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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며칠 만에 알라딘에 로그인을 했다. 컴퓨터에 시간을 빼앗기는 게 싫어서 컴퓨터 사용을 자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바빠서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아니다. 바쁘다는 건 핑계.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리 되었다.

 

 

 

 

 

 

2.

요즘 발견한 사실 하나. 책을 가장 재밌게 읽게 되는 시간이 있다는 것. 출근하기 전, 시간이 좀 남아서 30분가량 책을 볼 때가 있는데 그 시간이 가장 재밌다는 것. 여기서 재밌다는 뜻은 그 시간이 좋았다는 뜻이다. 그저께 아침엔 눈이 일찍 떠져서 아예 일어나 버렸다. 책을 읽다가 출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은 때보다 시간이 적게 한정되어 있을 때에 읽는 책이 더 재밌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곧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책을 더 읽고 싶어도 더 이상 읽을 수 없는 그 상황이 짜릿함을 선사하는 것이겠지. 연인으로 말하면 휴일에 만나 둘이 하루 종일 함께 있는 날보다 직장에서 퇴근한 뒤에 만나 둘이 두 시간만 함께 있는 날이 더 짜릿하겠지. 이런 점에서 책은 연인을 닮았네. 나와 책의 관계는 연인 관계인 듯. 

 

 

 

 

 

 

3.

내 친구 A는 나보다 책을 많이 읽지 않았는데도 나보다 똑똑하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상의할 일이 생기면 그에게 말하는데 언제나 내게 만족스런 답을 준다. 지혜롭기까지 하다. 독서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똑똑할 수 있는 걸까? 나는 독서를 많이 했는데도 왜 그 친구보다 똑똑하지 않는 걸까? 생각하다가 책과 똑똑함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내가 책을 읽어서 똑똑한 사람이 되었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책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덜 똑똑한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건 추측할 수 있겠다. 그나마 책을 읽어서 요 정도의 사람은 되었을 것이다. 그 친구는? 그 친구가 책을 많이 읽는다면 더 똑똑한 사람이 되겠지.’

 

 

 

 

 

 

4.

“너를 칭찬하고 따르는 친구는 멀리하고, 너를 비난하고 비판하는 친구를 가까이하라.”라는 탈무드의 명언을 읽었다. 이 말은 ‘너에게 아부나 하는 친구를 멀리하고 솔직하게 말해 주는 유익한 친구를 가까이하라.’의 뜻 같다. 그런데 이것이 한 가지를 간과한 명언이 아닐까 싶다. 친구의 칭찬은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해 주고 싶은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고, 친구의 비난은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해 주고 싶은 악의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음을 간과했다는 것.

 

 

 

 

 

 

5.

오늘도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라 내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갈 날이다.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은 날씨 따위로 인해 기분이 좌우되지 않는 사람이다. 날씨 하나로 불쾌감을 갖지 않을 사람이다. ‘미세먼지가 많든 적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랴. 나는 그런 작은 것에 정신을 쏟지 않는다.’ 하는 사람이 나는 부럽다. 무엇에든 예민해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다. 딱 하나 있긴 하다. 직업적인 일을 처리하는 능력에선 예민함이 좋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예민한 사람은 꼼꼼한 성격일 테니까. 그래도 난 선택하라면 예민한 쪽보단 예민하지 않은 쪽을 선택하겠다. 좀 둔해지고 싶은 것이다. (나의 특징 : 예민하지 않아도 될 일엔 예민하고 예민해야 할 일엔 둔하다.)

   

 

 

 

 

 

 

 

 

 

 

 

 

 

 

 

 

 

 

 

 

 

 

 

 

6.

사람을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 생각하길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책과 친한 사람과 친하지 않은 사람. 낭만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세상일에 관심 있는 사람과 관심 없는 사람 등등. 이번에 한 가지를 추가했다. 아무래도 좋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는 게 뭐라고>를 읽고서였다.

 

 

“좀 더 노란빛이 돌아야 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사코 씨는 치자를 꺼내서 찧고 으깨어 즙을 짜내고 있었다.
내버려뒀더니, 사사코 씨는 치자즙을 고구마에 넣어 섞었다.
내버려뒀더니, 긴톤은 노랗다기보다 갈색으로 변했다.
내버려뒀더니, 혼자서 “음 이제 됐어” 하며 만족스러워했다.
나는 “으음” 하고 말았지만 속으로는 좀 과하다고 생각했다.
내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사사코 씨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 아닌 듯해서 나는 요리에서 손을 뗐다. 내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 지나치게 많지만 사사코 씨에게는 아무래도 좋지 않은 일이 지나치게 많다. 사람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44~45쪽)
- 사노 요코, <사는 게 뭐라고>에서.

 

 

‘아무래도 좋을 사람’이라는 점에서 저자가 좋아진다. 나도 까다로운 사람보단 ‘아무래도 좋을 사람’이 되고 싶다. ‘아무래도 좋을 사람’이 되려면 글도 ‘아무래도 좋을 글’을 쓰고도 개의치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을 ‘시시해도 좋을 잡담’으로 정했다. 맘에 든다.

 

 

‘시시해도 좋을 잡담’은 여기서 끝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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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11-05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똑똑한 것만 가지고는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없잖아요.
현명하고, 지혜로운지 본질을 잘 파악하고 있는지 등등도 포함이 되는 거잖아요.
저는 언니가 그에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아분가?ㅋㅋ
아무튼 그런 사람이 있긴 해요. 책을 많이 안 읽어도 똑똑하고 지혜로운 사람.
어쩌면 그런 사람은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이겠죠.

저 4번은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칭찬까지는 안 바래요.
하지만 나를 비난하는 사람을 가까이 하긴 정말 어렵죠.
우선 내가 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거잖아요.ㅠ

차츰 파란 하늘이 들어나고 있는데 미세먼지라니 믿을 수가 없어요.ㅠㅠ

페크pek0501 2015-11-06 23:07   좋아요 0 | URL
하하~~ 아부? 저, 아부 좋아합니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닌데도 똑똑한 친구를 보면 왜 그런지 궁금해져요.
잘 모르겠지만 이유 하나를 찾았긴 했어요. 자매가 많은 집의 친구가 똑똑하게 보이는 것은 혹시 언니나 동생으로부터 들은 정보의 양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저처럼 여자 형제가 없는 사람은 정보도 적을 것 아니겠어요?
들은 얘기가 많으면 지혜도 생기고 판단력도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공부를 많이 한 학자들이 맹한 건 왜 그런 건지 그것도 궁금해요.

오늘 밤에 비가 내려서 좋았어요. 우산 쓰고 들어오는데 공기가 깨끗해진 것 같고
빗소리도 좋더군요.
댓글, 고맙습니다. ^^

cyrus 2015-11-05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똑똑한 사람이 된다는 생각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말을 믿지도 않고요. 남들의 지능과 비교하면서 책을 읽어야겠다는 강박 관념을 가지면 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까요.

페크pek0501 2015-11-06 23:1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누구나 책을 읽을 땐 아마도 재미로 읽을 거예요. 유익함을 따지는 건 그 다음의 문제일 거예요. 재미로 읽었는데 유익함이란 보너스를 얻게 되었다, 뭐 그런 것 아닐까요?
재미도 느껴지지 않는 책을 유익함을 얻기 위해 읽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인내심과 노력을 저는 존경하겠어요.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그 의지를 높이 평가하겠어요.

아, 그런 생각은 했어요.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겠구나, 하는...
글이란 딱 아는 만큼 쓴다고 생각하니까요.

