 적이든 계급적 적이든 적을 절멸하기 위해 싸운 실존적갈등이었다. ... 유럽의 이전 제국 영토들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국가가 부재한 가운데 다양한 정치적 신념을 지닌 민병대들이 스스로 국방군의 역할을 떠맡았고, 적과 아군, 전투원과 민간인 사이 경계가 끔찍하게 흐릿해졌다. -30p

 

이와 같은 새로운 폭력의 논리로 인해 이후의 분쟁은 더욱 극단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독일에서의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 등이 질서 잡힌권위주의를 내세우며 패전국(이탈리아는 1차대전의 승전국이었으나 이후의 여러 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패전국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국민들의 정신적 상처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2차 세계대전으로까지 이어진 이 폭력성은 상대방의 물리적 제거와 인종 청소라는 끔찍한 결과물을 낳게 된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세계대전사 혹은 승전국의 역사가 아닌 패전국의 이야기와 전후의 혼란했던 시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불가리아, 오스만 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등 패자들의 잔인한 역사를 언제 읽어볼 수 있겠는가. 특히 전후 각종 조약이나 분쟁 등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불가리아의 사례에 눈길이 갔지 싶다. 해당국 사람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도 궁금하고 여러모로 많은 감상을 남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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