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버스의 무료 시사회에 당첨되어 가을밤 멋진 샹송에 취했다. 시사회에서 준 CD로 에디트 삐아프의 라비앙 로즈를 밤새 들으며 쓴다. "평생 잊지 못할 2007년 최고의 명작. 올가을... 전세계를 울린 감동의 무대가 오릅니다..." 라는 메인카피로 11월 22일의 개봉을 예고하며 호기심을 한껏 부추기는데, 기대만큼 만족이냐 실망이냐는 개인의 취향과 평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만족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에디트 삐아프의 삶은 결코 라비앙 로즈(장미빛 인생)가 아니었지만, 그녀는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노래한다. 노래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무대에서 쓰러지더라도 노래하겠다며 눈물로 애원하는 그녀를 보며 감동이 밀려왔다.

128분의 짧지 않은 시간, 영화 전편에 흐르는 에디트 삐아프의 노래와 젊은 시절부터 죽을때까지의 에디트 삐아프(마리안 코티아르 분)를 연기한 배우에 빠져 길다고 느끼지 못했다. 삐아프는 51세에 죽었지만, 자신을 돌보지 않고 술에 쩔어 소모해버린 세월 때문인지 굉장히 늙어버린 할머니로 보여진다. 실제로도 그랬겠지?

에디트의 파란만장한 생애 과거와 현재를 무시로 넘나들며 보여준다. 거칠고 제멋대로인 그녀를 최고의 가수로 만들고자 했던 루이스 레플리(제라르 드바르디유)는 삐아프(작은참새)란 이름을 주지만 갑작스럽게 죽고, 막셀을 향한 뜨거운 사랑도 죽음이 갈라 놓고... 사랑의 아픔과 추억을 노래하는 그녀의 삶을 다 이해할 순 없지만 절절한 사랑과 열정은 흠뻑 느낄 수 있다.

"내가 노래하지 않는다면 죽은 것이다."
"내 인생은 지혜롭게 살았다."
"사랑하세요. 사랑하렴"
"죽음보다 외로움이 더 두렵다"

그녀의 말과, 엔딩곡 Non,je ne regrette rien(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를 온몸으로 부르던 그녀의 목소리가 밤새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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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08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엔딩곡은 영화 "파니핑크"의 완벽한 주제가이기도 합니다요.^^
전 저 음악 들을때마다 흑인 오르페오가 생일케잌을 들고 입뻥긋 립싱크하는 장면이 생각나요.

Non, Rien De Rien, Non, Je Ne Regrette Rien
Ni Le Bien Qu'on M'a Fait, Ni Le Mal
Tout Ca M'est Bien Egal
Non, Rien De Rien, Non, Je Ne Regrette Rien
C'est Paye, Balaye, Oublie, Je Me Fous Du Passe
Avec Mes Souvenirs J'ai Allume Le Feu
Mes Shagrins, Mes Plaisirs,
Je N'ai Plus Besoin D'eux
Balaye Les Amours Avec Leurs Tremolos
Balaye Pour Toujours
Je Reparas A Zero
Non, Rien De Rien, Non, Je Ne Regrette Rien
Ni Le Bien Qu'on M'a Fait, Ni Le Mal
Tout Ca M'est Bien Egal
Non, Rien De Rien, Non, Je Ne Regrette Rien


순오기 2007-11-08 09:27   좋아요 0 | URL
와~ 친절하게 가사도 적어주셨네요. 감사^^
어제 밤새 듣고도 여운이 남아 아침부터 또 귀에 달아놓았어요.
오늘도 후회없는 삶을 살리라 불끈~~~~~

세실 2007-11-08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불끈^*^ 깊어가는 가을엔 샹송도 좋지요~~
비앙 비앙 따라라라라 라라~~~

순오기 2007-11-09 09:07   좋아요 0 | URL
라비앙 로즈...에디트 삐아프의 노래를 충분히 들을 수 있어 좋았아요.
날마다 후회없이 살자고 불끈~~^*^

프레이야 2007-11-09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디뜨 삐아프! 이 영화 꼭 봐야쥐, 불끈^^

순오기 2007-11-10 03:37   좋아요 0 | URL
혜경님, 11월 22일 ...꼭 보셔요, 후회하지 않을 듯!

