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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광화문에서 반값등록금 집회 전, '책읽는 시위'가 열렸습니다. 시민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기부하셨더군요. 《쿨하게 사과하라》를 읽는 분이 자주 보였다는. 사실 '그 분'이 읽으셔야 하는데. 

 

김제동씨도 어제 오셨습니다. 모범을 보이려고 독서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가만히 놓아두지 않아 이내 사라지셨다는. (저도 그 한 명이 된 것 같아 죄송하네요) 

신선하긴 한데, 좀 컨셉을 더 잡고 갔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알뜰한 건 좋지만, 책만 달랑 받고 집회 안 오신 분들 좀 얄밉더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자주 집회 참석하는데 참여율이 저조합니다...시민들이 힘을 보태주세요. 



 
 
루쉰P 2011-06-06 11:00   댓글달기 | URL
아뿔사!! 저 어제 광화문에 갔었는데 어쩐지 전경차들이 많더군요. 저런 좋은 행사가 있었으면 갔었을텐데 죄송하네요. 영풍문고에 책 구경하러 갔었거든요. ^^ 암튼 대단하셔요. 책만 달랑 받고 안 오신 분들은 저도 얄미운데요..^^;;;

얼그레이효과 2011-06-09 15:39   URL
가아겠다는 마음이 계속 생겨 며칠 참여했네요. 학생들의 분노를 이 정부가 이 사회가 무시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2011-06-09 15:04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9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9 15:45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9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에 갔다가 건진 책들.  

사회학의 발전을 위하여~!



 
 
 

사는 곳이 복층 구조로 되어 있는데, 요즘 올라가기가 두렵다. 그 이유는 윗층이 한쪽으로 점점 기울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원인은 책 때문인 것 같다. 책 욕심으로 인한 층 붕괴가 오지 않을까 두려움이 앞선다. 이 두려움과 함께 따라 오는 두려움은, 책을 읽지는 않고 사기만 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다. 

반성완 선생 번역 ver.의 '벤야민의 문예이론'을 오랜만에 읽고 나서, 이 두려움은 더 커졌다.   

진정성의 밤이 가고, 속물의 아침이 찾아왔다. 

자야겠다. 

 Unpacking my library. 



 
 
손님 2010-05-14 08:41   댓글달기 | URL
읽지는 않고 사기만 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
으윽~~찔려요~~

L.SHIN 2010-05-14 09:03   URL
나도...ㅡ.,ㅡ

얼그레이효과 2010-05-15 00:06   URL
안 찔리셔도 됩니다. 그런 두려움은^^

고고씽휘모리 2010-05-14 09:20   댓글달기 | URL
얼그레이효과님 얼른 조치를 취하심이..
저는 책 싾아둔 것이 늘 쏟아질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냥 살았는데
정말 자는데 머리위로 쏟아져서 사고사로 신문에 날뻔 했었답니다 ㅎ

얼그레이효과 2010-05-15 00:06   URL
독서광들의 삶이란..^^'

웬디양 2010-05-14 10:20   댓글달기 | URL
진정성의 밤, 속물의 아침. (아멘)

얼그레이효과 2010-05-15 00:07   URL
다시 진정성의 밤이 왔습니다.^^
 

가끔 지하철을 타거나, 카페에서 책 읽다가 바깥 풍경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한다. 책과 옷의 관계란 것이 있을까. 몇 달 전 일이다. 학회 세미나에 참여했다. 발표자의 발표가 끝나고, 사회자가 플로어에 발언 기회를 줬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아서 한 마디 거들었다. 하다 보니 침이 튀고, 좀 격정적으로 그동안 공부했던 책의 내용과 내 주장이 나왔다. 한 중견 교수가, 세미나가 끝나고 다가와 이런 말을 했다. "아니, 어찌 이런 옷을 입은 얘가 그런 생각을?" 집에 돌아와서 엄청 웃었다. 나는 그 날 슬림한 가죽 점퍼에 블랙진, 워커를 신고 갔었다. 평소에 옷 입는 것에 신경을 쓰는 편인데, 교수가 보기엔, 좀 '날라리'같이 보였나보다. (갑자기, 90년대 문화현상 분석 중 하나였던, '양아치론'과 '날라리론'의 주창자, 서동진 선생과 노염화 선생이 기억난다.-궁금한 분은 강준만의 <한국현대사산책 1990년대 편>을 참조하시길) 

