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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끝나기 전 꼭 해야 할 12가지 풀빛 청소년 문학 4
비외른 소르틀란 지음, 김라합 옮김 / 풀빛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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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6학년인 딸아이가 이책을 먼저 읽고 난 반응이 남다르다.
"엄마, 이거 내가 봐도 되는 책 맞아?"
"왜? 청소년 소설 맞는데."
"왜 여행을 떠나는지 모르겠어. 그리고 맨 뒤가 좀 그래."하며 얼굴이 붉어진다.
순간 뭔가를 눈치채고 "야하니?"라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 큰 고갯짓이 이어진다.
풀빛의 청소년 소설이 야할 리가 없는데, 이상해서 읽어본 소설.
아하! 그것은 테레제와 얀의 키스에 대한 묘사 때문이었다. 사춘기에 접어들며 나와 여러 충돌을 빚고 있는 딸아이지만, 아직 청소년의 마음이 아니라 어린이에 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던 거였다. 그 키스는 세상에 대한 테레제의 한발짝 접근이 받아들여짐을 상징하는 것과도 같았는데, 아이에겐 아직 키스는 키스일 뿐이었다.

중학교 시절, 하이틴 시리즈라 불리던 그 또래의 성장소설류를 일부러 찾아 재미있게 읽던 기억이 난다. 그 또래만이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을 담고 있던 소설을 읽으며 동질감과 두근거림을 느끼던 때로부터 한참이 지난 지금, 나는 그 또래가 된 딸아이를 생각하며 책을 읽는다.

14살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 테레제는 장애가 있는 언니 이레네, 엄마, 아빠와 함께 단촐한 가족 구성원을 이루고 있다. 까닭없는 불안함과 생각이 많아지는 나이 탓인지 신의 존재에 대해 알고 싶어하며 세상의 종말이 올까 두려워하기도 한다. 또한 외모에 대한 두드러진 관심으로 약간 넓은 이마에도 잔신경이 쓰이게 되고, 목사님의 아들인 얀에게는 야릇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듣게 된 엄마 아빠의 이혼 소식은 테레제를 큰 혼란 속으로 빠뜨리며 의지할 대상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불안정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테레제에게는 벼락이 떨어지는 것과도 같은 선고였던 것이다. 테레제의 주위엔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그옛날 딸아이의 교통사고에 대한 아픈 기억을 안고 계셔서 어딘지 모르게 가까워지기 어려운 할아버지와, 장애를 갖고 있는 언니 이레네뿐이다. 

마음에 들지 않을 땐 괴성 지르기와 물건 던지기를 예사로 하는 언니지만, 툭툭 던지는 말에서는 이미 삶의 진리를 터득한 것 같다.
"배고픈 물고기만이 건강한 물고기거든."
"물고기들은 우리가 쳐다보든 말든 상관없이 언제나 거기에 있어."
배고픈 물고기는 배를 채우기 위해 물 속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먹이를 잡으려고 부지런히 노력한다. 테레제는 그 사실을 몰랐지만, 스스로 속이 허한 배고픈 물고기였기에 세상에 대한 온갖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어했다.

테레제는 믿음직한 친구 얀에게 더욱 관심을 보이게 되는데, 이것은 허전한 마음을 채울 대상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얀과 함께 '세상이 끝나기 전 꼭 해야할 12가지'의 목록을 만들고, 그중 세 번째에 해당하던 '꿈에 그리던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를 당장 실천하고 싶은 마음에 주말에 로마로 여행을 떠나기로 약속한다. 발칙하게도 아버지의 카드번호를 외워 결제한 비행기표와 숙박비는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커다란 잘못이지만, 테레제는 잠깐 빌린다고 생각할 뿐이다. 당차고 실천력이 강한 테레제이기에 후에 아르바이트 등의 수단으로 아버지의 돈을 꼭 갚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로마로의 여행.
주말동안의 여행이지만 테레제에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삶에 대한 스스로의 결정과 도전, 계획한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행동력을 보여준다.

물론, 인생을 이끌어줄 방향타는 필요하다. 여기서는 이혼으로 정신적 상처를 받고 계신 부모님이 아니라, 다소 퉁명스러워보이지만 이해력이 풍부한 할아버지가 그 역할을 해주신다. 서슴없이 얀에게 키스를 하라고 코치하신 걸 보면, 할아버지는 사고가 행동을 지배하지만 때로는 행동이 머뭇거리는 사고를 끌어당겨 세우기도 한다는 것을 아셨나보다. 