실비 2007-11-11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예고편을 보게됐어요..
정말 멋있는영화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오기 2007-11-11 09:56   좋아요 0 | URL
11월 22일 개봉...기대하셔도 좋을 듯!
 

이금이 작가는 청소년 성장소설인 '주머니 속의 고래'에서 현중이를 통해 "접으면 그게 꿈이냐? 종이지." 라고 말하며, 작가의 말을 빌려 "꿈은 그 꿈을 꾸는 자만이 이룰 수 있고 현재진행형"이라고 일깨워준다.

초등 3학년부터 초등교사의 꿈을 꾸어왔다는 고3 딸의 꿈이 한발 더 가까이 다가왔다. 바로 초등교사가 될 임용고시 응시자격이 주어지는 교육대학 수시모집에 합격한 것이다. 물론 수능 언어, 외국어, 수리, 사회탐구 5과목의 최저등급 이내 조건부지만, 평소 모의고사 성적으로 최종합격을 기정사실로 여기며 자축했다. 2002 월드컵 때 전국민의 염원이 담겼던 "꿈은 이루어진다!" 가 우리집에서도 활짝 꽃피웠다. 

지난 10월 24일 면접보러 가면서 떨었던 저 길을 아이는 여유있게 걷게 될 것이다.

D-8  11월 15일의 수능을 앞두고 긴장과 스트레스로 고3들이 침을 맞거나 부항을 많이 뜬다면서 우리 딸도 하고 싶어했다. 지난 월요일 오후 집에 들른 아이를 한의원에 데려가 침도 맞고 부항도 떴다. 3학년 초, 시작도 하기 전에 아이가 쓰러져서 보약을 두 재 먹였더니 약발이 들었는지 많이 좋아져 안 먹어도 된다는데, 엄마 맘 편하자고 반재만 지었다. 한의사님이 수험생을 위한 특별서비스라고 마사지까지 해 주셨다. 감격한 우리 딸, "왜 돈주고 안마를 받는지 알거 같애......"

>> 접힌 부분 펼치기 >>

고3 엄마가 수능 날 도시락 싸주는 것도 모르고 있으니, 우리 딸 한마디. "고3 엄마 맞아?"

한의사님 조언을 들으니, 절대 찰밥은 싸지 말 것이며 평소에 좋아하는 따끈한 국물과 반찬, 최근에 먹던 과일과 간식으로 고급 초콜릿이나 양갱 정도를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 하셨다. 청심환을 먹이려면 사전에 실험을 거쳐 확인된 것을 먹이고 따뜻한 물을 준비하라 하셨다. 청심환은 지난 9월 모의고사 때 먹고 확인했던 물로 된 "00첨심환'을 먹이면 되겠다.

이제는 정말 고3 엄마라는 실감이 확~~~~난다.   D-8일을 앞두고!!

"딸아,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렴. 그리고 활짝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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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7-11-07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 축하 드립니다.

순오기 2007-11-07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다들 심야에 잠도 없으세요? ㅎㅎ 전, 이웃 아짐들과 축하주 한잔 기울였지요!
용이랑 슬이랑님, 정아무개님 축하와 응원의 말씀 감사합니다.

실비 2007-11-07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정말 잘됐네요..^^
마지막까지 마무리 잘하도록 화이팅여요^^

웽스북스 2007-11-07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능 볼 때 밥도 안먹힌다고 하더니, 저는 잘만 먹고 심지어 좀 졸리기까지 했답니다 ㅋㅋ 순오기님 따님도 마음 편안하게 수능 볼 수 있겠네요~ 요즘 교대 가는 게 하늘에 별따기라던데, 학교생활 충실하게 잘 했나봐요! 저도 축하드릴게요~

알맹이 2007-11-0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많이 많이 축하 드려요. 정말 기쁘시겠어요~!

순오기 2007-11-08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님, 웬디양님, 양아줌마님--- 축하와 응원 감사합니다!
편한 맘으로 수능을 잘 볼 수 있기를 기원하며... 따뜻한 도시락 싸 줘야죠!

세실 2007-11-08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하늘 만큼 땅만큼 축하드립니다. 아 멋져요~~~~
마지막까지 화이팅!

마노아 2007-11-08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군요. 수능까지 평소 컨디션만 유지하면 되겠어요. 파이팅!!!