좀 확장시켜 보자면, 이건 책의 외연과 내 외연의 문제가 얽혀 있다. 더 나아가 앎의 외연과 내 외연의 문제도 얽혀 있는 것 같다. 지하철로 오래 등,하교를 하다보니, 익숙한 관찰법이 있다. 책을 들고, 읽다가, 사람들을 한 번 쳐다본다. 주로 책 읽는 사람들이 내가 다니는 시간 때 많다. 이것도 예전 일이었다. 지하철에서 긴 체인을 건 바지에, 귀걸이를 하고, 왁스를 심하게 바른 쫄티 입은 남자를 봤다. 나도 인간인지라, 선입견의 동물이 일단 되어버린다. 으레 고요한 지하철을 뒤흔들 컬러링으로 곧 소요를 일으키거나, 욕지거리 섞어가며, 주위사람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통화할 인상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그의 손에 들린 책은 진중권의 <교수대 위의 까치>였다.   "허걱?"했다. "책 재미있어요?"하고 묻고 싶었는데, 차마 용기를 내지 못했다. 

이런 책과 옷의 관계는 엇나가야 제 맛이다. 좀 거친 비유를 들자면, 사라 제시카 파커를 따라한 한 여성이, 서유미의 <쿨하게 한 걸음>이나, 백영옥의 <스타일>을 읽고 있으면 싱겁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좀 나은 버젼이 정이현의 소설이나 김애란의 소설을 들고 있는 것일텐데, 그것도 싱겁다. 어쩔 때는, 어울리는 매칭도 있다. 화장끼가 전혀 없는 맨 얼굴, 그리고 깔끔하게 정돈된 코트, 그리 과하지 않은 크기의 가방을 들고 있는 여성의 손에 제인 오스틴의 <센스 앤 센서빌리티>나, <브로크백 마운틴>의 영문판이 잡혀 있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황지우의 시집 한 권을 선물 해줬던 친구 한 명이 기억난다. 송송 달린 여드름, 조금 얼룩진 운동화, 수수한 체크 남방을 감춘 점퍼, 약간은 어색하게 왁스로 만들어놓은 헤어스타일. 그 친구는 잘 살고 있으려나.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를 들고, 커피를 한 손에 들고, 머리 위엔 선글라스라. 이런 '온스타일', '올리브 채널'이미지 이제 진부하고 식상하다. 이상하게 이런 순간엔, 약간의 지적 표현이 더 있는 사람이 더센스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책이나, 알튀세르의 책과 펑키 패션을 억지로 권하자니, 이상한 엘리트주의 같기도 하다. 그런데, 때론 그게 우연하게 빠져나오기 힘든 삶의 운명 속에 걸려든, 귀여운 악취미가 되기도 한다.  

책이라는 옷 하나 더 입기.



 
 
조선인 2010-05-13 17:44   댓글달기 | URL
크림색 에스닉 스타일 블라우스랑 베이지색 니트조끼, 검정색바탕 핑크스트라이프 바지, 검정구두에 '일본이야기'면 코디가 어떤 걸까요? 후후

얼그레이효과 2010-05-14 00:07   URL
조선인님, 제 패션 안목이 언급해주신 걸 잘 알 정도는 아니어서 켁. '일본이야기'는 무슨 책인지요? 제가 실은 모르는 책이라 죄송하지만 하나 여쭙네요.^^;

후와 2010-05-13 19:17   댓글달기 | URL
음, 재미있네요. 한번도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또 하나 배웠습니다.
가끔 전철에서 누군가 저를 힐끔힐끔 쳐다본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래서였군요.
후즐근한 행색으로 책을 읽고 있으니 어딘가 매치가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거로군요^^

얼그레이효과 2010-05-14 00:09   URL
후와님, 넘 진지하게 받아들이신 것 같아서. ^^; 부끄러워집니다. 후즐근하다는 표현 오랜만에 보네요. 이 표현 귀여워서 좋아하는 표현입니다.^^;

손님 2010-05-13 20:12   댓글달기 | URL
지하철을 안타고 다니니 누구에게 제 스타일을 평가받을 일이 없는데...
함 해봐?