이제 시작이다. 테레제는 할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용기를 내었고, 그것이 받아들여짐을 보았다. 부모님의 이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끝나지 않았으며, 언젠가 세상이 진실로 끝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을 것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의 길을 따라 힘차게 도약할 테레제의 훗날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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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와 괴짜들의 이야기 과학사 아이세움 배움터 18
존 타운센드 지음, 이충호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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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과학의 결과물을 사용하고 누리면서도 그것들이 어떤 과정이나 어려움을 뚫고 발명되었는지에 대해선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무심하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인터넷으로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휴대폰이 일상화된 편한 시대가 되기까지 많은 과학자들의 땀과 희생이 뒤따랐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물리학의 역사 편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소동을 비롯하여 태양의 우주의 중심이라는 가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 목숨까지 바쳐야 했던 천문학자들의 이야기, 날고자 했던 사람들의 열망과 오늘날 편하게 사용하는 전기가 발명되기까지의 사건들이 전개된다. 비행기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시절, 새의 날개처럼 생긴 커다른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날려고 했던 사람들의 열망은 사고와 죽음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 안타까웠다. 또한, 번개가 전기임을 증명하고자 실험을 하다 숨진 과학자 등 새로운 것을 만들고 증명해 보이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진지하고도 열정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초의 화학자는 누구였을까? 단지를 만들기에 적합한 흙의 성질을 알아내고 불을 피워 암석을 가열하다 금속을 만드는 방법을 발견하기도 한 원시인이라고 한다. 연금술로 대표되는 중세 시대의 화학은 물론이고 마취의 역사, 폭발물의 발달, 오늘날과 달리 위험한 백린을 사용하여 노동자들의 죽음까지 가져왔던 성냥 이야기, 너무나 많이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합성섬유 등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소개되어 있다.

  복제양 돌리를 만들어내기까지의 생물학의 발전도 눈부셨다. 오늘날 누구나 꼭 맞는 예방접종 중의 하나인 콜레라도 발병원인을 놓고 여러 주장이 나왔었다 하니,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것도 과학자들의 노력의 결과였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어릴 때 읽었던 이야기이지만, 우연히 곰팡이로 세균이 죽는 것을 발견하여 페니실린을 만들어낸 과정과, 천연두의 박멸에 관한 이야기는 어른이 되어 다시 봐도 기쁘고 축복받은 일이라 여겨진다. 

  전화와 바셀린, 찍찍이라 불리는 벨크로의 탄생, 실패가 낳은 포스트잇의 성공 등 지금도 끊임없이 발명을 위한 실험을 거듭하는 과학자들이 있기에 우리 생활은 보다 편리해지고 있다. 한편으론 x선으로 인체 사진을 찍으면서도 그 당시엔 위험성이 알려지지 않아 아무렇지 않게 x선을 찍는 주변에 모여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니, 휴대폰으로 인한 전자파나 전자렌지의 마이크로파가 훗날 생각보다 더 큰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 것은 아닌지 슬그머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과학사를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의욕을 자극하며, 앞선 과학자들의 열의와 노력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책 속의 사진과 그림도 내용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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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의 인생수업 - 빌 게이츠의 아버지가 들려주는 20가지 인생 이야기
푸허녠 지음, 고보혜 옮김 / 이스트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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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팅시간이 지루하게도 길던 386이라는 것으로 컴퓨터를 처음 접하고 나서 잠깐 책상 앞에서 멀어졌다 다시 와보니, 어느덧 컴퓨터에는 윈도우라는 컬러판의 마법이 씌어져 있었다. 마우스로 끌어 당기면 순식간에 파일이 옮겨지는 걸 보며 "마술이다!"라고 외쳤던 웃지 못할 시기. 남녀노소를 컴퓨터 앞으로 쉽게 끌어들이던 윈도우의 등장이란 대사건의 선두에 빌 게이츠, 그가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빌 게이츠.
  굳이 세계화 시대가 아니더라도 그의 이력이 너무나 찬란하여 세상 사람들이 모르고자 하여도 알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릴 때부터 이루어지는 교육이 성인이 되기까지 미치는 엄청난 영향을 생각할 때, 빌 게이츠의 집안 역시 지금의 그를 만들만한 탄탄한 교육의 기초를 가정에서 쌓았을 것이라 추측했다. 어떤 방법의 교육이 오늘날의 그를 이자리에 서게 만들었을까? 그걸 알고 싶어 이 책을 들었다.

