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좌절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_ 열정과 좌절의 거리가 가깝다는 걸 요즘 다시 한번 느낀다. "뭘 어쩌겠어요"라는 말이 이야기의 귀결이 아니라 아예 처음이 된 사람들. 이어 나오는,

2. "대학원에 가고 싶었지만" "내 글을 쓰고 싶었지만" "유학을 가고 싶었지만" "서울을 떠나 살고 싶었지만"이란 옛 소망들. 이 소망들을 마치 헐리우드 영화 속 어린 소년이 다락방으로 올라가 먼지 가득 낀 상자를 열어 챙겨보는 야구카드처럼 아련하게 대할 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잔이 허전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었다.

3. 사람이 갖고 있는, 특유의 선한 얼굴 속을 어슬렁거리는 위태위태한 울분을 마주할 때면 인상을 찌푸리며 경청하는 태도를 취하지만 사실 마음 한 구석은 저 울분의 기운에 행여나 스스로에게 안타까운 짓은 하지 않으려나 싶어 주변에 있는 뾰족한 것들의 유무를 눈짓으로 쳐다본다. 

4. "기술이라두 배워놓을 걸" "장사나 해볼까나"가 어느새 삶의 클리셰로 인식되는 순간, '아 또 이 이야기야'란 징그러운 깐깐함을 마음에 품을 때도 있지만, 선함과 울분이 섞인 저 고요한 얼굴들이 겪었을 마음감기에 이내 필요한 침잠함을 안으로 받아들인다.

5. 아주 예전에 책이 나왔다며 만나자고 한 편집자 A가 기억난다. 책은 사실 뒷전이었고 울분데이였다. 엉엉엉 우는 와중에 미안했는지 책을 바삐 만들어 오자가 많아 미안하다고 화제를 돌린다.
그땐 건방지게 그 사람의 엉엉엉을 해결해줄 수 있으리라 믿어서 억지로 그 친구의 통곡을 다시 끌고 나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훈계를 했던 것 같다.

6. A에게 내가 우선 해줘야 했던 말은 "오자여도 괜찮아"였다는 걸 이제서야 뒤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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