얼그레이효과 2010-05-14 00:08   URL
한 번 해보시고, 후기 부탁드립니다.^^;

얼그레이효과 2010-05-13 21:55   댓글달기 | URL
다들 이 글 진지하게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내가 너무 심각하게 썼나..ㅡ.,ㅡ)

알리샤 2010-05-13 21:59   댓글달기 | URL

재미있네요. 옷과 책, 책이라는 옷 입기.
저도 지하철 탈 땐 유심히 관찰해봐야겠어요.ㅎㅎ


얼그레이효과 2010-05-13 22:41   URL
반갑습니다.^^ 특이한 풍경 있으면 공유 부탁드려요

웬디양 2010-05-13 22:52   댓글달기 | URL
저는 좀 제가 들고 다니는 책도 신경쓰는 편인데요, (저도 남의 책들을 흘끔 보니까)
본의 아니게, 제가 원하지 않는 책을 읽어야 하는 경우가 생겨요.
(백영옥의 스타일 같은 거, 모임 책이라 읽었었거든요) 그럴 땐 괜히 창피하더라고요. ㅜㅜ

얼그레이효과 2010-05-14 00:04   URL
챙피할 것 까지야..^^; 웬디님 덕분에 저자 이름 수정했습니다.

알리샤 2010-05-15 00:36   댓글달기 | URL

그 글 지워 끝까지 못보셨죠- 제가 가끔 기분에 따라 잘 그럽니다ㅠㅠ 아시는 분들은 쟤 또 저런다 하세요.ㅎㅎ
레모네이드와 랑시에르, 거기까지 좋았어요 정말 상큼했는데
랑시에르 옆에 썬글라스와 정면에 놓인 고급시계가 찍힌 패션잡지는 정말 아니었어요.
뒷얘기를 써놓고 생각할수록 씁쓸했어요. 어쩐지 완벽한 키치라는 느낌이 들어서요.

얼그레이효과 2010-05-15 00:54   URL
음. 정말 레모네이드-랑시에르 딱 거기까진 좋네요.^^

손님 2010-05-15 12:13   댓글달기 | URL
흰 헵번 스커트에 연두색 니트, 금빛 펄 들어간 카디건을 입고 `좋은 이별'을 읽고 있습니다. 적절한 코디일거란 생각을 해요.

얼그레이효과 2010-05-16 00:43   URL
제가 더 면밀히 관찰하려면, 책을 무진장 읽어야 할 것 같군요.^^ 독서에 대한 자극을 받게 됩니다.

롱롱 2010-05-15 15:59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맞아요, 저도 그런 생각을 해요. 그 아나키한 패션과 진중권의 미학은 그나마 어울리지 않나요..? ㅎ
전 어딘가 뭔가 미스매치의,약간 배반적인 일탈을 즐기는 편이라 그런 것이 재밌더군요..ㅎ 오히려 외모랑 다르게 읽기, 이런게 더 좋아요. 히히 일테면 숏팬츠와 컬러 레깅스에다 진짜 재미없어'보이는' 베버(당장 생각나는 사람은 베버, 맑스 이런 분들-_-;;)를 읽는다.. 이런거! 크큭

얼그레이효과 2010-05-16 00:43   URL
롱씨도 한 번 시도해보시죠^^!

롱롱 2010-05-16 01:19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호호 이미 그런다는거^-^* 암튼 글 올리실 때마다 즐거이 읽고 있습니당...ㅎㅎ

얼그레이효과 2010-05-16 10:18   URL
고맙습니다!
 
