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경제학
도모노 노리오 지음, 이명희 옮김 / 지형 / 2007년 1월
구판절판


경제는 마음으로 움직인다. 여기서 마음이란 동정심이나 상냥함, 또는 인간성 따위를 뜻하는 것도, 도덕성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인간의 마음은 지각,인지,기억,판단,결정,감정,의지,동기 등을 포괄한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마음은 '하트(heart)'라기보다는 '마인드'(mind)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마음은 합리적인 추론은 물론 계산을 하며, 감정이나 직감도 낳는다. 마음이 인간 행동을 결정하고,인간 행동이 경제를 움직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경제는 마음으로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16쪽

주류 경제학에서는 사람은 합리적인 계산이나 추론에 따라 행동을 결정한다고 본다.그러나 감정이나 직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이에 따라 오늘날의 경제학은,빈틈없는 사람들의 합리적 손익계산일지라도 감정의 비중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른바 '계산에서 감정으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16쪽

주류 경제학이 전제로 하는 인간상인 경제적 인간은 인지나 판단에 관해 완전히 합리적이며,의지가 굳고,오직 자신의 물질적 이인만을 추구하는 사람이다.인지나 판단의 합리성이라는 개념과 물질적 이익 추구라는 개념을 합친 의미로 단순히 '합리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저술이나 연구자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양자에 대해 각각 개별적인 내용을 지닌 것으로 취급한다.왜냐하면 사익 추구란 행동의 목적이며,합리성은 그를 위한 수단/방법이므로 개념으로서는 각각 다른 것으로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합리적이며 사익 추구'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동시에 이타적','비합리적인 동시에 사익 추구', '비합리적인 동시에 이타적'이라는 구조도 가능하다. -28쪽

경제적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합리적'이란 말부터 따져보자.도대체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일상적인 또는 사전적인 사용법으로 합리적이란 말은 이성적,논리적,손익계산의 교묘함 등을 뜻하지만, 경제학에서는 합리성이라는 말에 상당히 한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우선 자신의 기호(취향)가 명확하며,거기에는 모순이 없고 항상 불변해야 한다.그리고 그 기호를 토대로 자신의 효용(만족)이 가장 커질 수 있는 선택 대안(예를 들면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다.-29쪽

경제적 인간은 지각,주의,기억,지론,계산,판단 등 뇌나 마음이 실행하는 인지 작업에 관해서는 무한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일단 결심한 것을 반드시 실행하는 초월적 자제력을 갖춘 의지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슈퍼맨이지 않는가. -30쪽

경제적 인간에게는 합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다른 중요한 개념이 하나 더 첨가된다.타인에 대해서는 일절 돌보지 않고 자신의 물질적 이익만을 최대화하려는 이기적 인간이라는 점이다. 오로지 사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만일 이타적 행동을 한다고 해도, 그 행동은 어떤 보답을 기대하는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인간은 윤리나 도덕이라는 개념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이다. -31쪽

행동경제학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일치되는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사람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가,왜 그렇게 하는가, 행동의 결과로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가를 주제로 토론하는 경제학이라 말해도 좋다. 인간 행동의 실제,원인,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 사람들의 행동을 조절하기 위한 정책에 관해 체계적으로 규명할 것을 목표로 한 경제학이다. (중략)행동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성,자제심,이기심을 부정하지만 인간이 완전히 비합리적,비자제적,비이기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완전 합리적,완전 자제적,완전 이기적이라는 점만을 부정할 뿐이다. -35쪽

경제학은 원래 심리학과 연관성이 깊었다.경제학이 확립된 18세기 무렵,심리학은 아직 과학으로서 독립적인 입지를 마련하지 못해 당시의 경제학자는 심리학자를 겸업했다고 할 수 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1776)에서 리스크나 불확실성이 인간의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누구나 이익을 얻을 기회는 약간이라도 과대평가하고,사람들 대부분은 손실을 볼 기회는 조금이라도 과소평가한다'는 합리성에 반하는 심리적 요인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37쪽