비가 와서 좋습니다. 미세먼지에 시달렸더니 비가 더욱 반갑네요.

두 분의 우정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두 분 덕분에 썰렁한 서재가 되는 걸 면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yamoo 2015-11-08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번 공감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전 미세먼지로 짜증나지는 않지만, 비가 오면 정말 짜증이 극에 달합니다. 우산...이넘의 우산 쓰기가 너무 싫은 거에요...신발은 질퍽질퍽~ 아우~~진짜 비오는 날이면 짜증이 평소의 3배는 되는 듯합니다..

6번...책을 어렸을 때부터 많이 읽은 사람들이 6번처럼 생각하는 듯합니다. 제 지인도 그렇게 생각하더라구요. 책을 읽는 사람은 책 읽는 유전자를 타고 났다고 생각했는데, 저를 보면서 깨졌다고 합니다. 전 초중고를 다니면서 책을 읽은 적이 거의 없거든요~ 물론 초중학교 때는 안데르센 동화집이나 과한 전집류를 좀 읽었습니다만....그건 읽는 시늉일 뿐이었고, 문학 작품을 읽는다는 건 꿈도 꿀 수 없는 시절이었지요.

제 독서력은 대학입학과 동시에 시작되었습니다.
제 독서력을 아는 지인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저를 심히 이상하고 신기한 눈초리로 본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페크pek0501 2015-11-11 11:5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으음~~ 비 오는 날을 무척 좋아하는 저로서... 그런데 님의 말에 공감이 가네요. 비가 튀기고 신발이 젖는 건 싫긴 하죠. 그런데 저는 그런 걸 싫다는 생각을 안 해 봤어요. 비오는 날의 좋음에 집중하다 보니 비오는 날의 단점은 생각하지 않게 되었나 봐요. 비오는 날에 가장 좋은 건 실내에서 창밖을 볼 때이죠.

님은 뒤늦게 책의 재미를 알았다는 점에서 저와 같군요. 저는 대학을 졸업한 뒤에 잠깐 책에 빠졌고, 본격적으로 빠진 것은 30대 초반이에요. 책의 존재를 새롭게 느꼈는데 충격을 받았다고 할 정도였어요.
이렇게 재밌는 책을 그동안 내가 안 봤다는 거지? 이러면서 하루종일 책을 본 날도 있어요.
책이 저의 인생을 확 바뀌게 해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책 사랑이 아니었다면 지금 저의 직업도 달랐을 거예요.
공통점을 반갑게 접수합니다. ^^



서니데이 2015-11-11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2번 비슷할 것 같아요. 그리고 4번에서는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서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어요. 상대의 호의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pek0501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15-11-12 17:0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의 댓글을 보니 제가 번호 매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
같은 말에 대해서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고
같은 말에 대해서도 기분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생각이 깊어야겠어요.

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
 

 

 

2015년 10월 24일


 
1.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땅이 젖어 있었다. 밤에 비가 왔구나. 비가 왔다면 미세먼지가 없다는 말인가 싶어 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네이버 양이 오늘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보통 수준이라고 한다. 보통 수준이라면 오늘은 ‘공기 좋음’이렷다. 아, 행복해!

 

 

행복하다.
일주일가량이나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도 못 열고 찜찜하게 지냈는데,

일주일가량이나 미세먼지 때문에 청소도 못하고 찜찜하게 지냈는데,
일주일가량이나 미세먼지 때문에 이불도 못 털고 찜찜하게 지냈는데,
일주일가량이나 미세먼지 때문에 욕실 환풍기도 못 켜고 부엌 환풍기도 못 켰는데,
일주일가량이나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하는 게 찜찜했는데.
오늘은 얼마나 행복한가.

 

 

일주일가량이나 창문을 열지 못해 독으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은 실내를 환기하기 위해 창문마다 활짝 열었다. 미세먼지로 뿌옇던 가을 하늘이 오늘은 깨끗하다니 이 가을을, 이 공기를 만끽해야겠다.

 


날씨 하나가 주는 행복이 이렇게 소중하다니.
날씨 하나가 나를 그렇게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니.
겨우 날씨 하나가 나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다니.

 

 

미세먼지가 없어져서 내 기분이 무지 좋다. 마치 어떤 이벤트에서 당첨되어 공짜로 책 열 권을 받은 기분일세.

 

 

며칠에 한 번 일기를 쓰는 나로선 일기를 생략하는 날이 많다. 오늘도 할 일이 많아서 생략할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날씨가 주는 행복이 일기를 쓰게 만들었다. 비록 시시한 일기지만 날씨로 인해 느꼈던 것을 기록하여 남기고 싶었다.

 

 

 

 

 

2.
이 글을 쓰고 보니 이런 글이 생각난다.

 

 

자신이 건강하고 자유롭다고 소리 높여 외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그 두 가지 축복을 누리는 모든 사람들이 해야 할 행동이다. 우리의 행운을 외칠 줄 모르는 무능이야말로 우리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 준다.(138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우리는 우리가 건강하고 (노예가 아니어서) 자유로운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어서 감사할 줄 모른다. 병에 걸려 봐야지만 건강했던 시간들에 감사할 줄 알게 되고, 노예가 되어 봐야지만 자유로웠던 시간들에 감사할 줄 알게 되리라.

 

 

이렇게 한 번씩 미세먼지가 심해서 불편한 시간들을 겪고 나서야 ‘공기 좋음’의 소중함을, 그 고마움을 깨닫게 되는 나.

 

 

행운을 외칠 줄 모르는 인간의 어리석음, 인간의 한계를 생각해 본다.

 

 

이런 글도 생각나네.

 

 

인간에게는 고통과 병이 필요하다. 고통과 실패가 없다면 기쁨, 행복, 성공을 무엇과 비교하겠는가”라는 톨스토이의 말처럼, 삶을 더 진지하게 바라보고 가치 있게 사는 도구로 상처를 이용하라.(149쪽)
- 배르벨 바르데츠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에서.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듯이 불행이 있어야 행복이 있다는 말이렷다. 그렇다면 불행은 행복의 필요 조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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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10-24 1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낮에 잠시 배가 아파서 진땀 빼며 거의 기절하다시피 했는데 저는 가끔씩 그런 증상이 있거든요. 지나고나면 언제 아팠느냐는듯이 아무렇지 않지만 그 당시엔 정말 죽을듯이 아파서 꼼짝을 못해요. 지난 후 항상 생각하지요. 가끔씩 좋은 경험하는구나, 아프지 않은 순간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 일깨워주는거야,라고요. 어제 어떤 방송에서 불만의 원천은 허영이라는 말을 들은 것도 생각나고요.
에밀 시오랑은 저도 좋아하는 작가인데 배르벨 바르데츠키의 책은 제목은 많이 봤는데 아직 안읽어봤어요.

페크pek0501 2015-10-24 23:43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죠?
저도 최근에 다리에 쥐가 난 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지옥에 갔다 온 것 같더군요. 저도 그럴 땐 아프지 않고 사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아프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 잊지 않아야겠어요.

불만의 원천은 허영. 그런 거군요. 오늘 하나 배웁니다. 저의 근심도 허영으로 생긴 것이겠군요. 그 뿌리는 같을 것 같거든요.
아, 그러고 보니 에밀 시오랑의 책을 님의 서재에서 알게 된 것 같아요. 하하~~ 이런 생각을 오늘 합니다. 님의 서재에서 책 리뷰를 보고 구입한 것 같거든요.
아마 책을 살 때에도 님의 글에 땡스투를 했을 것 같다는... 그런데 오래 되어 확신은 못하겠네요.

