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서재 - 나만의 도서관을 향한 인문학 프로젝트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과 좀 더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독서를 선택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시야가 넓어져 세상을 보는 안목이 터질 줄 알았다. 책이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가 되었다. 책을 볼수록 점점 나만의 세상에 빠져 들었다. 의견 충돌이 있을 경우, 어설픈 토론으로 감정싸움을 하느니 차라리 입을 닫아 버리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내 지적능력에 대한 터무니없는 과신과 오만이었다.


내 생각이 맞든 틀리든 강요하고 싶지도, 강요당하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은연중 내 생각이 더 옳으리라 믿으며 “무식하고 편견에 싸인 너희들과 무슨 이야기를 섞으랴.....독야청청 나 혼자 가련다.”가 어느새 잘난 내 주의가 돼가고 있었다.


정여울은 이런 나의 병증에 딱 막는 처방전을 내준다. 어지러운 마음에 야무지게 돌 하나를 던진다. ‘책만 있는 서재’가 아닌 ‘내 마음의 서재’를 권한다. 끊임없이 읽기만을 반복하는 독서는 소화도 못시킨 채 또 음식을 우겨 넣는 일이니 책장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책에 쫒기지 말자. 이미 당신은 충분히 읽었다. 독서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생각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새로운 책을 읽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읽은 것이라도 확실하게 소화하고 되새기며 내 것으로 만들자고 말하는 듯 하다. 요는 “제대로 읽고 많이 생각하고 타자와 소통하며 사람답게 살자”다.


맞는 말이다. 문제집 풀듯이 한 번 보고 마는 ‘수능 독서’를 버리자. 책의 질과 양에 연연하지 말고 사색과 성찰을 통해 오롯이 내 것으로 하는 독서를 해야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 변화란 성공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생각의 단층을 달리 한다는 것이다.


나 혼자 읽고, 나 혼자 생각하고, 나 혼자 담아두고 마는 나 홀로 인생이란 얼마나 황량하고 외로운가? 다른 사람과 같이 읽고, 생각하고, 교감하는 삶을 일부라도 실천할 수 있다면 인생에 바랄 것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 비록 내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나와 사람들과의 관계는 바꿀 수 있으리라.. 


정여울의 책은 처음이었다. 그의 글은 모나지 않으면서 사려 깊고 부드러우며 성찰의 깊이가 있다. 문학 전공자답게 문학작품으로 사고의 여행을 이끄는 글맵시가 여간 날카롭지 않다. 다층적인 인간 내면과 복잡한 사회를 따듯한 감성과 날카로운 터치로 연결짓는 품새를 따라가다 보면 뭔가 울컥하며 책장을 덮고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만든다.


그래..인간이란 이런 것이야. 내 삶과 네 삶이 다르지 않아. 우리 이 험난한 세상의 파고를 같이 넘지 않을래? 작가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새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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