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탐닉 - 삶의 질문에 답하는 동서양 명저 56 고전 탐닉 1
허연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나는 공주였다. 
물론 내가 지칭한 공주가 '그네공주'와 같은 레벨의 公主는 아니다. 나와 지인들이 즐겨쓰던 工主는 공부하는 主婦의 줄임말이다.^^ 나는 공주시절 무모하게 올 A+를 꿈꾸거나 장학금에 욕심내지는 않았다. 그저 공부하지 않았다면 알아듣지 못했을 학자들의 이론이나 전문용어를 대충은 알아 들어서 좋았고, 신문이나 책을 읽으면서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으로 자족했다. 연초에 큰딸이 인터넷 사주인가 토정비결인가를 봐 주면서 
"엄마는 아는 건 많은데, 깊이는 없대!"
라는 말을 했을 때도
"맞아, 엄만 조금 깊이 들어가면 못 알아듣거든. 그것 참 용하게 잘 맞춘다!"
순순히 자백하면서도 즐거웠다. 소크라테스처럼 거창한 명제는 아니어도 '나의 한계를 아는 것' 그것 또한 내 지적탐구의 결과라고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깊이 없는 내 지식 창고가 채워지는 거 같아 좋았고, 지적욕구가 충만했던 젊은날의 초상도 떠올랐다. 내게 인간탐구의 고전문학에 열광했던 추억을 불러와 잠시 즐거운 상상에도 빠졌다. 10여년 전부터 참여한 독서회에서는 해마다 한두 차례 고전 읽기로 학창시절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토론하는데,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 시절의 느낌과 많이 달라서 놀라거나 실망한 적도 있었다. 고전은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시간적 거리와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인류 공통의 보편적인 진실, 과거와 현재의 소통을 통하여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역시 고전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는 체험이었다.  

"고전은 인생의 단계에 따라 새로운 생각과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유년 시절에 읽은 글을 청년 시절에 읽으면 생각과 느낌이 다르고, 다시 그 장년이나 노년의 나이가 되어 읽더라도 생각과 느낌이 달라져야 한다. 그것이 고전이다. 이 때문에 고전은 한 번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의 고전을 읽는다 2, 머리말 / 이종목/휴머니스트) 

  
20여년간 4천여 권의 책을 읽었다는 저자 허연은 '독서는 우리가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세속적 초월'이라는 미국의 문학비평가 헤럴드 블룸 말을  좋아한댄다. 이 책은 세계적인 고전문학 23편을 비롯한 인문학과 사회 과학 등 총 56편의 동서양 고전을 4쪽으로 명쾌하게 요약했다. 저자는 지극히 개인적인 고백으로 자신이 만난 고전을 얘기하는데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된다. 주제에 딱 맞는 핵심문장과 작가의 개인사와 시대적 배경 등 기본적인 이해를 위해 친절하게 진술했다. 저자가 들려주는 한편 한편의 고전 이야기에 아주 짜릿한 기쁨을 맛본다. 햐~ 어쩜 이리도 명쾌하게 정리했는지, 역시 독서의 내공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내가 쓰는 리뷰가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참담한 기분에 급좌절의 부작용도 생기지만 '고전탐닉'을 읽는 시간은 행복하고 뿌듯했다.  


톨스토이가 최고의 책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 대한 저자의 글은, 2002년 8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다시 읽고 남겼던 내 독서노트를 찾아보게 했다. 나는 한줄 평을 "결코 인간답지 않은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통해 인간의 온갖 추악한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친부살해 사건 이후 인간의 도덕성 회복은 결국 신의 사랑과 용서로 가능하다는 구원의 희망을 열어놓는다"고 써 놓았는데, 저자는 "내 일평생에 대해 스스로를 응징하노라. 내 일생을 벌하노라." (39쪽)는 밑줄긋기와 4쪽으로 내용을 정리한 후에, 다시 간추린 책소개에 이렇게 써 놓았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도스토옙스키가 죽기 몇 달 전에 완성한 그의 최고의 소설이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커다란 화두는 바로 신과 신념에 대한 것이다. 이 소설은, 단지 고통과 그리스도를 통해서만이 구원을 얻을 수 있으며, 삶은 지성이 아닌 감정과 사랑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도스토옙스키의 근본적 신념을 집대성한 걸작이다.(41쪽) 

 


이렇게 저자의 목소리로 듣는 핵심정리는 고전의 매력에 빠지게 하고, 고전 다시 읽기에 도전하고픈 마음이 몽글몽글 솟아나게 만든다. 게다가 감히 접근하지 못했던 국부론, 국가론, 군주론, 자본론, 정의론, 사회계약론, 방법서설, 종의 기원 등 사상과 철학, 과학서들도 읽은 척하거나 이해한 척 할 수 있게 쉽게 풀어썼다. 특히 자녀들이 엄마가 안 읽은 고전이나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말하기 곤란한 걸 물어올 때, 이 책에서 읽은 내용을 살짝 컨닝해 들려주면 엄마를 다시 보지 않을까?ㅋㅋㅋ   


