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싸이월드에 한참 빠져 있을 때, 가장 재미있던 놀이는 방명록 닫기/열기였다. 사실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것도 아닌데, 미리 내가 누군가로부터 뾰족한 화살표의 대상이라 지목당했다는 공상을 억지로 덧씌운 채 내 기분 좋지 않음을 만들어보려 한 것. 이것이 '싸이'의 재미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다. 


2

상처에 대한 공상. 마치 일요일 밤 '개콘'을 보고 ' 난 이제 아파야 해..아파야 해' 주문을 걸어 그 악마 같은 월요일을 더 괴물같이 만들려는 시간. 뜬금없이 위안을 얻는 건  내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의미부여도 의미정리도 사실은 그리 잘되지 않은 사람들을 향한 '마음날씨' 체크.


3

마음을 그냥 마음으로 두지 않고, 마음날씨라고 했을 때 그 예상은 "오빠 나 아무거나"라는 음식 메뉴 고를 때의 난처함을 피해보고 싶다는 의도와 조금은 비슷한 건데. X들은 이리저리 잘 피해다니며, 자신만의 날씨 표현을 모호한 수준을 넘어 그 마음의 끝을 뭉툭하게 포장해 나에게 꺼내놓는다.


4

이런 상상과 공상의 사이에 있는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지금 내게 남아 있는 건 차라리 조종당하고 싶다는 것. 그리고 더욱 모순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것. 며칠 전 누군가에게 괴리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난 오히려 그 괴리마저도 내 순수한 의지의 발현이기보다는 차라리 또 누군가가 날 조종해서 그렇게 나온 심리적 상태였음에 더 기뻐할 것 같다. 그러곤 또 웃는다. 헤헤. 병신아. 헤헤 병신아 하면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aint236 2013-02-15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날씨는 우중충인가요? 제 마음이 그렇습니다.^^

얼그레이효과 2013-02-16 22:30   좋아요 0 | URL
얼른 탈출하시라는 위로도 좋지만, 때론 우중충 모드도 다른 것을 위한 충전이 된다는 느낌도 받네요^^; 내일은 오늘보단 더 나아지길 바라면서. 화이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