소년 빌
  작고 총명해 보이는 사진 속의 아이의 눈은 순진무구하면서도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어린 빌 게이츠는 또래의 다른 남자아이들과 특별히 다르지 않게  주의가 산만하며 개구쟁이 노릇을 톡톡히 하는 아이였다. 그런 빌 옆에는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게 해주었던 빌의 아버지 윌리엄 헨리 게이츠 2세가 있었다.
  꼬마의 작고 소소한 고민에서부터 하버드대를 자퇴할 것을 결심하는 중대한 일까지 아버지는 항상 아들을 격려해주고 북돋아주었다. 아버지를 따라 법학을 전공하지 않고 당시엔 낯설기만 한 컴퓨터를 배운다고 할 때에도 고민 끝에 아들의 결정을 지원해 줄 정도로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아버지의 이야기 수첩
  아버지가 들려주는 세계 여러 나라의 이야기는 실제로 윌리엄 헨리 게이츠가 빌 게이츠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중국인 작가 푸허녠은 부자 사이에 발생했을 법한 이야기를 창작하여 실제와 가상을 혼합시켰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이야기와 빌 게이츠의 발자취가 적절히 결합된 소설겸 전기문인 셈인데, 묘하게도 둘은 잘 조화를 이루어 양쪽의 재미를 다 느끼게 한다.

부자의 대화
  윌리엄 게이츠 2세는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통해 빌 스스로가 내용 속에 숨겨져 있는 교훈을 파악하도록 한다. 더불어 부자의 대화로 깨달음을 얻는 건 바로 책을 읽는 독자들이기도 하다. 독서 후 대화로 풀어가는 독후활동법을 부자의 대화로 체험할 수 있으니, 부모가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끔 만들어주는 사례를 저절로 공부한 느낌이다.

빌의 성공 스토리
  책의 목차에 있는 용기, 창조, 열정, 슬기, 부, 신용 등과 같은 덕목들이 빌 게이츠의 생애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보여준다. 하버드 대학을 자퇴하고 소프트웨어 회사로 올인한 그의 용기, 규격화된 언어를 개발해낸 창조력, ms사 명의로 빚을 내던 파트너를 감싸준 관용 등 읽으면 읽을수록 참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아버지의 건의를 받아들여 설립한 재단을 통해 자선사업을 펼칠 것이며, 그것을 위해 2008년에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결심은 그간의 훌륭한 가르침이 선사한 축복이자 결과물로 보인다.

Bill's note
  이번엔 책을 읽는 독자가 생각할 차례이다. 마치 독서 토론 후 나오는 독후활동의 질문처럼 책은 여러 질문을 던진다.
왜 용기가 필요할까? 나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빌 게이츠처럼 험난한 길을 갈 수 있을까? 부자와 성공에는 등호가 성립하는가?
빌 게이츠란 한 인물의 생을 통해 우리는 배울 것도 느낄 것도 참 많아진다.

  빌 게이츠가 아버지의 이야기에서 인생의 교훈을 배운 것처럼 나도 빌 게이츠의 생을 곱씹으며 그의 열정과 도전정신, 겸손함을 배운다. 또한 자식을 이끌고 가르치는 방법의 지헤도 배운다.
  세간에선 독점기업이니 성공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느니, 세금을 피하기 위해 기부를 한다느니 뒷말도 많지만, 열정을 가지고 창조적 정신으로 도전하는 집념을 가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것이다. 결코 평탄대로만 걷지 않았고 스스로 개척해 온 것이기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에도 겸손과 신중함을 잃지 않은 우리 시대의 드문 위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야기가 던져지면 받아 먹는 건 독자의 몫인데, 오늘은 마치 먹어보지 못했던 퓨전요리의 맛을 본 느낌이다. 픽션과 논픽션, 서양과 동양이 결합된 독특한 형식에서 가졌던 초반의 낯설음은 결국 먹기좋게 버무려진 책의 감동이라는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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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사회 결정타 파악하기 2 - 세계사 상편 만화 결정타 파악하기
이영주 지음, 곽현주 그림, 송영심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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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사란 재미있는 과목을 앞에 두고도 시험과 결부되면 모든 역사연표와 인물, 사건들이 옥죄듯이 다가와 괴로움을 당하던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분명 역사는 재미있고 배울 것도 많지만 동시에 외울 것도 많다. 외우기가 힘든 이유는 긴 시간을 두고 조금씩 공부해 나간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머리 속에 집어넣으려니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같다. 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우기 이전부터 재미있는 역사서로 차근차근 땅을 다져둔다면 훗날의 버거움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만화 '사회 타파(세계사 상)'는 아시아 지역의 세계사를 다룬다. 지구본 조각에 실수로 쏟은 포도주스로 인해 실제로 과거 유물에 흔적을 남기게 되어 그 얼룩을 지우러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역사 속으로 향한다. 이 책 한 권을 읽으며 주인공들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숨가쁘게 동양의 역사 한 바퀴를 돈 느낌이다. 중국과 일본, 인도, 동남아시아, 오리엔트 문명의 여러 왕조시대를 찾아다니는 동안 인도의 뿌리깊은 카스트 제도와 힌두교, 그리고 이슬람교 내에서 벌어지는 이란, 이라크의 죵교 분쟁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바퀴벌레와 파리같이 사람들이 극히 싫어하는 곤충을 등장인물로 내세운 것부터 특이했지만, 만화 속에서는 너무나 귀여운 바퀴벌레 왕자와 파리 공주일 뿐이다. 이들과 또다른 주인공 백강구가 선사하는 엎치락뒤치락의 재미있는 내용과 더불어 동양의 역사 상식을 풍부하게 접할 수 있어 이 책이 지향하는 만화 선행 학습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방대한 동양 역사를 이 책 한권에 모두 집약할 수는 없지만, 찬찬히 여러 번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세계사를 공부한 효과를 느끼게 될 것 같다. 

