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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경제학 - 인간은 왜 이성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가
피터 우벨 지음, 김태훈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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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통계


흔히 인간이 동물과 비교할 때,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곤 한다. 이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간들임을 가정하며 인간을 ‘호모 에코노미쿠스’라고 지칭하는 이른바 '주류 경제학파'가 등장했고, 한동안 이것이 정설이었고 여전히 나름대로 경제학계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인간이 그렇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일까? <욕망의 경제학>을 읽으면 인간은 스스로가 합리적인 존재라고 착각할 만큼 비합리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이 경제활동을 할 때, 꽤나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인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학문적으로 연구를 했고, 이러한 연구를 우린 '행동 경제학'이라 한다.

 <욕망의 경제학>의 저자인 피터우벨은 심리학 교수이자 결정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을 이용해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과 그 결정이 경제, 문화 그리고 건강과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이성성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든 정책적인 문제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이 다리가 부러져도, 혹은 폐렴에 걸려도 죽이라는 처방만 내리는 엉터리 수의사처럼 말이다. 그들은 비만 문제도 시장에 맡기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뱃살을 빼고 싶다면 시장이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킬 길을 찾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자유는 그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종종 그것을 얻기 위한 결심을 하지 못한다. p.92
인간은 일부 자유주의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그다지 이성적이지 않다. 자유 시장은 우리가 자신에게 해를 입히도록 할 수도 있다. 또한 자유 시장은 소비자 행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심리적 맹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유시장이 언제나 소비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는 적절한 보호책을 강구해야 한다.” p.235

저자는 자유소비에 관한 인간의 본성과 잘못된 욕망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해주며 동시에 무의식이 가진 엄청난 힘에 대해 말한다. 무엇보다 잘못된 소비패턴에는 부드러운 개입이 아닌 적극적인 간섭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다.

우리에게는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으며, 동시에 잘살 권리도 있다. 자유와 복지가 충돌할 때는 세심하게 조정한 선에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작은 대가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열린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p.273

<욕망의 경제학>에서는 평균으로의 회귀, 손실회피, 기준점 효과, 프로스펙트 이론, 휴리스틱, , 보유 효과, 할인류 이론, 심리회계, 현상유지편향, 사후판단편향등 개인에서부터 정부에 이르기까지 경제적 선택에 있어서 만들어지는 여러 가지 심리 분석들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행동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읽기에 제격일 것 같다.

확실성의 힘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분이 방금 치명적인 암에 걸렸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여러분이 1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없다. 한 가지 희망은 생존율을 3퍼센트로 높여주는 새로운 화학요법이 최근에 개발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아직 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이때 여러분은 최신 화학요법을 받기 위해 얼마를 지불하겠는가? 그 대답을 생각했다면 이제 다른 상황을 고려해보자. 여러분은 생명에 위협을 주긴 하지만 치료 가능성이 훨씬 큰 암에 걸렸다. 그리고 보험회사가 생존율을 50퍼센트로 높여주는 표준 화학요법의 비용을 대줄 것이다. 이때 생존율을 53퍼센트로 높여주지만 아직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최신 화학요법을 받기 위해 얼마를 지불하겠는가? 여러분이 생각한 액수가 얼마든 앞의 경우에 생각한 액수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두 경우 모두 생존율을 3퍼센트 높이기 위해 돈을 쓴다. 그런데 첫 번째 수치는 아주 크게 느껴지는 반면 두 번째는 거의 사소해 보인다. 그 이유는 첫 번째 경우에 확실한 죽음이 미치는 심리적 힘이 3퍼센트의 가치를 확대시키기 때문이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중요한 선택을 앞둔 사람이 참고할 수 있는 이론을 개발하려 노력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생체리듬에 따라 트버스키는 밤늦은 시간에, 카너먼은 아침 일찍 일어나 구상을 하고 점심시간부터 늦은 오후까지 대화하는 식으로 공동작업을 했다. 이처럼 효율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새로운 통찰이 계속 발견되었다. p.64~65

행동 경제학의 심리 이론들은 읽어 보면 볼수록 흥미롭다. 아마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경제적 선택을 하는 도중 발생하는 인간의 심리에는 어떠한지 접할 수 있고, 심리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욕망의 경제학>을 통해 인간의 경제적 이익에 대한 크나큰 욕망을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자유로운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그만큼 자유는 매우 특별하며 많은 사람이 기꺼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려고 하는 고귀한 가치다. 또한 자유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목표를 추구할 수 있도록 만든다. 자유 덕분에 우리는 어떤 직업을 가질지, 누구와 결혼할지, 몇 명의 아이를 낳을지, 어떤 샴푸를 살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선택의 자유에 ‘나쁜 선택을 할 자유’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수많은 기업이 인간 행동을 연구하고 있는데 이는 종종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예를 들어 P&G는 수백만 달러짜리 자기공명영상장치를 이용해 자사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뇌 반응을 분석한다. 또한 심리학, 사회학 박사들은 대학을 떠나 기업에서 인간 행동에 대한 지식을 판매로 연결시키는 일에 종사한다. 소비자 중에는 자신이 텔레비전 광고나 판촉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마케팅 전문가들은 인간 행동에 대해 그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마케팅의 영향을 받는다. 나는 자유의 위험을 강조하고 나아가 자유를 일부 제한하면 건강과 복지well-being를 증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이 책을 썼다. 이를 위해 자본주의가 인간의 본성과 만날 때, 다시 말해 잘못된 결정을 유발하는 인간적인 성향이 자유를 누릴 때 발생하는 폐해를 설명할 것이다. p.6

탈러는 경제학자들조차 포커게임에서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고려할 때 이성적인 효용 극대화를 전제로 한 19세기 경제사상은 상당한 결함을 안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당시 이러한 그의 생각은 이단적이었다. 따라서 그는 동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할 때 최대한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기존 경제사상의 이론적 바탕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비이성적 행동을 보여주는 일화들을 에둘러 제시했던 것이다. 그는 비이성적 행동들을 설명하는 책을 내려고 자료를 모았지만, 이성적 선택에 대한 표준경제 이론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이론을 수립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고민하던 그에게 우연히 탈출구가 찾아왔다. 1976년 여름, 탈러는 위험한 일의 정당한 대가를 평가하는 학회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심각한 부상을 당할 위험이 있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추가로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논의했다. 학회에는 경제학자뿐 아니라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매달렸던 연구 과제 중 다수를 공유했던 폴 슬로빅Paul Slovic이나 바루크 피쇼프Baruch Fischhoff 같은 젊은 심리학자도 참석했다.
그 학회에서 중요한 영감을 얻은 탈러는 돌아오는 길에 피쇼프에게 사람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탈러의 이야기를 들은 피쇼프는 그다지 놀라울 것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우편으로(당시에는 아직 이메일이 없었다) 관련 자료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다음주에 탈러가 받은 논문들 중에는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쓴 어림법과 편향에 대한 초기 논문도 있었다. 마치 금광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흥분한 탈러는 한달음에 도서관으로 달려가 두 사람이 쓴 다른 논문을 읽었다. 같은 책.
마침내 자신이 목격한 비이성적 행동을 설명하는 이론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 이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탈러는 경제학 저널에 그동안 기록해온 글을 실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p.72~73


그러면 이번에는 오늘 100달러를 받는 것과 내일 110달러를 받는 것 중에서 선택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이 경우 대부분의 사람은 금액이 적은 쪽을 선택한다. 먼 미래에는 10달러를 더 받기 위해 하루를 기다릴 수 있지만 지금 당장은 안 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단기적으로는 높은 할인율을, 장기적으로는 낮은 할인율을 적용한다. 이 중에서 어느 쪽이 진정한 선호를 반영하는 것일까? 이처럼 불규칙한 경향을 놓고 할인율의 이성성을 말할 수 있을까?
노벨상 수상자 토머스 셸링Thomas Schelling은 우리 안에서 싸우는 ‘다수의 자아’에 대해 멋진 글을 썼다. 내면의 자아들은 서로 자신이 선호하는 방향대로 우리 삶을 지배하려 한다. 내 경우 장기 자아는 안전한 저축상품에 돈을 넣길 원하고, 단기 자아는 위험도 높은 신생기업의 주식에 투자하길 원한다. 또한 장기 자아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하길 원하고 단기 자아는 잠을 더 자길 원한다.
사람들이 시장에서 보다 이성적으로 행동하도록 사회가 도와야 하는지를 검토할 때,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그들이 어떤 자아의 말을 들어야 하는가이다. 시장은 어떤 자아의 효용을 극대화해야 할까? 
p.122

욕망의 경제학

저자 피터 우벨

출판 김영사

발매 2009.12.18.

