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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침이 4에서 5사이를 가리키면 신호가 온다.


2. "너 왜 이렇게 사람 말하는데 몸을 뒤척이니?"라는 옛 친구의 말이 떠오르면서 다시 컴퓨터를 열심히 쳐다보는 척만 한다.


3. 커피를 방금 마셨는데, 포트를 다시 'ON' 상태로. 이미 그날의 에너지는 그날을 위해 다 썼다는 반응이다.


4. 야근 할 겁니까라는 비의지적,무의지적 질문이 사무실을 떠돌아다닌다.


5. 어이 해야죠. (하지만 '먹튀' 생각 가득)


6. 갑자기 내 책상 옆 책꽂이에 책들이 다 잘 있는지 쓰다듬는 눈빛으로 챙겨본다. 


7. 그리고 조금 더 원고를 본다. (이미 마음은 집에)


8.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저녁은 뭐 먹지 하는 기분으로 내일 가방을 쌀 때도 있다.


9. 내일 가방이란, 결국 손과 어깨에 아무 부담도 주지 않은 채 워킹화를 신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의 여부.


10. 바람이 차네? 파주 날씨를 한번 욕해준다.


11. 컴퓨터를 끈다.


12. 퇴근 카드를 찍는다.


13. 고개를 숙인다. 


14. 다른 건물을 쳐다본다.


15. 버스가 방금 지나갔다.


16. 어색한 사람들과 어색한 눈빛을 교환한다.


17. 질주하는 버스를 잡기 위해 손으로 미리 여러 번 흔들흔들 신호를 보낸다.


18. 탄다.


19. 손에 무엇을 쥔 아가처럼 교통카트가 든 지갑을 꼭 쥔다.


20. 연습할 오늘의 랩 음악을 틀어놓고 흥얼거린다. 



 
 
 

1. '테레비'를 틀어놓고 자면 나름 알람 효과가 있다. 꼭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있는 스포츠 채널을 틀어놓고 다음 날 아침을 기다린다. 사실 새벽기도 주기라는 것이 몸에 스며들어 있어서 04:30분 가까이에 몸에 반응이 오지만. (그렇다고 드림 워커니 뭐니 하는 신조에 휩쓸린 시간 지키기엔 동참하고 싶지 않다) 


2. 칫솔을 찾는다. 아니, 그 전에 몸을 한 번 긁는다. 너무 '드라마스러운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어느 정도 '미디어화'된 인간 아니던가. 여기에 큰일까지 보면 더 드라마스럽겠지만, 내 뱃속이 차마 그것까진..


3. 클래식을 틀어놓는다. 요즘은 쥴리아 피셔의 연주를 듣는다.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이란 바흐의 음악에 조금 몸을 느끼하게 만들어놓는다. 그래야 회사에 가서 온갖 들이대는 자극에 맞설 수 있다.


4. 세수를 한다. 클렌징폼이 다 떨어져간다. 그래서 통을 거꾸로 세워놓았다. 기분탓일 텐데 거품이 제법 많이 남았다는 안도감이 부쩍 늘었다. 거품을 '강박적'으로 낸다. 면도를 자주 했더니 턱 주위가 거칠다. 이제 나도 아빠의 턱을 갖게 되었다. 


5. 향기가 너무 세지 않은 바디로션을 찾는다. 몸 구석구석을 만져준다. 


6. 팬티를 찾는다. CK에서 이젠 리바이스 드로즈가 좋다. 


7. 옷을 뒤적거린다. 대학교 4학년 때 산 옷들을 아직도 입는다. 

오래되어 '비냄새'가 나는 옷들은 신호가 온 건데, 차마 미련을 버리지 못해 집에서라도 입자고 혼잣말을 건넨다.


8. 밤에 켜두었던 컴퓨터 본체를 만져본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랑 함께 살 때 집에 불이 날까 걱정되어 구식 테레비의 뒤를

손으로 만져보던 버릇이 이렇게 넘어왔다. 시스템이 뭔가 이상한지 윈도우 업데이트가 제대로 안 되어 늘 짜증난다. 아침

짜증지수 조금 올라간다. 잘 하지도 않으면서.


9. 마을버스에 가득찰 사람들 모습에 인상을 미리 찌푸려본다. (어차피 앉아갈 거면서)


10. 신호등 안 지킬 저 무시무시한 차들을 미리 째려본다. (나도 안 지킬 거면서)


11. 탄다. 


12. 내린다.


13. 들어간다.


14.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힐링해드린다. (아 진짜 왜 이리 쓰레기가 많아!)


15. 컵 씻는다. 


16. 포트에 물 담는다.


17. 앉아서 회사 메신저를 켜둔다.


18. 오늘의 한마디를 바꾼다.


19. 달력을 본다. 


20. 조금 눈을 붙인다 


+ 9시다. 오늘도 지옥이거나 혹은 좀 더 괜찮은 지옥이거나. 둘 중 하나다.