아,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빵가게재습격'님의 서재 이미지가 한나 아렌트라는 걸, 한나 아렌트라는 여성이 어떤 일을 했고 무슨 저서를 남겼는지 절대 몰랐을 텐데, 이 책을 읽은 덕분에 알게 됐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빵가게재습격님 서재 이미지 사용을 허락해주셔서 주소도 올립니다.^ ^ http://blog.aladin.co.kr/bkinterface3 )

인간다운 방식으로 정치적, 사회적 또는 경제적 고통을 완화하는 일이 불가능해 보일 때 전체주의는 강한 유혹의 형태로 다시 나타날 것이다.(한나 아렌트'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저자 인용, 193쪽)

 
고전은 구원이자 초월이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말에 동조하기 위해서도 고전 다시 읽기에 합류해야 겠다. 이방인, 데미안, 위대한 개츠비, 변신, 동물농장,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적과 흑, 오만과 편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햄릿, 노인과 바다, 설국, 전쟁과 평화 등등 다시 읽고 싶은 문학작품이 줄줄이 들어 있다. 엄마들은 결혼 전과 결혼 후에 읽은 작품 감상이 완전히 달라서 문학 작품에 대한 첫사랑 이미지를 깨지 않으려면 신중하게 선택해야 될 거 같다. 올 가을 어머니독서회 토론도서로 '적과 흑'을 선택하고, 결혼 10 ~ 20년 이상의 주부들이니 쥘리앙 쏘렐과 레날 부인에 대한 이해도 젊은날과는 다르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지난 주 이 책을 읽는 중에 참석했던, 중.고 독서회와 지역도서관 모임에서 아주 멋진 고전을 소개하는 책이 나왔다고 알려줬더니, 엄마들은 수첩에 꾹꾹 눌러 적었다. 중.고등 자녀에게 엄마의 독서수준을 뽐내도 좋겠지만, 자녀와 같이 이 책을 읽고 고전읽기에 도전해보면 좋을 거 같다. 요즘 중.고딩들은 우리때처럼 고전읽기에 올인하지 않는 거 같다. 우리때는 책값도 싼 세로쓰기 삼중당 문고판으로 고전을 읽는게 대세였는데...  ^^

입시교육에 찌들어 독서할 시간도 제대로 없는 불쌍한 요즘 아이들에게, 이렇게 명쾌하게 정리한 고전 다이제스트로 읽히는 것도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 이 책에서 우리 고전은 유일하게 '열하일기'만 넣은 것은 좀 유감이다. 딱 한 편이 뭐야, 적어도 서너 편은 넣었어야지. 흠~ 동서양 고전을 아는 것만큼 우리 고전도 비중을 두었으면 좋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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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06-27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탐닉> 저도 찜해야겠어요. 순오기님 리뷰는 지름신을 부르신다니까요.ㅎㅎ

순오기 2011-06-28 06:53   좋아요 0 | URL
아~ 이건 소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컨닝하면 좋을 듯해요.ㅋㅋ

마녀고양이 2011-06-27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은 인생의 단계에 따라 새로운 생각과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라는
문구에서 완전 공감해요, 오기 언니. 이 책 무지하게 당기는걸요. 꿈섬님 말대로 지름신이세요.. ^^

오기 언니, 공주님이셨군요? 아하하.
여러 면에서 정말 멋지세요. 노력하시는 모습도 그렇고, 순순히 자백(?)하시는 모습도 그렇고.
저는 아직 그런게 잘 안 되요... 머, 제가 한참 어리니 언젠가 되지 않을까 하고 맘편히 갈래요.

좋은 한주되시구요, 비 많이 오네요. 우산 챙기셔요.

순오기 2011-06-28 06:57   좋아요 0 | URL
고전은 다시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도 좋더라고요.
마고님은 현재도 공주니까, 나같은 자백은 안해도 될거에요~~~ㅋㅋㅋ

blanca 2011-06-27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리뷰에서 순오기님 모습을 자꾸 상상하게 되어 더 좋아요. 저도 순오기님 덕택에 <태백산맥>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게 되었지요.

순오기 2011-06-28 06:59   좋아요 0 | URL
제 모습이 보이나요?ㅋㅋ
태백산맥은 세 번 도전에 3권까지만 읽고 다 읽지 못했음을 고백해요.ㅜ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최고의 책으로 꼽을만하죠.

자하(紫霞) 2011-06-30 21:26   좋아요 0 | URL
아 저도 태백산맥은 완독이 안되더라구요. 좋은책 저도 담아갑니다^^*

마노아 2011-06-27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공주로 살고 계신 순오기님이에요. 자녀들이 분명 많은 것을 배우고 자랑스러워할 테지요.^^

순오기 2011-06-28 06:59   좋아요 0 | URL
하하~ 여전히 공주로 살고 있나요? 이젠 왕비를 해도 되는데 말이죠.ㅋㅋ

프레이야 2011-06-28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여러번 손이 가다 말았는데 찜해야겠어요.
역시 마음산책이네요.^^ 공주언니^^

순오기 2011-06-28 07:00   좋아요 0 | URL
고전의 참고도서로 삼아도 좋을 거 같아요.
역시 마음산책~~~ 이런 댓글을 편집자가 보면 좋아하겠죠.^^

oren 2011-06-28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연 기자께서 멋진 책을 쓰셨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토요일 아침마다 집으로 배달되는 두 종류의 일간지 가운데 제일 먼저 펼쳐 읽는 코너가 '허연의 명저산책'일 정도로 저자의 글을 좋아한답니다. 이 분이 신문을 통해 소개해 주는 '명저' 속에 나오는 멋진 구절들을 읽어 보면서, 가끔씩 그 내용들을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해 두는 버릇도 있답니다.