상세보기


책소개

인간의 비이성적 본능이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

19세기와 20세기에 자유주의적 시각을 뒷받침하는 경제학자들이 대거 등장해 경제학을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과학으로 발전시키고, 개인의 선호에 따라 이성적인 결정을 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라는 경제 이론을 선보였다. 덕분에 자유시장이 사람들의 삶에서 차지하는 영역은 점점 넓어졌다.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는 어린 아이도 브랜드 이름은 수십 가지나 줄줄 읊을 수 있고, 제약회사들은 온갖 병에 대한 두려움을 조장하며 자신들이 거래하는 병원으로 가라고 꼬드긴다. 행동과학과 결정심리학의 세계적 석학인 의사 피터 우벨은 이러한 자유시장이 소비자의 불합리한 선택을 조장하는 문제를 냉철하게 꼬집는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저자소개

저자 : 피터 우벨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경제·심리 석학. 미시건대학의 의학 및 심리학 교수이자 의료 분야의 행동 및 의사결정학 센터 소장이며 앤하버보훈병원의 내과의사다. 결정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을 활용해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과 그 결정이 경제와 문화, 건강과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산하 국제보건위원회의 창립위원이기도 한 그는 보건정책과 관련된 행동과학을 선도하는 석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0년, 클린턴 정부로부터 신진연구자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지식의 경계를 허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뉴리더NEW LEADER>, <허핑턴포스트> 등에 행동경제학과 인간 심리, 의학과 과학 분야를 망라한 대중적 글쓰기를 통해 활발한 기고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활발하게 기고중이며, 《삶의 가치: 지금이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시행할 시기인 이유PRICING LIFE: WHY IT’S TIME FOR HEALTH CARE RATIONING》와 《극복의 힘YOU’RE STRONGER THAN YOU THINK》을 펴냈다.

역자 : 김태훈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 ≪혁신이란 무엇인가≫, ≪야성적 충동≫, ≪금융공황의 시대≫, ≪불 인 차이나≫,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그린스펀 버블≫, ≪기빙: 우리 각자의 나눔으로 세상을 바꾸는 법≫, ≪카탈리스트 코드≫, ≪가격파괴 전략≫, ≪뮌헨, 1972≫ 외 다수가 있다.

해제 : 이인식

대한민국 과학칼럼니스트 1호.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부산일보> 등 주요 일간지에 고정칼럼을 400편 이상, <월간조선>,<과학동아>, <주간동아>, <시사저널> 등 잡지에 기명칼럼을 150편 이상 연재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학저술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탁월한 통찰력과 20년 가까운 집필 활동을 기반으로 학문 간 경계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그동안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주제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소개해왔다. 또한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지식 융합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신 과학·공학 이론을 누구나 알기 쉽도록 독창적으로 집필, 국내 과학 출판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45년 광주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과학문화연구소 소장이자 KAIST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지식의 대융합》, 《21세기 키워드》, 《미래신문》, 《나노 기술이 미래를 바꾼다》, 《이인식의 과학나라》, 《미래 교양 사전》, 《유토피아 이야기》, 《짝짓기의 심리학》 등이 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제47회 한국출판문화상,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목차

머리글 | 보이지 않는 주먹, 인간의 본성이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

1부 이성적 이익 추구와 비만의 상관관계
1장보이지 않는 손이 무의식을 만나다
2장비만은 이성적 선택의 결과인가

2부 행동경제학과 부드러운 개입주의의 부상
3장은행원과 전투기 조종사 그리고 이성의 한계
4장땅콩과 머그 그리고 행동경제학의 탄생
5장보다 친절하고 부드러운 개입주의

3부 무의식적인 식욕과 늘어나는 뱃살
6부비이성적 미각과 무한정 채워지는 수프
7장충동적 행동과 자아의 싸움

4부 집과 사무실 그리고 병원에서 마주치는 비이성성
8장넓은 정원과 먼 통근거리
9장위험한 감정과 담배 피우는 시간
10장삶의 가치와 의료비용
11장마케팅과 설득의 과학
12장자유와 복지의 위험한 균형
13장보모국가가 되지 않고 비만과 싸울 수 있을까

해제 | 행동경제학은 무엇을 말하는가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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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듯 대화하는 기술
요코야마 노부히로 지음, 김지윤 옮김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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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하며 소통한다. 그러다 간혹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만나 답답하거나 더 나아가 화가 나는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나와 관계없는 사람이라면 다시는 만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매일 마주쳐야만 하는 가족, 친구, 직장 동료나, 상사, 고객 같은  절대 피할 수 없는 관계에 놓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어떤 대화법으로 인간관계를 좀더 매끄럽게 유지하며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전하는 '대화를 통하게 하는 기술'과 '대화를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만드는 기술'을 충분히 습득하면 대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목표 달성'과 '빠른 문제 해결'뿐 아니라 '올바른 결단 내리기', '빙빙 돌아가지 않고 직진하기', '즐겁게 대화 나누기', '마음의 거리 좁히기' 등이 가능해지고, 더 나아가서는 대화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될 것 입니다.  화법과 의사전달법, 청취법의 수준을 뛰어 넘는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공적으로 사적으로나 도움이 됩니다. 인간관계와 인생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라도 '대화를 통하게 하는 기술'을 반드시 익히시기 바랍니다. p.16

  <물 흐르듯 대화하는 기술>의 저자 요코야마 노부히로는 기업이 세운 목표를 달성시키는 컨설턴트로, 기업의 사원들과 소통을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저자는 '말이 잘 안 통하는 사람'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엉뚱한 소리’로 대화의 방향을 바꾸는 사람, ‘지레짐작’으로 말을 자르는 사람, ‘무조건 거부’부터 하는 사람.  이 유형들을 읽으며 학교생활을 하며 전공수업 과제로 여러 팀 프로젝트를 하면서, 고통스러워했던 지난 날들이 생각났다. 이 세 유형은 다 만나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공감을 하며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물 흐르듯 대화하는 기술>은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고, 그 유형에  맞게  ‘대화를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만드는 기술’을 사용하면, 스트레스 받지 않고 목표달성에 쉽게 도달 할 수 있다 말한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을 ‘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대하면 됩니다. 가령 영어 회화를 한다고 해봅시다. 영어 회화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를 네 가지만 뽑자면 ‘어휘’, ‘문법’, ‘리스닝’, ‘리딩’입니다. 상대방이 쓰는 ‘단어나 용어’의 뜻을 모르면 대화를 할 수 없습니다. ‘문법’이 잘못되면 말이 통하지 않고, 상대방이 내 말을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소통을 위해서 어휘나 문법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리스닝’과 ‘리딩’ 능력입니다. 우리는 대화를 하면서 ‘내가(혹은 상대방이)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내가(혹은 상대방이) 적은 내용을 오해 없이 받아들였는가’를 늘 확인해야 합니다.  p.14
영어를 공부할 떄 중요한 네 가지는 어휘, 문법, 리스닝, 리딩입니다. 그리고 대화의 아귀를 자연스럽게 맞춰가는 데에도 이 네 가지가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사용하는 단어 뜻을 모르면 대화가 안 됩니다. 문법이 틀리면 말이 통하지 않고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대화할 때는 무엇보다 '리스닝'과 '리딩'능력이 필요합니다. p.20

 ‘요주의 인물’을 상대할 때 상대방을 ‘외국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며 '리딩'과 '리스닝'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과거 팀플을 할 때,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보다 나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노력했던 나의 모습에 대해서도 반성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와의 대화를 입체 적으로 관찰하고 제대로 맞물리고 있는지, 아니면 이야기의 논점이 흩어지고 있는지를 식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이런 연습을 하다 보면 설령 대화가 맞물리지 않더라도 "이런, 또 대화가 안 통했네. 어쩔 수 없지"라며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됩니다. 자기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대화'를 논리적으로 맞추기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이전보다 한 두번이라도 대화가 잘 맞물리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할 줄 아는 자세를 가져야 마음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p.206

저자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을 하고 있기에, <물 흐르듯 대화하는 기술>에 제시되는 대화 예시들은  '회사'라는 공간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 좀 아쉬웠다. 일상생활이나 학교생활에서의 대화법에 대한 대화문들이 있었다면 좀 더 유익하고 공감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기자기 귀여운 그림들과 함께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책 제목에 있는 표현대로 '물 흐르듯'  편안하게 읽어 내려가며 자연스럽게 대화의 기술을 습득하기 용이한 책이다. 특히 직장 동료, 상사, 후배, 거래처 직원 등 직장생활을 하며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에 따라 적절한 말을 할 수 있도록 큰 밑그림을 그려주는 책이었기에 사회 초년생들이게 추천해 주고 싶다.