잘 알려져 있듯이 애덤 스미스의 최초 저작물은 《도덕감정론》(1759)이며,이 책에서는 자제심이나 공감,이타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그렇지만 후세 사람들은 애덤 스미스가, '이기심'의 추구야말로 인간의 모습이며,이기심의 추구가 실제로 희망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 -38쪽

자기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이익도 고려하는 선호를 '사회적 선호'라고 한다.(중략) '이타성'과 '이기성'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먼저 정리해두자.이타성이란 자신의 물질적인 이익 감소라는 비용을 무릅쓰고 타인의 물질적인 이익을 증대시키는 행위나 성질을 말한다. 이기성은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위나 성질이며, 경제적 인간이 지니고 있는 특징이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이기적인 경제적 인간만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있다. -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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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컨슈머의 등장 - 59가지 소비 트렌드로 그려낸 미래의 소비자들
카미조 노리오 지음, ㈜애드리치 마케팅전략연구소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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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대에는 예전과 같은 '개인'이라는 가치관에만 입각한 폐쇄적 소비자상을 원치 않는다. '양, 개인'이 아니라 '질, 연결'을 중시하는 새로운 소비 행태, 즉 '사회적 소비'라는 인식이 필요하다.(중략) '사회적 소비'란 결코 부자유하거나 금욕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복합적인 만족감을 환기시켜 주는 소비행동이다. 환경을 생각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활동)를 실천하면서 농업을 지원한다. 인터넷으로 공정무역 상품을 구입하거나 지역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건강을 유지한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종류의 소비를 말한다.-ⅹ쪽

이 같은 소비를 보다 다양하게 실천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한 가지 있다.그것은 '이미지'다. 개인의 소비 행위는 세계와 연결되고, 미래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그리고 그 연결선상에 있는 미래사회를 향한 상상력을 가지는 것, 앞으로의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소비자상이다. -ⅹ쪽

소비트렌드 3 쿨에서 그린으로. '쿨cool'은 원래 아프리카계 미국인 중 블루칼라층이 주로 '멋지다'는 의미로 사용한 속어다. 이것이 20세기 말에는 영어권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권에서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2015년 경에는,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쿨'대신 멋지다,'올바르다'는 뜻을 나타내는 새로운 단어가 폭넓게 사용될 것이다.바로 '그린green'이다. 원래 '그린'은 환경을 배려하는 행동이나 신조,상품 등을 긍정적 관점에서 표현하는 단어다. 하지만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되어 환경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그린이야! It's green!"라는 말은 최대의 찬사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16쪽

소비는 이제 물건에서 멀어지고 마음에 더 가까워졌으며, 그 마음의 주인은 다름 아닌 '나'인 것이다. 스토리텔링 소비는 주인공인 '나'가 '나의 이야기'에 맞는 소비 드라마를 추구해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나'들이 새로운 소비를 만들어 낸다면 시장에는 무수한 생활다양성이 등장하고 이를 다른 등장인물과 공유하면서 그 규모를 확대시켜 나갈 것이다. -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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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경제학 - 세상을 바꾸는 착한 경제 생활
줄리엣 B. 쇼어 지음, 구계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월
절판


그러나 긍정적인 미래로 나아가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하며, 나는 그것을 '풍요(plentitude)'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인류가 반드시 복구해야 하는 자연의 본질적인 풍요로움을 연상시킨다. 우리는 풍요로운 삶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넉넉하게 누리며 인간관계에서 부를 획득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풍요로움의 본질이다. 풍요롭게 사는 법은 지난 25년간의 주류 경제 논리와는 매우 다른 방식의 삶을 의미한다. 풍요는 생태학적이고 사회적인 책임감을 핵심요소로 본다. -10쪽

'풍요의 경제학'은 "자발적으로 소박한 생활을 하자"는 여느 주장과는 다르며, "수입과 소비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 있으므로 적게 소유할수록 좋다"는 소비자 문화에 대한 비판과도 맥락을 달리한다. -11쪽

여기서 지속가능성 영역이란 암울한 경제 불황기에 발달하는 비즈니스 및 병렬 경제(Parallel economy, 화폐가 오가지 않는 형태의 경제 활동) 모두를 의미하며, 식량 자급 또는 공동체 단위의 식량 조달과 기타 형태의 지역 자급자족, 물물교환, 자체 제작(do-it-yourself,DIY)등이 포함된다.-14쪽

