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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평점 :
소설을 즐겨 읽지 않지만 소설이 좋은 건 이야기보따리이기 때문이다. 내가 속한 세계 밖의 이야기를 압축해서 볼 수 있다. 그 맥락에서 하쿠다 사진관 속 에피소드는 특별하다. 그 공간과 연결된 모든 사람들의 삶은 내게 평범하지 않다. 내가 겪지 못한 이야기라 더 흥미롭고 신기하다. 다른 한편으로 이야기 전개가 다소 억지스럽기도 하다. 주인공 석영의 셔츠 속 남자, 스테파 거츠가 나타난 것, 제비의 드라마틱한 삶의 전개, 사진관을 찾는 이들의 모습 모두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 또한 나의 기준으로 보았기에 또 특별하다고 비현실적이라고만 할 수도 없겠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야기일 테니. 어쩄든 현실과 비현실 사이, 하쿠다 사진관이라는 공간이 내게 풀어놓은 이야기는 인간의 너그러움에 대해서다.
벼랑 위의 사진관을 오픈한 석영은 복합문화공간을 꿈꾼다. 사진 속 주인공들이 즐거워하는 순간을 찍어 기념하는 이벤트를 마련한다. 또 자신을 받아준 마을 주민에게는 30% 할인을 통해 마음을 전한다.
석영과 함께 일하게 된 제비는 대왕물꾸럭마을축제를 통해 공포를 공포로 이겨갔고, 불행에서 조금씩 벗어나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 외 모든 에피소드 속 인물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자신에게 또 타인에게 너그러움을 전한다. 너그러움의 크기만큼 상대방을 그리고 자신을 발견하고 이해한다.
'세상엔 포용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소설 속 하나의 키워드를 <너그러움>으로 읽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삶의 배경을 알고 나면 그의 선택이, 옳고 그름을 떠나, 이해가 된다. 물론 작가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스토리 구성을 탄탄하게 만들고 다각도로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있지만 말이다.
음~ 현실에선 어떤가? 그만큼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이해하고 있나? 이해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상대의 이야기를 충분히 보려고,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듯 현실 속 갈등의 주인공을 대한다면? 관찰한다면? 발견한다면? 이면을 읽는 일이 그리 어렵지 만을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다각도로 보지 않는 게으름과 보지 못한 내 시선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다.
하쿠다 사진관 이야기에는 너그러움이라는 특별한 호홉이 가미되어 있다. 그래서 책을 덮을 때엔 내 안에 따스한 온기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