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사용후기 - 상식인을 위한 역사전쟁 관전기
한윤형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 지극히 '상식적인' 리뷰입니다  

- 약간의 걱정 -

이 책을 통해 한윤형이 바라는 것은 '대화'이지 싶다. 좀 더 세게 표현하자면 '논쟁'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굳이 '한빠'들의 리뷰가 아니더라도, 이 책에 대한 강조점이 '한윤형' 이름 석 자에 멈추어 있는 것은 개마고원이나 한윤형 본인에게 불만족스러운 상황일 것 같다. 한윤형의 비평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우리 사회'라는 표현이 좀 부담스럽긴하지만, 여전히 '기특한 비평'의 수준으로만 본다면, 우리의 논의는 발전될 수 없다. 이러한 시선을 뛰어 넘어, 우리는 한윤형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짚어내고, 그 짚어냄 속에 틈이 있다면, 헤집고 들어가 함께 너트, 볼트를 조여보는 게 좋을 듯하다. [키보드 워리어 전투일지]는 자신의 인생사를 써놓았기 때문에, 그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야 좋겠지만, 이 책은 한윤형이 작심을 하고 쓴 '역사비평서'다. 그렇기때문에 나는 이 책을 둘러싸고 '한윤형'보다는 한윤형이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들을 짚어보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이 청년에 대한 감탄 혹은 시기가 이 청년이 진단하는 한국 사회의 풍경을 가린다면, 우리는 결국 이 책을 또 하나의 '한윤형 자서전'으로의 의미로만 축소시키고 말 것이다.  

일간지나 주간지를 통해 사람들은 제발 진보 / 보수 논쟁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지만, 그건 좀 거짓말인 것 같다. 인터넷을 보더라도,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불구경은 '진보/보수 논쟁'이다. 오히려 사람들은 왼쪽도 치고 오른쪽도 치는 사람에게 '화를 낸다'. 일찍이 강준만 같은 학자가 자신의 포지션을 좀 인정해달라고 했지만, 정작 사람들이 그토록 설문조사를 통해 바라던, 진/보 논쟁의 해소라는 시선은 '강준만 그래서 당신은 어느 쪽이란 말이오?'란 아이러니에 갇혀 버린다. 차라리 나는 이렇게 본다. '진보 / 보수 논쟁의 해소'라는 것을 기자들에게 새해 소망처럼 이야기하는 자들은, '그냥 정치 싫다'라는 말을 하면 되는데, 그것을 괜히 '진보 /보수'의 프레임 탓으로 돌린다.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인터넷이나 떠돌아다니는 귀동냥 지식을 통해 접하는 '피상적 정치 교양'으로 보수 / 진보 논쟁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은 쉽다. 다만, 그 게임을 즐기는 차원에서 그치려고 하지, 더 이상의 '개입'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것. 이게 딱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 아닐까 싶다. 고로 자신은 정치판의 더러운 현실을 욕할 자격이 있지만, 자신의 입은 딱 어떤 수준, 어떤 단계에서 '깔끔한 입'이 되어야 한다. 정치는 더럽다->정치를 말하는 나는 깨끗하다. (오호! 이건 그리스 시대 지식인들이 정치를 보던 시각인데!) 