[뒷북] 책의 날 기념, 10문 10답 이벤트!

'대세 따르기'는 좀처럼 좋아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이런 이벤트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동참한다.  

1. 개인적으로 만나, 인생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고픈 저자가 있다면?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인물 두 명을 꼽으라면, 게오르그 짐멜과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였던 것 같다. 짐멜이나 엘리아스 둘 다 사회학자들의 사회사를 다룬다면, 심심하지 않은 인생담을 제공해주리라 생각한다. 엘리아스의 경우, 오히려 늦게 빛을 본 학자다. 공부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머리에 윤활유를 발라서 버티어주는 뇌의 한계를 이야기하는 시기, 그리고 한창 세상에 빛을 보는 어떤 시기, 마지막으로 사회가 규정짓는 /구성하는 어떤 '전성기의 나이'를 볼 때, 엘리아스는 '노년' 이었을 때 오히려 그의 머리 위에 가장 높은 곳에서 해가 떠올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는 늙었을 때 외려 젊었다. 더욱 더 큰 정력의 정점을 찍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죽어가는 자의 고독>에서 그는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술회를 사회학도의 사명을 가지고 감성적이면서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시도를 선보인다. 그 책을 읽었을 때, 나도 (엘리아스처럼) 이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보충해서, 한 명을 더 꼽자면. 

 

 

 

 

 

 

 

 

많은 이들이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위르겐 하버마스가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테마로 강연을 한다면, 흥미로운 만담을 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행위이론>을 읽어보면, 그의 인생이 보이는 것 같다. 예전에 친구랑 재미로 이런 대입 -게임을 해본 적 있다. 각 지성인들을 각 대학의 이미지랑 한 번 연관시켜본다면? (어차피 유머이니 오해는 없기 바란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서강대', 피에르 부르디외는 '고려대', 앤서니 기든스는 '연세대', 그렇다면 하버마스는? 이러니, 함께 게임을 하던 친구와 나는 같이 '하버마스-서울대'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공부만 했을 것 같은 이미지, 골덴 마이에 수수한 면바지,적당히 빗어넘긴 생머리. 범생이 이미지로 "교수님 그건 아니죠"하며 과감히 손들어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 도서관에서 매일 고개를 숙인 채 뭔가를 파는 학생이 연상된다. 그의 책은 그러나 점잖은 이미지와 달리, 다들 알다시피, 엄청난 열정과 파격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명성이 쌓여갈수록, 외려 더 모범적으로 기존의 논의들을 다루었으며, 논쟁에 참여하는 자세를 보였다. 워낙 부족한 나이기에 그의 책을 이렇게 평가한다는 건 실례가 될 수도 있지만, <의사소통행위이론>1,2권을 보면 그의 '아마추어적인 열정'이 보인다. 그는 늘 뜨거웠으며, 기교를 부리지 않았다. 자신이 참조하는 이론의 한 톨, 한 톨을 장거리 달리기 주자처럼 끈기있게 보는 의지를 글 안에 채워 넣었다. 하버마스적 열정은 그 스스로를 비판사회이론의 거두로서, 또 우리 시대 지성사의 가장 위대한 파이터 중 한 명으로 남게 한 건 분명해보인다. 그는 정말 많이 싸웠다. 그랬을 때 거기서 나온 후일담들은 의외로 재미있었을 것 같다. 누가 '하버마스-후일담'이런 책 안 내려나.-.-?
 

2. 단 하루, 책 속 등장 인물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누구의 삶을 살고 싶으세요?
 

