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쓴 프랑스 혁명사 - 대서양 혁명에서 나폴레옹 집권까지
장 클레망 마르탱 지음, 주명철 옮김 / 여문책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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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 없다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라고 얘기한 마리 앙투아네트로 대표되는 왕정에 불만을 가지고 일어난 봉기 정도로만, 혹은 영화 <레미제라블> 속 ‘Do you Here the People Sing'과 같은 웅장하고 결연한 음악들로만 프랑스 혁명을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단순히 그 시절의 정치적 면모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다시 읽으며 프랑스 혁명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재해석한다. 프랑스 혁명사에 복잡하게 뒤엉킨 맥락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며 촘촘히 분석하며 추상적으로만 다가왔던 프랑스 혁명의 의미가 명징하게 드러난다. 이로써 프랑스라고 했을 때 ‘혁명’을 떼어놓을 수 없게 된 프랑스의 중요한 역사가 고스란히 이 한 권에 담겼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혁명에 관심이 많은 사람만이 읽기엔 아쉬운 양서다.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체제에 대한 희구가 커지는 현대 사회에서, 달라질 세계를 논하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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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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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줄 요약: 같은 꿈을 좇는 두 청년의 우정을 통해 타자와의 관계가 가진 복잡미묘함을 통찰력 있게 그려낸 성장 소설.

 

비슷한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편할 것이라 종종 생각하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사람을 만날 때 불꽃이 튀는 듯한 흥미를 느끼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는 결핍된 것을 가진 사람을 보며 동경과 열등감이 뒤섞인 감정이 밀려든다. 그렇기에 상호보완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거나 강렬하게 맞부딪치며 마찰을 빚거나, 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게 된다. 이런 관계의 역동성이 테디 웨인의 장편 소설 <아파트먼트>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소설 <아파트먼트>는 컬럼비아 대학 순수예술 석사과정 강의를 들으며 작가가 되기를 꿈꾸는 두 청년의 이야기이다. 미국 중서부 출신으로 열악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가방끈이 그리 길지 않지만 남자답게성장한 빌리. 그와 대조되게 미국 동부 중산층 가정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남자답지 못한섬세한 면모를 가진 나. 두 사람은 합평 시간에 서로의 작품을 비평하며 문학에 대한 열정이라는 교집합 아래 우정을 쌓게 된다.

 

서로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는 뜻은 그만큼 서로에게 결핍된 것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는 스스로 결핍된 부분이라고 생각한 진정성을 빌리에게서 발견하고 빌리를 통해 이를 보완하려는 듯, 빌리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먼트에서 함께 살 것을 제안한다. ‘가 허술한 시스템을 이용해 몰래 빌려 살고 있는 아파트먼트에서 빌리와 동거하게 되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얼핏 보면 문학과 재능에 대한 이야기로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빌리와 나의 복잡한 관계성이 서서히 드러나며 관계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이 빛난다. 빌리와 나에 몰입하여 둘의 우정과 작가로서의 성장을 응원하던 독자들은 끝내 이 소설이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문학과 재능이 아닌 복잡미묘한 관계에 대한 것임을 알게 된다.

 

아파트먼트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같은 관계인 두 사람을 동등한 관계로 만들어주는, 그래서 우정이 지속되게 하는 공간이었다. 문학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돈에 쪼들리는 빌리가 나의 작품을 미리 비평해주고 약간의 집안일을 맡는 대신 돈은 많지만 문학적 재능은 평이한 나는 빌리에게 살 곳을 제공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맛보게 해준다. 이런 등가 교환과 문학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쌓은 둘의 우정은 견고해 보인다.

 

그러나 아파트먼트는 함께 사는 공간이기에 서로를 깊이 알아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가족만큼이나 가까운 관계가 되면서 두 사람의 우정은 한동안 마치 풍선에 공기를 불어넣듯 커지기만 한다. 하지만 가까이 지내면 지낼수록 두 사람은 서로의 본질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환상이라는 풍선이 터지는 순간 아파트먼트는 불편한 장소가 된다. 하우스메이트가 되며 외면해왔던 불편한 진실, 즉 둘의 관계에는 우열이 있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몰래 빌려 사는 공간으로서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던 아파트먼트에서는 이윽고 두 사람의 갈등이 폭발하고야 만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렇게 아파트먼트로 시작해서 아파트먼트로 끝난다.

 

아마, 나를 정말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는 거겠지.”라는 소설 속 나의 말은 이 소설이 전하는 메시지를 압축하고 있는 듯하다. 책을 읽다 보면 나는 타인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고 타인도 나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기에 삶은 고독하다는 생각이 들어 문득 서글퍼지고야 만다. 그렇지만 완벽히 이해할/될 수 없다고 소외된 삶을 사는 것이 답은 아닐 것이다.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름을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며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같은 꿈을 꾸는 두 청년의 우정을 다뤘기에 <아파트먼트>를 청년들이 좋아할 성장소설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설은 청년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청년기를 겪은 모든 이들에게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청년기에 있는 내 또래라면 빌리와 나의 이야기에 공감을, 청년기를 지난 사람들이라면 추억을 회상하며 또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센티멘탈해지는 가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소설 <아파트먼트>를 읽으며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엘리 서포터즈 1기로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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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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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행복보다는 고통이 더 많은 삶에도 우리가 계속 살아나갈 방법을 탐구하는 소설.