 
 
 

1


지난주에 어떤 '부드러운' 충고를 들었다. 단단하고 날선 충고보다 그 효력이 오래가는 듯싶었다. 오랜만에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냥 불을 끄고 멍하니 들었던 말들을 곱씹고, 다른 일을 시작하면 되는데. 쉽게 그리되진 않았다. 이불에 묻어 있는 섬유유연제향만이 날 위로해줄 뿐이었지만, 그리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가 하는 그 반복의 소소한 의지만이 위로가 될 뿐이었지만. 언젠가부터 '밤행사'가 되어버린 불을 끄고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는 행위의 리듬 속에서 내게 '이불을 뒤집어쓰고 고민을 한다는 것'은 진한 향수(노스탤지어)이자, 진한 향수이기도 했다.


2

'나잇값'인지 그래도 충격의 완화 효과가 저절로 만들어진다는 느낌은 받는다. 얼마나 이불을 뒤집어쓰고 가슴을 쳤던지 다음 날 일어났을 때 먹먹해진 가슴에 '그냥 오늘 학교는 띵굴까?' 같은 유혹에 쉽게 마음을 열었던 때에 비해선 참 변했다는. 그런 변화의 뿌듯함이 밤을 휘감으면 잠시나마 따가운 소리는 내 귀에 들어오다 그 유입의 과정을 멈춘다.


3

사람이 간사해서 어쩌다 보면 그러한 따가운 소리를 상상해서 내게 들어오게 만들려고도 한다. 그런 소리를 벌 짓을 늘 하는 것이 우리네 일상이지만, 파주는 요상한 동네다. 이 정적이 나를 그런 따가운 소리의 풀장으로 들어오라는 유혹의 목소리로 들린다. 그래서 이 파주의 침묵이 때론 무섭다. 여긴 너무 조용하다. 말이 없으니 외려 언어의 두려움을 둘러싼 지나친 발설에 대한 경계보다는 지나친 침묵이 주는 이상한 경계심이 나의 감각을 휘감는 듯하다. 그리하여 난 오랜만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지난주 들었던 그 따가운 소리를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확산/확성시킨다. 이래야 이 심심한 동네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오랜만에 몽정이라도 해볼까. 하긴 몽정은 의지가 아니지. 본능인데. 



 
 
 

1

싸이월드에 한참 빠져 있을 때, 가장 재미있던 놀이는 방명록 닫기/열기였다. 사실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것도 아닌데, 미리 내가 누군가로부터 뾰족한 화살표의 대상이라 지목당했다는 공상을 억지로 덧씌운 채 내 기분 좋지 않음을 만들어보려 한 것. 이것이 '싸이'의 재미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다. 


2

상처에 대한 공상. 마치 일요일 밤 '개콘'을 보고 ' 난 이제 아파야 해..아파야 해' 주문을 걸어 그 악마 같은 월요일을 더 괴물같이 만들려는 시간. 뜬금없이 위안을 얻는 건  내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의미부여도 의미정리도 사실은 그리 잘되지 않은 사람들을 향한 '마음날씨' 체크.


3

마음을 그냥 마음으로 두지 않고, 마음날씨라고 했을 때 그 예상은 "오빠 나 아무거나"라는 음식 메뉴 고를 때의 난처함을 피해보고 싶다는 의도와 조금은 비슷한 건데. X들은 이리저리 잘 피해다니며, 자신만의 날씨 표현을 모호한 수준을 넘어 그 마음의 끝을 뭉툭하게 포장해 나에게 꺼내놓는다.


4

이런 상상과 공상의 사이에 있는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지금 내게 남아 있는 건 차라리 조종당하고 싶다는 것. 그리고 더욱 모순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것. 며칠 전 누군가에게 괴리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난 오히려 그 괴리마저도 내 순수한 의지의 발현이기보다는 차라리 또 누군가가 날 조종해서 그렇게 나온 심리적 상태였음에 더 기뻐할 것 같다. 그러곤 또 웃는다. 헤헤. 병신아. 헤헤 병신아 하면서.




 
 
saint236 2013-02-15 12:13   댓글달기 | URL
흠...날씨는 우중충인가요? 제 마음이 그렇습니다.^^

얼그레이효과 2013-02-16 22:30   URL
얼른 탈출하시라는 위로도 좋지만, 때론 우중충 모드도 다른 것을 위한 충전이 된다는 느낌도 받네요^^; 내일은 오늘보단 더 나아지길 바라면서. 화이링.
 

새 둥지를 찾고, 만드는 건 어렵구나. 에잇.



 
 
LAYLA 2012-02-23 13:20   댓글달기 | URL
웰컴백 ㅋ

드팀전 2012-02-23 17:43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이름이 낯설어요.^^ 제가 좋아했던 홍차를 연상시키는 예전이름이 ㅎㅎ 좋다는

얼그레이효과 2012-03-07 05:44   댓글달기 | URL
샥샥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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