혼자서는 살 수 없음, 에 대해서도 생각해요. 제가 님의 글을 보고 책을 샀듯이 늘 타인의 도움으로 사는 것이죠.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심리학자예요. 책을 사고 보면 심리학자들이 쓴 책이 많더군요. 제가 그런 쪽에 쏠리는 경향이 있나 봅니다.
심리학자, 멋지지 않습니까? 심리학은 매력적인 분야 같아요.
댓글, 고맙습니다. 꾸우벅^^

AgalmA 2015-10-25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에 비가 순식간에 왔다간 것 때문에 오늘 날씨가 좋았던 거 같아요. 웃기게도 저는 비오고 난 뒤의 우중충한 습기 속에 잠들었고 화창한 정오가 지나고 난 뒤 눈을 떴죠. 같은 조건이 주어지지만 자신이 그걸 뒤죽박죽으로 만드는구나 싶을 때가 많아요~_~좁디좁은 공간 속에서조차...

마지막 말씀에
(불행복)
이렇게 불친절하게 말하고 끝내도 될 지요...

시오랑은 언제나 반갑습니다.

페크pek0501 2015-10-25 13:05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잠자는 시간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시군요. 자신이 편한 대로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마지막 말씀에
(불행복) - 이란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의사 소통이 되지 않는 것만 걱정할 따름입니다. 불친절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ㅋㅋ

시오랑. 그의 글에 밑줄을 많이 그어 놓았고 아직도 인용할 만한 문장이 많은 것 같아요. 그동안 많이 인용했는데도 말이죠. 생각 많고 생각 깊은 철학자입니다.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보단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를 훨씬 좋게 읽었어요.

stella.K 2015-10-26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지가 많았던 지난 한 주는 정말 짱이었습니다.
근데 가끔은 우리가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너무 민감한 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 봐요. 물론 미세먼지가 안 좋은 건 사실이지만
이것도 지역마다 편차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찻길이나 시내 중심가야 당연 심하긴 하겠지만
나름 나무가 많은 동네는 상대적으로 덜하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위로를 해 봅니다.
미세먼지 많이 마셨다고 당장 죽는 것도 아니고.
또 그에 따라 별별 상품이 다 나오고 저것도 상술을 부추기는 거지 싶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차마 창문은 못 열어 놔도 환풍기는 틀어 놓습니다.
냄새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ㅠ

오늘 목사님이 그러시더군요. 잘 생긴 사람치고 기도하는 사람 못 봤다고.
뭐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린데 진짜 웃겼어요.
기적도 편안하고 만족스러운데 일어나지 않고
고난과 환란속에 나오는 게 기적이라고.
그러니 언니 말이 맞을 거예요.^^

페크pek0501 2015-10-28 12:51   좋아요 0 | URL
기상청이든 정부든 국민 건강에 소홀함을 지적당하면 안 되니깐 주의를 요하는 당부를 하는 게 안전하겠죠. 그래서 오바하기도 하겠죠.
그런데 이번 미세먼지는 저도 심각해지더군요. 이대로 계속 그러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어요. 봄에 그랬으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그것도 아니고요. 창밖에 뿌옇게 보이는 공기를 보니 살맛이 안 났어요. 매일 걷는 운동도 포기했고 창문을 열 수 없으니 실내 청소도 깨끗이 할 수 없고 사는 게 재미없더라고요.

미세먼지가 체내에 쌓이면 당장 죽는 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병을 유발할 수도 있고 아무래도 좋진 않을 것 같아요. 우리는 앞으로도 또 얼마나 많은 미세먼지를 먹으며 살지 몰라요. 그러니 덜 먹으려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건강하게 근심 없이 사는 평범한 행복이라는 것도 손에 쥐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하~~ 잘 생긴 사람은 기도를 하지 않는 거군요. 제가 잘 생긴 사람 하나 아는데
정말 기도를 하지 않더군요. 참고로 저는 기도를 합니다. 어쩌다 한 번이지만...

이렇게 긴 글을 써 주신 스텔라 님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군요.
댓글 쓰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걸 아는 저로선...
감사드려요.

(이 페이퍼는 좋아요 3~4를 예측했는데 11이라니 의외입니다. 저처럼 미세먼지로 인한 스트레스를 느낀 분들이 많은 듯...) ㅋ

yamoo 2015-11-08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행복하시군요! 행복한 페크 님의 글을 보니 좋습니다~ 부럽기도 하구요..
전 미세먼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ㅋ
마스크 하는 것도 귀찮고...그냥 암 생각 없이 하루하루 나고 있네요..^^;;

페크pek0501 2015-10-29 14:39   좋아요 0 | URL
하하~~ 야무 님이야말로 제가 부러워할 만한 분이시군요.
미세먼지 따위로 행복에 방해를 받지 않는 것. 미세먼지가 있든 말든
나는 내 삶을 살기가 바쁘도다 하는 것. 부럽습니다. 저도 좀 그렇게 살고 싶어요.

세실 2015-10-28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글 참 좋아요.
미세먼지가 페크님을 들었다 놓았다 했네요.
`지금 이순간, 나는 아프다` 도 장바구니에 쏘옥!

페크pek0501 2015-10-29 14:41   좋아요 0 | URL
시시한 일기올시다. 좋게 봐 주시니 고맙습니다.
공들여 쓴 글이나 급하게 아무렇게나 쓴 글이나 좋아요 수가 비슷하다면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할까요, 부정적으로 해석해야 할까요?

하하~~ 세실 님이 오시니 반갑습니다.
 



결혼이 주는 건 행복인가, 불행인가? 결혼은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불행도 준다. 결혼 생활엔 행복한 시간만 있는 게 아니다. 만약 행복한 시간만 있다면 이혼하는 사람들이 왜 있겠는가.

 

 

결혼 생활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단체 생활이다. 그래서 나 아닌 다른 식구를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만약 상대를 배려하는 정신이 없어서 그런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잡음이 생긴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낮잠을 잘 땐 조용히 해 줘야 하는 규칙 같은 것. 시끄럽게 해서 낮잠을 깨게 하면 안 된다. 화장실을 사용한 뒤엔 환기가 되게 해 주는 규칙 같은 것. 화장실을 사용한 뒤엔 (용변을 봐서 냄새가 나게 했든 샤워를 해서 습기가 차게 했든, 환풍기를 돌려놓든지 문을 열어 놓아서) 다음에 화장실을 사용할 식구가 불쾌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오랜만에 라면을 먹으려고 찾아보니 라면이 하나도 없었다. 슈퍼에 가서 사 갖고 오려니 귀찮았다. ‘내가 사 놓은 라면을 누가 다 먹은 거야?’ 하는 생각으로 폰을 찾아 우리 식구 네 명의 카톡방에 들어갔다. “누가 마지막 남은 라면을 먹었나요?”라고 물었더니 둘째 아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메시지를 띄웠다. “마지막 남은 라면을 먹는 사람은 ’이제 집에 라면이 없음.‘이라고 카톡으로 알릴 것.” 모두 그렇게 하겠다고 답글을 적었다. 이것으로 해결을 보았다. 단체 생활에서 규칙이 하나 추가된 것이다.

