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어머니독서회원들과 화순 운주사로 가을 나들이를 다녀왔다.  바로 이 책 '시가 내게로 왔다' 30쪽에 실려 있는 정채봉님의 '엄마'를 가을여행 자료 표지에 넣었다. 회원들과 시를 암송하며 가이드 교수님의 안내로 공부도 열심히 한 일상탈출이었다.

엄마      -정채봉-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하지만, 이 시처럼 와불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울 수는 없었다. 들어가지 못하게 줄이 쳐 있는데, 문화시민을 자처하는 사람이 들어갈 수야 없지 않겠나~~~ ^^

와불님 옆에 보이는 바위는 사모관대가 떨어진 것이라는데, 왜 제자리에 맞춰 놓지 않을까?

음, 이 표정~~~ 정말 옆에 눕고 싶은 마음이 와락~~



운주사 천불천탑을 조성하면서 이 와불이 일어서는 날, 바로 새 세상이 열린다는 염원을 담아 열심히 쪼고 다듬고 했다지요. 드디어 와불님을 일으켜 세우는 날, 오랜동안 뒷수발에 지친 행자승이 새벽이 오기도 전에 닭소리를 내었고, 와불을 일으키기 위해 발치부터 바위를 떼어내던 석수장이들은 혼비백산, 와불은 끝내 일어서지 못하고 말았다는.... 발치에는 떼어낸 흔적이 역력하더이다.


와불님의 표정을 보니 곁에 눕고 싶었다는 시인의 마음이 헤아려젔다. 엄마 없이 자란 시인은 그의 작품 속에 그런 소년을 그려 넣었다. '오세암'의 길손이와 누나 감이, '초승달과 밤배'에서 만나는 서난나가 바로 시인의 모습인 듯 가슴이 짠했는데, 와불님 곁에 누워 '엄마~'를 부르는 시인이 내 눈시울을 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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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10-21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 멋진 곳 다녀오셨군요. 저도 이 시 참 좋아하는데....

순오기 2007-10-22 08:21   좋아요 0 | URL
가을여행 참 좋지요. 이런 삶의 여유를 찾으며 살아야 하는데...
사진을 엄청 찍어와 날마다 한 코스마다 정리해서 카페에 올리는 것도 일이네요.
정채봉의 시나 동화... 추워지는 계절에 따뜻하게 읽으면 좋지요~~~~~~ ^^

BRINY 2007-10-2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다 저렇게 못들어가게 해놨군요. 하긴 제가 가봤을 때가 벌써 17년전(!!!)이니.

순오기 2007-10-22 10:58   좋아요 0 | URL
님 서재 들어가 기웃거리고 왔어요. 반갑습니다!
전 광주에 와서 산지 19년만에 운주사 처음 가 봤어요~~ ^^
기대만큼 충분히 감동이었답니다!

마노아 2007-10-2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불님 미소가 몹시 평화로워보여요. 와, 정말 저도 저 옆에 누워 하늘바라기를 하고 싶어요^^

순오기 2007-10-22 11:00   좋아요 0 | URL
나무 그늘 때문에 사진으로는 좀 그렇죠? 그래도 그 미소...마음에 담아왔어요.
다들 와불님 곁에 눕게 한다면 닳아지겠죠... 아쉽지만 줄 쳐 놓은 것 이해돼요!

홍수맘 2007-10-22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있네요.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가보고 싶어요.

순오기 2007-10-23 05:16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섬으로 가기는 쉬운데, 섬에서 뭍으로 여행 오기는 쉽지 않겠죠?
하지만 기회되면 꼭 가 보세요....^^

비로그인 2007-10-22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번 가봐야 겠네요.^^ 좋은 곳 알아갑니다.

순오기 2007-10-23 05:17   좋아요 0 | URL
화순 운주사는 저도 처음이었는데, 참 좋았어요.
물론 가이드 교수님의 안내 때문에 더 그랬을테지만요.
좋은 곳, 들러보며 살 여유는 있어야 되는데 말이죠!

프레이야 2007-10-23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가을이 가려는 요즘 좋은 곳 다녀오셨네요. 와불이 평안해 보여요.

순오기 2007-10-25 08:42   좋아요 0 | URL
가을나들이는 어떤 곳이든 좋을 것 같아요~~~
와불의 평안한 미소는 더욱 좋았고요!

치유 2007-10-24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라보는 눈과 마음은 모두 같은가 봐요..저도 보며 느낀점이 평화로움...