그러면 일을 진행시키기 위해서 대화를 나눌 때는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까요? 먼저 ‘논점’을 이야기의 ‘줄기’라고 생각해봅시다. 이야기에는 중심을 구성하는 ‘줄기’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가지’, ‘잎사귀’가 있다고 머릿속으로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줄기’를 가장 먼저 전달하고, 그 뒤에 ‘가지’, 그리고 ‘잎사귀’ 순서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지요. ① 전하고자 하는 ‘논점’을 간략하게 말한다(논점=줄기) ② 이야기의 ‘줄기’를 보충하는 ‘가지’를 모두 말한다 ③ 이야기의 ‘가지’를 보충하는 ‘잎사귀’를 하나씩 말한다
이와 같은 전달법을 ‘홀-파트-홀 전달법’이라고 부릅니다.  p.112

‘요주의 인물’과 아무 자료도 준비하지 않은 채로 ‘논리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대화가 산으로 갈 우려가 있습니다. ‘듣고 이해하는 것;과 ’읽고 이해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게다가 ’요주의 인물‘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혼자서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략) 왜 목표 달성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서 ’자료‘가 필요할까요? 개인적으로 자료를 준비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말하는 사람의 ’진지함‘을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대화를 논리적으로 맞추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지한 정도‘도 맞춰야 한다는 말이지요. (중략) ’자료‘를 작성하면 ’하고자 하는 말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가‘와 ’이야기가 제대로 맞물리고 있는가‘를 점검할 수 있습니다.  p.153~155

상대가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면 입으로만 이야기하기보다는 종이에 글자나 숫자를 쓰면서 설명하는 편이 대화가 잘 통할 거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문자보다 ‘숫자’를 제시해야 상대가 ‘지레짐작’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그리고 그 숫자가 의미하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해야 이해도가 더 높아집니다. 따라서 ‘그래프’를 준비하면 좋습니다. 그래프를 그릴 때의 포인트는 ‘심플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p.162~164

물 흐르듯 대화하는 기술

저자 요코야마 노부히로

출판 김영사

발매 2018.02.14.

상세보기

책 소개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어떤 특징을 가진 유형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화를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만드는 기술’을 습득하면, 목표 달성은 물론, 스트레스 받지 않고 대화를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요주의 인물’을 상대할 때 상대방을 ‘외국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반드시 목표를 달성시키는 경영 컨설턴트’로 잘 알려진 저자는 이 책에서 오랜 시간 비즈니스 현장에서 직접 만난 ‘요주의 인물’들의 유형과 그들과의 대화를 유연하게 이끄는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 노하우를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인물별·상황별 사례는 우리 주변에 꼭 한 명씩은 있는 ‘불통의 답정너’들을 떠올리게 하고, 저자가 실제 적용하고 그 효과를 입증한 대화법은 ‘요주의 인물’들과 어떻게 대해야 스트레스 받지 않고 술술 대화를 즐길 수 있는지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알라딘 제공]

저자 소개
저자 : 요코야마 노부히로
현재 주식회사 아텍스ATTAX·세일즈 어소시에이트 SALES·ASSOCIATES 대표이사이자 경영 컨설턴트. 미국 NLP협회 공인 트레이너. ‘최악의 상황에서도 반드시 목표를 달성시키는’ 현장 중심의 컨설턴트로 유명하다.

전략 수립과 새로운 시스템 도입, 리더의 의식 개혁과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물론, 현장에서 임원과 리더, 직원들의 대화를 직접 조정하여 침체된 다수의 회사를 개혁하는 데 거듭 성공했

다. 연간 100회 이상의 강연과 세미나를 소화하고 있으며, 이메일 매거진 〈소소카덴〉은 2만 9,000명이 넘는 경영인을 독자로 확보하고 있다.

이 책은 기업 현장 중심의 경영 컨설팅을 통해 연간 5,000명 이상의 직장인을 변화시킨 저자 요코야마 노부히로가 오랜 시간 쌓아올린 커뮤니케이션 노하우를 집약하여 제시한 책으로,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비즈니스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톱니바퀴 맞물리듯’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다양하고 체계적인 대화 기술을 전한다.

다수의 저서가 중국과 한국, 대만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며 국내 소개된 주요 저서로는 《나쁜 회의》 《절대달성하는 인재 만들기》 《집중의 기술 노이즈 캔슬링》 등이 있다.

역자 : 김지윤
가톨릭대학교 철학과·일본어과 졸업. 일본 세이신여자대학교에서 교환 유학 후 와세다대 대학원 일본어교육학과에서 과목 이수하였다. 일본 관광청, 지자체 등과 광고대행 업무 경력을

쌓은 후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이방인》 《혼자서도 잘하는 아이 여유롭고 느긋한 엄마》 《부자의 습관》 《그렇다면 칸트를 추천합니다》 등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목차
왜 ‘그 사람’과의 대화는 항상 헛돌까?
‘불통의 답정너’와도 대화가 술술 풀리는 마법 같은 필살기


왜 어떤 사람은 1분도 상대하기 힘든 걸까? 대화가 통하지 않는 ‘요주의 인물’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이런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불필요하게 회의가 길어지거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되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는 등 온갖 안 좋은 일이 생긴다. 그렇다면 대화가 통하지 않는 ‘원인’은 무엇일까? 대화가 통하지 않는 ‘요주의 인물’이란 어떤 사람일까? 대화를 통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톱니바퀴 맞물리듯 대화를 매끄럽게 만들어주고, 일의 동력을 제공하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상대와의 대화를 즐길 수 있는 마법 같은 커뮤니케이션 필살기를 제공한다.

1.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을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라!
실제 경영 현장에서 효과가 입증된 ‘요주의 인물’과 대화하는 법


‘엉뚱한 소리’로 대화의 방향을 바꾸는 사람, ‘지레짐작’으로 말을 자르는 사람, ‘무조건 거부’부터 하는 사람… 말이 통하지 않는 이런 유형의 사람 때문에 답답했거나 난처했던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거리를 두면 그만! 그러나 이런 불통의 요주의 인물이 매일 마주쳐야 하는 직장 상사나, 동료, 고객, 가족과 친구처럼 피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어떤 특징을 가진 유형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화를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만드는 기술’을 습득하면, 목표 달성은 물론, 스트레스 받지 않고 대화를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요주의 인물’을 상대할 때 상대방을 ‘외국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이다.

