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는 격언은 새가 일찍 일어나서 먹이를 찾았다는 뜻이지만, 벌레 입장에서 보면 일찍 일어나서 죽임을 당했다는 뜻이 된다. 벌레가 어디 숨어서 자고 있으면 죽임을 안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쪽은 부지런해 먹이를 찾고, 다른 한쪽은 부지런해 죽임을 당한다. 이 격언은 주체를 어느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 인생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주체를 어느 쪽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시각차’라는 게 생기므로.
2.
책상 정리를 하고 독서를 할 것인가, 독서를 하고 책상 정리를 할 것인가? 책상 정리를 먼저 하게 되면 그 일로 에너지가 소모되어 쉬고 싶은 생각이 들어 독서하기 힘들어질 것 같다. 일단 독서를 하고 나서 책상 정리를 하자, 하는 쪽이 좋을 것 같다. 중요한 걸 맨 앞으로.
3.
난 여러 권을 병행해서 읽는 습관이 있는데 내용이 헷갈리지 않는 이유는 각기 다른 장르를 읽기 때문이다. 칼럼집, 소설, 에세이, 과학책 등을 함께 읽는 식이다. 만약 문체가 비슷한 작가의 에세이 두 권을 함께 읽는다면 헷갈릴 것이다. 한 시간은 이 책을, 한 시간은 저 책을 읽는다. 어제는 이 책을, 오늘은 저 책을 읽기도 한다. 왜 그렇게 여러 권을 함께 읽느냐? 하고 묻는 이가 있다면 이것에 대한 답은 ‘마음 끄는 책이 많기 때문이다.’가 되겠다. 피자만 먹고 싶은 게 아니라 스파케티도 먹고 싶고 콜라도 먹고 싶은 것처럼.
4.
더운 여름엔 미세먼지가 없는 점에 집중하고 미세먼지가 많은 봄엔 덥지 않은 점에 집중하면 좋을 듯하다. 그런데 우리 대부분은 거꾸로 집중하고 사는 것 같다. 여름엔 더위에 집중하고 봄엔 미세먼지에 집중하고.
5.
오늘 날씨가 무척 좋다고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늦여름인데 딱 늦여름의 날씨 같다. 오늘 새벽엔 잠자다가 다리가 추워서 이불을 끌어 덮었을 정도로 서늘함을 느꼈다. 서늘함이 느껴지는 여름, 이보다 더 좋은 날씨가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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