 

 

혹자는 집안일은 전적으로 주부의 몫이니까 라면을 사 놓는 일이 주부의 일이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부부와 두 자녀가 함께 사는 가족인 경우에 주부가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시대는 지났다. 이제 맞벌이 부부의 시대다. 며느리 노릇하랴, 딸 노릇하랴, 살림하랴 이것만으로도 바쁜 게 주부인데 게다가 직장을 다니기까지 한다. 한마디로 주부가 고달픈 시대가 되었다. 직장에 다니는 남편만 바쁜 게 아니고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만 바쁜 게 아니고 주부도 바쁜 시대다. 그런데 네 식구가 똑같이 바쁘면서 주부만을 희생하라고 하면 잘못이다. ‘주부가 희생해서 가족이 행복하다면?’ 이런 생각은 쓸데없다. 불공평하게 희생자를 깔고 얻어지는 행복이란 ‘가치 없음’이다. 다 같이 행복할 때 값지다. 넷 중에서 한 명의 희생자만 생겨나면 그 희생자는 언젠가는 원망을 품게 될 확률이 높다. 희생이 필요하다면 넷이 서로 공평하게 나눠 희생해야 한다.

 

 

규칙을 지키고 희생을 나눠야 잘 유지되는 ‘단체 생활’ 같은 ‘결혼 생활’이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 미혼자들은 결혼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런데 미혼자들은 결혼을 앞두고 ‘단체 생활’ 같은 ‘결혼 생활’에 내가 적합한지를 생각해보기는커녕 서로 사랑하는 사이니깐 상대가 자신을 위해 뭐든 해 줄 거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여성들이 그런 것 같다. 글쎄, 신혼기엔 가능하려나? 아이가 태어나면 일이 많아져서 남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데 남편이 아내를 도와주지 않아 힘든 상황이 되는 걸 많이 보아 왔다. 육아 문제에 있어서 서로 돕겠다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결혼 생활이 힘들어진다.

 

 

직장에 다니는 주부들에게 이렇게 권하고 싶다. ‘주부들이여! 엄살 좀 피워라.’ 공평한 단체 생활을 위해 엄살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나의 경우엔 체력이 약한 걸로 무기 삼아 엄살을 피우며 식구들의 협조를 부탁한다. “(애들한테) 나 힘들게 하면 체력이 약해서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어. 그러면 너희 용돈이 줄겠지. 그래도 좋아?” 남편에게도 똑같이 말한다. 이렇게 하여 예전보다 협조하는 가족을 만들어 냈다.

 

 

마지막으로 힘주어 말한다. ‘주부들이여! 희생자가 되지 말라.’ 만약 주부들이 희생자가 되면 그 아들들이 자라서 주부가 당연히 희생되어야 하는 줄 알고 나중에 결혼한 뒤 자기 아내에게도 희생자가 될 것을 강요하는 상황이 벌어져 부부간에 마찰이 생긴다. 또 그 딸들은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들게 해서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한다. 희생자인 주부가 원망을 품게 되지 않는다고 해도 이런 부작용이 있는 것이다. 가정에서 보고 느끼는 자녀들을 생각해 봐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우리 모두 공평한 단체 생활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되기를.(끝)

 

 

 

 

 

 


.........................<후기>


나는 내 딸이 훗날 결혼할 때 가정에서 희생하고 사는 사람을 시어머니로 만나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 밑에서 자란 아들과 함께 사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기에.

 

“우리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사셨단 말이야. 당신은 왜 그렇게 못해?”라고 말하는 남편과 사는 아내는 얼마나 힘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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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1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5-10-21 19:12   좋아요 1 | URL
무척 반갑습니다. 앞으로 자주 뵙기를 기대해 봅니다. ^^

stella.K 2015-10-21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업주부가 된 것에 대해서도 존중을 해 줬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여성이 사회취업률이 낮았을 땐
전업주부가 된 것에 대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잖아요.
요즘엔 그건 하나의 선택이라고 봐요. 그럼 그것에 대해 존중을 해 줘야지
여자가 집에서 뭐하냐고 핀잔 주는 남자들 문제 있다고 봐요.
살림 하는 것도 보통 힘든 거 아니거든요. 그것도 환산하면
웬만한 월급과 맞먹는 건데 실질 임금이 없으니 하찮은 걸로 여기죠.
그런데 요즘 남자들 여자가 살림도 잘 하면서 직장에도 다니는 걸 바라는데
욕심이 좀 지나치다고 봐요.

페크pek0501 2015-10-21 19:15   좋아요 1 | URL
살림하는 게 얼마나 체력 소모, 시간 소모가 되는 일인데요. 이것 과소평가하면 안 되지요.
요즘 주부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니까요. 집안일과 직장 일.

앞날, 딸들이 걱정입니다요.


[그장소] 2015-10-2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소한 듯하지만 마지막 없어진 것을 문자로 공지..좋은걸요!^^ 팁하나 배워가요^^ 선배님!

페크pek0501 2015-10-22 13:43   좋아요 1 | URL
하하~~ 어떤 분은 저에게 선생님이라고 댓글을 쓰셨던데 님은 선배님이라고 하시니... 으음... 기분은 좋지만... 기분은 정말 좋아요... 그런데 좀 어색합니다. ㅋㅋ

마지막 것을 사용할 땐 모두에게 알려 주는 게 좋죠. 치약이나 삼푸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도 미세먼지가 심해서 창문을 못 열고 있어요. 생각 같아선 창문을 활짝 열고 이불을 팍팍 털고 싶은데... 청소기를 돌리고 싶은데...
날씨만 생각하면 불행해져서
날씨에 집중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어요.
좋은 하루 보냅시다.

[그장소] 2015-10-22 15:07   좋아요 0 | URL
선생님도 좋은데..그럼 넘 어려워질것같아서..^^ 언니처럼 응석도 좀 부리고 적당히 밀당도 하고싶으니...인생선배님!^^ 나중엔 모르죠 .
정말.너무 많이 배워 선생님으로 기억될지..
지금은 한걸음..이정도..^^
그러게요..날씨 생각하면 얼굴을 종일 쓸어 내리게 됩니다..왜 제 얼굴이 흐려진 것 같은지..확 걷어내고 속 시원하게 맑은 공기...간절합니다
ㅡ이런 못된 이기 ㅡ우리가 만든 속에 살면서..
나는 아닌냥..이럽니다.오늘도 기분은 맑음^^
하시길~~

페크pek0501 2015-10-24 14:36   좋아요 1 | URL
오늘은 날씨가 좋다고 하니 저처럼 님의 기분도 좋으시길... ^^
미세먼지가 심한 날들을 상기하시며...

마립간 2015-10-22 0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의 집의 경우 화장실의 휴지를 마지막을 사용했을 때는 (공지가 아니라) 휴지를 채워넣기. - 덕분에 저는 잔소리꾼이 되었지요.

진일보하는 의미로 공지에 그치지 마시고 구매해서 채워 넣기로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페크pek0501 2015-10-22 13:49   좋아요 1 | URL
저라면, 그런 잔소리꾼은 환영합니다. 가족 간에도 매너가 좋아야 해요.

진일보... 좋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아직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기에 있어서 제가 웬만하면 해 주고 있어요. 나중에 사회인이 되면 구매를 시켜도 될 것 같군요.

단체 생활이란 바퀴가 잘 굴려 가려면 서로의 협조는 필수.

좋은 하루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
 



유유코는 엄청난 요리 달인에다 넋 놓고 바라볼 정도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여자였다. 나는 수제 리버 페이스트를 유유코한테 배웠다. 친구와 유유코가 헤어지네 연을 끊네 하는 통에 내 주위에서 대지진이 일어나던 참이었다. (...) 나는 진도 7 정도의 재해를 입은 유유코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기, 리버 페이스트 만드는 방법 좀 알려줘.” 유유코는 기가 막혔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 리버 페이스트 레시피를 알려달라잖아. 사노 씨는 그런 사람인 거야!” 하고 격분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전해 들었다. 친구한테 “당신이랑 헤어져서 딱 하나 좋은 점이 있어. 이제 사노 씨랑 안 만나도 된다는 점이야”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나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났다. 나는 지금까지 리버 페이스트를 만들고 있다.(17~18쪽)
- 사노 요코, <사는 게 뭐라고>에서.

