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사람의 눈은 카메라의 렌즈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렌즈처럼 앵글에 비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투과시키지 않는다. 가령 석양에 물든 산자락을 넋을 잃고 바라볼 때도 자연의 풍광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는 마음을 비우고 본다 생각할지라도, 실상은 바라보는 대상 위에 영혼의 얇은 막을 무의식적으로 덮어씌운다. 그 얇은 막이란 어느 사이엔가 성격이 되어버린 습관적인 감각, 찰나의 기분, 다양한 기억의 편린들이다. 풍경 위에 이러한 막을 얹고, 막 너머를 희미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즉 인간이 바라보는 세계란 이미 그 사람의 일부이다. 

- <초역 니체의 말 2>, 21쪽.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인해 집을 팔고 작은 전셋집에서 살게 되고 게다가 남편은 중국에 가서 일하게 되어 부부가 따로 떨어져 살게 된’ 여성이 있다고 지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다. 이 부부는 가난하지만 사이가 좋아서 아내는 남편을 그리워한단다. 이 얘기를 듣고 어떤 이는 사이좋은 부부가 경제 사정으로 떨어져 살게 되었으니 불행한 부부라고 하고, 어떤 이는 그런 상황에서도 사이좋으니 행복한 부부라고 한다. 니체가 말한 대로 그가 바라보는 세계란 이미 그의 일부이기에 해석이 다르리라.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 본다.


A라는 사람이 친구 B에게 전화를 걸어 C라는 친구의 안부를 묻는다.


A : “C는 요즘 어떻게 지내니?”

B : “걔, 경제 사정이 나빠져서 작은 전셋집으로 이사했고 남편마저 중국에 가서 일하게 되어 따로 떨어져 살고 있어. 부부 사이가 좋으면 뭐 해. 걔가 그렇게 불행해질 줄 몰랐어.”


같은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도 있다.


A : “C는 요즘 어떻게 지내니?”

B : “걔, 경제 사정이 나빠져서 작은 전셋집으로 이사했고 남편마저 중국에 가서 일하게 되어 따로 떨어져 살고 있어. 남편이 보고 싶대. 그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부부 사이가 좋으니 참 행복한 애야.


이처럼 같은 정보를 가지고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여 전할 수 있다. 전해 주는 사람이 사실만 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해석도 함께 전한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 



....................

위의 글은 2014년 1월 27일에 내가 쓴 글을 조금 고쳐 쓴 것이다. 다시 말해 10년 전의 오늘 날짜에 올린 글을 고쳐서 올린 것이다. 


오늘 알라딘 ‘북플’에 들어갔더니 다음과 같은 글이 눈에 띄었다. 


”10년 전 오늘, 페크pek0501님이 재미있게 읽은 <초역 니체의 말 2>에 남겨주신 글입니다.“


알라딘 ‘북플’ 덕분에 내가 위의 글을 쓴 적이 있다는 걸 알았다. 글감이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한 가지 글감을 얻은 기분이다.  


알라딘에 감사드린다. 







새해에 구매한 책이 다섯 권이다. 사진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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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1-27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알라딘 북플이 10년전에 쓴 글도 알려주나요? 저는 제일 오래된 게 3년전 걸 보여줘서 이건 언제 거까지 보여 줄건가 했는데 꽤 오래된 것도 보여주네요. 하긴 제가 북플을 설치한게 3년쯤에 스맛폰으로 바꾸고 나서니까 그때 것부터 보여주나 보네요. ㅋ
전 책은 작년 말에 사고 아직 안 사고 있는데 좀 근질근질 합니다. 사 봐야 고리짝 옛날 소설인데 전 왜 요즘 나오는 쌈빡하고 멋진 소설은 안 읽나 모르겠어요. ㅋ

페크pek0501 2024-01-28 12:37   좋아요 2 | URL
10년 전뿐 아니라 그 전의 것도 알려 주지요. 서재에 글을 올린 시작일로부터 글을 올린 날짜가 겹치면 알려 주는 것 같아요. 제가 2009년에 서재를 개설했으니 15년 동안 쓴 글 중, 오늘 날짜에 올렸던 글이 뜨는 거니까 뜰 가능성이 많지요. 스텔라 님은 3년전쯤 오류가 발생해서 그럴 거예요.
오! 책을 안 사시다니 놀랍네요. 요즘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와 한강의 소설이 인기인 듯합니다. 저 역시 요즘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레 미제라블 3, 몽테뉴와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고 있으니 요즘 나온 책을 볼 여유가 없네요. 고칠현삼 독서법이라고 있잖아요. 고전과 현대가 7 대 3이니 괜찮다고 봅니다.^^

stella.K 2024-01-28 13:24   좋아요 1 | URL
아, 그러고니 예전에 서재 날릴뻔 하다 복구한적 있는데 그때부터 되는 건가봐요. 이전 건 날리고. ㅋ