피할 수 없는 상대와 피치 못하게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최악의 상황에서도 반드시 목표를 달성시키는 경영 컨설턴트’로 잘 알려진 요코야마 노부히로는 이 책에서 오랜 시간 비즈니스 현장에서 직접 만난 ‘요주의 인물’들의 유형과 그들과의 대화를 유연하게 이끄는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 노하우를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인물별·상황별 사례는 우리 주변에 꼭 한 명씩은 있는 ‘불통의 답정너’들을 떠올리게 하고, 저자가 실제 적용하고 그 효과를 입증한 대화법은 ‘요주의 인물’들과 어떻게 대해야 스트레스 받지 않고 술술 대화를 즐길 수 있는지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2. 말이 안 통해서 난감했던 당신을 위한 효과 만점 대화의 기술!
스트레스 해소, 목표 달성, 빠른 문제 해결, 올바른 판단 내리기,
즐거운 대화하기, 상대와 마음의 거리 좁히기 등 각종 노하우가 가득


잘못된 대화 때문에 원치 않은 결과에 놓인 적이 있는가? 상사 앞에만 서면 입이 얼어붙고 가슴이 답답해진 경험이 있는가? 야근을 밥 먹듯 하며 회의를 거듭하지만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해 낙심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있는 곳 어디서든 써먹을 수 있는 이 책에 제시된 실용적 팁을 지금 당장 활용해보자.
1장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은 과연 어떤 뜻일까?”에서는 요주의 인물들의 대화법 특징을 살펴본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제자리걸음인 이유, ‘대체 회의를 왜 한 걸까?’하는 회의감이 드는 이유 등, 목표 달성과 업무 효율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우리의 회사생활을 파악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장 “대화가 ‘통하지 않는 정도’ 파악하기”에서는 대화의 흐름을 잘 타기 위한 포인트를 제시한다. 우리 주변 불통의 답정너들 구분법과 대처법을 알려주어 상대에 따라 ‘유연하게 대화하는 법’을 알려준다. 3장과 4장의 “대화를 통하게 하는 기술 [기본편]과 [응용편]은 더욱 눈여겨 볼만하다. 상대의 지레짐작을 막고 논점을 쉽게 파악하도록 돕는 ‘홀-파트-홀 전달법’, 선입견이 강하거나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백트래킹’ 기술, 상대방을 외국인으로 간주하고 대화할 때의 세 가지 포인트, 이야기를 자꾸 다른 데로 돌리는 상대방을 대할 때의 대처법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5장 “‘대화를 통하게 하는 유용한 도구’를 만드는 방법”에서는 대화의 엇나감을 방지하는 자료 작성의 포인트, 논의한 내용을 적절한 표현으로 바꿔서 상대에게 피드백을 주는 ‘패러프레이징’, 갈등의 소지를 줄이는 ‘그래프 활용법’ 등의 도구 활용법을 알려주어 직장생활에서 바로 실천 가능하도록 돕는다. 

비즈니스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대화를 즐기고, 나아가 인간관계도 한결 쉬워질 수 있는 ‘잡담의 기술’까지 배울 수 있다. 6장 “대화가 딱딱 맞아 떨어지지 않아야 좋은 경우도 있다”에서는 ‘SNS 대화법’ ‘화나게 하는 상대를 침묵 시키는 대화법’ ‘잔소리꾼이 되지 않는 방법’ 등 센스 넘치는 잡담 기술을 전한다.

3. 통하지 않는 대화를 즐겨야, 삶도 일도 즐겁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술’이 아닌 ‘대화’의 기술


어디든 ‘말이 통하지 않는 요주의 인물’은 있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요즘과 같이 숨 가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과 점점 다양화되고 복잡해진 업무, SNS?이메일?카톡과 같은 일방적인 메신저 프로그램은 ‘이야기가 헛돌고, 대화가 복잡해지거나, 말이 안 통하는 현상’을 더 부추기고 있다. 문제는 비즈니스에서 이런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쉽게 달성할 만한 목표조차 이뤄내기 어려워지고, 일과 관계에서 여러 갈등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화술’이나 ‘효과적인 의사전달법’ ‘멋지게 프레젠테이션 하는 방법’이 아닌 ‘대화의 기술’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여기에 있다. 목표 달성뿐 아니라 업무 효율도 중요한 시대, 화법과 의사전달법, 청취법의 수준을 뛰어넘는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도움이 된다. 특히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때로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커뮤니케이션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인간관계와 인생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라도 ‘대화를 통하게 하는 기술’은 꼭 필요하다. 이 책에 제시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대화의 기술을 통해 ‘요주의 인물’과도 즐거운 대화를 가져보는 것은 물론, 나아가 일도 삶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자.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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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 - 100세 철학자의 대표산문선
김형석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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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김형석교수는 100세를 목전에 둔  우리나라 1세대 철학자이다.  작년 7월에 <영원과 사랑의 대화>를 통해 그의 에세이를 처음 접했다. 그 책에는 여러 편의 글들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청년들, 학생들이 여러 가지 문제들을 접하게 되면서 생각나는대로 적은 그의 글을 읽어나갈 수록 그가 지내왔던 젊은 순간의 이야기와 지금을 살고 있는 나의 이야기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누구가 겪는 '청춘'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화려한 미사여구 없는 그의 담백한 문체와 철학적 사색이 깃든 그의 글들을 읽으며 마음이 편해졌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리고 올 해 그의 신작 <남아있는 시간을 위하여>를 읽었다. 이번 에세이집에서는 가족, 헤어짐 고독, 나이듦, 종교, 죽음에 대한 그의 성찰이 담겨있는 글들이 실려있다. 특히나 
2부 ‘살아간다는 것-인생론’에 기억에 남는 글귀들이 많이 있었다. 인생의 의미, 삶의 과정 자체의 소중함,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지혜 등 그의 솔직한 인생론 전반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가 결론을 내릴 수는 없으나 많은 사람들은 운명이라는 큰 울타리 안의 작은 자유를 인정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정직한 표현일 것 같다. 삶의 자유는 소중하지만 죽음 앞에서 어떻게 할 수 없으며, 주어진 시간과 공간 속에서는 내 삶의 불꽃이 화려한 듯싶어도 무한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젊었을 때는 만사가 나의 선택과 노력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하지만 임종을 앞두게 된 많은 사람들은 '그때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라고 자위하는 것이 인생일지 모른다. p.102
젊었을 때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가 만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적 판단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용기가 없는 젊은이는 큰 뜻을 펴지 못한다. 장년기가 되면 일에 대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옳고 그름을 알아야 하며,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가리는 가치 판단이 필요하다. 그 뜻을 어기게 되면 실패와 불행을 자초하게 된다. 그러다가 노년기가 되면 삶의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오랜 연륜과 경험에서 얻은 지혜가 없다면 과거의 긴 세월을 잘못 살았다는 결과가 나타날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며 역사는 발전하기 때문에 과거에서 얻은 지식과 교훈만으로는 가족들과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정도의 지혜를 살려갈 수가 없어진다. 그래서 늙은 뒤에도 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인생의 의미는 계속 탐구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텔레비전에서 뉴스도 들어야 하며 필요하면 신문의 논설도 읽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청장년 기간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독서를 계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스컴을 통해 시사성 있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으나 오히려 이전에 읽지 못했던 고전에도 손을 대고 정신적 지도자들의 사상에도 접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행복스러운 성장도 되며, 바쁘게 뛰고 있는 후배들에게는 이를 통해 인생의 조언을 해줄 수도 있다. p.93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학자'의 책은 정말 심오하고 어려운 문장들로 가득차 있을 것 같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런 강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철학지 김형석의 에세이 글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덤덤하게 말하며, 인간의 본질에 관한 물음을 마주하게 한다.

기나긴 시간을 살아온 철학자에게 듣는 삶의 이야기에서는 '자아'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그의 글은 정신적으로 성숙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나를  따뜻하게 나를 응원해주는 것 같았다. 나에게 있는 '남은 시간을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시간이 많이 흐른 뒤 과거를 후회하지 않도록 내 주변사람을 챙기며 순간순간을 알차고 열심히 보내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런저런 현실적인 고민들이 많아 밤에 잠이 안와 고생을 하고 있는 요즘, <남아있는 시간들>이라는 책을 통해 담담한 위로를 받는 것 같아 한결 마음이 가벼워 지는 것 같다.  