그리고 저도 가급적 묵직한 고전들을 읽기 위해 나름대로 애쓰는 편인데, 제 아이들(고2,고1)은 그런 저를 보고 특이한 오해를 하더라구요. '괜히 유식한 척 하기 위해' 혹은 '뭔가 뽀대나게 보일려고' '교과서에서나 등장하는 어려운 책들을' 붙들고 씨름하는 것 같다고요. 그래서 제가 '고전을 읽는 이유' 혹은 '고전의 가치와 깊이' 등에 대해 아이들한테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줘도 제 아이들은 아직까지 별로 공감하는 것 같지 않더군요.

아무튼 허연 기자의 책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순오기님의 고전읽기에 대한 남다른 경험담도 흥미만점입니다.

순오기 2011-06-28 07:03   좋아요 0 | URL
예~ 이 책이 바로 '허연의 명저산책'을 출간한 거랍니다.
자녀들이 고2 고1이군요~ 때론 유식한 척, 뽀대나게 보이는 것도 필요하죠.ㅋㅋ
우린 고3. 고1이고 큰딸은 대학교 4학년이지요.^^

페크pek0501 2011-06-2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전탐닉 이란 책을 소개 받았으니(잘 읽었어요) 책 하나 소개해 드리죠.
가람기획에서 나온 <동서고전 200선>이란 책입니다. 총 4권으로 되어 있고 한 권에 50권씩 소개되어
총 200권의 책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길잡이 책입니다.
제가 고3학생들 논술을 가르칠 때 참고도서로 사용했는데, 꽤 괜찮습니다.
이걸 먼저 보고 하나씩 사서 읽고 있지요. 웬만한 유명 고전-문학, 철학 등-은 다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답니다. 네 권을 모두 구비하고 있으면 뿌듯해요.
어떤 때 유용한가? - 만약 신문을 읽다가 토크빌의 '미국 민주주의'란 책에 대해 나오면 이 책을 찾아봅니다.

순오기 2011-06-28 20:56   좋아요 0 | URL
오~ 추천해주신 책 살펴볼게요. 고맙습니다~~~~~ ^^
 
미술관에 간 윌리 웅진 세계그림책 25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웅진주니어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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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가 그리는 그림 속엔 앤서니 브라운이 들어 있어요.
알록달록 색색 조끼를 입은 앤서니 브라운은 고릴라로 유명한 화가이고
그림책을 좋아하는 세계 어린이와 어른 독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지요.

앤서니 브라운은
자신에게 영감을 준 모든 위대한 화가에게 이 그림책을 바친대요.
물론 앤서니 브라운의 분신인 '윌리'가 대신 전하는 말이지만...

미술관에 간 윌리 그림책 속에는 나-윌리와 밀리, 그리고 악당 벌렁코가 나와요.
예쁜 모자를 쓴 밀리는 윌리의 여자 친구일까?^^

윌리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그림을 보는 것도 좋아하는 고릴라에요.
그림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거든요.
윌리가 뭘 하는지 그림을 자세히 보면 다 알 수 있어요.

어머~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림이죠.^^
비너스의 탄생과 바벨탑을 패러디 했어요.
주인공은 모두 윌리와 같은 고릴라로 바꾸었고,
그림 속엔 재밌는 것들이 숨어 있어요.
뭐가 숨어 있는지 먼저 찾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라도 할까요?^^

비너스 머리 위 샤워기에서는 물이 쏟아지고
한 송이 꽃은 계란 프라이로 만들었어요.ㅋㅋ

바벨탑 속에는 연필과 붓통, 붓이랑 바나나도 숨어 있어요.ㅋㅋ

쇠라의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와 밀레의 이삭줍기
여기는 또 어떤 것들이 숨어 있을까요?

앤서니 브라운은 정말 바나나를 좋아하나 봐요.
아니 고릴라 윌리가 좋아하는 걸까요?
모자 장식도 바나나, 바구니에도 바나나가 가득 들었어요.
꼬마 돼지는 자유롭게 거닐지만,
고릴라 아줌마 손에 잡힌 끈에는 사람이 네 발로 기어가네요.ㅜㅜ

발견했나요?
이삭을 줍는 아줌마들 손에는 붓이 들려 있고
윌리와 같이 붓으로 풀밭을 그리고 있어요.ㅋㅋ

멀리 보이는 마차나 곡식더미는 빵을 그려 놓았어요.
벌렁코의 안경의 마차 바퀴가 되었고,
들판에 떨어진 것도 이삭이 아니라 빵이예요.
이삭을 주워다 가루로 빻아 빵을 만드니까 틀린 건 아니에요.^^

일요일의 이른 아침 산책을 나온 윌리와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밀로가 있는 창 앞에는 붓이 있고, 그 옆에는 고흐의 해바라기가 있어요.
또 그 옆에는 현대적인 전기 스텐드가 있고.