  사실, 중국의 역사만 해도 얼마나 많은 나라가 생겨나고 망하고를 반복했는지... 제정일치 사회의 은나라, 많은 사상들이 등장한 춘추전국시대, 만리장성을 쌓은 진나라, 그리고 한나라, 위진남북조, 수나라, 당나라 시대를 빠른 속도로 지나치지 않으면 책 한권에 4대 문명을 다 담아낼 수 없겠지 싶다. 다만,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결정타파악하기' 코너에서 지도, 표, 그림과 함께 역사에 대한 설명을 요약해 놓고 있는데, 중학교의 노트정리같아 아이들에겐 좀 어려울 것 같다. 좀더 해설이 붙은 이야기식이었다면 어떨까?

  조만간 발간될 사회타파 세계사 하편에서는 유럽과 아메리카쪽의 얼룩을 지우러 떠난다 하니,  서양에서 펼쳐질 웃기고 신나는 모험과 함께 재미있고 유익한 역사 풀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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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 하구이야기
윤성규 외 지음, 윤봉선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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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서 '하구란 무엇이다‘라고 정의를 내리려 하니, 뭔가 쉽사리 잡히지 않은 채 입 밖으로 뱉어지지 않고 맴돌기만 했다. 답답한 마음으로 책을 열자마자 바로 친절하게 나와 있는 하구의 뜻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었다. 그러고 보니 민물과 짠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의 물의 염도는 어떨지, 모습은 어떨지, 어떤 생물들이 살아갈지 여러 가지가 궁금했다. 민물과 바닷물은 어떻게 섞일까? 주걱으로 저으면 생기는 모양처럼 원형으로 섞일까, 아니면 약한 파도가 강물을 조금씩 쓸어가는 걸까? 모든 궁금증은 이 한 권의 책으로 풀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 하구이야기'는 하구에 관한 여러 내용을 폭넓게 담은 구성이 돋보이며, 초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쉬운 설명과 삽화, 사진으로 흥미를 돋운다.


'하구는 어떤 곳인가?'

  전혀 다른 성질의 물길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장소인 하구는 강으로 운반되어 쌓이는 퇴적물과 바다의 파도가 영향을 주어 끊임없이 변화되며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책 속의 남해와 서해, 동해의 하구 사진은 각기 다른 고유의 하구 모습과 여러 형태를 한눈에 보여주어 훌륭한 참고자료가 된다.

  하구 주변에는 염분기가 있는 습지, 느린 물흐름에 따라 퇴적되어 만들어진 삼각주, 갯벌, 바다의 모래가 육지로 이동되어 쌓인 해안 사구, 모래 둔덕이 쌓여 바다와 고립된 호수 석호 등 다양한 환경이 공존한다. 이런 환경은 여러 생물에게 중요한 서식처의 역할을 하며, 사람들에게도 다양하고 아름다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우리가 하구 쪽에서 갈대를 많이 볼 수 있는 이유는 염분 변화에 잘 견디기 때문이며, 그러한 식물들은 파도와 홍수 조절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니 조화로운 생태계의 한 단면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하구에는 어떤 생물들이 사는 걸까?