 

 

1. 인간은 원래 그런 거다 : 사노 요코의 책을 읽으며 피식 웃었다. 남은 연인과 헤어져서 괴로워하며 마음의 지진을 겪고 있는데 그런 사람에게 음식의 레시피를 묻다니. ‘무엇보다 자기 일이 급하다. 자기 일이 제일 중요하다. 그게 인간인 것이다.’라는 걸 느꼈네.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은가? 다만 욕을 먹을 용기가 없어서 티를 내지 않을 뿐이지 자기 일이 제일 중요하지 않은가?

 

 

괴로워하고 있는 상대에게 음식 레시피를 묻는 것. 난 이렇게 해석해 봤다. 어쩌면 그건 상대에 대한 배려가 될 수도 있다고. “이봐, 누군가와 헤어졌다고 해서 이별의 아픔에만 빠져 있지 말고 내가 묻는 음식의 레시피를 알려 주면서 생각을 딴 방향으로 분산시켜 봐.” 하는 뜻도 있을 수 있으니까. “음식 레시피나 묻는 나를 흉보면서 심각한 상태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봐.” 하는 뜻도 있을 수 있으니까. 이런 뜻으로 레시피를 물은 것은 아니었다고 해도 이런 효과를 볼 수 있는 거잖아. 마치 작가가 A라는 메시지를 주려고 쓴 소설을 읽고 독자는 B라는 메시지를 읽을 수도 있듯이.

 

 

 

 

 

 

 

 

 

 

 

 

 

 

 

 

 

 

 

 

 

 

 


네, 나는 감히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적어도 오늘, 지금은 말이에요. 내일은 이 문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모레에는 또 어떤 생각을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 오늘은, 그래요, 완전히 동의해요.(316쪽)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윌리스 반스톤, <보르헤스의 말>에서.

 

 

2. 오늘은 그래요 : 내가 이 서재에 올린 글 중 몇 편을 읽어 보고 든 생각. 오래전에 쓴 글을 가끔 읽어 보기도 해야겠다는 것. 올린 글을 올리지 않은 줄 알고 똑같은 내용으로 두 번 쓰게 되는 일이 생길 것 같아서다. ‘내가 이런 글도 썼구나.’ 하고 놀라게 되는 글이 있었다.

 

 

그래서 깨달은 것 하나. 거짓으로 글을 쓰면 안 된다는 것. 이 글에선 이렇게 쓰고 그걸 잊고서 저 글에선 저렇게 쓰면 안 된다는 것. 예를 들면 어느 글에서 ‘나는 작년에 책 백 권을 읽었다.’라고 써 놓고, 다른 글에서 ‘나는 작년에 책 오십 권을 읽었다.’라고 쓴다면 어떡하나? 어느 글에서 ‘나는 여름이 좋다.’라고 써 놓고, 다른 글에서 ‘나는 여름이 싫다.'라고 쓴다면 어떡하나?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난 여름을 매우 좋아하면서 동시에 매우 싫어한다는 것. 그러니까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느낀 것을 솔직히 쓰다 보면 거짓말로 보일 수 있다는 것.

 

 

지난여름에 여름이 싫었다. 낮에 청소기를 돌리면서 얼마나 덥던지 ‘이 여름이 빨리 가야 할 텐데.’ 하고 바라면서 여름이 싫었다. 그런데 저녁을 먹고 나서 밤에 슈퍼에 갈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갔더니 바람이 어찌나 시원하게 부는지 여름이 좋아졌다. ‘아, 이 맛이야.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이 시원한 맛. 그래서 난 여름이 좋다니까.’ 이랬다. 그러니 그때마다 느낀 것을 각각 다른 글에 쓸 경우가 생기면 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면서 억울하게도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나처럼 머리가 나쁜 사람은 거짓말을 완벽하게 할 수 없으니 솔직함이 최선이라고 새삼 느낀다.

 

 

<보르헤스의 말>에 인상 깊은 구절이 있다. “오늘은 그래요.”라는 말이다. 이 말은 오늘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내일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뜻. 나도 이 말을 써먹어야겠다. 얘기를 하고 나서 이렇게 덧붙여야겠다. “저의 생각은, 오늘은 그래요.”라고.

 

 

 

 

 

 


3. 머릿속 인용구 : 보르헤스는 머릿속이 책의 인용구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같은 책을 반복해 읽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때론 인용구를 외우기도 하겠지. 내 머릿속에도 책의 인용구로 가득 차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택하기로 한다.

 

 

- 글을 쓸 때 되도록 인용구를 많이 넣을 것.
- 혼자 심심할 때, 텔레비전 광고가 지루할 때, 친구를 기다리는 카페에서, 지하철 안에서 폰으로 내 서재에 들어가 내가 쓴 글의 인용구를 읽을 것.

 

 

서재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2009년에 쓴 인용구부터 오늘 쓴 인용구까지 쭉 읽는다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인생 공부에도, 글쓰기 공부에도.

 

 

 

 

 

 


제아무리 애연가라도 암에 걸리면 담배를 끊는다지. 흥, 목숨이 그렇게 아까운가.(113쪽)
- 사노 요코, <사는 게 뭐라고>에서.

 

 

요전에 집에 놀러 왔을 때는 “사노 씨, 앞으로 1년 정도면 죽는데 무섭지 않아?”라고 묻기에, 산송장한테 그런 질문은 받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전혀, 언젠가는 죽는 걸. 모두 아는 사실이잖아.” 하지만 어째서 그렇게 태연한 거야? 두렵지 않아?“ ”안 무섭다니까. 오히려 기뻐. 생각해봐. 죽으면 더 이상 돈이 필요 없다고. 돈을 안 벌어도 되는 거야. 돈 걱정이 없어지는 것만으로도 행운인걸.“ ”정말로 안 무서워?“ ”그렇다니까. 게다가 암은 정말로 좋은 병이야. 때가 되면 죽으니까. 훨씬 더 힘든 병도 얼마든지 있다고. (...)“(239~240쪽)
- 사노 요코, <사는 게 뭐라고>에서.

 

 

4. 병에 대한 의연한 태도 : 사노 요코는 유방암에 걸려도 담배를 피운다. 시한부 인생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가 암 얘기를 꺼내면 유머를 발휘한다.
   


보르헤스는 57세부터 조금씩 시력을 잃기 시작해 나중엔 실명하게 되어 앞이 보이지 않았는데도 작가 생활을 계속해 나간다. 주위 사람이 책을 읽어 주는 것으로 독서를 하고 주위 사람에게 대필을 시켜 글을 썼다. <보르헤스의 말>을 읽어 보면 실명으로 고통스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시각 장애인의 생활을 즐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최악의 상태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난 이런 사람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제일 닮고 싶은 건, 글 잘 쓰는 위대함보다 더 닮고 싶은 건 겁이 없는 위대함이다. 어떤 것에도 겁이 없다는 건 고통을 모르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게 아닐까.

 

 

 

 

 

 


5.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 이 구절을 생각했다.

 

 

“인생에서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중요할 뿐 나머지는 다 배경음악에 지나지 않는다.”