풍요의 마지막 원칙은 사람과 지역사회에 대한 투자를 재개하는 것이다.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는 사회적인 유대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학자들이 '사회적 자본'이라고 부르는 인적 네트워크는 돈이나 물건만큼이나 중요한 부의 형태다. 특히 경제가 어렵고 민심이 흉흉한 시기야말로 서로 도와야만 생존하고 번영을 누릴 수 있다. -16쪽

경제에 대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간 이유 중 하나는 성장, 고용 및 경제 전반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거시 경제학자들이 적극적으로 생태학적 자료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18쪽

지난 수십 년간 대부분의 경제학 분야에서는 케인스의 이론을 공공연히 거부해왔지만,이제 많은 경제학자들이 케인스 경제학의 주요 원(20)칙을 수용하고 있다.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한 케인스 경제 이론에는 정부의 부채 운영에 대한 지혜, 투자자들의 야성적 충동(spirits, 케인스가 주창한 것으로, 인간은 합리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스스로 만들언내 낙관적 기대치에 따라 행동한다는 개념), 즉 낙관적인 기대치가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장이 반드시 스스로 문제점을 수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포함된다. 그러나 과거로 회귀하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서 최근 경제 정책의 초점은 그저 흩어진 조각들을 '다시 맞추는' 데 집중되었던 것이 사실이다.-20,21쪽

이러한 학계의 움직임과는 반대로 일반 사람들은 경제가 약화되면서 거의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경제 붕괴 후 저축률은 급격하게 치솟았고 자유재량에 의한 구매는 뚝 떨어졌다. 불황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소비자들이 소비 및 부채에 대한 태도 및 생활 방식을 대대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식기세척기,에어컨,전자레인지,TV 및 케이블 방송을 필수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도 줄어들었다. 2008년 후반의 인터뷰 연구에서는 이러한 생활 방식 수정 과정이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에게 고하는 작별부터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재고까지 다섯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람들을 '나'를 위한 경제에서 '우리'를 위한 경제로의 전환에 대해 이야기하며, 신분지향적 소비에서 벗어나 필요와 욕구 사이의 차이를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21쪽

19세기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표준 경제 모델의 특징 중 하나는 인간을 비교적 변하지 않는 존재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호오와 같은 기본적인 선호도는 대부분 정해져 있으며 선택의 결과나 주변 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인간이란 당연히 가격 및 소득의 변화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하는 존재이며, 때로는 그 변화가 급격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기존 경제학 모델에서는 이러한 행동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았다.(중략)그러나 최근에는 인간의 적응력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심리학,사회학 및 생물학 등 분야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를 실시한 결과 행동 경제학, 문화적 진화, 사회적 네트워크의 측면에서 새로운 사고방식이 생겨났으며, 인간이 보다 쉽게 변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새로운 경제학적 발견으로서, 인간의 두뇌가 기존의 예상보다 훨씬 유연하다거나 인간의 진화는 생물학자들이 애초에 추정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집중적으로 일어났다는 신경 과학적인 발견과 일맥상통한다.경제 주체로서 사람도 변할 수 있다.-23쪽

(전략)이토록 커다란 변화가 가능하다면 '무언가를 얻기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편협한 과거의 대가론적(TRADE-OFF)적 사고방식을 버릴 수 있다. 만약 소비지상주의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면 더 이상 행복한 삶과 환경 보호 사이에서 하나만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24)기존의 경제와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제3의 경제학, 즉 풍요 경제학의 핵심 원칙은 어떤 미래가 인류를 기다리고 있느냐에 대한 전망에 근거를 두고 있다. -24,25쪽