프레이야 2007-11-08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렇게 정성을요? 한의사 안마에 청심환까지.. 놀랍습니다.
모쪼록 100% 다 발휘하기를 빌어요.

순오기 2007-11-09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마노아님, 혜경님... 감사 감사 ^^
본인이 꿈꾸던 곳이라 만족합니다. 이제 평소 모의고사처럼 편안하게 해 주면 되겠죠!

miony 2007-11-12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축하드려요. 또 한 사람의 좋은 선생님을 기대합니다.^^

순오기 2007-11-13 04:32   좋아요 0 | URL
앗, 감사합니다~~~
제가 존경했던 선생님들처럼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으로 인정받으면 좋겠습니다!
 

눈코 뜰새없이 바빴던 10월을 마무리하고 11월의 첫주 월요일이다. 어김없이 초등학교 급식자재 검수를 갔다가 어머니독서회원들에게 어등산등반 번개 문자를 날렸다. 다들 분주한 월욜이라 엄마 따라 온 꼬마까지 넷이 오붓하게 올랐다.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우며 여유있는 산책코스 같은 어등산에 올때마다 한주에 한번이라도 오르자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한 달에 한번 오르기도 쉽지 않다. 걸어서 두시간만 할애하면 폐부까지 스며드는 상큼한 산기운을 맘껏 들이킬 수 있는데도...... 어등산은 가을 분위기를 만끽할 풍경은 아니었지만 소박한 우리네 뒷산 같아 그 맛이 또 좋았다!

한껏 붉은색을 뽐내고 있는 붉나무...  가을이면 가장 먼저 단풍으로 치장하는 나무다

동자봉까지 오르는 길이 가파를 뿐, 약수터까지의 내리막길은 멋진 산책길이다. 돌아오는 길은 마을길로 내려오니 우리 고향 같은 시골 풍경이 정겹게 반겨준다.

작은 저수지를 끼고 도는 길은 억새가 하얗게 피었고 구불구불 시골길의 맛을 살려준다.



감나무들이 붉은 제 열매를 뽐내듯이 유혹한다. 울타리만 없다면...... 두리번 두리번!  울타리에 피어난 코스모스 국화꽃이 째리듯이 흘겨본다.

감나무의 유혹을 떨치고 걷는데 은행들이 알알이 떨어질 듯 달려있다.



마을을 에둘러 오는 길목엔 갓이랑 배추, 무우가 김장철 주인이 되기 위해 쑥쑥 자라고 있다. 마당가엔 금잔화도 피어 있고......











저 무우를 뽑아 우적우적 먹었으면... 유년기의 추억이 떠올라 입안에 침이 고인다. 꿀꺽~ 마을길이 끝날 즈음, 물고기 등을 오른다는 야트막한 어등산을 담고 점심 약속된 보리밥집 '터'로 향했다. 



모처럼 시간이 나서 자신을 위한 한가함을 누리고 싶었다는 탁교수님과 생태가 통째로 들어있는 생태탕을 먹었다. 교수님은 월욜마다 맘 통하는 사람들과 어등산 등반(산책)하자며 부추긴다.



------그리고, 영화 '식객'에 빠져 울고 웃으며 행복한 월요일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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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향기 2007-11-0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산에 오른것도 아닌데 생태탕에 확 끌리는 이유는....??^^ 무청과 배추의 초록색이 정말 싱그럽네요!

순오기 2007-11-07 00:47   좋아요 0 | URL
생태탕, 시원하고 따끈해서 좋았어요~~^^
초록의 싱그러움은 나무만 있는게 아니더라고요!!

bookJourney 2007-11-0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행복한 월요일을 보내셨네요. 부러워요 ~

순오기 2007-11-07 00:48   좋아요 0 | URL
월요일만 쉬는데도 어쩌다 보면 나를 위한 시간을 갖기가 어렵더군요.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

라로 2007-11-07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잔화가 눈부시네요~~.
산행후 점심은 얼마나 맛날까!!!

