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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0월 미당기념관에서 미당생가로 가는 길목에 피어있던 보라 감자꽃>

보라, 감자꽃     -박성우-

자주 보라 자주 보라
자주 감자꽃 피어 있다
일 갈 적에도
마을회관 놀러 갈 적에도
문 안 잠그고 다니는 니 어미
누가, 자식 놈 흉이라도 볼까봐
끼니때 돌아오면
대문 꼭꼭 걸어잠그고
찬밥에 물 말아 훌훌 넘기는
칠순에 닿은 니 홀어미나
자주 보라 자주 보라,
자주 감자꽃이 피어 있다
어머니가 챙겨 싸준 감자
쪼글쪼글 썩혀서 버린 화단에
자주 감자꽃은 피어,
꽃핀 나 볼라 말고
쪼글쪼글 오그라드는
니 홀어미나
자주 보라 자주 보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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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9-24 0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자꽃도 참 예쁘네요

순오기 2008-09-24 09:09   좋아요 0 | URL
감자꽃 예쁘죠~~ 저렇게 예쁜 얼굴로 누군가를 유혹할 때도 땅속에서 토실토실 굵직굵직한 감자를 키우고 있겠죠.^^

노이에자이트 2008-09-24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럽인들이 남미에서 감자를 들여왔을 때 꽃이 이뻐서 관상용으로 키우는 사람들이 많았답니다.

순오기 2008-09-26 00:44   좋아요 0 | URL
꽃을 보면 관상용으로 키워도 손색이 없을 거 같아요.^^
보라꽃 핀 건 보라감자, 캐보나마나 보라 감자~ 권태응 동시도 떠오르죠.
 



성묘길, 선산 입구 마을 밭에 세워진 참깨다발이 얼마나 반갑던지...... 어려서 시골 살 때 보고는 그 후 통 구경할 수 없었던 풍경이었다. 돌아오다가 일부러 걸어 오면서 밭에 들어가 찍었다.
그러면서 김준태의 시 '참깨를 털면서'가 생각났다. 어디선가 시인의 할머니 목소리가 들리는 듯...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니라'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산그늘 내린 밭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 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기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대는 일에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 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도시에서 십 년을 가차이 살아본 나로선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댄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 번만 기분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김준태 시인은 해남 출신으로 김남주 시인보다 두 살 아래지만 같은 고향이다. 김남주는 전남대 영문과, 김준태는 조선대 독문과 출신으로 5.18 광주의 현장을 보고 쓴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광주일보>에 실었다가 수사기관에 끌려가 옥고를 치르고 재직하던 학교(전남고)에서도 떨려났었다. 
광주대 및 조선대 초빙교수를 지냈고, 2007년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 부이사장으로 재직하며, 작은 학교 '금남로 리케이온'을 바련, 글쓰기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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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7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7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09-17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근데 모가지까지 털어진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순오기 2008-09-17 17:57   좋아요 0 | URL
다닥다닥 달린 참깨송이가 바로 '모가지'예요.ㅎㅎㅎ
살살 털어서 벌어진 틈으로 깨만 쏟아내야지 모가지까지 털어지면 그 속에 든 깨가 나오지 않아서 힘들고 그걸 주워내는 수고를 또 하잖아요. 그래서 너무 힘주지 말고 살살 달래듯 털어야해요.^^
웬디양 같은 도시촌넘(?)들은 죽었다 깨나도 모를 일~~~~우하하하

배꽃 2008-09-17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주 어릴적 시골에서 살았어요.저 참깨 두드릴때 엄마옆에서 동생하고놀이하며 알싸한 깨내음도 맡았더라는;;< 풀내음이었을지도>언제봐도 넉넉하고 정겨운 풍경이지요?/

순오기 2008-09-17 17:58   좋아요 0 | URL
깻대가 말랐으니까 풀내음은 아니고 깨내음이었을 듯...고향 풍경은 언제나 입가에 미소가 감돌만큼 정겹지요.

노이에자이트 2008-09-17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곡성에 성묘하러 갔는데 거기는 메밀이 정말 희고 이뻤어요.시골집 마당에서 가을에 곡식을 말리며 손질하고 있으면 옆에 강아지나 고양이가 와서 뭐하나...하고 주인 쳐다볼 때 정말 귀엽죠?

순오기 2008-09-17 18:03   좋아요 0 | URL
곡성~~ 중학교 후배가 곡성초등학교에 근무하는데 가보진 못했어요.
봄에 고창 청보리밭에 갔었는데 보리 수확이 끝나면 메밀을 심더군요. '웰컴투 동막골'촬영지라던데~ 이제 메밀꽃 보러 가야겠군요.^^
흐흐 강아지나 고양이가 있는 풍경~~~ 근사한데요.