기존의 경제학적 모델은 직선으로 움직이는 선형 관계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시장의 동향을 통해 자체 수정하는 메커니즘을 통합하여 일정한 지점에서 평형을 이루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희소성이 올라가면 가격이 상승한다.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줄어들고 공급이 촉진되므로 그 결과 가격 압력이 완화된다는 식이다. 반면 시스템 다이내믹스 모델이나 기후 모델, 또는 최근의 기후-경제학 통합 모델에서는 세계가 반드시 직선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혼란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빈번하며, 단순한 시장 변형 이론보다 훨씬 복잡한 한계점, 전환점 및 여러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특히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중요한 요소 하나로 피드백 루프 feedback loop(결과의 일부분이 다시 원인으로 작용하는 체제)를 꼽을 수 있다. 피드백 루프를 거치면 양의 방향(증폭)이든, 음의 방향(감소)이든 간에 효과가 확대된다. -81쪽

생태계 파괴에 대해 알면 알수록 두려운 마음이 생기거나 의기소침해지기 쉽지만, 단순화한 통계치로도 상당히 효과적으로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생태 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은 바로 이러한 이론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생태 발자국은 1980년대에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생태학자 윌리엄 리스와 당시 대학원생이던 마티스 와카나겔이 개발한 독창적인 지표다. 생태 발자국에서는 가정,기업,도시,지역 또는 국가에서 소비하는 식량 연료, 플라스틱,금속,목재,석류 및 기타 자원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토지와 해양 내수면의 양을 측정한다. 가정의 경우 먹을거리가 식탁까지 도달하는 데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했는지를 파악한다. -88쪽

시장 경제의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자연을 계속 외부 요소로 취급한다면 기본적인 생태계의 기능은 점점 위험해질 수밖에(102)없다. 시장은 공짜 자원을 계속 착취하기 마련이므로 결국 제살 뜯어먹기 식으로 스스로의 존립 자체마저 위협하게 된다. 주류 경제학계에서는 대체로 생태 경제학을 무시해왔다.그러나 이제는 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생태 경제학의 핵심 개념인 인류가 생태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이 갑자기 지구와 생태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이를 경제학적인 사고방식의 DNA에 새겨 넣으려면 경제학 분야 자체에 사회학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102,103쪽

가장 강경하게 환경 낙관론을 주장한 학자들로는 줄리언 사이먼, 허먼 칸, 밀턴 프리드먼 등을 꼽을 수 있으며, 보다 최근에는 비외른 름보르가 있다. 이 학자들은 성장에 물리적인 한계가 없다고 믿었기 때문에 '풍요의 뿔Cornucopains' 학파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들은 미래에 인구 증가의 놀라운 효과 때문에 무제한의 부가 창출되리라고 예측했다.인구가 늘어나면 똑똑한 사람이 늘어나므로 인간의 독창성도 만개하게 되고 이러한 독창성을 바탕으로 자연을 대체할 대안을 발견하게 되며, 이는 다시 시장 전체에 전파된다는 논리다.-107쪽

물론 풍요의 뿔 학파처럼 극단적인 주장을 펴는 경제학자는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이보다는 다소 완곡한 환경 낙관론, 즉 경제 성장 자체가 환경을 살릴 수 있다는 입장을 지지하는 경제학자의 수는 적지 않다. 이러한 견해를 대표하는 개념이 환경 쿠즈네츠 곡선으로, 이는 1950년대와 60년대에 사이먼 쿠즈네츠라는 경제학자가 실시한 불평등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쿠즈네츠는 특정 시기에 여러 국가의 그래프가 위로 볼록한 곡선 모양을 나타내는 것을 발견했다. 일부 국가는 소득과 불평등이 모두 낮은 수준인 반면 어떤 국가는 불평등과 소득 수준이 모두 높았고, 또 어떤 국가는(107)소득이 높은 대신 불평등이 낮았다. 이 연구를 통해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국가가 발견하는 과정에서 소득 집중 현상이 심화되지만, 이를 견뎌내고 일단 부유한 국가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면 부를 보다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물론 최근 몇십 년간 부유한 국가들은 성장을 거듭하면서 다시 불평등이 심해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쿠즈네츠 모델의 장점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벌어졌지만, 결국 이 모델은 환경에 적용되었다. -107,108쪽