아줌마들이 털고 있는 이불은 바나나고,
가운데 아줌마 신발은 물고기 머리로 그려 놓았어요.ㅋㅋ

여자 탈의실에 모여 앉은 여자들,
바나나로 수건 체조를 하거나 바나나를 수건처럼 머리에 둘렀어요.^^

고릴라 모나리자는 합죽이, 틀니를 옆에 빼 두었으니까요.
아기 손에 잡은 건 연필, 돌잡이라도 한 걸까요?
윌리는 아기 때 연필을 잡아서 그림을 좋아하게 된 거 같아요.^^

청어잡이 고깃배 그물엔 바나나가 줄줄이~~~ ㅋㅋ

이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경치가 나쁜 방, 창문으로 보이는 붉은 벽돌담을
푸른 나무와 잔디밭이 있는 멋진 공원으로 바꿔버렸어요.
오~ 윌리는 역시 뭔가 알아요!^^

아르놀피니의 약혼은 무서운 꿈으로 바꾸었어요.
밀리와 악당벌렁코의 결혼식이라니, 정말 윌리에겐 무서운 꿈이지요.ㅜㅜ
동그란 전구와 텔레비전의 등장이라니~~~

다프네와 아폴로는 윌리와 밀러로 바꾸었고,
양파가 있는 풍경에도 바나나가 숨어 있어요.

윌리의 자화상과 원숭이들, 그 위에 나온 아저씨는 누구일까요?
아무래도 앤서니 브라운의 아버지가 아닐까...

영웅이 되고 싶은 앤서니 브라운은
말 위에 탄 윌리가 가진 창과 칼을 모두 붓으로 만들어버렸어요.
윌리는 전쟁보다 평화를 싸움보다는 미술을 좋아하나 봐요.^^

하나의 그림에 한두 줄의 이야기를 들려준 윌리는
고릴라 가면과 알록달록 조끼를 벗어두고 어디 갔을까요?
문 뒤로 사라지는 저 아저씨의 정체는~~~~~~~ ^^

문으로 이어지는 병풍 그림을 펼치면
윌리의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원화가 나와요.
어떤 화가의 그림이 윌리의 그림 속 어디에 숨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유익하고 재밌는 공부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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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17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비너스 흉내 너무 징그러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순오기 2011-06-18 09:49   좋아요 0 | URL
흐흐~ 고릴라가 귀엽진 않고요?ㅋㅋ
 
아빠의 봄날
박상률 글, 이담 그림 / 휴먼어린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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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알라딘과 휴머니스트가 제공하는 고전문학 광주 강연에 갔다가 굉장한 걸 발견했습니다.

드디어 나왔습니다!
80년 5월을 증언하는 최고의 그림책이요!

해마다 5월이면 읽었던 어떤 5월 문학보다 충격이 컸습니다.
80년 5월 전남대생이었던 박상률님이 글을 쓰고
폭죽소리,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등으로 친숙한 이담 화가의 그림으로 태어났습니다.

80년 5월 살아있는 모든이에게 각인된 한 장의 사진
'아빠의 봄날'은 이 사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젊은 아빠의 영정사진을 가슴에 품은 아이
화난 듯 겁에 질린 듯한 얼굴입니다.
왜 아빠 사진을 들고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어린 아이.
사진 속의 아빠와 아이는 닮았습니다.

탕!탕!탕!
캉!캉!캉!
탓!탓!탓!
난데없는 총소리와 개짖는 소리가 마을을 흔들고
헬레곱터 날개 도는 소리가 마을을 뒤흔들었습니다.
총소리라니~ 무슨 일일까요?
북쪽의 김일성이 쳐내려 와 전쟁이 터진걸까요?
아빠는 딸기밭에서 일하다 놀라 가슴이 벌렁거립니다.
물주전자에 입을 대고 벌컥벌컥 마셔도 진정되지 않습니다.

전쟁이 났다면 군인들이 싸움터로 달려 나가야지
왜 조용한 마을에 탱크를 앞세우고 나타났을까요?

스무 해 가까이 혼자서만 대통령 노릇을 하던 이가
자기 부하가 쏜 총에 맞아 죽었다고 비상사태라더만
뭔 큰일이 또 생겼나 봅니다.

탕!탕!탕!
캉!캉!캉!
탓!탓!탓!

어?
강아지가 달려 나오다 맥없이 주저앉고
병아리가 날개를 퍼덕거리다가 픽 쓰러지고
소가 불에 덴 듯 놀라 날뛰었습니다.
집 밖으로 달려 나온 마을 사람들도 그 자리에 거꾸러졌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군인들은 확성기에 대고 외칩니다.
"지금은 비상사태입니다!
모두들 흩어져 집으로 돌아가기 바랍니다.
불순분자들이 마을에 숨어들어 선량한 시민들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군인들은 나라를 구하려는 마음 하나로 일어섰습니다.
대한민국 국군은 나라의 안정과 국민 여러분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섰습니다.
불순분자들을 소탕하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롭습니다.
이 방송을 듣는 즉시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기 바랍니다.
여럿이 모여 있으면 불순분자로 여길 것입니다."

이게 시방 무슨 소리일까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이 소리가......