2024-01-28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4-01-27 2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도 트렌드코리아를 사셨군요. 저도 얼마전에 읽었는데, 매년 이 책이 출간되어서 참 좋아요. 그 해의 가장 빠른 트렌드 정리가 되는 것도 좋고, 올해는 작년보다 읽기가 더 좋게 구성된 것 같더라구요.
전에는 10여년이면 긴 시간 같았는데, 이제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페크님,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1-28 12:39   좋아요 2 | URL
트렌드 코리아가 이번에 재밌는 내용이 많아졌어요. 점점 나아지는 듯합니다. 특히 분초사회, 를 인상적으로 읽었어요. 그것 정리해 올리고 싶은데 정리하느라 시간 보내면 제가 독서할 시간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생략하게 되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cyrus 2024-01-27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말은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쓰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 소크라테스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아요, 물론 글도 글쓴이의 참모습을 완전히 보여주지 못하지만요. ^^

페크pek0501 2024-01-28 12:4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그래서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 것보다 오히려 독서 모임이 더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해요. 전문가의 생각을 주입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게 유익하다는 점에서요. cyrus 님처럼 독서 모임을 꾸준히 하시면 좋은 공부가 될 겁니다. 고맙습니다.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4-01-28 0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같은 걸 봐도 다르게 생각하겠습니다 다르게 살고 생각이 달라서 그렇겠네요 아무리 좋은 것도 보는 사람 그때 형편에 따라 다르게 보이겠습니다 어떤 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보는군요 안 좋은 일에서도 좋은 걸 찾아내는 것도 좋겠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4-01-28 12:43   좋아요 1 | URL
같은 걸 보면서도 시각 차이가 생기는 게 신기하지요? 굳이 나누자면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또 나뭇잎 하나가 – 나희덕


그간 괴로움을 덮어보려고

너무 많은 나뭇잎을 가져다 썼습니다

나무의 헐벗음은 그래서입니다

새소리가 드물어진 것도 그래서입니다

허나 시멘트 바닥의 이 비천함을 

어찌 마른 나뭇잎으로 다 가릴 수 있겠습니까

새소리 몇 줌으로

저 소음의 거리를 잠재울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내 입술은 자꾸만 달싹여

나뭇잎들을, 새소리들을 데려오려 합니다


또 나뭇잎 하나가 내 발등에 떨어집니다

목소리 잃은 새가 저만치 날아갑니다(94쪽)






북향집 - 나희덕


겨울 햇살 비껴가는

북향집에 그가 앉아 있었다

전등도 켜지 않고

저녁을 맞고 있는 그의 침묵 속으로

우리는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어둠이 혼자 그의 맨발을 씻기고 있었다

발등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우리가 둘러앉은 후에도

물기 어린 어둠에 자주 눈을 주었다

올 겨울은 매화盆도 꽃을 맺지 않았다고,

개가 새끼를 세 마리 낳았다고, 

드문드문 이어지는 말소리 사이로

늙은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다 잠이 들고

우리는 외로움을 배우러 온 그의 제자들이 되어

온기 없는 거실에 오래 앉아 있었다


북향집 식어가는 아궁이,

그의 마음에서 천천히 걸어나왔을 때

마당에는 눈이 서걱거렸다

대문 앞에 그가 오래 서 있었다(59쪽)







상수리나무 아래 – 나희덕


누군가 맵찬 손으로

귀싸대기를 후려쳐주었으면 싶은


잘 마른 싸릿대를 꺾어

어깨를 내리쳐주었으면 싶은


가을날 오후


언덕의 상수리나무 아래

하염없이 서 있었다


저물녘 바람이 한바탕 지나며

잘 여문 상수리들을 

머리에, 얼굴에, 어깨에, 발등에 퍼부어주었다


무슨 회초리처럼, 무슨 위로처럼(78쪽)



....................

오늘 서울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이 오고 있었다. 

추운 마음에 이불을 덮어 주듯 무슨 위로처럼 내리는 눈.

















나희덕, <사라진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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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1-17 15: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울은 눈이 왔군요.
제가 사는 곳은 부슬부슬 비만 뿌렸습니다.
눈이불이 pek님께 따뜻한 위로가 되었을겁니다.

페크pek0501 2024-01-18 19:06   좋아요 1 | URL
눈이 포근하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요. 비와는 다른 느낌이죠.
밖에 나갔다가 눈길에 미끄러질까 봐 조심조심 걸었답니다.
어제 낮에는 눈이 오더니 밤엔 비가 계속 내리는 것 같았어요. 빗소리가 좋더군요.^^

서니데이 2024-01-17 18: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울은 눈이 많이 왔네요. 여긴 그 정도는 아닐거예요.
지금은 해가 져서 잘 보이지 않을 것 같고요.
눈이 와서 하얗게 된 겨울 사진은 참 예쁘네요.
그래서 눈오는 날을 좋아하는 분도 많겠지요.
사진 잘 봤습니다. 페크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1-18 19:09   좋아요 2 | URL
눈은 실내에서 볼 때만 좋은 듯합니다. 막상 나가니까 길이 미끄럽고 춥고 그랬어요.
친정에 다녀왔지요. 가까운 거리가 눈길이라 멀게 느껴지더군요.
눈 오는 날이 좋은 것은 드문 날이라서 더 그런 듯합니다. 어제는 겨울다운 날이었어요.
서니데이 님도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2024-01-17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18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4-01-17 1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정말 펑펑 오더군요.
그래도 춥지 않아 거의 녹았습니다.
올겨울은 참 묘한 것 같습니다.
보통 겨울은 우리나라는 건기에 속하는데 이렇게 눈이오고 있으니.
봄되면 산불 나는데 이번 봄은 좀 덜 나려나 싶기도하고.
암튼 겨울도 얼마나 남았을까 싶네요.

