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 작가가 책을 낼 때마다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으로 살펴보게 된다.
<낯선 시선>이란 책을 검색해 보자마자 이건 무조건 사야 돼, 하면서
장바구니에 담아 놨다가 구입하게 됐다.
그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2009년이었다.
그때 읽은 것은 <페미니즘의 도전>이었다.
이 책을 사고의 뒤집힘을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책으로 읽었다.
<낯선 시선>, 이 책 또한 그런 기대로 읽고 있다.
머릿속에서 잊고 있던 것들을 상기시키고, 고정되어 버린 것들을 깨고 싶은

나에게

이런 책은 언제나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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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회적 관계는 언어에서 시작한다. 다음 사례를 보자. 맘대로 해고를 ‘노동 시장 유연성’이라고 한다. 제주는 육지의 시각에서 보면 ‘변방’이지만, 태평양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관문’이다. 해남 주민들은 해남을 ‘땅끝 마을’이 아니라 땅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말한다. 장보기 같은 가사 노동은 노동인가, 소비인가? 서구인이 말하는 지리상의 발견은 발견‘당한’ 현지인에겐 대량 학살이었다. 강자의 언설은 보편성으로 인식되지만 약자의 주장은 ‘불평불만’으로 간주된다. 언어의 세계에 중립은 없다.(106~107쪽)

 

 

내가 생각하는 평화로운 사회는 ‘만주어’가 소멸되지 않는, 다양한 시각의 언어가 검열 없이 들리는 세상이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의 언어는 드러나기가 쉽지 않아 생소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폭력으로 가정이 깨져서 문제가 아니라 웬만한 폭력으로도 가정이 안 깨지는 게 더 큰 문제가 아닐까요?” 이렇게 반문하면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기존의 사고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어렵게 들리는 것이다.(107쪽)

 

 

쉬운 글을 선호하는 사회는 위험하다. 쉬운 글은 내용이 쉬워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여서 쉬운 것이다. 쉬운 글은 지구를 망가뜨리고(종이 낭비), 약자의 목소리를 억압하며, 새로운 사유의 등장을 가로막아 사이비 지식을 양산한다. 쉬운 글이 두려운 이유다.(108쪽)

 


- 정희진 저, <낯선 시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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