가난한 국가는 발전을 시작하여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일단 마구잡이로 환경을 오염시킨 다음 그 영향에 대해서는 부유한 국가가 된 다음에 걱정하자는 논리였다. 중국 및 인도와 같은 국가들은 이러한 견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 논리에 따르면 환경 문제에 대한 해답은 더욱 빠른 성장이라는 엉뚱한 결론을 얻게 된다.-108쪽

시장이 자연의 대체품을 개발하거나 경제 성장 때문에 발생한 환경 파괴를 복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하는 사람들은 중장기 전망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환경 쿠즈네츠 곡선 역시 수십 년이 지나야 사람들이 공기, 물, 토양을 정화하기 시작한다고 주장한다.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그야말로 우울한 학문(dismal science, 토마스 칼라일이 '경제학'은 극단적인 비관론을 제시하는 학문'이라는 의미에서 붙인 별칭)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암울한 예측을 내놓는다.이들은 자연을 보호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며, 우리가 아주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 경제학은 '무언가를 얻으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전제하에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보다 깨끗한 환경을 구축하려면 값비싼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고, 동식물을 보호라려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며, 산림을 보호하려면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업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대가론적'인 관점의 근본에는 경제가 시장과 경쟁을 통해 거의 최대 역량을 발휘하고 있으며 자원 역시 효율적으로 분배되고 있다는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111쪽

대가론적 사고방식의 중심에는 자연이 소비재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산림,바다,자연 보호 구역 등을 즐기려면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중요한 자연의 역할은 생산에 투입되는 재료로서의 역할이다. -117쪽

2006년에 영국 재무부의 수석 경제 고문인 니콜러스 스턴은 혁신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스턴은 즉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여 지구 온난화를 막지 않으면 미래에 훨씬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략 스턴 보고서가 발표된 후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들을 비롯하여 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힘을 합쳐 노력하자는 입장을 강력하게 지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특별히 더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를 아루굴라 Arugula(지중해산 일년초로 샐러드에 사용된다)경제학, 즉 친환경적인 공짜 점심이라 부른다. -119쪽

반동 효과는 가격 하락 때문에 소비자가 더욱 많은 에너지를 소비(127)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기술 발전이 전부, 혹은 일부 상쇄되어 버릴 때 일어난다. (중략) 반동 효과는 여러 가지 다양한 역학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보다 직접적인 대체와 소득 효과다. 대체 효과는 가격이 낮을 때 더 많은 제품을 구입하게 되는 경향을 나타내는 말이다. 소득 효과는 상품의 가격이 하락하면 실질 소득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으므로 구매력이 높아져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이다. 또한 간접적인 효과도 있다. 효율성이 항상되면 일반적으로 생산의 규모가 늘어나므로 결국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한다. -127,128쪽

영국인들은 정부,기업,비정부 기구 및 언론을 막론하고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 큰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에 "탄소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중략)한편 노동당 정부는 효율성 향상,청정 에너지,탄소 감축을 위한 조치를 취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성장을 옹호하는 단호한 입장을 내(132)세웠다.-132,133쪽

환경부 장관은 국민들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 및 플라스틱 사용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추진했고, 기업을 현대화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다양한 노력도 병행했다.학계에서는 이러한 접근 방식을 생태학적 근대화 ecological modernization라고 부른다. 이 경우 시장 경제의 근본 구조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그리고 탄소에 대한 가격 책정만으로 충분히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133쪽

시간 할당은 1960년대에 시카고 출신의 경제학자인 게리 베커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이 제시한 이론으로, 개인(또는 가정)이 가치를 강조하는 다양한 기회에 어떻게 최적으로 시간을 할당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경제학적인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다.(중략)시간 할당 접근 방식의 핵심 중 하나는 모든 활동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수익은 화폐의 형태일 수도 있고,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고용되어 일을 하면 임금이나 월급의 형태로 수익을 얻는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돈을 받지 못하는 행동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집안일도 임금은 받을 수 없지만 생산의 한 형태다.식사를 위해 요리하는 것,세금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 아이를 돌보는 것 등의 활동은 모두 경제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수익을 시장 외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의 잠재 임금, 즉 그림자 임금이라고 부른다.안타깝게도 이러한 활동이 얼마나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지 잘 나타내(146)는 용어라고 하겠다. -146,147쪽