페크pek0501 2024-01-18 19:15   좋아요 2 | URL
녹은 곳도 있고 눈 쌓인 곳도 있더군요. 겨울은 겨울대로 불편한 점이 있네요. 더운 여름보단 낫다고 생각했는데
요 며칠 동안은 추워서 겨울도 불편하구나, 하는 간사한 생각을 했어요.
비나 눈이 오면 산불이 예방되는 것 같아 안심이 되긴 해요.
벌써 겨울이 가면 아니되옵니다. 겨울이 가고 나면 금방 여름이 올 것 같아서요.ㅋㅋ

희선 2024-01-19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틀 전에 눈 많이 왔군요 라디오 방송에서도 눈이 많이 내린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것도 저녁에 들었어요 낮에 못 듣고 밤에 재방송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비가 왔는데... 어제 새벽에도 비가 오고... 겨울에 눈이든 비든 와야죠 눈이 오는 게 더 나을 테지만... 페크 님 시도 만나시고 쏟아지는 눈을 보셨군요


희선

페크pek0501 2024-01-20 08:11   좋아요 0 | URL
눈이 오니 반갑더군요. 올해는 시를 많이 읽어야겠단 계획을 세웠죠. 시적인 문장을 저도 쓰고 싶어서요.ㅋㅋ
눈이 오니 갑자기 시와 함께 글을 올려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시와 눈이 왠지 어울릴 것 같아서요.
어제는 친정어머니 모시고 병원에 약 타러 갔고, 오늘은 대구에 1박2일로 갑니다. 시어머니 생신을 맞아 다 모이기로 했거든요. 외동딸에 맏며느리이다 보니 할 일이 생기네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하나의책장 2024-01-20 0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쏟아진 눈 덕분에 열심히 집앞과 마당을 치웠지요^^
매년 마당이랑 옥상에 쌓인 눈을 모아 미니 눈사람이라도 만들었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녹아 올해는 그냥 넘어갔어요ㅎㅎ
날이 또 추워진다고 하던데 감기 조심하세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1-20 08:14   좋아요 1 | URL
하나의책장 님, 반갑습니다. 저도 예전엔 마당에 쌓인 눈을 치웠던 적이 있었지요. 결혼한 후로는 아파트에 살다 보니 마당을 치울 일이 없네요. 눈사람은 어린 시절에 만들어 봤을 뿐 어른이 되고 나니 눈 구경만 합니다.
다음 주부터 또 추워진다는군요. 겨울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은 모양입니다.
하나의책장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2024-01-24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27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4-01-26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에서 내려다 본 눈 사진은 좋네요.
그런데 정말 페크님께서 서니데이님께 답글로 쓰신 것처럼,
눈은 볼 때만 좋은 것 확실합니다.

제가 사는 곳은 동네 뒷동산 같은 급격한 경사를 한참 올라가야 하는 달동네 같은 곳이예요.
여기는 눈이 오면 골목길이 온통 다 얼어붙어 버리고,
골목 안에는 햇빛이 잘 들지 않아서 겨울 내내 얼음이 잘 녹지도 않아요.
그래서 저는 매년 겨울마다 등산화만 신고 다닙니다.
일반 운동화나 구두 같은 신발을 신으면 미끄러져 넘어지기 때문에 못 신어요.

페크님 덕분에 오랜만에 나희덕 시인의 시를 읽어보네요.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4-01-27 10:28   좋아요 0 | URL
눈은 보기에만 좋은 게 맞아요. 저도 미끄러질까 봐 눈이 오는 날엔 꼭 운동화를 신어요.
새해에는 시를 많이 읽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반가웠습니다.^^
 

1.













우리가 사소한 일에 위로를 받는 이유는 사소한 일에 고통받기 때문이다.(63쪽)


우리가 사소한 일에서 위로를 받는 이유는 사소한 일에서 고통받기 때문이며, 신을 안다고 말하는 자 중에 신을 사랑하는 자가 극히 적은 이유는 형식과 진실의 거리가 비교도 안 될 만큼 멀기 때문이다. 행복을 손에 넣고 싶다면 인생의 목표가 행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행복 이외의 다른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63쪽)


행복은 수단을 통해 달성되지 않는다. 어떤 목표를 향해 의지의 실천을 했을 때 길의 중간에서 우연찮게 얻은 물 한 모금 같은 것이다.(63~64쪽)






2.

대구에 사는 두 시누이(남편의 누나들)가 김장 김치를 보내왔다. 매년 이맘때면 김장 김치를 보내 줘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는데.... 









배달 온 택배 상자 안에서 봉지들을 꺼내 놓고 보니 김치 종류가 많고 양도 많았다. 배추김치, 무김치, 갓김치, 게다가 무말랭이까지 있었다. 


친정어머니에게 갖다 드리려고 따로 덜어 놓았다. 


김장 김치가 있으니 겨울나기 준비를 해 놓은 듯 마음이 든든하다. 


두 형님의 음식 솜씨가 좋으니 얼마나 맛있을까? 이것저것 맛을 보면서 행복했다. 


두 형님의 정성 어린 손길이 그대로 느껴졌다. 