본 책에도 언급이 되어 있지만, 나 또한 저자처럼 '분열'이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분열은 일정한 건강성이란 아주 진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킬 필요가 있는 윤리 안에서 이뤄지길 바란다. 이  윤리를 골몰하는 데 하버마스는 여생을 거의 다 바친 게 아닌 가 싶다. 근데, 그 윤리가 겉으로 보기에는 참 쉬운 도식 같아도 막상 꼼꼼하게 보면 '어렵다'. 이 '어렵다'는 표현은 두 가지 뜻을 지닌다. 첫째, 그 윤리를 받아들이려는 나의 자세가 그것을 도저히 못받아들이겠다는 태도의 차원, 둘째, 그 윤리가 만들어진 연원, 과정 자체가 사실 엄청난 수고로움을 동반했다는 것에 대한 이해. 하버마스가 만들어 놓은 체계와 생활세계, 그리고 생활세계의 식민화 같은 개념들은 겉으로만 보면 되게 쉬운 것 같지만, 하버마스가 그 개념을 만들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겠는가를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의 '소통'과 그 이상은 이론이나 현실이나 그 어떤 수고로움과 어려움이 공존하는 차원에 있음은 분명하다. (아 우리 시대 정말 소통을 쉽게 말하는 그 분이여!) 중요한 것은 전자다. 우리 사회(비단 우리나라만 그러겠나)는 전자에 취약하다. 좌파가 우파의 어떤 부분을 옹호하면, 좌파는 바로 '변절자'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성찰이니 자성이니 좋아하는 분들이 그런 '사상 검증'을 더 좋아하는 게 현실이다. 고로 사람들에게 남는 선택지항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어떻게 당신이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까?' 한국 사회에서 '성찰적 좌파'니, '성찰적 우파'니 하는 단어들은 완전히 이상적 언명일  뿐, 현실이 될 수가 없다. 좌파를 까면 바로 우파가 되고, 우파가 좌파의 일부를 좋아하면 '너 좌파지?'하는 세상에서, 한윤형 같은 사람에게 '너 민증 까봐, 너 사상-증 까봐'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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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은 곧 희망이며, 시민사회가 한국을 이 정도까지 발전시켰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나는 '당신 그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소?'라고 묻고 싶다.  '단일표제주의'가 역사를 뒤덮는다면, 역사학 같은 것 있을 필요가 없다. 그냥 국사 교과서만 백 번 반복해서 읽는 것이 역사 학습이라면, 우리나라 사학과들 다 문닫아야 한다. 나는 문화연구를 하는 사람이지만, 90년대를 기계적으로 '문화의 시대'라고 아예 깔아놓고 시작하는 게 싫다. 아니 어느 그 시대 '문화의 시대'가 아닌 적이 있었나. 문제는 이처럼 아예 전제된 상황을 전제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레이몽 부동이 푸코나 맑스를 '의혹의 철학자'라고 가리킨 것처럼, 우리 또한 역사를 통해 그런 '의심의 권리'들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 [뉴라이트 사용후기]는 그런 의심의 권리를 행사한 한 청년의 역사비평서다. 우리가 알다시피, 우리는 '매일' 국가나 민족을 구구절절하게 인식하지는 못한다. 오늘날 민족과 국가는, '사건으로서의' 민족, '사태로서의 국가'로 존재한다고 보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조금 더 나아가보자면, 우리는 '민족 없는 민족주의' '국가 없는 국가주의'를 외치면서, 민족주의나 파시즘 같은 단어들을 쉽게 남발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바로 그 남발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는 수고롭지만 즉각의 정념 대신, 애쓰는 논리를 동원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논지는 어렵지 않다. 다만 어려운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일테다. '아이 쒸, 내 친구가 뉴라이트는 무조건 나쁘다고 했는데? 그 생각 하나가 사실 이 책이 일갈하려는 논쟁의 지점이다. 쉽게 요약해서 한윤형은 "야. 좀 까려면 제대로 까!'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제대로 까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이 때 [백분토론]을 떠올린다. 그래, 왼쪽에 있는 너는 나쁜 놈, 오른쪽에 있는 너는  좋은 놈. 서로 영역 침범하지 마! 그 안에서 전쟁을 벌이는 것. 부르디외가 말한 '신속한 두뇌'들이 달변으로 무차별 사살하는 것이 '제대로 까는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이 책이 요구하는 '제대로 까는 것'은 어느 정도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상대방으로부터 얻을 것은 얻는 것, 동의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동의를 하는 것이다. 근데, 이게 참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이 책은 386 '아해'들이, '노빠'들이 눈에 불을 켜고 씩씩거리면서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은 그럴 것이다. "야, 좀 봐줘. 안 그래도 요즘 대안도 없고, 서글픈데, 너까지 이러냐~. 좀 쉬어가면서 해라. 좀 약하게 해" 참 유아같은 발상이지만, 사실 이런 감정많지 않은가. 그러면서 '성찰하는 진보'니 하는 거 정말 우습다. 이 책은 그런 지점에서 말한다. "우리 좀 잘합시다. 남탓하지 말구요. 우리 좀 돌아보고, 우리를 더 건강하게 만들자구요. 실력 좀 키우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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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말을 결국 결론으로 내놓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 과정이 좀 그렇네? 나는 이것을 '해피엔딩 콤플렉스'라고 부르고 싶다. 사람들은 '해피엔딩'으로 결국 가는거지?라고 먼저 묻고 나서야 한국이라는 , 한국정치라는 영화를 보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과정을 쭉 지켜보지도 않는 자들은 '낌새' 하나 가지고, '에이 이 영화 망했네. 뭐 이딴 식으로 영화 만들었냐"며 힐난한다. 진보가 말하는 정의로운 역사관이 존재한다면, 그 정의는 그들이 말하는 정의로움에 딱딱 맞는 '순결한 정의'의 근거들로만 채워져야 한다고 믿는 것. 사람들은 '에이 설마?'하며, 한국 사회의 지적 감수성 레벨 수준을 무시하지 말라고 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이러한 진단은 여전히 유효하다 못해 강력하다. 순결한 정의로움이라는 표현도 우습지만, 진보나 보수나 자신들이 내세우는 정의로움을 떠받드는 근거들이 상대방의 견해를 일정 부분 용인하면, '오염'된 것처럼 인식하는 태도. 이 책은 바로 그러한 태도들을 비판하는 실천서라고 할 수 있다. 뉴라이트를 비판하기 위해, 한윤형은 수고로움의 폭을 넓혀 뉴라이트를 비판하는 이들의 견해를 참조하고 비판하여, 그 비판의 지점을 토대로 뉴라이트를 비판한다.  이 속에서 우리는 역사, 민족, 이성, 정념, 논리라는 키워드를 꺼낼 수 있을 것이다. 좀 쌩뚱맞고 너무  큰 질문일지라도,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민족과 정념'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두 요인을 파고 들어가, 이성의 문체로 바라보려는 '논리의 시선'을 되짚어본다. 그리고 이 부분은 여전히 숙제다. 그리고 그 숙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역사전쟁 한 가운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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