순오기 2007-11-07 00:49   좋아요 0 | URL
코스모스, 국화, 금잔화... 모두 우리랑 친숙한 꽃이죠!
요렇게 한가하고 여유로운 시골 풍경이 좋았어요.물론 생태탕도 맛있었죠 ^^

마노아 2007-11-07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요로운 산행이었어요. 코스모스랑 배추가 가장 싱그러워 보이네요^^

순오기 2007-11-08 09:30   좋아요 0 | URL
호호~ 저 배추로 김치 담그면 맛있겠죠!
 

오늘 11월의 첫날이다. 10월을 너무 정신없이 보내서 마지막 날 '잊혀진 계절'을 부를수가 없었다. 하루 걸러 두번이나 날을 새서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핸폰이 울렸다.

"언니, 왜 10월의 마지막 날인데 집에 있어요?"

"응, 어제 날새서 병날 것 같아 자고 있어....음냐 음냐...  "

아침에 확인해보니 10시 7분이었다. 몇년 째, 독서회원들이나 아이 친구 엄마들과 10월의 마지막 날 노래방 번개를 했기에 올해도 문자가 오기를 기다렸나보다~ ㅎㅎㅎ 

첫애가 1996년 입학해 2002년 2월 졸업하고 3월부터 막내가 다니게 되니, 삼남매가 다닌 초등학교 12년을 나도 같이 다닌 듯하다. 12년을 학부모로 살면서 아이들 학교가 바로 내 학교인 우리학교가 되었다. 11월 3일 토요일에 있는 아이들 예술제에 학부모 작품으로 12년의 자료를 정리해서 냈다. 처음엔 4폭짜리 병풍처럼 할려고 구상했는데, 큰애 1학년까지만 앨범에 정리하고 쌓아둔 수백장의 사진속에서 자료 사진을 골라내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나 죽기 전에 이거 다 정리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ㅎㅎㅎ 결국 시간에 쫒기고 일에 치여서 아이들 12년과 엄마의 12년을 압축해 두장으로 마무리했다. 12년을 마감하는 이번 8회의 예술제를 축하하는 꽃꽂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출품했다.





아이들 자료엔 입학과 졸업, 운동회, 과학의 날, 예술제 등의 자료사진과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반과 담임, 교장, 교감선생님의 이름을 표로 만들어 넣었다.

나의 12년 속엔 교통봉사(학기당 2~3일)12년과 급식자재 검수 10년, 수년간의 일일교사와 사서도우미 봉사활동 사진을 붙였다. 학부모회 단합 지리산 등반사진과, 예술제에 학부모합창단으로 참여한 사진과 1회부터 6회까지 출품했던 꽃꽂이 사진을 정리했다. (독서회 7년의 자료는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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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 눈물이 날 것 같아!
    from 파피루스 2008-02-19 03:48 
    날이 밝으면 막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우리 아이들 셋이 12년을 다닌 학교라 엄마인 나도 같이 다닌 것 같은 우리학교. 두근두근 설레었던 첫 아이 입학식 만큼이나 두근거리는 막내의 졸업식. '나~~ 눈물이 날 것 같아!' 책을 읽거나 TV를 보다가도 수도꼭지 틀듯 조르르 흐르는 눈물에, 고장난 수도꼭지라 놀림도 받았다. 성깔은 순 오기에 한 승질하는데 왠 눈물은 그리 많은지...... 식구들과 TV를 보다가도 엄마가 울겠다 싶으면 돌아
 
 
BRINY 2007-11-0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렇게 12년사가 나오는군요.

순오기 2007-11-01 17:40   좋아요 0 | URL
오전에 바빠서 대충 사진 올리고 출근... 돌아와서 수정했답니다.
12년사 구상은 거창했는데 결국은 용두사미가 되었다는... ^^
그래도 즐거운 12년 보람된 12년이었다고 추억한답니다!

2007-11-02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2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11-02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순오기님, 멋있어요. 12년 결산, 축하드려요^^

마노아 2007-11-02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12년이에요. 꽉 찬 12년이기도 하구요. 꽃꽂이 멋져요^^

순오기 2007-11-03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마노아님...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혼자 자족하며 즐기는 체질이라 열정으로 보낸 12년이라 할 수 있죠. 어제 예술제 끝냈어요. 우리 민경이가 3년째 한 사물놀이가 어찌나 신명나던지~~ 동영상 준비했으니 잠시 기다려 주세요~~ㅎㅎㅎ 이제 동화모임 갈 시간!

