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한 일이다.

 

같은 사람의 눈으로 보아도 사물은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오래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우리 집이 다른 데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어릴 때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 살았던 곳이 있었다.

 

나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가 그때까지도 살고 있어 그곳에 놀러 간 적이 있다.

 

중학생 때였으니 그곳을 떠난 지 4년쯤 되어서겠다.

 

동네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내가 상상했던 그 동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동네 골목도 작고, 그 부근에 있는 계단도 작고, 군것질거리로 가득 찬 가게도 작고, 심지어 내가 살던 집도 작았다.

 

모든 게 작아졌다고 느꼈다.

 

그래서 거기에 사는 친구에게 자꾸 물었다.

 

왜 이렇게 여기가 작아졌지? 라고.

 

그 친구는 내 느낌에 공감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했다.

 

오랜만에 그곳에 가 본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

 

4년이란 시간은 그렇게 마술을 부렸다.

 

따지고 보면 시간이 마술을 부린 게 아니라 경험이 마술을 부린 것이다.

 

그 친구와 나의 시각 차이는 ‘이사’라는 걸 경험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의 차이니까.

 

무엇의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우리 시각에 있어서 중요한 변수다.

 

그러니 연인이든 친구든 두 사람 사이에서 변심한 사람이 생기면, 시간이 변심하게 만들었다기보다 인생 경험이 변심하게 만들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마다 역사를 보는 관점이 다른 것도 인생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인가.

 

 

 

 

 


..................
오늘 어느 서재에 댓글을 썼습니다.
그 댓글을 다듬고 정리해 본 글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시각이 다른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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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5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8-06-05 14:43   좋아요 1 | URL
저, 댓글 활용을 잘 했지요? ㅋㅋ

stella.K 2018-06-05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 마지막 구절이 못내 비장하기까지 합니다.ㅋ

그렇죠? 저도 저 살던 동네에 못 가보겠더라구요.
저 놀던 때와 너무 달라져 있는 모습에 충격 받을 것 같아서.
아니면 나의 옛날은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서글플 것 같아서.
그냥 어린 시절은 기억속에 고히 간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학교 교실은 정말 작더군요.
이런데서 어떻게 공부하고 복닥거렸을까 싶어요.
예전에 무슨 중학교로 관찰 나간 적 있었거든요.ㅋ

페크pek0501 2018-06-05 16:22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 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많이 있어요. 예를 들면 작은 방에서 여럿이 잠을 잤던 것, 뜨거운 여름에 뛰면 더 더웠을 텐데 뛰어다녔던 것...ㅋ

cyrus 2018-06-06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간 날 때마다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를 혼자서 산책해요. 세월이 흐르면서 동네 모습이 달라졌지만, 제가 살았던 집 주변은 그대로였어요. 볼 때마다 신기해요. ^^

페크pek0501 2018-06-07 13:09   좋아요 0 | URL
참 좋겠습니다. 님은 고향을 갖고 계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저는 어릴 때 살았던 동네가 아파트 지대로 바뀌어 버려서 이젠 가 봐도 어디가 어딘지 모를 겁니다.
추억할 곳이 있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2018-06-08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09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09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09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8-06-10 1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김민식 피디가 만든 ‘이별이 떠났다‘ 잠깐 봤는데요.
주인공 채시라가 오래전 행복할때 가족여행에서 먹은 맛있는 제주 ‘문어라면‘을 다시 먹은거예요.
한 젓가락 입에 넣었는데 그 맛이 아닌거죠...
40년째 한자리에서 문어라면을 판매한 할머니는 맛이 변한게 아니라 손님의 마음이 변한거라고...‘
그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저도 성인이 되서 초등학교 모교에 갔는데 운동장이 어찌나 작던지...ㅎㅎ




페크pek0501 2018-06-10 13:05   좋아요 1 | URL
아주 좋은 댓글을 쓰셨습니다. 기억해 놓을 만한 이야기네요.

운동장, 정말 그렇죠? 예전엔 크게 보였을 텐데 말이죠.

세실 님, 좋은 일요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