 


 
 

 

 

 

 

 

 나는 늘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소설 중 주인공의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가져본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도시라는 얇은 살얼음판을 걷게 될거야"라는 어느 평론가의 조언에 힘입어 읽어본 책이 <제발 조용히 좀 해요>. 로버트 알트만의 <숏 컷>,폴 토마스 앤더슨의 <매그놀리아>같은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는 나이기에, 카버의 소설집은 늘 나를 그런 영화들의 주인공, 그리고 카버의 책 속 주인공들이 사는 나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상한 행동이 아닌데, 이상한 것처럼 쳐다보는 도시인들. 혹은 그런 이상한 것 마저도 무미건조한 무관심 속에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도시적 시간. 너무나 차분하게 시간이 흘러가서, 왜 사람들이 나를 안 보지?같은 이상한 걱정을 하게 되는 시간. 그래, 차라리 개구리 우박이나 내려라. 

 

3. 읽기 전과 읽고 난 후가 완전히 달랐던, 이른바 ‘낚인’ 책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미디어의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나이기에, 저자가 어떤 '종언론'을 펼칠 것인가 호기심이 생겼던 책이다. 나는 많은 비판을 받는 '종언론 자체'에 대해 오히려 큰 호감을 보이는 편인데, 그 이유는 종언론 자체가 주는 어떤 긴장감, 혹은 그러한 선언을 펼치는 '나'의 절망감이 때론 귀엽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언론'과 연관되는 '~는 죽었다' 이런 제목은 겉표지만 보고 샀다가는 큰 코 다친다. 보통 '죽었다'고 하면, '살리는'경우가 다반사기 때문. 이 책은 '책 문화에 대한 절망감'을 물론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책은 살아있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엄연히 말하자면, '종언론'의 경우, 그 종언의 대상이 되는 건 아직 그 명맥을 가냘프게라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아예 끝났기보다는 '퇴색'정도의 표현을 '죽음'으로 확 바꾸는 편인데, 나는 이것을 과장됨이라고 보기보다는, 대상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의 사랑은 이해해줘야 하지 않을까. (요즘 이런 사랑 찾기 어렵지 않나. 죽을만큼 사랑한다라는 것 말이야) 

 

4. 표지가 가장 예쁘다고, 책 내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책은? 

 



 
 

 

 

 

 

 

 서동진이라는 저자를 아는 사람들은, 엥? 이 좋은 책의 표지가 왜 그래?라는 질문을 던지곤 했을 것이다. 출판사의 의도? 혹은 저자의 의도? 혹은 제3의 사고인 줄 모르겠으나, 책 알맹이의 그 열정과 달리 너무나 심플한 표지를 보고 나도 처음에 뜨악했다. 그런데, 책을 두 번째 읽고 나서, 이 심플함에 이상하게 호감이 갔다. 좀 과장 해석을 보자면, '시계가 사람 머리보다 크다'. 계발은 무엇보다 시간과 다투어야 한다. 다이어리에 꼼꼼하게 자신을 체크하기. 지하철에서 멍하게 졸지 말기. 자기 전에 책 몇 장 더 보기. 긴장감을 위해, 휴대폰 액정 화면을 조그만 달력 세 개로 채워 다음 달 일정까지 상상해보기.  의자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나이테였으면 말동무라도 해주었을텐데. 이 고개숙인 남자의 삶은 더욱 쓸쓸해보인다.

5. 다시 나와주길, 국내 출간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책이 있다면? 

민음사판, 미셸 푸코의 <말과 사물>이다. 신촌의 모 대학교 도서관에 귀하게  모셔진 책 중 하나다. 책이 너덜너덜해져서, 어떤 귀여운 분이 정성스레 이 책을 소중하게 다뤄줄 것을 메모해 놓았다. 이 책 다시 나와줬으면 좋겠다. 옛날 책 냄새가 좋긴 한데, 다시 보려니 조금 눈이 아프다. 새 책으로 나온다면, 분명 베스트셀러가 될 터인데. 음. (아닌감 -.-)

 
6. 책을 읽다 오탈자가 나오면 어떻게 반응하시는지요.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다 아는 '출판사 동#선'에 대한 불만들. 안 그래도 번역이 개#이라 불만이 많은데, 오탈자까지 있으면 기분 잡친다. 사장님의 열정은 알겠지만, 너무나 훌륭한 유럽의 지적 소산들을 이런 식으로 봐야 하는지 원. '사장님 나빠요~'(블랑카 ver)


 
7. 3번 이상 반복하여 완독한 책이 있으신가요? 

