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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리즘의 문화정치>
2009-12-03
대처리즘의 문화정치
스튜어트 홀 지음, 임영호 옮김 / 한나래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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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리즘은 20세기 영국 정치의 근간을 이루었던 이러한 정치적 합의와 전통의 대대적인 재편과 시장, 개인주의의 부활을 표방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대처리즘 국가 역시 이데올로기적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적극적인 개입주의의 성격을 띤다. 시장과 경제 문제에서는 자유주의와 탈규제를 추구하지만, 이데올로기 부문에서는 개입주의적인 양면성을 띠는 게 바로 대처리즘 국가의 특징이다. 홀의 권위주의적 포퓰리즘 개념은 바로 대처리즘의 이런 복합적 성격을 부각시킨다. 그런데 도덕적 경찰로서의 국가 역할은 바로 홀을 비롯해 여러 연구자들이 1970년대 중반 <위기의 관리 Policing the Crisis>에서 이미 제기한 문제이다.-11쪽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처리즘은 '자유 시장'과 경제인이라는 자유주의 담론과 전통, 가족, 국가, 명예, 가부장주의와 질서 등의 유기적 보수주의의 주제를 결합해 새로운 담론 접합체를 만들어낸 것으로 간주된다.(21) 문화적으로 대처리즘 프로젝트는 '퇴행적 근대화 regressive modernization'의 한 형태로 정의된다. 이는 사회를 '교육'하고 규율화해서 특정한 퇴행적 근대성 형태로 변화시키려는 시도인데, 이 과정은 똑같이 퇴행적인 과거의 (근대성) 형태를 통해 사회를 과거로 회귀시킴으로써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21~22쪽

이 분석이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문화 현상이다. 그리고 대처리즘이 긴 기간에 걸쳐 발전해왔고 변화했기에, 어느 편인가 하면 그것의 문화적 기원과 문화 지형에 더 많이 주목하게 되었다. 좀 더 정통파적이거나 전통적인 해석에서는 주된 문제에서는 벗어나는 '주변적인'문제처럼 보일지 모르는 갈등 영역들이 '헤게모니' 분석이란 관점에서는 절대적으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도덕적 행위에 관한 문제라든지,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관한 문제라든지, 인종과 종족성 ethnicity문제라든지, 생태학이나 환경 관련 이슈, 문화적, 국가적 정체성 문제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처리즘은 '내부의 적'을 찾아 내려하고, 사회적 삶에서 다양한 구분이나 정체성의 영역을 가로질러 새로운 구분이나 정체성 구분을 만들어내면서 작동한다. 대처리즘은 '남성적인' 정통적인 취향과 성향, 선호, 의견, 편견 등을 갖춘 고상하고 가부장적이며 기업가적인 주체를 우리의 주관적 세계를 장악할 수 있는 보장책이자 안정된 주체적 기반으로 구축한다. 대처리즘은 특히 편협하고 특정 종족 중심적이며 배타적인 '국가 정체성' 안에 자신의 뿌리를 두고 있다.-32쪽

대처리즘이란 상당 부분 상식의 재구성에 관한 것이다. 즉 대처리즘의 목적은 '이 시대의 상식'이 되는 것이다. 상식은 평범하고 실제적이며, 일상적인 계산 방식의 틀을 형성하며, 마치 우리가 숨 쉬는 공기처럼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것은 실제와 사고에서 그냥 '당연시'되고 모든 대화가 시작되는 출발점(이는 결코 검토나 의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을 이루며 모든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가정하는 전제가 된다. 스스로 역사에서 벗어나 자연의 영역으로 자연화하고, 그리하여 드러나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은 모든 이데올로기가 꿈꾸는 바이다. -33쪽