 

 

힐러리 클리턴이 한국에 왔을 때 이화여대 강연(2009년)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엔 인생에서 ‘사랑’이 중요해지는 시간은 몇 년일 뿐이고 나머지 인생은 ‘직업과 취미’로 사는 것 같다. 그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려면 그의 직업은 무엇인지, 그의 취미는 무엇인지 알면 될 듯하다. 더 정확히 알려면 그가 자기의 직업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지, 자기의 취미로 인해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알면 될 것 같다.

 

 

돈 잘 벌고 가정적이고 애처가인 남편과 사는 아내 백 명에게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백 명 다 행복하다고 대답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고민이 없고 하품이 나올 정도로 평화롭다고 해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을 빼고 나면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말해도 될 것 같다. 아무리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산다고 하더라도 부부가 서로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행복한 삶을 살려면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즐겁게 보낼 줄 아는 게 관건이라고.

 

 

자식들이 미래에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훗날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어떤 직업과 취미를 가지고 사는가 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힐러리 클리턴이 한 말을 이렇게 수정하고 싶네.

 

 

“인생에서 (직업이든 취미든) 무엇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느냐 하는 것이 중요할 뿐 나머지는 다 배경음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직업을 갖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듯이 어떤 취미를 갖기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되는 것은 아니고 취미에서 큰 즐거움을 느끼려면 ‘노력의 시간’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등산을 즐기기 위해선 등산 경험이 많아야 하듯이, 피아노 연주를 즐기기 위해선 피아노 친 경험이 많아야 하듯이, 독서를 즐기기 위해선 독서 경험이 많아야 하듯이 말이다. 경험이 쌓여 ‘제법이네.’라고 할 정도로 수준이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즐기는 경지에 이른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행복이란 것도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라 노력의 산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떤 사람의 인생도 파란만장이에요. 그런데 기대했던 얘기가 재미없는 건 디테일이 빠져 있기 때문이에요. 에피소드를 무시하면 인생 전체를 무시하는 거예요. 디테일 없는 빤한 알레고리를 사용하지 마세요. 그러면 이야기가 두 쪽 나요.(63쪽)
- 이성복, <무한화서>에서.

 

 

6. 중요한 건 디테일 : <무한화서>는 문예창작과 교수였던 시인이 2002년부터 2015년까지 한 ‘대학원 시 창작 강좌’의 강의 내용을 아포리즘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라고 한다. 유명한 시인의 강의 내용을 집에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운인가.

 

 

얼마 전, 어떤 강의를 들으러 갔는데 시간이 아까워서 혼났다. 어디 나가려고 하면 화장과 머리 손질 등에 걸리는 시간, 차를 타고 가는 시간, 강의 듣는 시간, 집에 돌아오는 시간 등 소요되는 시간이 많다. 그 많은 시간을 들인 것에 비해 내가 얻는 정보와 지식의 양은 많지 않았다. 책으로 말하면 10쪽 정도의 분량이 되려나? 그나마 10쪽 분량이라도 얻은 게 있다면 다행이다. 예전엔 이런 적도 있었다. 어느 철학과 교수의 철학 강의였는데 내가 읽은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저)>의 책 내용과 동일한 내용의 강의였던 것. 공리주의, 칸트, 도덕적 딜레마 등에 대한 강의로 책과 똑같았다. 그렇다면 강의를 듣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는데 새로 얻은 게 없으니 헛수고렷다. 게다가 외출한 걸로 몸은 고단하다. 차라리 외출로 소요되는 시간 동안 집에서 책이나 볼걸 그랬다는 후회가 났다.

 

 

그러니 시간 절약, 체력 절약을 해 주는 <무한화서>는 얼마나 이득이 되는 책인가. 강의 내용을 말로 들으면 놓쳐 버린 걸 다시 듣기가 어려운데, 강의 내용을 글로 읽으니 반복해 읽을 수도 있고 이거야말로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는 책이 아닌가.   

 

 

<무한화서>에서 말한 디테일에 주목하기. 기대했던 얘기가 재미없는 건 디테일이 빠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 여기서 디테일을 나는 ‘세부 묘사’라고 이해했다. 글을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의 차이는 디테일에서 생긴다고 알고 있다. ’살인 장면‘을 쓰는 소설로 예를 든다면 마치 살인을 저지른 적이 있는 사람이 쓴 소설처럼, 살인을 저지르지 않고는 도저히 쓸 수 없는 소설처럼 충실하게 묘사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누가 나를 다른 사람과 견주는 것도 싫어했고 나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기고 앞서 가라면서 줄을 세우는 제도권 교육이 정말 싫었고 당연히 줄을 서지도 않았다. 문학의 길에 들어선 이후에는 나의 이 같은 풍속이 더욱 확고해졌다. 나는 내가 참여하는 일에서 1등, 베스트원이 되는 걸 한 번도 원했던 적이 없다. 나는 동료 작가나 시인의 작품보다 좋은 작품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다만 내 고유한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일에 집중했다. 내 목소리와 색깔을 어떻게 낼 것인가, 이것만이 내 관심사였다. 그러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8쪽)
- 김도언, <소설가의 변명>에서.

 

 

7. 꼭 이겨야 하나 : 김도언 저자는 1등을 원했던 적이 없다고 한다.

 

 

행복한 일일까, 불행한 일일까? 나는 승부욕이 없는 편이다. 누군가와 겨뤄 이기거나 지는 게 결정 나는 ‘겨루기’ 자체가 싫다. 대형 마트에 가면 반액 세일을 십 분간만 하겠다는 마이크 소리가 들릴 때가 있는데 우르르 달려가는 사람들 틈에 끼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 틈에 끼어 내가 다칠까 봐 싫은 것도 있지만 뭔가를 차지하기 위해 누군가를 제치는 게 재미없다.

 

 

나는 꼴찌가 되길 자처할 때가 있다. 몇 년 전 너도나도 스마트폰으로 바꾸던 시절에도 ‘난 꼴찌로 바꿀 거야.’라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있다가 결국 주위에서 제일 늦게 스마트폰을 구입한 사람이 되었다. 시댁 식구들과 여행을 가서 밤이 되어 샤워하는 순서를 정하게 될 때가 있었다. 나는 미리 말한다. “저는 꼴찌로 샤워할래요.”

 

 

사람들은 순서를 정할 때 꼴찌가 얼마나 좋은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샤워를 예로 들어 말하면, 꼴찌가 되면 기다리는 시간이 긴 것은 단점이지만 그것을 상쇄할 만한 장점이 있다. 우선 양보의 미덕을 발휘할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해져서 좋고,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니 시간에 쫓기지 않고 천천히 샤워를 할 수 있어서 좋다. 단점이 있는 어떤 것을 각도를 달리 해서 보면 의외로 장점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크게 손해 볼 게 없는, 그저 순서를 정하는 문제라면 난 앞으로도 ‘꼴찌’라는 자리를 싫어하지 않을 생각이다.