나는 더 오래 머물지 못할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다. 모든 인간적 능력을 상실한 가엾은 아내를 사랑한다. 그래도 나는 자신을 불행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사랑의 여백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외롭다. 이 세상에 혼자 있는 것같이 외롭다. 다른 가족들이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려고 노력한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외로워진다. 동정을 받는 사람은 더 외로워지는 법이다. 나는 누구에게도 나의 외로움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쓴다. 때로는 몸부림을 치고 싶을 정도이다. 그래도 남들에겐 전 같은 미소도 지어 보인다. 대단치 않은 일에서도 웃음을 꾸며내본다. 실제로 웃기도 한다. 그러나 그 순간들이 지나면 외로움은 물밀 듯이 찾아든다. 외로움을 잊는 길은 자신을 망각하는 일이다. 그래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무슨 일에든지 몰두한다. 일에 빠져 있는 시간은 외로움을 잊을 수가 있다. 과거와 달리 누군가를 찾아가기도 하고 계속 말을 해본다. 외로움의 안개를 쫓아버리고 싶어서다. 그러나 물속에서 두 손으로 물을 밀어내면 밀려 나가는 물보다는 밀려들어오는 물이 더 많은 법이다. 외로움을 잊으려고 애쓰면 더 큰 외로움이 찾아들곤 한다. p.41

그러나 고독은 마음과 더불어 자란다. 마음과 한가지로 깊어지기도 하며 넓어지기도 한다. 정신이 자란다는 것은 이렇게 고독이 자란다는 뜻이다. 키르케고르의 ‘그가 지니고 있는 고독의 척도가 곧 그의 인간의 척도’라는 뜻은 바로 이것을 말한다. p.52

 아름다움이 없는 곳에 예술이 없고, 사랑이 없는 곳에 아름다움이 없다. 미, 예술, 사랑은 언제나 삼각형의 세 정점같이 따라다닌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을 잃은 사랑은 고독하기 마련이며, 사랑을 누리지 못하는 아름다움도 고독해진다. 어떤 때 예술은 아름다움은 주지만 사랑은 못 주기 때문에 고독만 남겨준다.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돌아서는 심정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예술적인 고독은 미에 대한 그리움이며, 가능성을 동반하지 못하는 그리움은 언제나 고독을 남겨준다. 사랑하며 누릴 수 없는 아름다움은 고독만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이 아름다운 고독의 힘을 빌려 예술품을 창조하는 것이다. p.54-55

이제 지금까지는 모든 대화나 사귐의 뒷자리에 서서 나와는 상관이 없는 듯이 서성대고 있던 또 하나의 ‘내’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어머니와 웃고 있을 때도 모르는 체하더니, 애인과 즐기고 있을 때도 얼굴을 돌리고 상관이 없는 듯싶더니, 학문이나 예술을 떠들고 있을 때도 머리를 숙이고 듣고만 있었는데, 어느 사이엔가 내 앞에 나타난 것이 아닌가? 친구가 죽었을 때 한번 쳐다보던 그 얼굴, 전쟁이 일어났을 때 물끄러미 내 행동을 살피던 모습, 사랑하던 사람이 운명할 때 나에게 무엇인가를 묻고 싶어 하던 표정을 그대로 가지고 나타났다. p.56-57


 둘째로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은 무엇인가. 현실과 현상을 올바르게 파악한 뒤에는 그 현실에 참여하는 용기와 책임이 있어야 한다. 옳지 않은 것을 옳게 만들며, 악한 것을 선하게 만다는 용기와 참여가 없다면 불의와 악을 누가 제어할 수 있겠는가. 정신적 문제나 사회적 과제에 공통된 바가 있다면 가치 판단에서 반가치적인 면이 없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불의는 어디서나 용납될 수 없고, 악은 언제나 배격을 받아야 한다. 그것은 반가치적 요소를 우리들의 삶과 사회에 남기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 즉 역사와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생활의 진리는 참여의 진리이다. 참여가 없는 진리는 언제나 진리가 될 수 없다. p.75

  중요한 것은 생의 의미를 영구한 것으로 만들며 그 가치를 최선의 것으로 이끌어간다는 뜻이다. 세상의 만물을 모두가 자신을 완성으로 이끌어갈 의무가 있다. 완성을 위한 노력이 삶의 기본적인 원칙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완성을 육체적이거나 자연적인 욕망에서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은 인간의 운명적인 과정이다. 그것을 거부하거나 무로 돌릴 수는 없다. p. 76

우리는 밤의 암흑을 몰아내기 위해 촛불을 켠다. 초는 불타서 사라지고 만다. 초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그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초는 빛으로 바뀔 수 있어야 그 빛이 우주에 영원히 남을 수 있다. 그리고 암흑은 그 힘 때문에 자취를 감춘다. p.77


옛날부터 우리는 육십, 즉 회갑 관념에 붙잡혀 살았다. 육십은 이미 늙어버린 나이이며 칠십은 고희古稀라는 잠재 관념 때문에 회갑만 지나면 나 자신도 늙었다고 생각하며 칠십이 지났는데 누가 나를 인정하며 받아주겠는가 하는 생각을 스스로 해버리곤 한다. 육십이라고 해서 늙으라는 법도 없으며 칠십을 지냈다고 해서 나 자신을 늙은이로 자인할 필요도 없다. 인생은 육십부터이며 칠십은 완숙기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 p.82

죽음에는 고통이 뒤따른다. 그래서 고통 없는 죽음이 축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죽을 때의 고통은 태어날 때의 고통과 성격이 비슷할지 모른다. 그 고통이 모든 삶의 내용을 망각의 순간으로 바꾸고 미지의 세계로 들어서는 계기가 되는 것일까. p.98

그러나 어쨌든 내가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다. 무한의 우주 속에 할딱이는 육체, 끝없는 시간 위의 한순간을 차지하고 있는 내 생명, 가없는 암흑을 상대로 곧 소멸되어버릴 한 찰나의 가느다란 불티같은 내 의식, 이것이 나이다. 내가 이 세계 안에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p.129

세상에는 질서가 있고 생활에는 의미가 있듯이 산책에도 이치가 있다. 아침 산책은 마음의 그릇을 준비하고 육체의 건강을 촉진시키는 소임所任을 맡아주고, 저녁 산책은 마음의 내용을 정리하여 육체의 휴양을 채워준다. 사색을 위해서는 오전이나 오후의 소요가 자연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으므로 좋고, 자연의 미를 느끼기에는 해 뜨기 전에 떠나서 아침볕과 같이 돌아오는 길이 좋다. 석양을 받으며 떠나서 황혼에 돌아오는 산책도 자연을 감상하기에 흡족하다. 안개 속 소나무 사이로 흘러드는 아침저녁의 고요, 산 밑이 온통 그림자로 채워지는 부드러운 장막 속에 잠겨보는 심정, 이 모두가 얼마나 아름다운 정서인가! 사람들은 바빠서 산책의 여유가 없다고 다. 평생 그렇게 마음이 바쁜 사람은 큰일을 남기지 못하는 법이다. 
p.182-183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

저자 김형석

출판 김영사

발매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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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이후, 철학 교수이자 에세이스트로 널리 사랑받아온 저자가 평생에 걸쳐 쓴 글들 가운데 알짬만 모았다. 젊은 시절부터 마음 한편에서 지울 수 없었던 고독, 먼 곳에 대한 그리움에서부터, 인연, 이별, 소유, 종교, 나이 듦과 죽음, 그래도 희망을 품고 오늘을 애써 살아야 하는 이유까지, 그의 ‘삶의 철학’ 전반을 엿볼 수 있다. 개와 고양이와 어린 자녀들이 등장하는 사랑스러운 일화, 함께 수학했던 시인 윤동주 형에 대한 기억, ‘철학 교수’라고 좀 별난 사람 취급을 받곤 하는 처지에 얽힌 일상의 가벼운 이야기도 위트 있게 풀어낸다.

1부 ‘읽어감에 관하여’에서는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내, 친구들을 하나씩 떠나보내는 마음을 담은 글들을 포함해, 상실과 고독, 사랑에 관한 글을 엮었다. 2부 ‘살아간다는 것’에는 인생의 의미, 삶의 과정 자체의 소중함,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지혜 등 그의 인생론 전반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이 실렸다. 3부 ‘영원을 꿈꾸는 자의 사색’에는 삶의 여러 물음들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오늘의 기독교에 대한 반성을, 4부 ‘조금, 오래된 이야기들’에는 저자의 젊은 시절의 글들을 포함해, 수필가로서 그가 명성을 얻은 이유를 알게 해주는 소박하고 재미있는 글들을 모았다.
[알라딘 제공]


저자 소개
저자 : 김형석
철학자, 수필가,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1920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나 평안남도 대동군 송산리에서 자랐다. 평양 숭실중학교를 거쳐 제3공립중학교를 졸업했으며, 일본 조치上智 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고향에서 해방을 맞이했고, 1947년 탈북, 이후 7년간 서울 중앙중고등학교의 교사와 교감으로 일했다. 1954년부터 31년간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봉직하며 한국 철학계의 기초를 다지고 후학을 양성했다. 1985년 퇴직한 뒤 백수白壽를 맞이한 지금까지 줄곧 강연과 저술활동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고 있다.