국가 장치가 교정과 강제 기능을 강화하게 된 것은 이데올로기 풍조가 대체로 훨씬 엄격한 사회적 규울 체제를 선호하는 쪽으로 극적으로 악화된 것과 관련되어 있다. (중략)1972년과 74년 사이에 집권 정부, 억압적 국가 장치, 미디어와 몇몇 여론 표출 부문들은 마침내 서로 맞물린 계획적 혹은 조직적인 공모에 의해 '위기'를 활용하게 되었다. (중략)물론 공모의 유령이 이렇게 서서히 성장하게 되면 - 대다수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기 패러다임과 마찬가지로 - 물질적 효과가 발생한다.(58) 이것이 유포되면 국가의 논리를 위협하거나 거기에 반대되는 것은 무엇이든 공식적으로 억압하는 조치가 정당성을 얻게 된다. 그렇다면 이것의 전제는 사회 전체를 국가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국가는 대중적 의지의 산발적인 합의를 관료적으로 구현한 것이자, 이를 강력하게 조직화하는 중심이며, 그것을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 정당하며, (비록 그것이 '옳지' 않다 하더라도) 합의를 위협하는 것은 누구든 국가를 위협하는 셈이다. 이는 치명적인 굴복이다. 이 등식의 배후에서 예외적 국가는 번영을 누린다.(59)-58~59쪽

특정한 집단이 '도덕적 공황 moral panics'이라는 방법에 의해 여론은 사회적으로 권위주의적인 태도로 한결같이 또 끊임없이 길들여진다.(60) 지금은 대단히 중요한 계기이다. 즉 지금은 '동의를 통한 헤게모니'의 방안들이 고갈되었기 때문에, 국가의 좀 더 억압적인 특징들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시점이다. 여기서는 헤게모니의 행사 내에서 움직이는 시계추가, 동의가 강제를 능가하던 데에서 벗어나 말하자면 강제가 동의를 확보하는 자연적이고 관행적인 행태로 되는 여건으로 결정적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헤게모니의 내부 균형 이동 - 즉 동의에서 강제로 - 은 (실제적이든 상상적이든) 사회 세력들이 점차 양극화하는 데 대한 국가 내부의 대응이다. 바로 이것이 '헤게모니의 위기'가 재현되는 방식이다. 통제는 완만한 단계별로 점진적으로 집행하게 된다. 위기가 초래하는 '골칫거리'에는 영역마다 각각 다른 방식으로 통제가 가해진다. 여기서 매우 흥미롭고 의미심장한 것은 이 통제가 두 가지 수준에서(즉 위에서와 밑에서) 동시에 발생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는 갈등과 투쟁의 강제적인 관리라는 형태를 띠는데,-60/ 81쪽

이는 역설적이게도 대중적 '동의'도 갖추고 이미 정당성도 획득한 것이다. 영국의 국가가 '예외적인' 위치로 빠져들때 취하는 구체적인 형태를 우리는 잠시도 놓쳐서는 안 된다. '파시즘'같은 단순한 구호들은 모든 것을 편리하게 은폐해버린다. (81)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소수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과 서로 엮이게 된다. '모든 사람'의 이익은 지도층의 보호를 따를 때 적절한 보호 방치를 발견하게 된다. 이제 국가는 말없는 다수(즉 '온건파들')를 위해 또 이들을 지키기 위해 '극단파'와 투쟁하는 캠페인을 공개적이고 정당하게 전개할 수 있다. 이것이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이다. '법과 질서' 중심의 사회가 은근슬쩍 자리 잡은 것이다. -81, 83쪽

이데올로기적으로 '법과 질서' 중심의 사회로 넘어가는 실제 경로에는 아주 구체적인 과정이 뒤따른다. 핵심만 말하자면, 이 시대의 초창기에는 대체 효과 displacement effect라고 불리는 것에 의해 이 과정이 유지되었다. 이 대체 효과는 위기가 다수의 사회적 경험(사회적 불안)에 전유되고 일련의 거짓 '해결책'을 거쳐 주로 도덕적 공황의 연속 형태를 취하게 되는 그 방식을 위기 자체와 연관짓도록 하는 것이다.이는 마치 사회적 불안이 고조될 때마다 그럴듯하게 불안의 대상처럼 보이는 주제들에 공포를 투사해서 일시적 안도감을 얻는 것과 같다. 이러한 주제로는 악마의 발견, 민중적 악당의 설정, 도덕 캠페인의 전개, 고발과 통제의 속죄, 요컨대 도덕적 공황의 사이클을 들 수 있다. -85쪽