쇼펜하우어는 행복이란 “우연찮게 얻은 물 한 모금 같은 것”이라 했는데, 물 한 모금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듯 나는 김장 김치로 행복을 느꼈다. 


여기까지 나를 감동시킨 ‘김장 김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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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2-03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그렇겠어요. 행복은 나눌 때 커진다더니.
보기에도 맛있어 보입니다. 든든하고 행복하시겠어요.^^

페크pek0501 2023-12-05 16:00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저기 그릇에 담아 둔 것의 두 배가 왔답니다. 어머니와 나누어 가졌어요. 어머니가 무척 좋아하시더군요.
김치 덕분에 새 반찬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니 반찬 걱정을 반은 덜은 셈입니다.^^

scott 2023-12-03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한 김치 나눔의 사랑 페크님의 가족은 따숩!^^

페크pek0501 2023-12-05 16:01   좋아요 1 | URL
스콧 님, 오랜만의 방문이십니다. 반갑습니다.
스콧 님의 댓글이 더 떠숩!^^

yamoo 2023-12-04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마음이 든든한 김치 나눔이네요! 행복을 주는 김치는 더욱 맛있을 거 같다는...ㅎㅎ

페크pek0501 2023-12-05 16:01   좋아요 1 | URL
산 김치도 맛있지만 정말 행복을 느끼게 하는 김치의 맛은 더욱 맛있네요.^^

희선 2023-12-06 0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시누이님이 김장 김치를 보내주시다니 고마운 일이군요 페크 님 겨울 준비 잘 하셨네요 두 분이 같은 곳에 사시는 건지... 두 분 다 페크 님을 생각해주셔서 좋으시겠습니다

페크 님 2023년 서재 달인 되신 거 축하합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3-12-06 11:57   좋아요 0 | URL
예, 두 분 형님이 가까운 곳에 사셔서 시어머님집에 모여서 함께 김장을 했답니다.
희선 님도 서재의 달인, 에 선정되신 것 축하합니다.^^
 




1. 자신과의 대화

백지의 공포를 아는가? 

작가가 절필하는 이유를 아는가?


이 두 가지를 나는 알 것 같다. 이 달이 칼럼 연재 23개월째인데 나는 마감 날까지 글이 써지지 않을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글이 써지지 않고 마감 날이 닥치고 말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4주에 한 번씩 기고하는 일이 이번처럼 어렵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글감을 찾느라 나의 머릿속은 바빴지만 좀처럼 글감을 찾을 수가 없었다. 


페크1 : 계속 이렇게 글을 쓰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페크2 : 그러면 신문사에 글을 못 보내는 거지.

페크1 :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페크2 : 망신은 나의 것이지. 신문사에 민폐를 끼치는 거고. 

페크1 : 미리 신문사에 개인 사정으로 인해 이번엔 칼럼을 제출할 수 없다고 말해 보는 건 어떨까? 그러면 신문사 측에서 내 글을 대신할 다른 글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거니까. 

페크2 : 그것도 망신은 나의 것이지. 신문사에 민폐를 끼치는 거고. 

페크1 : 그럼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페크2 : 써야지. 무조건 써야지. 이번엔 네 이야기를 쓰는 건 어때? 다른 데서 글감을 찾지 말고 너의 이야기를 써 봐. 


이리하여 페크는 드디어 자기 이야기를 써서 칼럼의 초고를 완성했다. 앞으로 4일간 퇴고를 열심히 해서 더 나은 글로 만들어야 하는 일이 남아 있다.  




2. 대구에 갔다 오다

바쁜 와중에 시아버님 제사가 있어서 대구에 1박 2일로 갔다가 어제 왔다. 가기 전날 반찬 세 가지를 만들어 친정어머니에게 갖다드렸고(주 2회로 반찬을 갖다드린다)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잘랐다. 파마를 하고 싶었으나 그럴 시간은 없었다. 


다음 날 갑자기 추워져 겨울 코트를 꺼내 입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플랫폼에서 케이티엑스를 기다리는데 공기가 차서 겨울 코트를 입기 잘한 것 같았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다.  


 


3.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

글감을 찾기 위해 책 몇 권을 샀다. 그중 하나가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이다. 


쇼펜하우어는 일평생 열한 권의 책을 썼고, 그중 생전에 출판된 저서는 여덟 권이다. 괴테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았고, 1만 페이지가 넘는 일기를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썼다.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는 그의 도서들과 편지, 일기 등에서 쇼펜하우어의 삶에 대한 통찰과 정곡을 찌르는 인생 조언을 모아 엮은 책이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 


1만 페이지가 넘는 일기를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썼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이 세상에서 나만 외롭고, 나만 힘들고, 나만 피곤하고, 나만 희생당한다는 망령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우울의 망령에 완전히 정복당하고 나면 사람의 영혼엔 오직 분노만이 남게 된다. 외로워서 화가 나고, 피곤해서 화가 나고, 남들이 행복해서 화가 나고, 마침내 화만 나는 내가 싫어서 미칠 듯이 화가 난다. 그래서 그의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힐 수만 있다면 이 세계 전부를 희생시켜도 값싸다는 논리에 봉착한다. 우울의 끝에서 열광이 태어나는 것이다.(30~31쪽)


⇨ 이 글을 읽으니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등의 ‘살인 예고’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던 사건들이 떠오른다. 쇼펜하우어의 예견이 적중한 것일까. 