순오기 2007-10-25 08:44   좋아요 0 | URL
사람의 보편적인 정서는 통하는가 봐요.
평화로움이 은은히 배어나는 그 미소..... 이제는 내 얼굴에도 그런 표정이 배어 있으면 좋겠어요!
 

홈스테이를 하면서 달라진게 있다면 우리 식단의 변화가 가장 클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단백질 공급 1등 공신이던 '돼지고기가 '닭고기'로 대체된 것이다. 이슬람 교도인 버논이 '네 발 달린' 고기를 먹지 않고 '날개 달린' 새고기만 먹기 때문이다.

요리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 탓도 있겠지만, 닭고기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지 못하니 대개 뻔~한 메뉴를 돌아가며 내 놓는다. 또 새로운 것을 내놓으면 이 친구가 한번도 먹지 않거나, 잘 먹은 요리를 다시 해주면 젓가락도 대지 않아서 맘이 상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그가 잘 먹는 후라이드 치킨이나 핏자를 주문하는 일이 늘어나며 어느새 두 달이 지났다.

홈스테이 첫 달은 서로가 신선함에 탐색하며 적응하는 기간이었고, 두 달째 접어들면서는 편안함으로 한 식구가 되어갔다. 이 친구가 첫 월급을 타면서 주말이면 여행을 갔고, 우린 기다렸다는 듯 돼지고기 먹는 날로 정했다. 어제는 풀브라이트 재단에서 전국의 원어민강사들을 경주로 불러 세미나인지 중간점검인지 한단다. 그래서 버논은 어제 아침 경주에 갔고 월요일에나 돌아온단다. ^^

남편은 외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무엇이든 집에서 먹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본인이 먹고 싶으면 퇴근길에 돼지고기를 잘 사들고 온다. 내가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양도 훨씬 많고 고기의 신선도도 좋다. 도살장이라던가 고기를 취급하는 도매상이라던가 뭐 그런게 오는 길에 있단다. 어젯밤에도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는 목살과 수육용 전지를 두어 덩이 사왔다. 우리 식구들은 기름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지라 삼겹살보다는 목살을, 수육도 후지보다는 전지를 좋아한다. 

아이들은 이미 돼지고기 넣은 김치볶음밥으로 저녁을 먹었고, 남편은 양파와 마늘을 곁들여 구워 놓은 목살에 소주 한잔, 아니 (우리 남편 주량은 소주 한병이다) 소주 한병을 혼자 마시며 세상을 다 얻은 행복한 표정이다. 돼지고기 한 점에 소주 한 잔 곁들이는 소시민의 행복을 그 누가 막을쏘냐!

전지 덩어리를 솥단지에 넣고 다시마, 양파, 마늘, 대파, 생강에 된장과 커피도 살짝 풀고 팍팍 삶아서 묵은지 곁들여서 상추나 배추에 싸 먹으면 그야말로 놀부네 보쌈이 부럽지 않다. 바로 오늘 저녁, 우린 이렇게 돼지고기 먹는 즐거움을 누릴거다. ^*^

2002년이던가 작가 한승원님을 모시고 문학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하셨던 '돼지고기 예찬'이 생각난다. 작가는 집필을 위해 고향 해남에 내려와 오두막을 짓고 '해산토굴'이라 이름 지어 살고 있다. 부인은 서울에 계시며 간혹 내려오신다고 했다. 이렇게 혼자 살면서 설거지를 하다보면, 쇠고기 기름은 안 닦이는데 돼지고기 기름은 잘 닦인다며, 당신은 쇠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더 좋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날 문학강의가 끝나고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곁들여 점심을 대접했다.

그런데, 이 양반 강의는 정말 졸립고 재미없다. 그의 작품도 내게는 잘 읽히지 않는 작가의 한 사람이다. 그래도 그날 텍스트였던 '멍텅구리 배'는 재미있었다. 작가는 '인간탐구'가 작가로서의 소임이라고 말씀하셨다. 그후에 나온 '초의'를 토론도서로 정하려다 회원들의 반대로 못했다. 독서회엄마들도 그의 작품은 읽기 어렵고 재미없다나!

작가도 강의를 재미있게 잘 하는 분이 있는데 대학원에서 이 양반 강의를 듣는 후배는 정말 죽을맛이라고 하더니만, 나중엔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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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7-10-2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돼지고기 드신다는 제목보고 총각이 어디 갔구나~ 짐작했습니다. 아이들도 부군도 한동안 돼지고기 자주 못 먹어서 그야말로 꿀맛이겠어요. ^^

순오기 2007-10-20 14:41   좋아요 0 | URL
토요일이라 일찍 오는 아이들 시간 맞춰 삶았는데~~ 아들녀석은 친구집 갔다 온다며 그냥 나가고, 막내는 예고도 없이 아직 귀가를 안 했어요.
그냥 나 혼자 쬐금 먹으며...음, 이맛이야!!