《철학 개론》 《철학 입문》 《윤리학》 《역사철학》 《종교의 철학적 이해》 같은 철학서 외에도 《예수》 《어떻게 믿을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와 같이 기독교 신앙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하여》 《백 년을 살아 보니》 등 서정적 문체에 철학적 사색이 깃든 에세이집을 펴냈다. 특히 첫 수필집인 《고독이라는 병》은 피천득의 《인연》의 뒤를 잇는 수필문학99세 의 명작으로 평가받았으며, 이태 뒤에 나온 《영원과 사랑의 대화》는 혼란스러운 시대, 고뇌와 고독에 싸인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등대’가 되어주었고, 60만 부 판매를 넘기며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12년 강원도 양구군에서는 그와 그의 오랜 벗 고 안병욱 교수의 학문적 성과를 기려 양구인문학박물관 ‘철학의 집’을 개관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목차
머리글을 대신하여

잃어감에 관하여 _상실론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
자연 그리고 친구
황혼의 우정
사랑이 있는 산문
고독에 관하여

살아간다는 것 _인생론
무소유의 삶을 생각한다
산다는 것의 의미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아름다운 인연들
여름이면 생각나는 것들

영원을 꿈꾸는 이의 사색 _종교론
처음과 마지막 시인
내가 있다는 것
교만의 유혹
어울리지 않는 계산
정의냐 사랑이냐

조금 오래된 이야기들 _책 속 수필선
오이김치와 변증론
꼴찌에게도 상장을
한국적이고 서민적인 것
내 잘못은 아닌데
길과 구름과 실존
선비정신과 돈
양복 이야기
철학의 죄는 아닌데
꿈 이야기
정이라는 것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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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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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소설 마니아인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옥타비아 버틀러의 장편소설 <킨>. 

1976년 미국.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소설가인 다나는 남자친구 케빈과 동거를 하기 위해 집에서 이삿짐을 정리하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휘청,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진다. 이어 눈을 뜬 곳은 1815년 메릴랜드주의 숲속. 그렇게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다나는 호수에 빠진 백인 소년 루퍼를 구한 후 1970년대로 되돌아온다

고개를 들었지만 케빈에게 초점을 맞출 수 없었다. “뭔가 잘못됐어.”
나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케빈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고, 흐릿하게 회색 바지와 파란색 셔츠가 보였다. 그리고, 케빈은 나에게 손을 내밀다가 그대로 사라져버렸다.집도, 책도, 전부 다 사라졌다. 나는 난데없이 야외에서, 나무가 자란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숲 가장자리, 녹지였다. 앞에는 넓고 잔잔한 강이 흐르고, 그 강 한가운데에서 어린아이 하나가 허우적거리고 비명을 지르며…… 빠져 죽기 직전이었다! p.15


 이후로, 그녀는 그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몇 분, 그 다음에는 몇 시간, 그 다음에는 며칠, 그리고 또 그 다음에는 수어달. 다나는 루퍼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1800년대로 불려간다. 흑인이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하던 그 때로. 항상 그 곳에는 위험에 처한 루퍼스가 있다. 반대로 다나가 위험에 처하면 1970년대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그렇게 1800년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나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흑인 여자노예’로서의 생존법을 익히게 된다.

이야기의 전개과정에서의 노예제도의 인권유린 모습은 그 어떤 논픽션보다도 더 강한 충격을 준다. 올리비아 버틀러는 그 당시 흑인여성으로 삶을 견뎌내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게 묘사해낸다. 도망 다니다 잡혀오면서 매서운 채찍을 맞고 다시 노예의 생활을 지속하고, 결국엔 굴복하면서 서서히 그 노예제도에 순응해가는 과정이 무서울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여행에서 팔 하나를 잃었다. 왼팔이었다. 그리고 일 년에 가까운 인생과, 사라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귀한 줄 몰랐던 편안함과 안전의 많은 부분을 잃었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은 이렇게 시작된다. 가와바타 야쓰나리의 <설국>의 첫 문장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만큼이나 인상깊은 표현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다 읽고난 후 이 문장들이 엄청난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 여운이 너무도 먹먹하게 남아맴도는 것 같았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은 인종, 노예, 젠더, 권력에 관한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지만, 그 이전에 SF 소설로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킨>이 좋았던 것은 500페이지가 넘는 어마어마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읽히는 이야기의 힘이었다. SF소설은 처음 읽어보는 것인데, 워낙 SF소설은 관심이 전혀 없어서 기대를 크게 하지 않으며 읽었지만, 이토록 몰입감 있는 소설은 오랜만에 읽어본다고 느낄정도로 정말 매력있는 소설이었다. 집중력이 낮은 내가 주말에 점심을 먹고 난 이후 책상에 앉아 한번에 정독을 해버릴 정도였으니까.  옥타비아 버틀러의 다른 작품인 <블러드 차일드>도 읽어 보고 싶다!


“전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검둥이였으니까.(…)” 나는 침대에 앉아서 루퍼스를 건너다보았지만, 그 눈빛에서는 흥미와 되살아난 흥분밖에 읽을 수 없었다. “어머니가 날 두고 뭐라고 했다고?” 나는 물었다. “그냥 못 보던 검둥이였다고. 엄마 아빠 둘 다 당신을 본 적이 없었어.” “자기 아들 목숨을 구해준 사람한테 그런 표현을 쓰다니 어처구니가 없구나.” 루퍼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왜?” 나는 루퍼스를 노려보았다. “뭐가 잘못됐어? 왜 화가 났어?” “너희 어머니는 언제나 흑인을 검둥이라고 부르니, 루피?” p.38

어쨌든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든 일어날 일이었다. 루퍼스는 언젠가 농장 주인이 될 것이다. 언젠가는 노예주가 되고, 저기 반쯤 감춰진 오두막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루퍼스는 내가 지켜보는 동안에도 성장하고 있었다. 내가 지켜본 덕분에, 계속 목숨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자라고 있었다. 나는 루퍼스에게 최악의 수호자였다. 흑인을 열등한 인간으로 보는 사회에서 흑인으로서 그를 지켜야 했고, 여자를 영원히 자라지 못하는 어린아이로 여기는 사회에서 여자로서 그를 지켜야 했다. 내 몸 하나 지키기도 벅찬 곳에서 말이다. 그래도 나는 최대한 루퍼스를 도울 것이다. 그리고 루퍼스와 우정을 유지하고, 어쩌면 나에게나 앞으로 그의 노예가 될 사람에게나 도움이 될 생각을 심어주려 했다. 어쩌면 내 행동 덕분에 앨리스의 앞날이 편해질지 모른다. p.124-125

와일린은 나를 조금 더 끌고 가더니 세게 밀쳤다.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졌다. 나는 채찍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보지 못했고, 첫 번째 타격이 오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채찍은 떨어졌고, 달군 쇠처럼 내 등을 내리쳤다. 그것은 얇은 셔츠를 뚫고 내 살갗을 지졌다……. 나는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와일린은 머리에 총을 겨눈다고 해도 일어설 수 없을 몰골이 될 때까지 나를 때리고 또 때렸다. 나는 계속 기어서 채찍질을 피하려고 했지만, 그럴 만한 힘이 없었고 몸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계속 비명을 질렀는지, 그냥 흐느끼기만 했는지 잘 모르겠다. 오직 고통밖에 인식할 수 없었다. 
p.202

노예는 노예일 뿐이다. 노예에게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루퍼스는 루퍼스였다. 그는 변덕스러웠고, 관대하다가 잔인해지기를 반복했다. 그를 나의 조상으로, 나의 남동생으로, 나의 친구로 받아들일 수는 있어도 나의 주인으로, 나의 연인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예전에는 그도 그 점을 이해했었다.  p. 507

저자 옥타비아 버틀러

출판 비채

발매 2016.05.31.