내가 청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뭔가를 얻기보다는 뭔가를 제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라는 것이다. 

돈을 벌어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가난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건강해지려는 욕심을 버리고, 병에 걸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즐겁게 놀기보다는 욕을 먹거나 비난받지 않도록 한다. 이것은 다분히 현실적인 생활수칙이다. 이 수칙들을 지킨다면 작지만 확실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머릿속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제거하면 이 수칙들을 좀더 쉽게 지킬 수 있다.(67쪽)


⇨ 고통이 없는 삶을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함으로써 행복의 기준을 낮추면 행복할 수 있겠다.

 


인생은 불행해지기는 쉬워도 행복해지기는 어렵다.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위선도 아니고 절망도 아니다.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그 선택이 지혜의 시작이다. 인생의 지혜란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어떤 상태가 되더라도 크게 놀라지 않고, 크게 실망하지도 않고, 크게 기대하지도 않는 중용의 미덕이다. 크게 실패해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는다. 크게 성공해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인생이라는 게, 사실 크게 휘둘릴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68쪽)


⇨ 행복의 비결은 자기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즉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행복을 포기하면 오히려 행복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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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텔게우스 2023-11-12 1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페크pek0501 2023-11-12 16:4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저 역시 베텔게우스 님을 응원하겠습니다.^^

2023-11-12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3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3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5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11-12 2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그래도 결국엔 마감 전에 멋진 글을 쓰실거라 확신합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페크pek0501 2023-11-13 14:25   좋아요 1 | URL
하하~~ 그것이 저의 희망 사항입니다.
제가 좀 유능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yamoo 2023-11-13 2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쇼펜하워는 대부분 아포리즘으로 접하고 이후에 인생론을 읽게되죠. 물론 아포리즘으로도 쇼펜하워의 사상을 음미할 수 있고 읽으면 꽤 유익하죠. 하지만 위지와표상으로서의 세계 만큼 암팩트가 약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안타깝게도 의지와표상은 인생론만큼 번역이 류려하지 않아 읽는 멋이 떨어지고 처음 100여 페이지 넘어가는게 힘이 들긴합니다. 오쨌거나 쇼펜하워 아포리즘을 페크님 서재에서 보니 반갑네요..

저도 마감에 맞춰 페크님이 멋진글을 생산해 낼 거라 의심하지 않습니다요~~ㅎㅎ 걱정이 깊을수록 좋은 글이 나오게되죠..^^

페크pek0501 2023-11-15 11:49   좋아요 0 | URL
쇼펜하우어의 책은 이번 책이 네 번째예요. 오래전 읽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안 나고 어려웠던 것만 기억해요. <사랑은 없다>가 위의 책처럼 구성이 돼 있어서 잘 읽혔고 <쇼펜하우어 인생론>은 소제목이 조금밖에 없어서 가독성이 높지 않았어요. 위의 책과 <사랑은 없다>만 읽어도 쇼펜하우어의 생각을 아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아포리즘은 제가 좋아하는 것임.

걱정은 깊으나 글이 별로여서 걱정입니다. 내일이나 모레 올려 보겠습니다. 창피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글 쓰는 자의 숙명...^^

모나리자 2023-11-16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국 그렇게 써 내셨잖아요.ㅎ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걱정보다는 원고를 잘 마무리해서 신문사에 보내고 기뻐하는
페크님의 모습을 떠올리세요.ㅎ 제가 마음공부에서 배운 걸 적용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맨 위의 인용글은 현대인들은 허공에 대고 마구 주먹질을 한다, 는 말이 떠오릅니다. 실체가 없는 자신의 관념과 싸운다는
뜻이지요. 쇼펜하우어의 책 제목만 보아도 그의 삶의 자세와 태도를 엿볼 수 있고 배울 바가 많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한번의 원고쓰기가 남은 거네요.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랄게요. 추워진 날씨 건강 잘 챙기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11-16 22:02   좋아요 1 | URL
걱정 만당이었어요. 얼마나 공포스럽던지...ㅋㅋ
오! 배운 걸 적용한 말씀, 훌륭한 조언이십니다.
허공에 대고 마구 주먹질을 한다, ㅋㅋ 재밌는 표현이네요.
또 저는 다음달 원고를 걱정해야 할 처지네요. 앞으로 연재하시는 분들을 부러워하지 않겠습니다. 능력자분들은 빼고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마음만은 따뜻한 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1. “다시 태어나도 아빠랑 결혼할거야?”

추석이 지나고 친청어머니의 생신날에 가족이 모여 외식을 하는 자리에서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큰애가 뜬금없이, 아빠가 간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간을 줄 수 있느냐고 내게 물었다. 순간 남편에게 간 이식을 해 준 지인이 떠올랐고 나는 “줄 수 있지.” 하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엄마, 다시 태어나도 아빠랑 결혼할거야?” 하고 질문이 이어졌다. 내가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답했다. “다시 태어나도 아빠랑 결혼해도 되지. 그런데 다음에 태어나면 다른 남자랑 결혼해 볼래.” 내 대답을 듣고 다들 웃었다.


 


2. 운동

10년 넘게 매일 한 시간씩 걷기 운동을 했었다. 그러다가 격일로 걷기 운동을 했다. 