세실 2007-10-20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우리 아이들은 돼지갈비를 좋아해서 가까운 곳으로 먹으러 간답니다. 달랑 네 식구이고 신랑은 고기를 즐겨하지 않아 집에서 먹는것과 별반 차이가 없네요.
저두 삼겹살 좋아합니다. 보쌈 먹고 싶네요..

뽀송이 2007-10-21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이방인과 함께 잘 타협해서 살아가는 모습 뵈니 존경스럽습니다.
저라면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을 듯 합니다.^^;;
순오기님^^ 돼지고기 수육 정말 맛나겠어요.^^
저도 어제 삼겹살에 소주는 아니고 포도주 한잔 했답니다. 캬~아

순오기 2007-10-22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뽀송이님. 한국사람들은 돼지고기 없으면 뭘 먹고 살았을까~~~싶어요.
요런 걸 안 먹으니까 뭐 해줄게 없는 거 같아요. 요리 솜씨 없는 건 생각 안하고? ㅋㅋ
 

15일 어머니독서회원과의 가을여행, 16일 독서모임, 17일 중학교 시험감독... 마음과 몸이 분주해 알라딘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짬나면 살포시 들어와 글을 읽어보고 댓을 달았으니... 자칭 알라딘 폐인이고 알라딘 중독이라는 걸 느낀다.

15일까지 올려야 했던 '천사 같은 우리 애들 왜 이렇게 싸울까?'를 일주일에 걸쳐 읽으며 이제 막 끝냈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이왕 늦었으니 서평은 심야에 차분히 정리하기로 하고, 간단히 나의 소감을 끄적여본다.

 큰딸과 네살 터울인 둘째 녀석 아들이 있고, 그 아래로 두 살 터울인 막내를 키우며 특별히 아이들이 많이 싸우거나 큰소리 치며 키우지는 않았다. 정말 천사 같이 잘 놀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자기들끼리 큰소리 치거나 의견 대립으로 심한 다툼을 벌이지는 않는다.

문제는 엄마가 성숙하지 못해서 사춘기를 맞는 큰딸과 싸우기 시작했고, 둘째와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한번씩은 심하게 '그럴려면 나가서 니 맘대로 살아!'라고 고함을 치며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인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200쪽이 넘어간 후반부 '과거와 화해하기'에서 나의 누선이 자극되었다. 돌아보니 내 형제자매와는 한 핏줄이라 쉽게 이해하고 화해하고 용서하며 살았던 거 같은데, 남편이나 시누이 시아버지께는 아직도 감정의 골이 깊어 용서하지 못할 일들이 있어 편치 않았다. 그들이 내 맘을 알아주지 않고 팔이 안으로 굽는 처신을 했기에 용서하지 못하는 내 오기를 발견했다.

이름값 하는건지 자신에게는 관대함으로 긍정적인 '오기'를 적용하는데, 타인에게는 가차없는 오기를 발동하여 '결코 용서하지 않을거야!'라면서 살고 있는 내가 훤히 보이게 한 책이다. 그래서 눈물이 났고, 난 눈물나며 감동이 돼야 '이 책 참 좋은 책이다!'라는 분류에 집어 넣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이 자녀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우미 책으로 읽힌게 아니라, 내 문제를 해결하는 지침서였음을 고백한다.

눈물의 감동이 마르기 전에 정을 주었던 세월만큼이나 마음의 골이 패인 큰시누이에게 전화 한통이라도 해야겠다. 가까이 살면서도 애경사에나 만난다면 남과 무엇이 다를까? 어쩌면 남보다 못한 사이인지도 모르겠다. 표면적으론 크게 문제되지 않는데도 마음으로 용서가 되지 않으니 관계가 소원해졌다. 지천명이 낼 모렌데 아직도 오기로 똘똘 뭉쳐 사는 내가 참으로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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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0-18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글 읽으며 반성해 봅니다. 요새 잔뜩 삐져있는 언니에게 맛난 저녁이라도 사줘야겠어요. ^^