물리적인 자원은 또 하나의 생산 재료인 생태학적 지식과 결합한다. 생태학적인 지식에는 토양을 훼손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법, 풍력, 태양열,지열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 유독성 물질이나 중금속을 사용하지 않고 제품을 생산하는 방법, 재료를 여러 번에 걸쳐 재활용하는 방법 등의 전문 지식이 포함된다. 이러한 지식이 중요한 이유는 생태계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보다 많이 알수록 생태계를 파괴하기보다는 보호하는 방향으로 생산방식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210쪽

이제 더 이상 생태학적인 지식의 생산과 전파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212)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시 바로 지식 또는 정보의 경제학이다.-212,213쪽

신 상업화 neo commercialization에 대하여 / "신 상업화란 소비자에게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제품을 '상업화'하는 동시에 누구나 사업 자체를 복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의미입니다.따라서 단순히 제품 생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사업을 복제하는 것에도 관심을 두고 있지요.그것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길이기 때문입니다."-219쪽

GDP는 오직 시장과 관련된 경제 활동만을 대상으로 삼는다. 따라서 자연 자원의 보유고 감소는 전혀 계산에 넣지 않는다. 또한 GDP는 여가 시간의 변화도 무시한다. 대기 오염으로 사람들의 건강이 악화되면 그만큼의 금액을 의료비 지출로 추가하지만 악화된 건강 상태를 감안하여 대응하는 금액만큼 차감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GDP는 점점 더 믿을 수 없는 구식 측정지수 취급을 받고 있으며, 그 대안으로 인간개발지수 Human Development Index, 세계은행의 순저축 Geniune Saving 추정치, 진정진보지수 Genuine Progress Indicator, 생태 발자국과 같은 지수들이 개발되었다. 요컨대 정말로 총량 성장이 필요하다면, GDP보다 훨씬 신뢰할 수 있는 지표로 측정해야 한다. -244쪽

트레드밀 효과 Treadmill effect 인간은 자신의 행복을 가늠하는 데 있어서 언제나 주변 사람들을 살피게 된다는 뜻. 트레드밀은 러닝머신을 가리킨다. -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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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6-10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조금 어렵기는 한데, 요즘 경제학원론을 열심히 공부 중이라 대강의 뜻은 파악한 것 같아요. ^^ 여전히 갈 길이 먼 뇌구조입니다. '제3의 경제학'이라..정말 제가 공부하고 있는 경제학에서는 저런 부분들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거든요. 흠...시험공부를 위해서 하는 공부지만 뭔가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많이 드네요. 찬찬히 곰곰히 쭉 읽어봤습니다.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됐네요.
아! 참 이달의 당선작이 되신거 축하드려요. 제가 드리는 것은 아니지만 알사탕이 행동하는 지식인이신 얼그레이효과님의 총알이 됐으면 하네요. (즉 좋은 리뷰를 또 부탁드린다는 말씀 ㅋ)

얼그레이효과 2011-06-12 00:10   좋아요 0 | URL
루쉰님 반갑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류경제학을 비판하고, 새로운 경제학을 모색하는 '경제학사' 책들이 주루루 나온 것 같아요. 그 흐름에 관심이 많아 뒤늦게 뛰어들어(?) 한 권 읽었내요. 종종 이런 책들 소감 공유할께욧. 축하해주셔서 그리고 고맙습니다.~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Dazed & Confused Korea 2011.6
미디어블링 편집부 엮음 / 렉스트림(잡지) / 2011년 5월
품절


경험의 한계가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줄 때가 있습니다.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통해 진리를 얻어 결국 인생을 달관하게 되는 사람이 물론 더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한계 지점 이상의 경험을 해보지 못한 사람은 그 한계 밖에 있는 가능성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행운을 얻습니다. -16쪽

