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성의 심리학에서 감정사회학이라는 매개를 거쳐 내향성의 사회학으로 가는 길. 이 길을 가기 위해선 매개의 기능을 하는 개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중 내향성/외향성에서 /의 넘나듦을 설명하는 데 동원되는 '연극성'을 재고찰할 필요를 느낀다.

해외에서 발표된 내향성을 다룬 여러 시선에 깔려 있는 건 '당신 늘 이렇게 진짜 마음 감추고 살아왔는데, 사람들 앞에서 다른 모습 보이느라 힘들었죠?'에서 멀리 떠나지 않는 위로의 언어였다. 이 위로의 언어는 그 연극성을 디테일하게 관찰한 스케치로 이어지지만 역시나 우린 개인의 연극성을 둘러싼 그리고 이를 발휘할 수밖에 만드는 사회 환경이 무엇인지는 찾아볼 수 없다. 
앨리 혹실드의 '관리되는 마음'이 조금 더 연극성을 괜찮게 분석했던 건 현대사회 내 일의 의미를 작업장이라는 공간, 경영자 혹은 고용자-피고용자라는 요인을 감안했기 때문이란 것. 이를 참조한다면 내향성의 사회학은 내향성이라는 감정 영역과 연계된 고유의 '일터 감정'과 엮일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편집자'라는 직업을 세분화해보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감정을 둘러싸고 있는 경제자본에 대한 미묘한 좌절감 그리고 이 미묘함을 건드리는 문화자본, 더 나아가 그들이 직업의 스킬이자 그 성과물로 받아들이는 사회자본은 부르디외를 감정사회학 분석에 끌어올 계기를 마련한다.
그런 가운데 이 세 자본을 '관리'하고 그 관리의 과정 속에 괴로움을 스스로 느끼는 요인 중 하나는 연극성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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