총소리에 놀라 고개 숙인 딸기들은 아예 고개를 쳐들 생각도 못합니다.
더러는 목이 꺾이기도 했습니다.
비록 흙을 딛고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딸기지만 느낌으로 다 압니다.
딸기도 총소리와 화약냄새가 무서운 것입니다.

아빠는 일손을 멈추고 서둘러 마을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마을어귀에 서자 군인들이 아빠를 둘러쌌습니다.

"몸에 지닌 무기를 내려놓으라!"

세상에, 농부의 삽이 무기라니요?
아빠는 하도 기가막혀 삽으로 땅바닥을 치며 따졌습니다.

"반항하지 말라! 이미 명령이 내려졌다!"

아빠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삽으로 땅바닥을 두어번 쳤더니, 무기를 들고 덤볐다고 총을 쏘겠답니다.
허~~~~

아빠는 그러든 말든 대거리하지 않고 마을로 들어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군인들은 놓아주지 않고 아빠의 삽을 빼앗고 밀쳤습니다.

탕!탕!탕!
캉!캉!캉!
탓!탓!탓!

아빠와 동네 사람들이 쓰러졌습니다.

군인들과 개와 헬리곱터는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떠났습니다.
군인들이 휩쓸고 지나간 뒤론 짐승을 기르거나 딸기밭을 가꾸는 일도
모두 전설 속의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시는 마을에서 짐승을 볼 수 없고 딸기를 볼 수도 없었습니다.

사진 속의 아빠와 마을 사람들은
무슨 까닭으로 죽은지도 모른 채
마을 뒷산 언덕바지에 묻혔습니다.

사진 속의 아빠는 서른 살이었습니다.
나이 서른이면 봄날인데
아빠는 그런 봄날에 가꾸던 딸기밭도 그냥 두고
자기 닮은 아이도 그냥 두고
울부짖는 아내도 그냥 두고
정든 마을도 다정했던 이웃도 그냥 두고 멀리 떠났습니다.
이 아름다운 봄날에.......


아이는 아빠가 집으로 돌아와 놀아줄 날을 기다리고 기다리며
아빠만큼 자랐습니다.

그리고
마을에서 일어난 오월의 전설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빛고을 광주의 슬픈 전설, 80년 5월의 진실을.......

권력에 눈 먼 몇몇 정치군인들은 힘자랑을 하며
빛고을을 짓밟고 국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습니다.
그리곤 자신들의 시커먼 속셈을 숨기고
제멋대로 대통령과 장관 등 벼슬자리를 나누어 가졌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사진 속의 아이는 자기가 낳은 아이와 놉니다.
아이한테는 할아버지인 아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사진 속의 아빠를 닮은 아들과 놀아주는 아빠.
아들과 손자가 노는 것을 지켜보는 사진 속의 아빠는
어딘지 닮았습니다.
아빠와 아들과 손자는 서로서로 닮았습니다.


이제 5월 광주는 전설 같은 옛날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진실이 밝혀진 지금도,
사람들은 그냥 잊고 싶어합니다.
모두가 잊고 싶어한다고 정말 잊어질까요?

우리도 80년 5월 광주를 잊고 그냥 행복하게 살면 되는 걸까요?
다시 봄날인데도......

화려하게 조성된 국립묘지에 묻히길 거부하고
소박한 구 묘지에 묻혀 있는 이들도 기억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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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5-1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화창한 봄날인데도 읽으면서 서늘했어요. 묵념을 해야만 할 것 같은 그림책이네요.
마음이 묵직해집니다...

순오기 2011-05-16 02:35   좋아요 0 | URL
5월 광주를 기억하며...

노이에자이트 2011-05-13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그림이 정말 실감나네요.

순오기 2011-05-16 02:36   좋아요 0 | URL
실감나는 그림에 더 마음이 아프지요.

울보 2011-05-13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정말 눈독들이며 보던 책인데,,,,도서관에서

순오기 2011-05-16 02:36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알고 있었군요~~

하늘바람 2011-05-13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박상률 선생님이시네요

순오기 2011-05-16 02:38   좋아요 0 | URL
박상률 선생님도 광주에 부채감을 갖고 있으니,
청소년 소설로 그림책으로 5월 광주를 되새김하는 듯...

섬사이 2011-05-13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으로 슬프고 아픈 이야기를 하기는 더 어려울 법도 한데,
<꽃할머니>에 이어 먹먹한 그림책을 또 만나네요.
5월광주, 권정생 선생님과 박경리 선생님,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해보면 마냥 즐거울 수 없는 5월이예요.

순오기 2011-05-16 02:39   좋아요 0 | URL
꽃할머니와 <아직 끝나지 않은 겨울>도 먹먹하지요.
5월 광주와 더불어 우리가 기억해야 할 분들이 많으네요~

마녀고양이 2011-05-14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나네요. ㅠ

순오기 2011-05-16 02:39   좋아요 0 | URL
ㅠㅠ

희망찬샘 2011-05-14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한 권을 이렇게 읽게 되네요. 학교 도서관 책 신청 때 또 자주 들어오게 될 서재입니다. 근데, 도서관 책 신청은 언제 할란지...
참, <<시간이 뭐예요?>> 책을 배송료 때문에 망설이며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울 남편이 덜커덕 샀네요. 음... 그래서 다음부터는 어떤 과정을 밟아 사야하는지 제가 교육을 좀 시켰습니다. 항상 좋은 책을 소개 받을 수 있는 보물 창고입니다.