  하구에는 새들의 먹이가 많아 왜가리, 솔개, 고니, 기러기, 백로 등 다양한 종류의 새들은 물론이고, 염분에 대한 적응력울 가지고 있는 숭어, 전어 등 여러 어종들에게도 중요한 서식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자라는 연어와 바다에서 알을 넣아 하구 주변으로 돌아오는 뱀장어와 같은 회유성 물고기의 습성에 대한 이야기와 민물고기와 바닷물고기의 차이점을 통해 삼투 현상에 대해 공부를 할 수도 있는 부분은 꽤 유익했다. 하구의 바닥에서 사는 게, 조개류 등도 빠지지 않고 소개된다.


문명이 꽃피는 하구

  비옥한 땅과 풍부한 먹을거리로 인류의 4대 문명이 꽃핀 하구 지역을 사람들은 어떻게 이용하고 살았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단순히 먹을 것을 얻던 시대에서 간척과 매립을 통해 좀더 적극적인 이용방법을 취하는 시기로 변하게 되며, 대표적인 인공 구조물로 하구둑과 보에 대해서 소개되어 있다. 우리나라 간척사업 하면 한참 발전이 이루어지던 60년대인 것 같은데, 놀랍게도 고려시대에 이미 쌀을 확보할 목적으로 강화도 부근을 간척했었다고 한다. 오늘날의 간척은 공단이나 신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이루어진다는 것이 차이점이며, 그로 인한 공해와 자연환경 파괴의 문제는 다음 장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진다.


하구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논란이 되었던 새만금 사업처럼 각종 개발로 인해 자연하구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사람을 위한 작업으로 생물들의 서식처가 사라진다는 것은 마음만 아파하고 끝날 일이 아니며, 파괴된 먹이사슬로 그 후유증은 날로 심각해질 것이다.

  책에서는 다른 나라들이 하구를 어떻게 보존하고 있는지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중 뜻밖이었던 것은 네덜란드의 사례이다. 바다보다 낮은 땅의 지형을 극복하기 위해 간척사업을 벌였던 네덜란드가 이젠 매립했던 땅을 다시 허물어 자연으로 돌려보낸다고 한다. 자연을 그대로 놔두는 것이 더 이롭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홍수피해가 나지 않을 정도로만 간척을 한다니, 어릴 적 배웠던 자연 극복의 사례가 자연친화 정책으로 바뀐 것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하구의 중요성을 이미 인식하고 각종 관련법을 제정해 관리하고 있는 나라이며, 독일은 모든 하구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정했으며 조용히 갯벌을 걸으면서 느끼는 생태관광만을 하고 있단다. 


  우리는 하구를 너무 막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 풍부한 먹이로 생물들의 서식처와 환경 정화 역할을 담당하는  갯벌도 하구의 한 모습인데, 갯벌체험이 인기를 끌면서 지나친 체험활동으로 게 한 마리 보기 힘들었던 몇 년 전 서해안 갯벌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병마다 잡아가던 작은 게들이 안돼 보여 그건 왜 잡아가느냐고 괜히 퉁명스레 물었던 것밖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의 체험활동도 캐고 잡아오는 것에서 바라보고 느끼는 것으로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개발과 보존의 문제는 한쪽만을 밀어붙이고 다른 한쪽은 배척할 수 없게끔 양자가 다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미래 세대가 살아갈 터전을 위해서 그간의 개발 위주의 정책에서 자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반드시 바뀌길 바란다.


  끝마무리로 실린 탐구활동에는 우리나라 하구 조사해보기와 달걀분수 만들기와 같이 실제로 체험해 볼 수 있는 활동들이 실려 있다. 또한, 칠게의 알이 어른 칠게가 될 때까지의 그림표를 보면서는 자연 속에서 또는 사람으로 인해 당하는 수많은 수난에 놀랐고, 새삼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도 소중히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을 벗삼아 자라나기 힘든 요즘의 아이들에게 하구의 모습과 생태작용에 대해 알려주고 보존의 중요성과 그 방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매우 유용하며, 그 의미가 크다. 특히, 우리가 살아가야 할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마지막 장의 의미를 아이들이 깊이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따뜻한 햇살이 기분좋게 내리쬐는 요즘, 책에 소개되어 있는 가까운 곳의 하구에 나가 관찰하고 느끼는 체험활동을 한다면 책을 읽은 느낌을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도 자연의 일부임을 알아갈 때, 자연을 이용하는 현명한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여 어른들의 잘못을 바로잡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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