법과 질서의 언어는 포퓰리즘적 도덕주의에 근거해 유지된다. 바로 여기서 '좋은 편'대 '나쁜 편',문명과 비문명의 기준, 무정부와 질서 사이의 선택을 구분하는 거창한 구문론적 법칙은 바로 여기서 세상을 끊임없이 둘로 쪼개 각자 지정된 위치로 분류/배치한다. 법과 질서 회복을 외치는 십자군들이 대중적 도덕성과 상식적 양심을 장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이 영역에서는 '가치'와 도덕적 쟁점들이 작동된다는 바로 그 점에서 주로 비롯된다. 이러한 가치의 작동은 또한 노동 계급 지역과 그 인근에서 겪게 되는 범죄와 절도, 귀중한 재산 손실의 경험과 예상치 못한 공격에 대한 두려움을 구체적으로 건드리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이 현상의 원인에 대해 아무런 다른 해결책을 널리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우파가 자신의 권위주의적 강령에 대한 동의를 구축하는 데 아주 긴요한 '권위의 필요성'에 사람들이 집착하도록 유도한다. -120쪽

포클랜드 위기 자체는 예기치 못한 일일 수 있으나, 이것을 포퓰리즘적인 대의로 구성해낸 방식은 예기치 못한 일이 아니다. 이것은 대처리즘 포퓰리즘의 전체 궤도에서 최고점에 해당한다. 공식적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정치인들이 지녀야 할 자질, 즉 선거에서 정치 강령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능력 이상의 것으로라는 뜻으로 나는 '포퓰리즘'이란 용(154)어를 사용한다. 이는 대처리즘 정치에서 중심적인 프로젝트인데, 신자유주의 정책들의 기반을 직접적으로 '국민'에 대한 호소 위에 두고, 상식적 경험과 실천적 도덕주의라는 본질적 범주에 이 정책들의 뿌리를 두며, 이리 하여 계급, 집단, 이해 관계들을(단순히 일깨우는 데 그치지 않고)재구성해 특성한 방식의 '국민' 개념으로 만들려는 프로젝트를 말한다.-154~155쪽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은 1970년대 중반 '새로운 우파'의 형성과 더불어 영국의 현장에 등장한 새로운 헤게모니 정치 형태를 특징 짓는 한 가지 방식이다. 이는 사회적, 정치적 세력들 간의 균형에서 일어난 변동을 묘사하며, 또한 국가를 통해 사회에서 제도화된 정치적 권위와 사회적 규제 형태에서 일어난 변화도 기술한다. 사회와 국가의 무게 중심을 '권위주의적'규제의 축 쪽으로 더 가깝게 옮겨놓으려는 시도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사회가 점차 방향을 잃고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드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상태에서,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은 사회적 규율과 리더십의 새로운 체제를 '위로부터' 부과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이(182) 전략의 '포퓰리즘적'부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로부터의' 사회적 권위와 규제의 새로운 형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반드시 '밑으로부터의' 대중적 공포와 불안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 법과 질서 유형의 사회로 표류하는 현상은 이 움직임을 뚜렷이 보여 주는 지표이다. 이 움직임에 핵심적인 부분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공식적인 장치들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규율을 강화하는 조치가 단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182~183쪽

그람시에게 '헤게모니' 문제란 세력 관계의 작동이 중단되는 상황이 되는 영구적인 사물의 상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지금쯤 자명해졌을 것이다. 그것은 지배 계급 권력의 기능적 조건도 아니고 전적으로 '이데올로기적 동의' 나 '문화적 영향'의 문제도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윤리적 국가'의 쟁점이다. 즉 이것은 모든 사회 활동의 수준에 걸쳐 사회적 권위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중단 없는 작업을 말하는데, 이를 통해 '국가의 수준을 좀 더 일반적인 단계로 끌어올리는' 데 충분할 정도로 '경제적, 정치적, 지적, 도덕적 통일의 계기'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271쪽

<법과 '사회 질서' 대 법과 질서> 두 번째 측면은 위기 상황에서 경제적, 정치적 투쟁을 제어하기 위해 국가가 강제적 권위와 억압적 기구에 점차 의존하게 된 것과 관련이 있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사회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생활 수준을 지키려는 투쟁이 격화되었으며, 이 때문에 국가는 점차 국가의 강제적 측면과 법적 기구의 교육적, 훈육적 효과에 의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가 여기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현상들이 / 다.-277~278쪽