 



 

 

 

 

 

 3번 이상 읽은 책으로 언급하기에 그리 '우아한' 분야가 아니라, 이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로선 이 책에 '완독'이란 표현을 쓰기가 좀 미안한, 그만큼 아직 파헤칠 만한 내용이 많다는 생각을 주는 게 더 크다. 맥루언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미디어의 이해>는 가끔 성경같은 기능을 할 때가 많다. 새로운 것을 이야기할 때, 이 책이 갖는 예언자적 기질은 그 새로움을 이 학자가 이미 40년 이전에 말하고 있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한다. 약간의 놀라움. 이 사람 뭐야. 책 속 내용을 보면, 사모님을 낚으려는 어느 제비족의 사기 같은데, 여러 번 읽어보면 보통이 아니다. 잘생긴 사람이 이런 '문술'을 펼치니 부럽기까지. (마샬 맥루언은 '롤랑 바르트'과에 속하는 '느끼한 미남'인데. 내가 이렇게 생긴 편이라 호감이 가는지도.^^;)

 

8. 어린 시절에 너무 사랑했던, 그래서 (미래의) 내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
 

 아직 나이가 '아이'를 생각할 때가 아니라, 식상하게 <어린왕자>나 <동물농장>같은 책이요, 하고 쉽게 푹 결정내리기는 싫고. 그래서 패스.

 


 
9.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두꺼운(길이가 긴) 책은? 
  

쉽게 쉽게 휙휙 넘겨가며 '읽었다'는 것에 만족한 책을 제외하면, 정말 꼼꼼하게 읽은 두꺼운 책은 

 


 
 

 

 

 

 

 

 리영희 선생님과 임헌영 선생님의 대담집. <대화>. 리영희 선생님의 제자가 내 학부시절 지도교수여서 선생님의 '무용담'을 종종 들을 수 있어, 더 친밀하게 다가왔던 책이다. 선생님의 강연회를 한 번 준비한 적이 있는데, 아프신데도 불구하고, 눈빛은 여전히 살아있는 것에. 대가는 정말 다르다는 걸 느꼈다. 내게 남은 건 이제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있는 눈과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진실을 말해야 할 사명이 있다는 입이라는 걸 보여주는 책이 아닐까. 두껍지만, 더 두꺼웠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한 책.

10. 이 출판사의 책만큼은 신뢰할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는?

특별히 선호하는 출판사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워낙 좋아하는 분야가 '인문사회과학'쪽이라 '돌베게'나 '한길사', '새물결'의 책을 다량 소장하고 있다. '에코리브르'도 늘 선별하는 테마들을 보면 기획팀들이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것 같다. 흥미로운 주제들의 번역서가 꽤 있다. 인문사회과학 시장의 불황 가운데서, 지적인 공간을 확보하려는 '산책자'같은 경우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출판사이기도 하다.



 
 
조선인 2010-04-29 21:32   댓글달기 | URL
미디어의 이해가 성경이라. 일면 공감가고 일면 놀랍고. *^^*

얼그레이효과 2010-04-29 22:39   URL
가만히 놓아두면. 계속 찾아보게 되는 게. 성경 같더라구요.^^

바라 2010-05-02 12:04   댓글달기 | URL
말과 사물은.. 수업 발제 때문에 원서랑 읽고 있는데 정말 오역의 바다더라구요 ㅠ 누군가 제대로 된 전공자가 나서서 새로 번역이 나왔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ㅠ

얼그레이효과 2010-05-02 14:57   URL
바라님의 오역 진단을 가끔 바라님 블로그에서 봤는데, 아직 언어력이 짧은 저에게는 바라님의 그런 걸러내기 신공이 부럽습니다. ㅜ.ㅜ 바라님이 한 번..번역을 시도해주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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