순오기 2011-05-16 02:40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 책이 빨리 들어와야 아이들이 볼텐데...아직이면 많이 늦었어요.ㅜㅜ
시간이 뭐예요?도 구입하셨군요~ ^^

희망찬샘 2011-05-21 06:2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도서관 책을 왜 빨리 안 사는지 저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학기초에 가장 먼저 추진했으면 하는 일인데... 만약 제가 담당자라면 그렇게 할 건데 말이지요. 여쭈어 봐도 곧 할 거라는 말씀만 하셔서... 다 뜻이 있고 계획이 있나 봐요. ㅜㅜ

버벌 2011-05-1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녀오셨구나. 안녕하세요. 광주사는 버벌입니다. ^^
고전문학 강좌 가려고 신청했는데.. 근무 바뀌어서 못 간 사람이랍니다.
어떠셨어요? 정말 궁금해서. ^^


순오기 2011-05-17 07:57   좋아요 0 | URL
아~ 못 오셨군요.ㅜㅜ
강의내용은 <살아있는 고전문학 교과서 1권> 3장 이상향을 찾아서~~~~~였구요.
자세한 건 수일내로 후기 올릴게요.^^
 
나는 즐겁다 사계절 1318 문고 67
김이연 지음 / 사계절 / 201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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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년생 젊은 작가 김이연의 청소년 소설이다. 요즘 아이들의 언어습관이 배인 톡톡 튀는 문장이 흥미를 끌어당기고, 성장통을 앓는 청소년들의 문제와 게이에 대한 긍정적 이해가 동반된다.   


여중 3학년 이란은 친구 여유미를 따라 음악 수행평가를 위해 카페 파라다이스의 5인조 밴드 '영양실조' 공연에 갔다가, 얼결에 보컬을 맡게 된다. 리더이자 드러머인 도계서씨는, 우람한 체격에 환경단체에서 일하는 서른 다섯 살 아줌마, 기타에 어리버리한 이맹수 아저씨, 베이시스트 박복태는 고등학교 2학년으로 엄청 잘 생겨 여학생들에게 인기짱이지만 손가락으로 코를 파서 아무데나 튕기는 지저분한 인간. 키보드를 맡게 된 여유미는 멋부리기 좋아하고 서두르는 법없이 여유만만하다. 이란은 엄마가 안계시고 신문사 교열부에서 일하는 아빠와 두 살 위인 고딩오빠 락과 같이 산다. 등장인물의 면면을 살펴보면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풍겨 재밌을 거라는 예감이 든다.   


'영양실조'라는 밴드 이름에 걸맞게 뭔가 부실한, 혹은 문제 투성이 사람들 이야기다. 누구나 한두 가지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런 부족함을 서로 채워가며 어울려 사는거지 뭐, 이런 생각도 잠시 엄마의 제삿날 오빠의 충격적인 고백 "저, 게이인 것 같아요."는 이란과 아빠를 완전 공황상태로 몰아넣는다. 왜 안 그렇겠는가?


얼마전에 종영된 드라마 '인생을 아름다워'의 게이 커플에 고운 시선을 보내는 나에게, 막내가 느닷없는 질문을 했었다.
"엄마, 만약에 오빠가 게이라면 어떡할거야?"
"흠, 그건 좀 생각해 봐야겠네. 내 아들이 게이라면 드라마의 태섭이 부모처럼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거 같애."
라고 솔직히 말했는데, 책 속의 이락 아빠는 애써 무시하는 것으로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들이 남자 친구와 어우러져 잠든 모습을 보곤 이성을 잃고 보통의 부모와 똑같은 행동을 힌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고 손찌검을 하고, 아들 이락은 집을 나간다.   


밴드활동을 하는 이란과 게이인 오빠 이락, 아내의 빈자리까지 홀로 감당하느라 다른데 눈돌릴 수 없는 아버지의 삶. 뚱뚱했던 초딩시절로 돌아가게 될까봐 지레 겁먹고 다이어트에 올인하는 여유미, 기획사에서의 안 좋은 기억으로 무조건 거부하는 복태, 먹고 살기 위해 땀흘려 보지 않은 맹수 아저씨 등 밴드 멤버들의 문제도 다양하다. 사람들은 모두 잘 살고 행복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것이고 행복할 수 있는지 정답을 알지 못한다. 
 

청소년의 성장통은 다양하게 표출된다. 성정체성 문제로 고민하고 혹독한 시련을 견뎌야 하는 성적소수자, 뼈만 남은 듯한 몸매를 유지하도록 강요당하는 사회에서 다이어트는 청소년들의 주된 고민이다. 심한 다이어트로 건강을 해치고 심지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아이들. 그 무엇도 꿈꾸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늘어가고,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꿈꿔도 그 꿈을 빼앗아 버리는 현실에 그들은 탈출구가 필요하다. 이란은 밴드활동으로, 오빠는 게이로서의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이다.   