즉 시간이 흐르면서 정치 집단과 개인에 대한 경찰의 권한과 감시가 확대되었고, 광범위한 사회 갈등 영역에서 경찰과 법적 기구의 동원이 늘어났으며, 경제와 산업 분야의 계급 투쟁 저지에서 사법부의 강제력의 역할이 증가했고, 시위와 파업을 법적으로 제한한 노사 관계법 같은 새로운 사법적 수단의 동원이 잦아졌고, 공모 혐의에 대한 기소와 정치 재판이 늘어났으며, '긴급 상황'을 느슨하게 정의하는 바람에 인신 보호 영장이 남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 수호, 정치 질서 전복 방지라는 주제들에 관해 법적, 사법적 개념과 담론들이 정교하게 마련되고, 이것들을 다시 범죄를 도덕적 타락과 사회적 권위의 붕괴를 보여주는 '징후'로 보는 관점과 연결되었다는 것 역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현상이다.-278쪽

도덕적 규제의 회복을 요구하는 '밑으로부터의 외침'은 우선 소요의 즉각적인 징후들(범죄, 비행, 도덕적 관용성의 증가)을 포착하고, 조직화된 풀뿌리 이데올로기 세력들의 도움을 받아 이것들을 일반적인 '도덕 질서의 위기'라는 시나리오로 만들어냈다. 이후의 단계에서 이것들은 좀 더 정치화된 위협들과 함축적으로 연결되어, 적들이 '안팎에서' 급증하는 바람에 사회 질서가 도덕적 붕괴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식의 그림을 그려냈다. 이것은 대중적 도덕성의 보편적이고 탈정치화되고 경험적인 언어로 대중의 수준에서 체험되는 '위기'이다. 대중적 도덕성의 담론들을 통해 구체화된(접합된) 범죄와 사회 비행이라는 주제들은 일반 사람들의 직접적 경험, 걱정, 불안을 건드리게 된 / 다. 이 때문에 밑으로부터 발생한 '규율의 요구'는 사회 질서와 권위의 '위로부터'의 강제적 회복에 대한 요구로 바로 그대로 이어졌다. 한편으로는 대중적 불만의 진정한 물질적 원인들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구체적인 이데올로기 세력들과 캠페인들을 통해 이 원인들이 '규율 잡힌 사회'에 대한 일반적인 요구로 재현되는데, 위의 접합은 이 둘을 잇는 다리 구실을 한다. -279~280쪽

이 접합의 주된 효과는 부과 imposition를 통해 질서 회복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일깨운다는 점인데, 바로 이것이 포퓰리즘식 '법과 질서' 운동의 토대를 이룬다. 이것은 거꾸로 국가 활동의 균형이 대중적 정당성을 유지하면서도 '강제성'의 축으로 기울어지는 데 대해 폭넓은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처럼 법적 통제 기구를 좀 더 노골적으로 동원하는 - 즉 '법'을 도덕적 질서에 봉사하도록 하는 - 데에서 대중적 이데올로기 세력들은 적극적으로 조직적 역할을 수행 했다. 우리는 여기서 '도덕적 공해 반대' 로비, 낙태 반대 운동가, '범죄율 증가' 반대 로비, 수는 적지만 맹렬하게 활동하는 '교수형 부활' 선전가들, 또한 무엇보다도 경찰 기구 자체의 역할을 공개적으로 조직된 이데올로기 세력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이 세력들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방식으로 경찰력의 확대를 옹호하고 범죄 수사 절차의 강화, 법적 권리의 박탈, 더 엄격한 처벌과 더 가혹한 구형 정책, 더 고된 감옥 체제를 주장하는 캠페인을 펼쳐왔다. 위기의 측면을 푸는 비결은 - 즉 '예외적인' 시기를 위한 '예외적인' 통제 형태로 가는 추세에서 중심적인 토대는 - -280쪽

바로 대중의 도덕적 이데올로기와 담론들이 지니는 위력이다. 이 이데올로기와 담론들은 실제 경험들과 물질적 여건들에 개입하면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면서도 동시에 이것들을 밑으로부터의 '규율에 대한 요구'로 접합시켜, '민중의 이름으로' 도덕적 권위주의 체제의 / 부과를 선호하게 유도한다.-280~281쪽