순오기 2007-10-19 18:44   좋아요 0 | URL
참, 반성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줘요!
맛난 저녁은 드셨나요~~ 언니가 있다는게 얼마나 축복인지... 감사하죠!!
전 언니 있는 게 너무 좋아서 딸 혼자면 짠하더군요.
그러니까 딸 둘 낳은 건 너무 잘했다고 울 딸들에게 공치사 엄청합니다!! ^*^
 

2006년에 개봉됐지만, 우리나라에선 이제 상영하게 된 '카핑 베토벤'이  콜롬버스에 안 걸릴까봐 엄청 가슴 졸였다. 10월 13일 토요일 아침 조조를 보려고 하남점까지 20분 거리를 9분만에 달렸다~~ 영화속의 그녀 안나도 황량한 거리를 마차로 달리고 있었다. 베토벤의 임종을 지키려고...... 내면의 침묵으로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를 듣게 된 그녀는 베토벤을 자연으로 보낸다.



영화에서 베토벤(에드 해리스 분)은 청각을 잃어가면서 괴팍한 성격으로 변한 것으로 그려진다. 베토벤은 자신의 악보를 정서해 줄 카피라이터로 만난 안나 홀츠(다이안 크루거 분)를 단박에 인정하지만 그녀의 표현대로 무례하고 거칠게 대하는 괴팍한 노인이다. 하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이지 싶었다. 우리가 베토벤의 초상화로 익숙한, 너무나 베토벤스러운 그가 영화속에 있었다.

영화 '불멸의 연인'이 베토벤의 유서에 '나의 천사이자 나의 모든 것이며 나의 분신인 불멸의 연인에게 바친다'라고 남긴 그녀를 찾아가며 베토벤의 생애를 다시 조명하는 것이었다면, '카핑 베토벤'은 불멸의 연인일것 같은 안나 홀츠가 청각을 잃은 베토벤의 말년에 그의 음악을 카피하고, 베토벤은 눈으로 그녀를 카피하여 교향곡 9번을 초연한다는 설정이 감동적이다. 하지만, 여기 나오는 모든 것이 실화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불멸의 연인' 보다 '카핑 베토벤'의 에드 해리스가 더 베토벤스러웠고, 안나 역의 다이안 크루거도 당당하게 귀엽다. 그들이 주고 받은 대사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고 싶었다.

"공기의 떨림이 신의 숨결이다. 우린 그것을 읽고 신을 찬양하는 사람을 낳고... 그게 아니라면 우린 아무것도 아니다."
"내 머릿속은 소리로 가득 차 있어~ 그것을 악보에 적을 때 빼고는..."
"신은 나를 귀머거리로 만들었어. 나를 빼고는 모두 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한 그가 친구냐고!"
"이제 음악은 역사가 바뀔거야~~ "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자만하듯 자신만만하게 신을 찬양하기 위해 신의 소리를 옮겼다는 천재 음악가 베토벤에게
"당신은 선택받은 분이죠. 제가 도울게요. 박자를 정확하게 보여 드릴게요." 라고 말하며 오케스트라 속에 쪼그리고 앉아 베토벤을 카피하는 그녀 안나 홀츠를 보며 눈으로 지휘하는 베토벤이 내 가슴에 가득 찼다.



예전에 성가대할 때 이 영화에 나오는 모짤트의 레퀴엠이나 대관식미사, 베토벤의 장엄미사나 환희의 송가도 불러봤다. 합창단을 두 시간이나 세워 놓는게 미쳤다고 말하는 걸 이해할 수 있다. 정말,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으며 가만히 서 있는거 장난 아니다~~~~ 영화속에서 교향곡 9번이 울려퍼질때 전율하며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이 떨림과 이 감동을~~~~ 다시 맛보고 싶다. 이 장면 때문이라도 두번, 세번 보고 싶어지는 영화였다.



분명히 영화적인 아쉬움이 있지만, 교향곡 9번의 전율 때문에 말하고 싶지 않다. 그냥 음악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교향곡 9번을 감상할 수 있는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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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0-15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장 음향이 별로인 곳에서 보아서 너무 아쉬웠어요. 그럼에도 교향곡 9번의 감동은 전율 그 자체였죠. ^^

실비 2007-10-1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기만해도 무척 멋있을거 같아요.^^

순오기 2007-10-20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아무개님, 마노아님, 실비님~~~~ 교향곡 9번은 정말 전율이죠!!
독서모임 엄마들과 다시 또 보려고 했더니, 조조가 없어지고 오후 늦게만 편성한 시간표를 보니 별로 많이 찾지는 않나봐요. 여기 광주에서는요! ㅠㅠ
 

10월 8일 월요일, 모처럼 가을여행 가려고 45인승 대형버스를 예약했는데 날씨가 심술을 부려 다음 주로 연기했다. 설레던 마음을 달래고자 영화 번개~ '행복'을 위해 달려 온 7명과 하남점 10관에 자라잡았다.