"게이(Gay)는 '즐겁다'는 뜻이야. 그리고 나는 그저 그러고 싶은 뿐이야." 

라고 말하는 이락, 남의 일일때는 동의하지만, 내 자식이 그런 선택을 한다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 같다. 성적소수자의 커밍아웃이 늘어가는 현실을 반영하는 소설이지만, 언제나 내편이 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야 할 가족의 고민은 깊어간다. 예전에 중학교 원어민 영어쌤을 홈스테이했는데, 그 친구가 게이였었다. 그때의 경험으로 우리 애들은 게이라면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며 말도 섞기 싫어했었다. 내 아들이 즐거운 게이로 살고 싶다면... Oh, No!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면, 소설의 주제를 받아들이지 못한 독서일까?^^


내가 발견한 최고의 장면, 이런 상담선생님이 있어서 다행이다. 이락은 이런 경험을 통해 게이들의 권리를 위해 싸워나갈 힘을 얻었으니까.  우리 청소년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위로가 아닐까...


"상담실이라면 이미 익숙해. 회유와 협박과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지. 근데 이번에는 처음 보는 여자 선생님이 거기 계시는 거야. 아무튼 자리에 앉아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기다렸지. 이미 각오는 했거든. 근데 이 선생님 아무 말도 안하는 거야. 그냥 나를 보고 빙긋빙긋 웃기만 하더라고."  

"왜? 미친 거야?"
"설마 미쳤겠냐.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어. 그랬더니 나보고도 웃으래. 참 내. 어이가 없었지. 날 놀리는 건가. 이젠 별별 일이 다 있구나. 나도 모르게 어이없는 웃음이 픽 하고 새어 나왔어."

"하하하, 시키는 대로 했네."
"그런 셈인가, 어쨋든, 그랬더니 이제는 대놓고 껄껄껄 하고 웃는 거야. 아니 무슨 여자가 그렇게 목청은 큰지, 그걸 보니까 나도 모르게 같이 웃게 되더라고. 깔깔깔 하고 말이야. 그러고는 한참을 둘이 웃었어. 웃다 보니까 멈출 수가 없더라고. 나중에는 눈물이 찔끔 나고 복근까지 저릿저릿하더라."

"오빠 복근 사라진 지 좀 된 거 같던데."
"한 십 분을 그렇게 웃었나. 근데 선생님이 갑자기 나를 안는 거야. 처음엔 영문을 몰라서 버둥거렸어. 근데 조금 지나니까 참 좋더라. 따뜻했거든. 포근하고. 쓰라린 상처에 따끈한 물수건을 얹어 주는 느낌이랄까." 

"둘 다 미쳤구먼."
"그렇게 또 한참을 있었어. 그런데 이번엔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거야. 그냥 볼을 타고 하염없이 내리더라고. 되게 부끄러웠는데 닦을 생각도 하지 못했어. 너무 뜨거웠어. 선생님은 그냥 한참 동안 그렇게 나를 내버려 두더라. 그렇게 가만히 있는데 어떤 응어리가 스르르 풀리는 것 같았어. 그냥 무조건적으로 이해받는 느낌이랄까." 

"선생님은 그다음에 무조건 괜찮다고만 말씀하셨어. 그냥 괜찮다고만. 그 얘기 듣는데 더 눈물이 나더라고. 선생님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고 했어......"(150~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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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5-11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우정이니 의리니 그런 말은 쓰지 않는다고, 그나마 표면적으로나마 그런 말이 대접 받는 곳은 조폭 세계 뿐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들으면서 '정말 그렇네' 깊이 공감했어요. '무조건'이라는 말도 그런것 같아요. 무조건 이해하고 무조건 사랑하고 무조건 괜챦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세상에 무슨 일이라도 다 해낼 수 있을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도, 막상 닥쳐보니 그게 맘처럼 그렇게 쉽게 되는 일이 아니더라구요. 조건없는 사랑 이야기, 쓰고 싶어요.

순오기 2011-05-11 23:48   좋아요 0 | URL
조건 없이 '무조건, 무조건이야~'라고 할 수 있는 관계가 과연 있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편이 돼주는 사람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한다는...

섬사이 2011-05-11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조건 괜찮다고 말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몰라요.
차라리 내 아이가 아니라면 얼마든지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내 아이라서 오히려 감정적이 되고, 조바심을 내고, 불안해지고...
저의 이 좁은 틀은 언제쯤에나 깨질까요. 에구.

순오기 2011-05-11 23:49   좋아요 0 | URL
그죠~~ 내식구 일이 아니라면 관대할 수 있지요.
다들 그런 틀에 갇혀 살다가 가끔은 해탈의 경지에 이르기도 하겠지요. 순간이나마...^^
 
시간이 뭐예요? - 1초에서 100년까지 시간 읽기를 배울 수 있는 놀이책
파스칼 에스텔롱 글.그림, 이희정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품절


유치원이나 저학년 아이들에게 시간의 단위를 알려주는 워크북이다.
시간이 뭔지 알아도 아이들이 알아듣는 말로 설명하는 건 어렵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며 시간을 배우고 익히기에 좋게
겉표지를 들추면 용수철로 매여 있어 활용하기에 좋은 구성이다.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는 것,
하지만 셀 수는 있는 것, 그게 뭘까요?
오랜만에 수수께끼를 맞춰 보자.