 

최근 운동 하나를 추가했는데 오랫동안 옷걸이로만 사용했던 실내 자전거를 하루 30분씩 타기로 한 것이다. 저녁 식후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담배만큼이나 건강에 나쁘다고 해서 저녁 식후 무조건 자전거에 앉기로 했다. 실천하기 시작한 게 9월 말이었으니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밖에 나가 운동하는 것보다 덜 귀찮아서 ‘실내 자전거 타기’는 매일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밖에서 격일로 5천보 이상 ‘걷기 운동’을 하고, 매일 30분 이상 ‘실내 자전거 타기’를 하고, 주 1회로 80분간의 ‘발레 수업’을 받고 있다. 이 정도만 운동하려고 한다. 뭐든 지나치게 많이 하면 몸이 피로해져 몸이 먼저 고장나기 때문.




3. 필사

아침에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노트북을 열고 제일 먼저 한 것이 ‘필사’였는데, 네 명이서 해 왔던 ‘필사’가 1년이 되어 끝이 났다. 네 명 중 1위로 가장 많이 필사한 사람은 364일차를 기록했다. 1년 동안 하루만 필사를 하지 못한 것이다. 내가 3위로 288일차를 기록했다. 12일만 더 필사를 했다면 300일차를 기록하는 건데 하는 생각에 아쉬움을 느꼈으나 그런대로 만족했다. 우리는 두어 달쯤 방학을 갖고 나서 ‘2탄 필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4. 고단한 삶

요즘 몸이 고단할 정도로 일이 많았다. 친정어머니는 무릎 관절염이 재발되어 병원에 자주 모시고 다녀야 했고, 둘째는 코로나에 감염돼 밥을 따로 챙겨 줘야 했을 뿐 아니라 집에서도 마스크를 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또 운수가 좋지 않은지 욕실의 변기가 막혀 여러 가지 방법을 쓰느라 애먹었다. 게다가 욕실의 수도가 고장이 났고, 방의 형광등은 갈아끼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계속 깜빡거려 알아보니 안전기가 고장 나서 엘이디(LED)등으로 교체를 해야 한단다. 철물점에서 사람을 불러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매일 해야 하는 집안일은 줄지 않는데 일이 자꾸 생긴다. 그랬더니 내가 고단했던 모양이다. 입술이 부르텄다. 내가 할 일이 적지 않은데 거기에 추가되는 일이 생기면 몸 상태가 좋지 않게 될 때가 많다. 

 

애들이 사우나 찜질방에 가지고 하면 “나 고단해서 안 돼.”라고 답한다. 그러면 한 아이가 “도대체 안 고단한 날은 언제야?” 하고 묻는다. 어디 가자고 하는 날은 주로 토요일 저녁이고, 난 저녁이면 고단한 내 몸을 쉬게 해 주고 싶다고 느낀다. 언제부터 내가 약골이었는지 모르겠다. 푹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5. 좋은 일과 나쁜 일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지나고 보면 그 말이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힘든 시간이 꼭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내가 했던 실수로 교훈을 얻기도 한다. 문제는 교훈을 얻고 나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점이다. 


  


6. 칼럼 연재

칼럼 연재 22개월째다. 4주에 한 번씩 신문에 기고하는 일이 오는 12월 중순이면 끝난다. 24개월 동안 글을 연재하는 셈이다. 이제 연재를 그만 해야 할 것 같다. 다음에 제출할 칼럼의 초고를 아직 쓰지 못해 걱정이다. 글감을 찾지 못해 이 책 저 책 뒤적거리고만 있다. 


지난번 썼던 칼럼 ‘시기심과 쌤통 심리’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 글감을 찾아 쓴 것이다. 소설 속 빅튀르니앵 부인이 팡틴의 불행한 과거를 알고 기뻐하며 사람들에게 소문을 퍼뜨리는 장면을 보고 <쌤통의 심리학>이란 책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 둘을 연결시켜 썼다. 글감을 주로 책에서 얻는다. 


지금 가장 급한 일은 칼럼을 쓰는 일이다.


 


7. 좋은 글















전호근, <사람의 씨앗>


밑줄을 많이 그어 놓을 정도로 좋은 책을 만났다. 그중 골라 옮겨 놓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성인이 될 수 있는가. 글자를 기준으로 하면 聖(성)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갑골문의 聖(성) 자는 귀가 큰 사람(耳+人)이 입〔口〕 옆에 서 있는 모양이다. 따라서 聖(성)은 큰 귀를 강조한 글자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니 공자가 성인이 된 것은 아무래도 예순부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공자는 스스로 육십에 ‘이순(耳順)’했노라고 말했다. 이순은 ‘귀가 순해졌다’는 뜻이다.(39쪽)


말을 잘 들어주는 것, 그까짓 일이 뭐 대단하다고 성인이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말을 들어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옳은 말이 아닌, 그른 이야기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옳은 말, 훌륭한 말, 아름다운 말, 자신과 견해가 같은 사람의 말뿐만 아니라 그른 말, 지루한 말, 듣기 괴로운 말, 자신과 견해가 다른 이의 말도 잘 듣는다는 뜻이다. 그저 잘 들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이조차도 참으로 어렵다. 미국 뉴욕의 어느 빈민가에 고등학교가 들어선 뒤 마약 소굴에 지나지 않았던 동네에서 의사, 변호사, 교육자 같은 이들이 배출되었다. 그들을 가르친 선생님의 말씀은 이랬다. 