 

모두가 행복을 바라지만 행복은 우리가 바라는 만큼 평범한 것이 아닌 듯하다. 우리가 흔히 건네는 행복하세요.’라는 인사말에는 행복이 그만큼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행복에 그 어느 때보다도 진심이 되어 다들 행복을 찾아 떠나지만, 행복을 성취한 이들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한 일로만 가득하지 않은, 오히려 고통스러운 일이 더 많은 인생을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시그리드 누네즈의 장편 소설 <어떻게 지내요>는 이런 고민이 잘 녹아 있는 소설이다.

 

<어떻게 지내요>는 죽음을 앞둔 친구와의 여행을 떠나는 얘기를 통해 죽음과 삶,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연민, 여성의 삶 등을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담아낸 소설이다. 1부에서는 삶에 산재한 다양한 고통을 여러 인물들의 입을 통해 듣게 되는 내용이 주가 된다. 2부에서는 죽음을 앞둔 친구와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나며 유대감을 쌓으며 삶에 대한 고민이 그려진다. 3부에서는 앞선 부에서 그려졌던 모든 고민이 절정에 치닫게 된다.

 

책의 제목인 어떻게 지내요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영어식 안부 인사 ‘How are you?’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소설 속에서 저자는 화자를 통해 시몬 베유의 말에서 따온 어떻게 지내요는 사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라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저자가 그려낸 삶은 행복보다는 수많은 고통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삶을 곤란하게 만드는 고통이 두 가지 결로 나눠서 그린다. 환경 오염, 정치적 불화, 계급 간의 갈등, 파편화, 이기주의 등의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적 문제로 인한 거시적인 고통. 그리고 나이 듦, 질병, 인간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미시적이지만 가장 보편적인 고통이 책 전반에서 나타난다. 서로 다른 결의 고통인 것처럼 보이지만 소설 속에서 두 방식의 고통은 미묘하게 결합되어 삶 전반에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개인들이 느끼는 고통을 심화시킨다.

 

일반적으로 삶과 죽음은 이항대립적인 개념으로 다뤄지지만, 고통 앞에서는 두 개념이 크게 대립되지 않는 듯하다. 암에 걸린 친구와 여행을 떠난 화자를 통해 우리는 간접적으로 죽음에 가까워지며 겪는 두려움과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분명 살면서 여러가지로 고통받는 친구지만 그녀는 좀처럼 죽음으로 떠나지 못한다. 이러나저러나 고통스러울 뿐인 삶과 죽음 사이에서 친구의 갈등을 보자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이 과연 맞을까 하는 고민이 든다.

 

책을 읽다 보면 고통과 번뇌로 가득한 삶을 왜 살아야 하냐는 질문이 도출된다. 이에 대한 작가의 대답은 제법 명료한 것 같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 굴러가기에 어떻게든 살아내야 한다고. 독자들은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까?’ 하는 질문을 자연스레 던지게 된다.

 

소설에선 계속 살아나갈 방법으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해주고 연민하며 연대를 이루는 것이 조심스럽게 제시된다. 화자는 주변 사람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의 짐을 함께 나눠지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해서 고통이 해결되지도 않고, 때로는 그들의 고통에 그녀 자신조차 잠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달리 고통과 잘 지낼 방법이 있을 수 있을까? 작가는 고통을 없앨 수 없으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은 연대라고 이야기한다.

 

고통으로 가득 찬 소설이지만, 시종 무겁게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때로는 가벼운 웃음이 터지는 일화들과 무거운 주제 의식이 잘 버무려져 삶의 아이러니를 오히려 잘 드러낸다.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비극적인 일로만 인생이 가득 채워지지는 않듯이 말이다.

 

삶이 너무 각박해서 어떻게 지내요라는 말이 따뜻하게 느껴질 만한 요즘이다. 어째서 나는 행복하지 못하고 늘 고통으로 가득찬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 고민하며 괴로워하고 있다면 <어떻게 지내요>를 읽으며 이 질문에 상투적인 아임 파인, 땡큐. 앤드 유?’가 아니라 진심으로 답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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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를 위하여 - 이우 소설집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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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를 위하여>에 실린 8편의 소설들은 부, 명예, 섹스, 인기, 사랑, 사회적 성공 등 외적인 가치들을 욕망하는 현대인을 멈춰 세우는 뱃고동 소리와도 같다. 각 단편에서는 어떻게든 살아내고자 내 삶의 이유와 가치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끝없이 욕망을 좇는 모습이 시대를 넘나들며 펼쳐진다.

 

이들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진정으로 이 욕망이 나의 것이 맞는가, 하는 질문이다. 작가는 거짓된 욕망을 부추기는 이 사회와 체제는 영원불변하지 않다고 얘기하며, 급변하는 이 사회에서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묻는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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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 심리학은 어떻게 행복을 왜곡하는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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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노력으로 행복해질 것을 강요하는 사회 풍조와 이를 부추기는 주류 심리학계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현재와는 다른 방식의 ‘진정한’ 행복인 사회적 행복을 제안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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