수수께끼의 답은 '흘러가는 시간'이다.

이 책은 시간의 단위를
1분, 1시간, 1일, 일주일, 한달, 일년으로 쪼개에 보여준다.

1초는 아주 잠깐, 책장을 넘기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1분은 어느 정도의 시간일까?
1분이란 시간에는 60초가 들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숫자다.
1부터 60까지 세면서 시간을 느낄 수 있도록 숫자가 써 있다.

1 시간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1 시간 동안 많은 일을 할 수 있는데
어린이들이 그림을 책칠할 수 있고
놀이를 할 수도 있고
낮잠을 잘 수도 있지만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루에는 24시간이 들어 있다.

하루 24시간을 알려 주기 위해 시계가 등장한다.
시간을 알려주는 긴바늘과 짧은 바늘은 분침과 시침이다.
알쏭달쏭 시계 읽기도 문제 없다.

시간 보는 법을 배웠으면 시간을 똑바로 읽을 수 있는지 연습 해보자.
책 뒤에 나온 스티커에서 시간에 맞는 시계를 떼어서 붙이면 된다.
스티커 붙이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 마음을 잘 알아주는 워크북이다.^^

하루 동안에 어린이들이 하는 일을 배웠다면
이제 일주일 단위로 자기 생활을 점검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머리글자에 맞춘 일주일 노래가 재밌다.

월요일은 월드컵 경기를 봐요.
화요일은 화살처럼 지나가네
수요일엔 수수께끼를 풀어요.
목요일은 목욕하는 날
금요일에 금붕어 먹이를 주고
토요일엔 토마토를 따요
일요일은 일주일의 마지막 날, 내일은 또 월요일이다.

아이들의 생활에 맞추어 요일 노래를 바꿔봐도 좋겠다.

고딩 막내도 좋아한, 바퀴를 돌려가며 화살표에 요일을 맞춰보는 놀이다.
어제, 오늘, 내일의 개념을 이해하고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고, 오늘은 무슨 일을 했으며,
내일은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내일은 시어머님 기일이라 아침 일찍 목포 큰집에 가야 한다.^^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진 시간 화살표 뒤에는 퀴즈가 나온다.
역시 바퀴를 돌려서 퀴즈에 맞는 요일을 아래 동그라미에 넣으면 된다.

시간을 알기 위해 시계가 필요하다면,
일주일 동안 하는 일을 알아보기 위해 일정표를 만들어 보자.

57쪽의 스티커를 떼어 나의 일주일을 꾸며보자
엄마의 일주일과 어린이의 일주일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것도 좋겠다.

일주일이 네 번 되풀이되면 한 달이 된다.
시간의 단위가 점점 불어나서 이제 한 달은 어떻게 지내는지 알게 된다.

한 달은 조금씩 다르다.
28일, 29일, 30일, 31일까지 월마다 다른 날수를 확인해보자.
4월은 30일이지만, 5월은 31일까지 있다.

1년은 열두 달, 혹은 365일이다.
홀수 달과 짝수 달의 날수가 다른 걸 주먹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어쩜 좋아, 우리 고딩 막내는 이걸 여태 몰랐다고 신기해하네~ ㅋㅋ

이제 내 생일이 몇 월 며칠, 무슨 요일인지 확인해보자.

올해 내 생일은 6월 18일 토요일이다.
우리 가족은 모두 내 생일보다 앞이고
친정엄마는 6월 19일, 시아버지는 6월 24일이다.

게절의 변화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건 자연과 사람의 옷차림이다.
올해는 겨울도 오래도록 추웠지만, 봄도 무척 더디 온다.
4월도 마지막 날인데 날씨가 춥다~~

1년과 사계절 - 봄,여름,가을,겨울은 몇 월인지 확인해보자.
창문을 열면 달마다 숨어 있는 비밀을 알 수 있다.
글과 그림으로 알려주는 계절과 월마다의 비밀을 확인해보자.

고딩도 재밌어 한 스티커 놀이다.ㅋㅋ
코디네이터가 되어 계절에 맞는 옷을 아이들에게 입혀보자.

시간의 단위는 세기까지 확대된다.
1세기는 100년, 한 세기를 사는 사람도 있다.
시할머니는 1900년에 태어나서 2002년에 돌아가셨으니 그야말로 세기의 증인이셨다.

멈추지 않는 시간은 날마다 새로운 시간을 선물해준다.
초, 분, 시, 날, 주, 달, 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단 다짐을 하게 된다.



두꺼운 종이로 된 시간과 달력도 만들수 있어
스티커 붙이기와 더불어 워크북의 기능을 충실히 제공하는 시간공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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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1-05-03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시간을 인지시키는 일은 정말이지 힘든 일이더라구요. 이거이거 괜찮아 보입니다. 자세히 들여다 봐야겠네요.

순오기 2011-05-06 00:31   좋아요 0 | URL
아~ 이 책 좋아요!^^
아이들 가르칠 때 도움이 될 듯....

희망찬샘 2011-05-03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 급구입!!! 감사합니다.

순오기 2011-05-06 00:31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