겉으로는 화려하고 속은 치열한 패션 업계에서 '이건 알아서 다행이다'하며 안도하는 경험들도 있지만, 곱게 곱게 피해가고 싶은 거친 경험들도 참으로 많습니다. 어디 패션 업계만 그렇겠습니까만은, 온실 안의 화초는 억새풀의 자유가 부럽고, 억새풀은 온실 속의 안정감이 질투 날 수 있는 거죠. - EIC 안나윤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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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회 74호 - 2007.여름
한울 편집부 엮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7년 6월
품절


(계속 화두가 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괜찮은 연구논문, 이택면,박길성의 아티클을 옮겨본다. 제목은 <시장에서 책임으로>) / 세계화는 국가, 기업, 시민사회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했다. 세계화로 인해 국가의 개입-견제 능력은 약화되고 기업의 재량은 상대적으로 증가하였다. 그와 동시에 시민사회는 기업과 국가에 대해 조정자 및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역량을 갖추기 시작했다.따라서 세계화 시대의 경제적 조정 문제는 '국가 대 시장'의 오래된 논의의 틀을 벗어나 기업과 시민사회간의 관계를 규율할 새로운 관할구조(governance structure)를 모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227쪽

이 논문이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이 양자를(얼그레이효과 : 시장형 관할구조와 국가 개입 중심의 위계형 관할구조)(229) 절충하는 제3의 가능성, 즉 기업과 시민사회 구성원의 인센티브와 자율성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기업의 사익추구에 의해 시민사회의 공익이 훼손당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는 제3의 관할구조가 형성되고 유지될 가능성이다. 이 논문은 이 혼합형 관할구조의 현실태로서 기업 지배구조 변화를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 강화에 주목하고자 한다. 기업의 이윤추구 행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다양한 계층의 이해관계자 skateholder을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기업에게 이윤과 주주가치의 극대화 이외의 사회적 책무를 부과하는 것- 이것을 본 논ㄴ문은 기업과 시민사회 관계를 규율할 새로운 혼합형 관할구조의 실체라고 본다. -229,230쪽

글로벌 기업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필요한 자원을 끌어오며, 여기에는 비단 물질적,경제적 자원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사회와 집단의 도덕적,심미적,상징적 자원 또한 포함된다. 이러한 인풋을 동원하여 재화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도 기업은 특정 국가, 특정 집단에 국한된 욕구에만 부응하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의 다양한 소비자들의 다양하고 미묘한 욕구에까지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세계화 시대의 기업 활동은 전 세계의 자원과 자본과 인력, 나아가 전 세계 각 사회집단의 다양한 욕구와 도덕적 가치, 그리고 세계관과 접목되어 있다. 기업 활동의 결과물은 전 세계 사람들의 소득, 고용기회,가치관,건강,교육,차별,빈곤 등 광범한 영역을 좌우한다. -231쪽

세계화는 개별 국가의 수준에서 정부의 경제 통제력을 감소시키고 민주적 책임성에 대한 요구를 강화시키며 국가의 주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이것은 시민사회 조직이 정부 서비스의 대안적 공급자로서, 정부정책의 입안을 주도하는 주체이자 정책의 집행과정을 감시하는 감시자로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데 참여하는 국가의 대등한 파트너로서, 새로운 대안과 비전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혁신자로서 활약할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세계화의 힘은 시민사회 조직의 양적, 질적 성장을 부추긴다. -233쪽

미래 지향적 기업-시민사회 관계는 CSR과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둘러싼 논의를 통해 의제화되었다. 기업은 오직 이윤을 축적함으로써 주주와 투자자에게 이익을 배당하고 고용을 촉진시키고 나아가 국가경제의 성장에 기여하는 '경제적 책무'만을 다하면 되는 것인가? 기업과 시민사회 구성원들과의 관계는 오직 자본시장, 노동시장, 생산물 시장 등에 참여하는 판매자와 구매자로서 시장의 구규율에 의해 매개,조정될 뿐인가? 세계화의 물결은 이제 경제 지상주의와 시장 중심의 기업-시민사회 관계를 뛰어넘어 기업과 시민사회가 기업지배구조 개펴늘 통해 의사결정 과정에 공동 참여하여 기업의 사회책임을 강화하는 '협치의 관계'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음에 본 논문은 주목한다. -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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