 

 

어쩌면 내가 꼴찌를 지향하려는 심리 그 밑바탕에는 뭐든 타자를 이겨서 앞지르고 싶은 나의 욕망을 누르고 싶은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어떤 욕망이 내 마음속에서 쑥쑥 자라나 덩치 큰 식물이 되기 전에 싹을 잘라 버림으로써 편해지고 싶은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나도 어떤 욕망이 있다는 것이겠다. 하지만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가질 수밖에 없는 조급함과 초조함이 나는 싫다. 조급함과 초조함에 치이는 삶보다 차라리 일등을 포기함으로써 갖게 되는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싶다. 여유로운 삶을 누리는 게 때론 어려울 때가 있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는 직장 동료들 중에서 가장 일을 잘해서 최고가 되어야 하는가? 나는 블로거들 중에서 가장 글을 잘 써서 최고가 되어야 하는가? 왜 늘 일등만을 바라야 하는가? 왜 다른 이들에 비해 처지면 안 되는가? 우열의 평가가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절대적 기준인가? 이런 것들을 자문함으로써 내 마음속에 있는 뭔가를 덜어내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외쳐 보고 싶은 것이다.
‘덜 유능하면 어떠랴. 행복했으면 된 거지.’라고.
‘글을 잘 쓰지 못하면 어떠랴. 글을 쓰는 동안 행복했으면 된 거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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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0-16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지.라고 ㅡ에만 밑줄이 가 있어서..^^
저도 첫째가는 뭐를 압박을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녀서
못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아녀도 된다고 뭐 그러죠.
주목받는 위치에 늘 있어보면 그게 좋지만은 않다는걸
알게되는 것도 있으니까요.
이말을 하려던 건
.아닌데...위글을 읽어 내려 오다..자신의 글에 음...여름을 싫어하다 ㅡ여름을 좋아한다 ㅡ하는 부분요.
거짓말이라고 까지 누가...생각할까...저는 그랬어요.
아마도 작가에 집착하는 스토커 정도? (저 지금 위험발언인거죠?)보통은 이 사람 여름을 싫어하는데 오늘 여름의 추억하날 만들었어..하고 인식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글의 전체적인 맥락을 놓고 봐도 요...ㅎㅎ
디테일이 중요한데 지금 은 너무 스스로에 몰입하고 계신건 아닌가...멀리 보시는건 좋지만 .자신이 쌓을 만큼 잘 애써온 세월 그냥 그리 피곤케 말라고 하고파요.하하핫..주제넘죠!
제가 그래요.

오늘 오은 시인이 이성복님 의 그 시론 중에 좋은 문장은 눈물이 나게 하는 문장이 아니라 슬픔을 깊이 속으로 넘기는
문장 ㅡ이란...표현을 했던것 같아요.
잘 옮기지 못해 죄송한데..읽어보시면 그 부분이 나오겠죠?
언젠가. .우리가 왜 읽는 또 여기 쓰는 인간이 되었는지 는 모르겠어도.. 제가 좀 값싼 눈물의 문장이라면 페크ㅡ님은 깊이 숙 ㅡ 집어넣는 문장을 쓴다..정도..아닌가..뭐 그랬네요. 이 말이 하고 팠어요.^^

페크pek0501 2015-10-16 20:21   좋아요 1 | URL
그장소 님, 저녁은 드셨는지요?

저를 마치 분석하는 듯한 댓글 같아서 순간적으로 ˝아, 내가 글로 나에 대한 정보를 너무 많이 준 건가?˝ 뭐 그랬네요. 하하~~ 그렇다고 해서 쫄지 않겠습니다.

직장인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불금입니다. 어제는 책을 많이 읽어서, 오늘은 글을 많이 써서 머리가 띵한 정도는 아니고 휴식을 취하고 싶어지네요. 침대에 누워 티브이를 볼 생각입니다. 빈둥거리기라는 걸 해 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불금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님도 좋은 시간 보내시길...
첫 댓글, 고맙습니다. ^^

[그장소] 2015-10-16 20:40   좋아요 0 | URL
으하하~^^
제가 책을 보면 은연중에 작가의 의도를 자꾸 찾나봐요..이제 꼭 의도 없이 정말 습관과도 같이
일로 글을 쓰는 것. 일 뿐 ㅡ그런다 해도 메세지가 없는 건 아니니.. 꼭 ㅡ이것 을 전하고 팠다던가 ,하는 그런 면을 찾다 보니 ..그리된거 같아요..
분석은 무슨요...얼치기...제가 늘 생각 할 거리 주셔서 고마운데...

페크pek0501 2015-10-18 13:05   좋아요 1 | URL
제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글을 쓰고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ㅋ

stella.K 2015-10-17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흡연도 건강해야 할 수 있는 거지 몸이 안 좋으면 흡연 욕구도 떨어진다고 하던데
담배를 안하는 저로선 알길이 없네요.ㅠㅋ

힐러리는 아직도 사랑 받고 하고 싶은가 보내요.
물론 저도 사랑을 거부하진 않지만 사랑이 전부는 아니라는 주의라
사랑 없이도 잘 살 수 있어야죠. 결국 내가 없으면 세상도 없는 거니까.ㅋ

인용구를 잘 쓰는 것도 능력이어요.
저는 좋아서 줄은 쫙쫙 잘 칩니다만 옮겨 놓지 못해서 인용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옮겨 놓는 것도 그것이 쌓이다 보면 어디다 적어놨는지
잊어먹을 것 같아요. 다 게으름에 대한 변명에 지나지 않겠지만.

강연회 가는 건 정말 큰 마음 먹어야죠.
몇년 전만해도 집에서 먼곳에서 해도 갔는데 지금은 자신이 없어요.
어떤 땐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하는 강연회도 용기가 필요하죠.
강연회를 갔는데 내가 빤히 아는 걸 들으면 김이 빠질 것 같긴해요.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요약 정리를 위해 가는 거라면 모를까...

요즘은 날씨가 춥지 않아 좋긴한데 날이 너무 가물어서 큰 일이어요.ㅠ

페크pek0501 2015-10-18 13:25   좋아요 1 | URL
맞아요, 몸이 아주 나빠지면 담배를 피울 수 없다고 하더군요.

힐러리가 의외의 발언을 한 것 같더라고요. 그녀야말로 사랑 따위에 집중할 것 같지 않은 타입 같은데 말이죠.
사랑이 전부가 아닌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인생은 다양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고 봐요. 그중 하나가 사랑일 뿐이라고 봅니다.

인용구. 그래서 저는 서재 태그에 저자 이름을 써 넣는답니다. 찾기 쉬우라고.

강연회. 제가 느낀 건데 독서광들은 굳이 그런 데에 쫓아다닐 필요가 없겠다 싶어요. 물론 제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강의 내용이 책과 겹치기 때문에 그래요. 어떤 강의 내용이든 책을 찾으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고 봐요.
예를 들어 자기가 잘 모르는 분야 - 종교에 대해 알고 싶다면 강의를 찾을 게 아니라 차라리 책을 찾아 보는 게 낫겠다 싶어요. 시간 대비 효율 면에서요.

날씨. 가뭄도 문제지만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문제... 오늘 창문을 열고 청소해도 되나 검색해 보게 되네요. 안개인지 미세먼지 때문인지 창밖이 뿌옇게 흐려 보입니다.
가을을 즐길 수 있도록 청명하기를...^^


[그장소] 2015-10-18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즐거울 때가 같을 것을 놓고 다양한 시각이 있을 경우 .
그 의미를 포착하는 것이 저는 재미있거든요. 각 각 같은 듯하면서 그 안에 욕망하는 의미가 다름을 알때..단어만 같았구나 ㅡ하는 .깨달음.. 그런세계..

페크pek0501 2015-10-18 15:26   좋아요 1 | URL
즐거운 경지에 계시는군요. 책을 반복해서 읽어서 좋은 점 중 하나가 그런 것 같아요. 같은 글이라도 시간에 따라 다르게 읽혀지는 거요. 한 10년이란 시간 차를 두고 읽으면 그런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거요...

[그장소] 2015-10-18 15:29   좋아요 0 | URL
지극한 동감!!^^
다 읽은 걸 왜 끌고 다니냐 하는데 전 두고두고 또
읽거든요.그때마다 어떤얘기든 건져지는 것이 달라요. 그러니 버릴 수가 없죠.