황정민 보고 싶어~~~ 짠한 임수정이랑 울어 줄려고,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다르지만 행복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영화에 몰입했다. 영화 초반 장면이 갑자기 확확~ 바뀌는 게 살짝 신경줄을 건드리지만, TV시네마에 소개됐던 은희(임수정 분)와 영수(황정민 분)의 만남은 살짝 웃음을 머금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 '외출'을 만든 허진호 감독 작품으로 화려하지 않고 수수한 우리 고향처럼, 공기 좋은 전북 장수 저지마을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옮겨가는 사랑을 그려낸다. 이 가을에 어울리는 감성으로~~~ 오솔길에서 나누는 그들의 사랑, 시작이 아름답다. 아주 귀엽고 예쁘게 시작되는 연애 감정... 가을이면 누군가 사랑하고 싶어지는 감성코드와 잘 어울리는 영화다.

'나랑 사귈래요' '나 업어줄래요' '나랑 같이 살래요'
여자가 먼저 하기엔 너무 어려운 말을 아주 쉽게 힘 안들이고 건네는 그녀가 예쁘다. 어쩜 저렇게 하얗고 애리애리한지 폐환자다운 그녀가 안쓰러워 짠한 맘이 절로 묻어나게 하는 은희.



젊음을 방탕(?)하게 소모한 듯한 영수는 은희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죽을지도 모르는 건강 상태에서 시작하는 그들의 사랑과 행복이 계속되기를 빌어본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지만 또한 사회적 동물이다. 이제 살만해진 영수는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 어쩔거나~~~저 인간을......

사람의 소박한 행복은 욕심부리지 않을 때에 가능한데, 한 가지가 채워지면 또 다른 욕심을 내는게 사람이다. 나 역시도...... 당신은 어떤 행복을 잡고 싶은가? 지금 당신은 행복한가? 잠시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녀와 함께 했던 언덕에 그녀를 보내고 온 영수가 오열하는 장면은, 서울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영수를 보내고 울던 은희의 흐느낌과 다르지 않았다. 이 가을에 사랑하는 사람을 울게 하지 말자, 우리 모두.   큰 기대하지 말고, 자연스럽고 잔잔한 멜로 영화에 마음을 주어 잠시 행복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행복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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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10-09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영화 좋았지요.^^
황정민이랑 임수정 안 어울릴꺼라고 말들 많았는데 의외로 호흡도 잘 맞고 둘이 함께 있는 모습도 좋았지요.^^ 황정민의 청바지 입은 모습이 넘 자연스럽고 멋지더군요.^^
마음에 드는 영화였어요.^^

순오기 2007-10-10 09:45   좋아요 0 | URL
아픈 사랑 얘기가 짠하게 마음에 남아요~~~
황정민의 자연스런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아요.
같은 영화로 감성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참 좋지요~~!!

행복희망꿈 2007-10-09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였던것 같아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퀼트 소품들이 많더라구요.
그 쪽으로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저의 눈에는 확~ 들어오더라구요.
황정민은 "너는 내운명"에서 보다 더 멋있어진 것 같아요.

순오기 2007-10-10 09:47   좋아요 0 | URL
오호~ 퀼트 소풍들이 많았다고요?
역시 관심이 있어야 눈에 뜨이나봐요~
전 잘 모르고 지나갔어요~~ㅠㅠ

프레이야 2007-10-10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굿모닝~ 이거 보셨군요. 전 임수정이 좀 실망스러웠지만 나름 좋았어요.
신신애 되게 웃겼어요. 전 박인환이 어찌 짠한지..
허진호식 이야기 여전히 괜찮더군요.^^

순오기 2007-10-10 09:51   좋아요 0 | URL
혜경님도 굿모닝, 정말 날씨도 좋아요~~~~
배우는 정말 연기를 잘해야죠~~ 임수정도 정말 연기가 안 느는 배우 같아요.
그래도 그 청초함과 애리애리함이 영 마음을 짠하게...
신신애, 영화는 또 웃는 맛도 있어야죠~~ ?
박인환~~~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거... 공감돼요!
감독이든 작가든 자기만의 색깔이나 한계가 느껴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