법과 질서 영역에서 대처리즘은 대중 이데올로기 속의 전통적 공간, 즉 여러 보수주의 '철학'의 풍토병인 도덕주의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하였/다. 대중적 도덕성의 언어에는 어떤 필연적인 계급 소속성이 없다. 그러나 전통적이며 교정되지 않은 상식은 완고할 정도로 보수적인 세력이며, 여기에는 종교적인 선악 관념, 인간성은 바뀌지 않고 바꿀수도 없다는 고정 관념, 복수에 의한 정의 실현이라는 관념 등이 철저하게 침투할 여지가 있고 실제로도 그래 왔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288쪽

대중적 도덕성에서 핵심은 이것이 대중 계급들 사이에서 가장 실제적인 물질적- 이데올로기적 세력이며, 훈련이나 교육, 철학적 체계화, 해박한 지식, 학습의 도움을 거치지 않고도 계급의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경험에 작용하는 언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회 현실 세계를 명쾌하고 분명한 도덕적 양극화의 축에 따라 배치해줄 수 있는 위력도 갖추었다. 따라서 이는 계급의 대중적 경험을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악한다. 사회적 혼란과 변화기에 이것은 경험을 조직화하여 자신의 평가적 범주로 분류하는 도덕적 준거점을 제공한다. 여건이 갖추어진다면, 전통주의적으로 재현되던 '민중'은 어떤 담론들 안에서 일련의 호명으로 압축되어 정치적 쟁점들을 인습적인 도덕적 절대 가치들로 체계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291쪽

이데올로기로서 대처리즘이 실행하는 것은 국민들의 공포, 불안, 잃어버린 정체성을 겨냥하는 일이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이미지를 통해 정치에 관해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이것은 우리의 집단적 환상, 상상의 공동체로서의 영국, 사회적 심상을 겨냥하고 있다. -327쪽

그람시가 고전적인 형태의 마르크스주의와 결별을 고하는 부분은, 정치가 단지 이미 통일된 집단적인 정치적 정체성, 이미 구성/ 된 투쟁 형태들을 단순히 반영하는 장에 불과하다고 그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에게 정치란 종속적인 영역이 아니다. 특정한 권력 형태, 지배 형태를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경제에서, 사회에서, 문화에서 여러 세력들과 관계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작업해야 하는 곳이 바로 정치이다. 이것은 정치의 생산, 즉 생산으로서의 정치이다. 이 정치 개념은 근본적으로 상황 의존적이며 근본적으로 결과가 열려 있는 것이다. 어떤 정치 투쟁의 산물이 필연적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 예측할 수 있는 역사 법칙이란 전혀 없다. 정치란 어떤 특정 계기에서 세력 관계들에 의존한다.-330쪽

헤게모니가 전적으로 이데올로기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고 그람시는 항상 주장했다. '경제라는 결정적인 핵심' 없이는 헤게모니가 성립할 수 없다. 반대로 해묵은 기계적 경제주의의 함정에 빠져, 경제를 장악할 수만 있다면, 삶의 나머지를 움직일 수 있다고 믿지는 마라. 현대 세계에서 권력의 속성은 이것이 또한 정치적, 도덕적, 지적,문화적, 이데올로기적, 성적 문제들의 관계에서 구성된다는 점이다. -332쪽

문화는 결코 사물만으로 구성된 적이 없으며, 사물과 테크닉의 사회적 사용을 통해 확립된 관계의 특정한 패턴으로 구성될 뿐이다. -415쪽

현재 우리 좌파의 딜레마 중의 하나는 사회주의의 내용과 미래가 어떤 것인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는 식으로 사고하는 습관이다. 사회주의가 마치 이미 완성된 의제, 즉 이미 집필이 끝나 누군가 무대에 올리기만 기다리는 연극 대본인 것처럼 우리는 사회주의에 관해 이야기한다. (중략) 믿음은 신자에게 맡겨두어야 한다.-422쪽

대처리즘의 승리는 이기심과 속죄양 이데올로기의 승리에 해당한다. 국가의 실패는 개인의 방탕의 결과라고 이들은 믿었다. -4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