세실 2007-11-04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님의 열정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꼼꼼하시다니....
저두 직장생활 하지 않았음 열심히 했을텐데...ㅠㅠ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크지요.

세실 2007-11-04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꽂이도 참 예뻐요. 선생님, 학부모들이 좋아했겠습니다....

순오기 2007-11-04 15:28   좋아요 0 | URL
무슨 일이든 열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누가 시켰으면 못 했을거예요.^^
토요일에 작품을 모두 철수했는데, 제 꽃꽂이는 그대로 두었어요.
너무 아깝다고 시들때까지 두자고요...시든 것만 가려내면서 관리하면 일주일은 족히 버텨줄거예요. 다른 사람보다 제 스스로가 즐겁고 만족합니다!

2007-11-04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엊그제 고3 딸과 잠시 출타했다 돌아왔다. 이름하여 수시 면접을 위한 나들이. 고3 학부모 맘이 다 그렇겠지만 쉽게 대학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입시를 앞두고 안타까운 파도가 일렁인다. 우리 딸도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맘처럼 되지 않는 현실에 까칠함을 드러내어 출발에 앞서 약간의 충돌이 있었다.

학교에서 같은 대학에 면접 볼 아이가 셋인데, 그 학교 선생님의 딸만 따로 특별대우하는 부당함에 아이는 여러번 맘이 상했단다. 면접 전날도 셋을 불러 면접 연습(?)을 해 주겠다던 선생님이 1시간을 기다려도 오시지 않아 찾아보니, 바로 그 학생만 데리고 따로 하는 현장을 목격한 딸은 여지없이 폭발해서 까칠함을 있는대로 드러내고, 교실로 돌아와 엉엉~~ 통곡을 하고 집에 돌아와 자고 있었다. 뒤늦게 돌아온 엄마는 그 얘기를 들으며

"우리 딸 많이 까칠해졌네~ 세상은 그런 부당함과 공평치 않음이 넘치는 곳이야. 너무 민감하지 말고 마지막에 웃자!"

위로해주니 그런대로 마음이 풀려 버논과 동생들이랑 핏자를 먹는데, 막내가  "언니 어디 가?" 하고 물었고 "민경인, 언니 어디 가는지 못 들었구나" 하면서 내가 웃었더니, 큰딸이 또 까칠하게 발끈한다. "애 맘하나 편케 못 해줘?"라면서 ......

"응, 엄마는 그렇게 못해! 네가 학교에서 당한 설움을 집에 와서 식구들에게 푸는거잖아. 다 마음 먹기에 달린 건데, 자기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하고 그렇게 까칠하게 남 탓하려거든, 내일 면접에 갈 필요도 없어! "

난, 사실 고3이라고 공주마마 대접하는 거 죽었다 깨나도 못한다. 그렇게 오냐 오냐~ 키운 자식 좋은 꼴을 못 봤기도 하지만, 우리 자랄 때 부모가 바쁘고 먹고 살기 힘들어 뒷바라지 제대로 못해줬어도 다 부모를 끔찍이 알고 섬겼다. 나 역시도 그런 마음이라, 지금도 부모님 생각하면 눈물이 먼저 난다.

우리 딸도 부모를 종 부리듯 하는 친구도 보고, 자식을 상전 받들 듯하는 친구부모들 보며 나름대로 느낌을 피력한 적이 여러번이었다. 사실 착한 딸인데 엄마가 너그럽게 받아주지 못하고 그랬나 잠시 후회도 됐지만, 오늘 받아주면 내일까지 연장될 것 같아서 쐐기를 박은 것이다.

딸아이는 울먹이며 몇 마디 대꾸하더니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엄마가 꺾여주지 않으니 제가 꺾이는것 같아 짠하기도 했지만, 그 후 시간이 되어 고속버스에 올랐고 아이는 잠들었다. 깊게 잠들지 못하는 맘은 아이나 엄마나 똑같았다. 심야에 친정 동생집에 도착해 하룻밤 묵었고, 다행히 다음날은 상쾌한 기분으로 깨어 여유있게 신문을 뒤적이다 점심을 먹고, 약국에 들러 청심환도 사 먹이고 택시를 탔다.