“나는 단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뿐입니다.”(40쪽)


⇨ 문제아가 될 가능성이 높은 나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고등학생들이라도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잘 들어주는 사람만 있어도 그들을 좋은 사람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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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0-27 2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 1번 답하신 거 웃겨요.
근데 괜찮으시면 살던 분과 그냥 사시죠. 사람 거기서 거기라고 하더라구요.
다음 생에 이 생에서 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거란 보장 못하잖아요. ㅋㅋ
근데 벌써 2년이 되었군요. 4주에 한 번 쓰는 거 쉽지 않죠. 쉬실 때도 되었네요.
아마 또 좋은 기회에 더 좋은 글을 쓰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동안 수고 많이하셨습니다.^^

페크pek0501 2023-10-28 10:21   좋아요 2 | URL
ㅋㅋ 같은 사람과 또 결혼하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그런데 최악의 배우자를 만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면 현재의 남편이 낫다고 할 듯요. 폭력범 도박꾼 게다가 마약을 하는 사람까지 있는 걸 상상해 보면요.
연재는... 매달 숙제를 달고 사는 것에서 해방되고 싶군요.
좋은 말씀만 푸짐하게 하신 스텔라 님. 복 많이 받으실 거예요.^^

꼬마요정 2023-10-28 0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2년이 되었나요. 시간이 참 빠릅니다. 페크 님 글은 쉽게 읽히면서 재미있고 많은 생각을 해주게 해서 좋아요. 칼럼 구독자들은 아쉽겠지만 페크 님 건강이 우선이지요. 안전기 고장나면 골치가 아프죠ㅠㅠ 안전기 교체 배우면 할 수 있는데 위치가 높으면 힘들겠더라구요.
필사도 하시고 운동도 하시고 너무 좋아보입니다^^

페크pek0501 2023-10-28 10:23   좋아요 2 | URL
시간 참 빠르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건강이 우선인 것 맞아요. 스트레스는 떨쳐 버려야 해요.
사람이 와서 뭐 고치고 가면 청소기 돌려야 하는 것 아시죠?
필사와 운동은 꾸준히 하고 싶어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고맙습니다.^^

희선 2023-10-30 04: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슨 일이 하나 일어나면 잇달아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요 이상한 일입니다 여러 일이 일어나면 몸뿐 아니라 마음도 힘들죠 그래도 고치면 되는 건 다행입니다 고치지 못하거나 큰 공사가 되는 것도 있을 테니...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겠네요 칼럼 쓰시고 거의 두해가 되시는군요 뭘 써야 하나 하고 힘들기도 하셨겠지만, 즐겁기도 하셨기를 바랍니다

페크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3-10-30 13:47   좋아요 1 | URL
이번 달이 운수가 나쁜 달인가 봅니다. 살다 보면 운수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큰 공사는 아니어서 다행이었어요.
두 해가 참 빨리 가죠? 시간이 참 빠르다 싶네요. 오늘 햇살 좋네요. 희선 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댄스는 맨홀 2023-10-31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썽부리기 시작할때 이것저것 난리가 납니다. 그런데 LED등의 수명은 길지만 그것도 안정기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잘 알아보고 하세요. 이것저것 오래되면 집도 삐거덕, 사람도 삐거덕 거려요. 제 생각이지만 그것만 생각하면 너무 골치 아프지만 여러가지의 문제가 한꺼번에 일어나면 정신없어서 깊게 생각할 시간이 없어서 그런게 아닌가 하고 위안 삼아 생각해봅니다.

페크pek0501 2023-11-02 19:04   좋아요 0 | URL
이미 LED등을 달았어요. 저는 사람 부르면 그냥 맡겨 버리고 제 운에 맡깁니다.ㅋㅋ
한때 여러 일이 일어났으니 한가롭게 살 수 있는 날도 올 거야, 라고 위한 삼습니다.
집도 사람처럼 노화되나 봐요. 댄스는 맨홀 님, 좋은 가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감은빛 2023-10-31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다시 태어나신다면 남성으로 태어나보시는 건 어떠세요?
저는 만약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다면, 여성이 되어 보고 싶네요.
그런데 다시 태어나서 지금의 남편 분과 다시 결혼하시려면,
남편 분께서도 인간 남성으로 다시 태어나셔야 하다는 전제가 필요하군요.

제가 이렇게 떠들고 있으면 요즘 아이들은 ˝너 T야?˝ 라고 묻겠죠? ㅎㅎㅎㅎ

누가 제게 저런 질문을 한다면, 저는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답할 것 같아요.
길지 않은 생이지만, 정말 힘들게 지겹게 살았는데, 또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다고? 난 안 할래.

