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의 성장
이내옥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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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8. 

「안목의 성장」을 읽으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어렵다'였다. 작가의 감상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아름다움이란 본래 존재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다.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처럼, 중요한 것은 감추어져 있다. 그래서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p.32 

박물관에서 가장 힘든 일은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틔우는 것이었다. 처음 박물관에 들어가서는 유물에 담긴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많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 박물관 대선배가 나주반을 요리조리 살피면서 "어, 그놈 참 잘생겼구먼."이라고 하는데도, 내게는 그런 느낌이 전혀 와 닿지 않았다. 물론 책에서 배운 대로 지식과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가슴으로 느끼지 못했으니, 눈뜬장님으로 보낸 암울한 시절이었다. 게다가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p.34 



 내가 그랬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어떤 작품이 왜 아름다운지에 대해 묘사하면 그 작품을 꼭 찾아보았는데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되어도 가슴으로는 진정으로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했다. '안목'이 부족한 탓이다. 문화와 예술에 있어서는 선호와 상관없이 절대적인 명작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글을 제외하고는 그러한 느낌을 받기가 참 힘들더라.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경험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내가 예술을 즐기면서 탐구하고 깊이 생각하게 된 것은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림을 봐도, 유물을 봐도, "잘 그렸다", "멋있다" 정도의 감상이 끝이었고 매일 노래를 들으면서도 "좋다", "이 노래는 별로네" 정도의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작가가 소개한 여러 작품들을 찾아보면서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하는 나의 눈에 조금 실망을 하고 조금 우울했으나 다시 괜찮아졌다. 작가도 처음에는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했던 때가 있었지만 시간이 열리면서 보는 눈이 열렸다고 하지 않았는가. 물론 나는 선생만큼 많은 경험을 쌓을 수는 없을 것이고 그 정도의 안목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도 쉽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공부하고 경험을 쌓는다면 가슴으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때가 올 것이다.





모순되는 말 같지만, 작품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것과는 별개로 작가의 글이 참 아름답다는 느낌은 읽을 때마다 받았다. 작품을 묘사할 때나 어떤 인물을 소개할 때나 작가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서술할 때. 그것은 화려하거나 유려한 느낌의 아름다움과는 다르다. 그야말로 '온유돈후'라 따뜻하고 부드럽고 도타우며 치우지지 않고 절제된 우아미가 있다. 선생이 백자반합을 보며 온유돈후를 느꼈다면,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며 그것을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름다움과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에 대해 깊이 고찰했다. 막연히 좋은 음악, 좋은 그림만 찾았던 이전보다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지금, 나의 안목이 조금 성장하지 않았을까 기대해본다. 

이 책은 한 번만 읽고 넘기고 싶지 않다. 일정한 기간을 두고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읽어서 나의 안목이 성장했는지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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