00교육대학, 곱게 물든 단풍잎이 나란히 서서 우릴 반긴다. 예쁜 모습을 디카에 담으며 걷는데 입구부터 수험표를 가슴에 다는 비닐커버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늘어섰다. 세상에 고까짓게 2,000원이나 한다. 10여명도 훨씬 넘는 아주머니들에게 다들 어쩔 수 없이 하나씩 산다. 학교에선 전형료를 기만원씩 받으면서 이런거도 안 해주냐~ 그러면 준비해 오라고 안내를 하던지, 우리도 사면서 투덜거렸다.

대한민국 수험생은 봉이다!

우리 딸 고1 여름방학 때, 이 학교에 와서 도서관이랑 강의실을 둘러보며 자신의 꿈을 다졌다. 초등 3학년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다는 꿈은 '초등학교 선생님'. 사대에 가서 국어나 국사 선생님이 되는 건 어때? 물어보면 중,고등학생은 싫고 초등생이 좋다고 말했다. 제가 존경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뇌리에 박혀 그 영향이 절대적인 듯하다. 그러면서 초등 1학년부터 담임선생님을 읊었다.

초등 1학년 김미숙선생님, 2학년 류금석선생님, 3학년 이산암선생님, 4학년 황영란선생님, 5학년 김도현선생님, 6학년 김호진선생님, 중학교 1학년 조은미선생님, 2학년 여주영선생님, 3학년 000선생님, 고등학교 1,2학년 정경모선생님, 3학년 김윤철선생님

엄마하고 같이 읊어대는데, 중3때 선생님 이름만 생각나지 않는다. 도덕선생님이었는데... 뭐지? 뭐였지?  '아, 박석균선생님' 엄마가 먼저 생각해내자 기억력은 엄마가 한 수 위라고 웃었다. 이렇게 줄줄이 댈 수 있는 선생님들이 아이의 꿈을 변치 않게 잡아주신 은인들이다. 또한 그동안 읽은 책 중에 아이에게 영향을 끼친 '하이타니 겐지로'선생님도 빼놓을 수없다.


 

 

 

 

짧은 인생이지만 10년 넘게 키워 온 아이의 소중한 꿈이 '면접 합격'의 2차 통보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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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0-25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인물 뒤에는 더 훌륭한 어머니가 계시다는 것을 알려주셨어요.
많이 반성하고 갑니다.
그리고선 아이가 오면 또.....
저부터 철이 들어야 할텐데...

책향기 2007-10-25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따님이 꿈을 이룰 수 있길 빌께요~꼭 합격하길!!

프레이야 2007-10-25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3딸도 순오기님도 참 좋으세요^^
합격!! 꼭 될 것이라고 믿어요. 하이타니 겐지로의 책을 읽고
초등선생님이 되기로 결심한 딸, 대견합니다. 마지막에 웃자~
이 말 제게도 하고 싶네요. ^^

순오기 2007-10-25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민서님, 책향기님, 혜경님 감사합니다.
'합격'소식 지둘리며 차분히 수능날까지 최선을 다해야죠. 아이 맘 편케해주는 엄마 노릇도 하면서요 ^*^

뽀송이 2007-10-26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의 말씀에 공감이 많이 갑니다.^^
무조건 제 자식만 귀하다 여기고 상전 모시듯 하는 게 능사는 아닐텐데 지나친 부모 욕심으로 도가 넘치는 분들 보면 안타까워요.ㅡㅜ
그래도 지금은 섭섭하고, 화가 나기도 하겠지만...
자신의 장래를 스스로의 힘으로 떳떳하게 개척해 나가는 따님은 꼭!!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저희 아이들도 점점 커가니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도 '하이타니 겐지로' 무척 좋아합니다.

순오기 2007-10-26 23:43   좋아요 0 | URL
그렇죠 뽀송이님. 마음으로 세상에 둘도 없이 귀한 내 자식이지만, 밖으로는 엄하게 때론 냉정하게 해야된다 싶어요. 스스로 커나갈 수 있는 기회를 뺏는 부모가 되진 말아야지요!
하이타니 겐지로... 정말 존경할만하지요 ^^

BRINY 2007-10-2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3 학부모님이셨군요. 찡~한 글이었습니다. 좋은 결과 있길 바래요.

순오기 2007-10-27 18:35   좋아요 0 | URL
같은 마음으로 읽어주시고 좋은 결과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