상세보기


작품소
은 흑인, 그리고 여성. SF 역사상 가장 유니크한 작가이자, 문학적 성취와 상업적 성공을 모두 거머쥔 작가로 손꼽히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대표작이자 최고 성공작이다. 197669일은 다나의 생일이었다. 약혼자 케빈과 동거를 시작한 다나는 짐 정리로 분주하던 와중에 갑작스러운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진다. 몸을 일으킨 곳은 1815년 메릴랜드 주의 숲 속이었다. 그곳에서 호수에 빠진 한 소년을 발견해 구해낸 다나는 몇 분 뒤 다시 1970년대로 돌아온다. 당황하는 것도 우왕좌왕하는 것도 잠시였을 뿐, 이내 또 과거로 끌려간다. 흑인을 노예로 부리는 일이 당연시되던 시대, 1815. 언제 어떻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나는 한 명의, 혹은 한 마리의 노예로서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리고 과거의 세상에서 만난 소년(루퍼스)이 자신의 조상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저자소개
옥타비아 버틀러
미국에서도 드문 흑인 여성 SF 작가로, 상업적으로뿐만 아니라 비평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네뷸러상, 휴고상 등을 여러 차례 수상했으며, 특히 SF계의 그랜드 데임grande dame으로 불린다. 옥타비아 버틀러는 194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구두닦이였는데,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어머니가 하녀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엄격한 침례교도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외동으로 자라나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타는 아이였으며, 외로움과 무료함에서 벗어나려 일찌감치 독서와 몽상에 취미를 들였다고 한다. 특히 《어메이징》《매거진 오브 판타지 앤드 사이언스 픽션》《갤럭시》 같은 SF 잡지를 탐독하면서 점차 SF의 고전들을 모두 섭렵했다. 작가가 된 계기는 열두 살 때, TV에서 <화성의 악녀Devil Girl from Mars>라는 형편없는 영화를 보고, ‘나도 저거보단 멋진 이야기를 쓸 수 있어’라고 생각하게 된 일이다. 이때 쓰기 시작한 이야기가 바로 초능력자들의 진화라는 견지에서 지구의 역사와 미래를 다시 쓴 ‘도안을 만드는 사람’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이후로 계속 글을 쓰면서 1968년에 패서디나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주립대 등에서 문학 창작 수업을 들었다.

2006년 초에 58세의 나이로 영면한 뒤, ‘옥타비아 버틀러 기념 장학금’이 설립되었으며 2010년 시애틀 소재 ‘SF 명예의 전당’에 등재되었다. 작가가 53세 때 직접 쓴 소개는 다음과 같았다. “맘 편한 비사교적 인물, 거대 도시에 사는 은둔자, 꼼꼼하지 못한 염세주의자, 페미니스트, 흑인, 전 침례교도, 그리고 야망, 게으름, 불안, 확신, 정열이 물과 기름처럼 뒤섞인 인물. 또한 10살짜리 꼬마 작가였던 어린 시절을 여전히 잊지 않고 있으며, 언젠가 80세가 되어서도 계속 글을 쓰고 있기를 꿈꾸는 작가.”

작품: 시리즈로 묶일 수 있는 장편소설을 여럿 발표했다.
Patternist 시리즈 - Patternmaster(1976), Mind of My Mind(1977), Survivor(1978), Wild Seed(1980), Clay’s Ark(1984).
Lilith’s Brood(Xenogenesis) 3부작 - Dawn(1987), Adulthood Rites(1988), Imago(1989).
Parable 시리즈 - Parable of the Sower(1993), Parable of the Talents (1998), Parable of the Trickster(미완성).
그 외에 Kindred(1979), Fledgling(2005), 소설집 - Bloodchild and Other Stories(1995, 2006) 등의 작품이 있다.
수상: PEN American Center 평생공로상(2000), 네뷸러상(1999, Parable of the Talents), 맥아더 재단 Genius Grant(1995), 휴고상(1985, Bloodchild), 로커스상(=), Science Fiction Chronicle 상(=), 네뷸러상(1984, =), 휴고상(1984, Speech Sounds)
[예스24 제공]

목차
프롤로그


추락
싸움
폭풍
밧줄
에필로그
작가 해설

[알라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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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절 - 어떤 역사 로맨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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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미국의 송어 낚시>를 통해 20세기 미국 문학의 거장이란 이름을 알린 브라우티건의 1971년 작품 <임신중절>. '임신중절'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이미지를 생각했을때, 조금은 무겁고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부제는 어떤 역사 로맨스. 과거의 어느 연인의 사랑 이야기인가?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고,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이야기가 펼쳐졌다.

우리는 책을 분류하는데 듀이의 십진분류법이나 다른 분류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다. 도서관 장서 원장에 등록한 다음에는, 그 책을 저자에게 돌려주어 그가 원하는 곳, 또는 그의 필이 꽂히는 서가에 직접 꽂도록 하고 있다. 책은 어디에 두어도 아무 상관 없는 것이, 아무도 그걸 빌려가기 위해 찾아오거나 도서관에 와서 읽어보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는 그런 도서관이 아니다. 이곳은 다른 종류의 도서관이다. p.20-21

 주인공 '나'는 31살로 28살 때부터 3년간  도서관에서 일하며 숙식생활을 하고있다. 근무하는 곳은 조금은 특이한 곳. 24시간 책으로 출간되지 못한 원고와 문서를 받아주고, 보관해주는 도서관이다. 지루할법한 생활에 나름 만족을 하며 살아가던 어느날 자신의 신체에 대한 이야기를  쓴 책을 가지고 온 바이다를 만난다. 육감적인 몸매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이 불편한 그녀는 자신의 몸을 증오하고 있다. 첫만남에 책을 보관하며 그녀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둘은 서로 호감을 느껴 연애를 시작한다.

“나하고 자고 싶어요?” 내가 물었다.
“그게 뭔지는 나도 모르지만.” 그녀가 대답했다.
“당신에게는 나를 편하게 해주는 뭔가가 있어요.”
“내 옷 때문일 거예요. 그게 사람들을 편하게 해준답니다. 언제나 그랬어요. 나는 사람들이 편하게 느끼는 옷을 고를 줄 알지요.”
“난 당신 옷하고는 자고 싶지 않아요.” 그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나와 자고 싶어요?” 나는 물었다.
“도서관 사서하고는 같이 자본 적이 없어요.”
이제는 99퍼센트 나를 바라보며 그녀가 말했다.
나머지 1퍼센트도 점차 나를 향하고 있었다.
드디어 나머지 1퍼센트도 나를 바라보는 것을 확인했다. p.58-59


여자와 잘 때 위에서부터 시작할지 아래에서부터 시작할지는 어려운 문제다. 특히 바이다는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건 심각한 문제였다. 그녀가 어색하게 손을 뻗어서 내 얼굴을 감싼 채 조용히 계속해서 키스했을 때, 나는 어디서부터든지 시작을 해야만 했다. 그녀는 내내 나를 바라보았고, 마치 내가 활주로나 되는 것처럼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나는 바꾸어 이번에는 내가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그녀의 얼굴은 내 손 안에 든 꽃이 되었다. 나는 키스하는 동안 손을 약간 아래로 내려 그녀의 목과 어깨를 어루만졌다. 내 손이 그녀의 가슴 경계에 도달했을 때, 나는 미래가 그녀의 마음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느꼈다. 스웨터 아래 그녀의 유방은 아주 크고 완벽해서 처음 그것을 만졌을 때 나는 사다리 위에 서 있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p.63

그리고 바이다는 임신을 한다.  아이를 낳아 키울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들은 낙태를 하기로 결정하고, 낙태가 불법이었던 미국과는 달리 낙태가 허용됐던 멕시코 티후아나로 임신중절 수술하러 가기로 한다. 친구에게 도서관을 잠깐 맡기고, 벤과 비행기를 타고 경유해 멕시코에 도착한 후, 호텔에 짐을 맡기고 병원으로 가 수술을 받고 좀 쉬었다 다시 돌아오기까지 단 하루의 여정에 불과했다. 이 짧은 여정으로 인해 '나'의 인생은 바뀌게 된다. 수술 때문에 3년 만에 도서관 밖의 현실세상을 마주한 '나'는 수술 후 다시 도서관에  돌아갔지만, '나'의 자리는 이미 다른 사서로 채워졌다. 잠시 일을 맡겼던 친구가 도서관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나'는 도서관에서 나오게 되고 결국 바이다의 집으로 거처를 옮긴다. 300페이지 정도에 달하는 짧은 소설은 이렇게 끝이 난다.