2.
페크님께 감히 권해드린다면, 무게가 가벼운 아령이나 케틀벨을 하나 구매하셔서,
유튜브에서 운동 영상을 찾아보시면서 조금씩 따라해보시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걷기와 자전거도 좋은 운동이지만, 사람은 운동을 통해 근력을 꾸준히 유지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나이가 들어갈 수록 뼈와 인대와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에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에 딱 5분만 해도 되고, 매일 하면 힘드실테니 격일로 하시거나, 주 2회만 하셔도 됩니다.
아주 가벼운 무게로 아주 조금씩 하시더라도 일단 한번 시작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제가 요즘 함께 나이 들어가는 언니들에게 늘 강조하는 이야기예요.
저희 어머니께도 오래전에 가벼운 케틀벨과 아령들을 사드리고 아주 간단한 운동들을 알려드렸는데,
잘 안 하시더라구요.

3.
필사는 젊은 시절 신춘문예를 준비할 때 많이 했는데, 그 이후로는 해보지 못했네요.
매일 출근하는 이 삶을 벗어날 수 있다면 그때 매일 꾸준히 해보고 싶어요.

6.
칼럼 연재는 참 어려운 일이죠. 저도 지역 언론에 글을 연재할 때 글감을 찾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딱 글감만 잘 찾으면 글은 금방 쓰는데, 글감을 고민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그래서 정기적으로 연재하시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페크님 2년 동안 연재하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독자 입장에선 이제 페크님의 좋은 글을 못 읽어 아쉽겠지만요.

페크pek0501 2023-11-02 19:01   좋아요 0 | URL
1. 남성으로 태어나는 건 재미없을 것 같아요. 화장도 안 하고 주얼리나 핸드백 사는 재미가 없잖아요. 요즘은 남성들도 그런 걸 애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아무래도 그 재미가 여성만 못할 것 같네요.
또 태어나면 저는 결혼을 안 하고 막~ 살래요. 남자친구도 많이 두고요.하핫~~ 결혼을 안 하면 사는 게 그다지 힘들지 않을 것 같아요.
2. 아령, 집에 있어요. 제가 샀죠. 제가 건강에 관심이 많아(건강염려증 정도는 아니지만) 철봉을 집에 설치했었어요. 철봉에 매달리다가 팔이 더 망가졌죠. 원래 제가 팔에 테니스엘보, 라는 병이 있어 조심해야 하는 건데..
케틀벨, 좋은 추천이십니다. 딸한테 말해 볼게요. 우리 애들도 헬스클럽에 다녀요.
3. 신춘문예, 아직 늦지 않았어요. 용기를 내 보세요. 당선자들 보면 60대도 있는 걸요.
6. 글감 찾기가 참 힘들어요. 글 길게 쓰는 사람, 감은빛 님 같은 분을 제가 부러워하죠. 저는 페이퍼를 쓰려고 해도 쓸 글이 없더라고요.ㅋㅋ 글을 길게 쓰는 것도 능력이다 싶어요.

긴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오랜만에 긴 답글을 써 봤네요. 님 덕분입니다. 좋은 가을날 보내세요.

감은빛 2023-11-03 16:04   좋아요 2 | URL
■ 케틀벨 운동 강추입니다. 아령으로도 비슷하게 할 수 있는데, 무게 중심이 달라서 케틀벨로 하시는 것이 더 좋아요. 가장 기본이 되는 스윙부터 천천히 익히시고, 좀 익숙해지시면 클린 앤 저크도 시도해보세요.
□ 그런데 정말 테니스 엘보가 있으면 운동을 조심해서 하셔야 하겠네요. 철봉은 자신의 몸무게를 들어올려야 하는 운동이라서 사실 초심자들에게 매우 어려운 운동입니다. 저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아령이나 케틀벨 낮은 무게로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신춘문예를 다시 도전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요. 매일 출근하는 삶을 그만두면 본격적으로 쓰려고 합니다.
□ 저는 짧은 글을 쓰는 것이 너무 어려워요. 매번 청탁받은 원고 분량보다 두세배 이상을 쓴 다음에 줄이는 방식으로 마감을 하는데, 글을 줄이는 것이 참 어렵고 힘들더라구요. 짧게 임팩트 있게 잘 쓰시는 분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2023-11-03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나리자 2023-11-08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ㅎ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재미난 일도 있지만 고단한 삶이기도 하지요.
늘 뭐 먹을까 고민해야 하고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일을 해내야 하는 등
끝이 없지요. 그래도 사우나 찜질방에 가자고 하면 얼른 따라 나서세요.ㅎ
전 딸이 없어서.ㅎ 최근 일본 여행 덕분에 온천에 매일 가고 나서 너무 좋았어요.
매일 돌아다닌 피로를 탕욕으로 싹 풀 수 있어서 아, 이 맛에 온천을 하는구나 했어요.ㅎ

맨 아래 인용글을 보니 무관심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모든 사건사고들은 아마도 잘 들어주지 않고 나쁜 감정을 키우는 바람에 비롯되었을 테니까요.

연재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남은 날 잘 마무리 하시면 아마도 자신있게 또 연재를 받으실 것 같은데요.^^
11월에도 페크님의 글쓰기 응원합니다.^^

페크pek0501 2023-11-12 16:05   좋아요 0 | URL
모나리자 님은 딸이 없으시군요. 저는 딸 바보인 아빠와 삽니다. 딸에겐 아빠 사랑이 최고죠.
일본 여행을 하셨군요. 온천욕 좋지요. 일단 몸 컨디션이 괜찮아야 여행도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하잖아요.

시간적 여유가 없어 오늘에야 글을 올렸어요. 감사합니다. 모나리자 님의 글쓰기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