페크pek0501 2015-10-18 15:32   좋아요 1 | URL
보르헤스도 같은 책을 두 번 읽기를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ㅋㅋ

[그장소] 2015-10-18 15:33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런 보르헤스를 ...좋아하고..말예요.^^

페크pek0501 2015-10-18 15:38   좋아요 1 | URL
저도요...
 

 


지난달에 마태우스 님의 댓글 이벤트에서 당첨되어 책을 세 권 골라 받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그 세 권과 내가 이달에 구입한 책 네 권을 넣은 목록이다. 그러니까 다음의 책들은 당첨되어 선물을 받았든 구입했든 내가 선택한 것이다.

 

 

 


1. 서민, <서민적 글쓰기>

 

 

 

 

 

 

 

 

 

저자는 왜 그렇게 글을 잘 쓰는지 이 책을 읽고 간파하고 말겠다.
분명히 글 잘 쓰는 방법이란 게 있을 게다.
글쓰기에 대한 책은 언제나 관심이 간다.  

 

 

 

 

 

 

 

 


2. 올리버 색스, <화성의 인류학자>

 

 

 

 

 

 

뇌신경과 의사가 만난 일곱 명의 기묘한 환자들을 보면 인간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될 것 같다. 병적이라고 할 만큼 특이한 사람들을 관찰하면 인간의 본성과 만나게 되는 지점이 있을 테니까.
인간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결혼 생활도, 직장 생활도, 블로거로서의 생활도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늘 궁금한 건 인간에 대한 것.

 

 

 

 

 

 

 

 

 

3. 엘라 베르투, 수잔 엘더킨, <소설이 필요할 때>

 

 

 

 

 

 

불안할 때(49쪽), 괴롭힘을 당할 때(86쪽), 비밀을 털어놓고 싶을 때(61쪽), 불면증일 때(292쪽) 등등. 그런 때에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잘 안내해 준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우가 다 나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 하나로 마음이 든든해졌다.

 

 

 

 

 

 

 

 

 

4. 이성복, <무한화서>

 

 

 

 

 

 

 

문예창작과 교수이기도 했던 시인이 2002년부터 2015년까지 ‘대학원 시 창작 강좌’ 수업 내용을 아포리즘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라니 어찌 기대가 되지 않겠는가?
강의를 들으러 다니려면 얼마나 시간을 빼앗기는지 잘 아는 나로선 편안히 앉아 강의 내용을 읽을 수 있는 이 책 한 권으로 횡재한 기분이 들었다.

 

 

 

 

 

 

 

 

 

5. 김훈, <라면을 끓이며>

 

 

 

 

워낙 문장이 좋기로 소문난 저자이기에, 저자의 소설만 읽었고 산문을 읽지 못한 나로서는 저자의 산문집을 꼭 사 보려고 했다. 마침 오래 전에 절판된 <밥벌이의 지겨움>,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바다의 기별> 등에서 산문을 가려 뽑고, 새로 쓴 원고 400매가량을 합쳐 <라면을 끓이며>를 펴냈다니 이런 좋은 책을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기회는 잡으라고 오는 것이다.
얼마나 문장이 좋은지 감탄할 준비가 되어 있는 나.

 

 

 

 

 

 

 

6. 사노 요코, <사는 게 뭐라고>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꽃 한 송이의 생명조차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아는 것이라고는 나 자신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죽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글을 보면 어떤 책인지 짐작이 간다.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일세.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이다.

 

 

 

 

 

 

 

 

7. 줌파 라히리,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비범하다.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릴 만큼 명료하고 투명한 산문.”(뉴스위크)
“우아하고 한결같다. 참으로 정치하다. 라히리의 문장은 무자비할 정도로 명료하다. 그녀는 위대한 미국 작가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시카고트리뷴)
읽을 마음에 설렌다.
아, 행복하다!

 

 

 

 

 

 

 

 

.....................................이 가을, 풍성한 계절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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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10-10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며칠 밥 안 드셔도 배부르실 것 같습니다.ㅎ
또 우리의 마태님이 손이 크셔서 시시하게 쏘시질 않잖아요. 좋으시겠어요.
저 3번의 책은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는데 어느 새 잊고 있었어요.
무한화서는 언니 서재에서 처음 알게된 책입니다. 좋은 책일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15-10-11 12: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배부르답니다. 책에 너무 의존해 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마태 님이 손이 크시긴 하죠? 4만원 어치의 책을 고르라니 말이에요.
3번의 책은 갖고만 있어도 백과사전을 갖고 있는 것처럼 뿌듯해지게 해요.
무한화서는 2백 쪽도 안 되는데다가 글자 수가 적어 몇 시간이면 다 읽을 분량이에요.
하지만 아포리즘의 책이라 한꺼번에 읽으면 안 되고 하나하나 음미하며 천천히
읽어야 하죠. 음식으로 말하면 오래 씹어야 하죠. 아끼면서 말이에요.

책을 쌓아 놓고 보니 정말 행복하네요. ^^

세실 2015-10-11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민적 글쓰기와 라면을 끓이며 저도 최근에 구입했어요~~
둘다 페크님과 같은 느낌으로요^^
줌파 라히니 `저지대` 좋았으니 `이 작은 책`도...궁금합니다. 장바구니 퐁당!

페크pek0501 2015-10-11 12:55   좋아요 0 | URL
하하~~ 우리의 독서 취향이 비슷하다는 결론인가요?
반가운 걸요.
저 위의 책들 중 얇은 책이 있어 몇 권은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아끼면서 읽을 예정입니다. 새 책은 새 책으로 아껴 줘야죠.
좋은 휴일을 보내고 계시겠지요?^^

프레이야 2015-10-11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한화서, 담아갑니다~^^

페크pek0501 2015-10-11 12:57   좋아요 0 | URL
예, 프레이야 님. 좋은 책입니다. 제가 얼마 전, 무료 강의가 있어 들으러 갔는데 말이죠. 가지 전 외출 준비, 차 타고 가는 시간, 강의 듣는 시간, 돌아오는 시간 등 총 드는 시간에 비해 정보와 지식을 많이 얻지 못한 강의였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어요.
그런데 강의 내용을 잘 정리한 책이라는데 얼마나 이득을 주는 책입니까?
아포리즘의 글. 저는 참 좋아합니다.

프레이야 2015-10-11 13:05   좋아요 0 | URL
그래요. 현장감을 느끼는 게 더 좋은 때도 있지만 때로는 시간경비가 그에 비해 좀 더 든다는 생각 들지요. 이성복의 아포리즘 저도 좋아해요. 무한화서, 제목도 품위 있네요. 좋은책 소개 고마워요^^

페크pek0501 2015-10-11 14:0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 팁 하나 드립니다.
무한화서를 구입했더니 딸려 온 책이 좋더라고요. 이성복 시인의 신간 세 권이 한꺼번에 나왔는데 그 세 권에서 가려 뽑고, 또 다른 저작에서 가려 뽑고 그런 책을 덤으로 받았답니다.( <시에 이르는 길> 이성복 시노트)라고 써 있는데 공짜로 받으니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시인의 다른 저작에서 골라 실었으니 좋잖아요. 그런데 물품이 동이 날 수 있을 것 같으니 이왕 구입하시려면 서두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프레이야 2015-10-11 14:1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페크님 언능 주문해야겠어요^^

페크pek0501 2015-10-11 14:26   좋아요 0 | URL
무한화서도 무료서비스북도 가벼워서 갖고 다니기 좋을 것 같아요.
좋은 글로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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