“작가란 누구보다 먼저 주위 사건들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무슨 어마어마한 정치적, 문화적 대변인은 결코 아닙니다만, 사회상과 문화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회의식이 없는 예술이란, 돈 있고 배부른 귀족들의 사치일 뿐, 결코 인간정신의 고양이나 잃어버린 전원의 회복에는 도움이 될 수 없을 겁니다. -리처드 브라우티건”


 
도서관에서 장기간 정착해 혼자 조용히 자유롭게 살아가던 남자 주인공이 여자친구의 임신중절 수술로 인해 현실세계로 돌아와 지극히 현실적인 삶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현실세계를 만나게 되면서 그 후에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서 좀 허무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리처드 브라우티건이 <임신중절>이라는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사회적인 메시지가 궁극적으로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생각해 봤지만, 결국 답은 나오지 않았다. 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나에게는 쉽게 이해하기에 어려운 소설이었다. 





브라우티건이 이 소설을 쓸 때 캘리포니아에서는 낙태수술이 불법이었지만, 소설이 출판된 1971년에는 합법화되어서, 부제를 뒤늦게 ‘역사’ 로맨스라고 붙였다고 알려져 있다. 임신중절수술 금지법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p.237, 해설 중
 
브라우티건이 창조한 이 특이한 도서관을 기념해 동부의 버몬트 주 벌링턴에는 브라우티건 도서관이 세워졌고, 거기서는 실제로 출판되지 않은 책 원고들만 받아서 보관했다. 브라우티건 도서관은 벌링턴의 플레처 프리 도서관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가, 2010년에는 워싱턴 주 밴쿠버에 위치한 클라크 카운티 역사박물관으로 옮겨갔다. p237, 해설 중


임신중절

저자 리처드 브라우티건

출판 비채

발매 2016.10.20.

상세보기

책소개
리처드 브라우티건 소설 임신중절. 책으로 출간되지 못한 모든 원고와 문서를 기증받아 보관하는 캘리포니아의 도서관에서 일하는 남자와 그 도서관을 찾아온 절세미녀의 연애극을 담은 이 작품은, 조금 서툰 커플의 엉뚱한 연애 이야기로 읽어도 흥미롭고, 소위 총천연색 루저들의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로 읽어도 유쾌하고, 작가가 내내 천착한 상실, 죽음, 폐허 등의 키워드로 읽어도 의미 있을 것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저자 소개
리처드 브라우티건
20세기 미국 문학계의 대표적 작가. 『미국의 송어낚시』는 구사된 단어 하나 하나는 순진무구하고 쉽되, 줄거리를 말할 수도, 그럴 이유도 없는 소설이다. 여섯 개쯤 되는 단어로 온갖 난해함을 표현하는 어린아이의 말처럼, 많지 않은 분량에 들어 있는 에피소드는 시작될 만하면 끝나버리고, 끝나버린 후 다시 시작된다. 그러나 물에 들어가면 금방 굳어버리는 녹말가루를 능숙하고 끈기 있게 풀어내 탕수육에 올릴 멋진 소스를 만들어내는 요리사처럼, 리처드 브라우티건은 흩어져 유영하고 있는 언어들에 질기게 집착하여 치밀한 상징으로 조합해낸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동상이 서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워싱턴 광장에서, 동상 아래서 무료 급식을 기다리고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다가 '나'는 싱거운 농담 같은 낚시 도구를 챙겨들고 대서부 서사시를 쓰러 송어낚시 여행을 떠난다. 카네기의 도시 피츠버그에서 강철로 된 송어를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주인공은 가는 곳마다 시체와 배설물, 상실의 무덤을 본다. 하천은 계단이나 콘크리트 바닥이 되었으며, 숲은 코요테를 죽이기 위한 독극물인 사이나이가 뿌려져 있다. 버려지고 상실된 모든 것이 그 아래에 묻혀져 있다. 미국에서 『모비 딕』의 고래는 송어로 왜소해졌지만, 이제는 '송어낚시'도 무릎 아래가 절단 나 금속제 휠체어 위에서 하루에 몇 병인가 하는 위스키를 마시며 지내는 형편이다.

브라우티건이 이 모든 것을 묘사하는 방식은 신랄하지만, 공정성을 잃지는 않는 듯하다. 그는 '본질'에 집착하다가 헤어나올 수 없는 절망에 빠지는 것 같은 얼간이 짓은 하지 않는다. 사라진 것은 사라진 것이고, 상실한 것은 상실한 것이고, 죽은 것은 죽은 것이다. 본질에 대한 집착은 현실을 바라보는 초점을 흐리게 하여 엄한 길로, 편견으로 사람들을 이끌지도 모를 일이다. 브라우티건은 자신이 죽어도 세상이 끝나지 않음을 아는 사람들은 흐르는 과정에서부터 출발하며, 지혜롭고 용기 있는 희망을 지닐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워싱턴 광장에서 주인공의 어린 딸은 다리 잘린 송어낚시 쇼티가 앉은 흉물스러운 휠체어로 달려갔다가 역시 흉물이 된 술주정뱅이 중늙은이 쇼티를 발견하고 겁에 질리지만, 곧 광장 안에 있는 모래 상자를 발견하고 달려간다.

6학년 아이들은 교장 선생과 어른들에게 제지당해 하루만에 끝날 혁명이지만, 1학년 아이들의 등에 모조리 '미국의 송어낚시'라고 쓰는 테러를 한다. 스노비즘적인 캠핑 열기를 비난하지만, 여행은 그의 삶을 멈추지 않게 하는 조건이다. 동상 아래서 다섯 번째 위스키 병을 비우고 있는 뉴올리안즈 화가들은 생계 수단으로 벼룩의 등에 색종이로 옷을 해 입혀 서커스를 시키는 사업을 구상한다. 테이크 아웃 오뎅 전문점 정도를 사업적 상상력이라고 에둘러오다니, 그런 이들은 반성할지어다. 무엇보다도 브라우티건은 완벽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만든 완벽한 낚시밥을, 송어낚시의 금빛 펜촉을, 작가가 상상하고 만들어내는 언어를 믿는다. 제 작품에 해제를 다는 것을 자제하는 브라우티건이 『모비 딕』을 빌어 한 말이 책 말미에 있는 인터뷰에 나와 있다.

"…『모비 딕』과 『송어낚시』는 모두 환상(또는 픽션)과 리얼리티 사이의 역동적 관계를 깊이 의식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비 딕』과 『송어낚시』는 둘 다 언어와 사물의 단절을 깊이 의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작품 다 상상력에 의해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진귀하고 풍요한 것을 찾기 위해 탐색작업을 계속합니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언어의 유희가 생성되고, '환상'을 소중히 여기게 되지요. 악몽 같은 현실 속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예술가의 펜뿐입니다. 작가의 펜에서는 잃어버린 온갖 것들이 되살아나기 때문이지요. 푸른 초원도 아름다운 꽃도, 무성한 숲도 말입니다. 비록 얻고자 추구하는 대상은 잃어버렸지만 꿈만은 잃어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 『모비 딕』 같은 작품에 나타난 '미국의 신화'라면,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작가의 펜이기 때문입니다."


목차
제1권 버펄로 소녀들아, 오늘 밤에 나오지 않을래?
제2권 바이다
제3권 지하 저장소에 전화 걸기
제4권 티후아나
제5권 세 번의 임신중절수술
제6권 영웅

해설 브라우티건 도서관의 뜻을 기리며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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