2008-09-17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8 0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9-18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효석 때문에 봉평 메밀밭이 제일 큰 줄 아는 이들이 많은데 고창의 그 곳이 전국최대 메밀밭이죠.

순오기 2008-09-19 06:40   좋아요 0 | URL
봉평~~ 그 메밀밭이 보고 싶었는데~~ 고창 메밀밭으로 발길을~~~ ^^
 

추석달       -손택수-

스무살 무렵 나 안마시술소에서 일할 때, 현관 보이로 어서 옵쇼, 손님들 구두닦이로 밥 먹고 살 때

맹인 안마사들도 아가씨들도 다 비번을 내서 고향에 가고, 그날은 나와 새로 온 김양 누나만 가게를 지키고 있었는데

이런 날도 손님이 있겠어 누나 간판불 끄고 탕수육이나 시켜먹자, 그렇게 재차 졸라대고만 있었는데

그 말이 무슨 화근이라도 되었던가 그날따라 웬 손님이 그렇게나 많았는지, 상한 구두코에 광을 내는 동안 퉤, 퉤 신세 한탄을 하며 구두를 닦는 동안

누나는 술 취한 사내들을 혼자사 다 받아내었습니다 전표에 찍힌 스물 셋 어디로도 귀향하지 못한 철새들을 하룻밤에 혼자서 다 받아주었습니다.

날이 샜을 무렵엔 비틀비틀 분화장 범벅이 된 얼굴로 내 어깨에 기대어 흐느껴 울던 추석달


'시가 내게로 왔다' 카테고리에 가장 많이 올린 시가
손택수의 시집 '목련전차'에 수록된 시일거라고 생각되네요.
나와 감성 코드가 잘 맞는 것 같아서 여러번 올렸어요.

다들 즐거운 추석, 행복한 명절을 노래할 때
이렇게 보내는 사람도 있다는 걸 이제야 발견한 듯한 부끄러움....

가을이 깊어지면 여기 수록된 '단풍나무빤스'도 생각납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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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9-1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이 떠들석할수록 그늘에서 외롭고 안타까운 사람의 시름도 더 깊은거겠지요.

순오기 2008-09-12 02:28   좋아요 0 | URL
소외된 그들도 따뜻한 명절을 보낼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옛 마을을 지나며    

-김남주-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국방부 불온도서로 선정된 김남주 시집
'꽃 속에 피가 흐른다'에 수록된 시입니다.
불온서적이라고 투쟁적인 시만 실린 것은 아니랍니다.
자연에게도 인정을 베풀 줄 아는 조선의 마음.
이것이 우리네 인정이고 삶이었음을
                        잠시 잊고 있지 않았나 돌아봅니다.

올 추석은 빨라서 고향집에 가더라도
까치밥으로 남겨 둔 홍시감을 보기는 어렵겠지요.
주렁주렁 달린 감 중에서
까치밥으로 남길 녀석을 찜하는 것으로 대신...... ^^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추석 명절,
고향길 조심해서 다녀오시고 행복한 명절지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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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 2008-09-09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홍시감..그 정겨운 풍경이 한없이 그립네요..
네에..순오기님두요..행복한 명절로 기억되시길.

순오기 2008-09-09 21:39   좋아요 0 | URL
어릴 때 각인된 까치밥~ 참 정겨운 고향 풍경이죠.^^
행복한 명절~~ 주부들도 즐거운 명절이 되도록 해야겠죠. ^.~

전호인 2008-09-09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월맹키로 풍성함이 가득한 한가위가 되시길 바랍니다.
^*^

순오기 2008-09-09 21:40   좋아요 0 | URL
보름달보면 전호인님 얼굴이 떠오를 것 같은데요~ㅎㅎ
이쁜 공주 해람이와 가족 모두 행복하시길...

바람돌이 2008-09-10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저는 바로 옆동네라.... ㅎㅎ
순오기님도 행복한 명절되세요.^^

순오기 2008-09-10 08:53   좋아요 0 | URL
친정 시댁 다 가까우면 좋은데~ 저는 지금까지 명절에 친정은 한번도 못 갔어요. 가려고 생각도 안 하고 살았지만... 앞으로도 명절엔 친정을 못 갈 것 같아요. 곧 우리애들이 나가 살다가 명절이면 집으로 돌아올테니까요.^^

건조기후 2008-09-10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리는 좀 괜찮아지셨는지 모르겠네요.. 명절이면 또 일이 많으실텐데.
올핸 연휴가 짧아서 정말 힘든 대이동이 되겠어요. 전 어차피 상관없지만;
순오기님도 마음 행복한 추석 되세요. ^^

순오기 2008-09-10 08:57   좋아요 0 | URL
다리는 좀 좋아졌는데 아직은 최대한 움직임을 자제합니다. 이게 아주 오래 간다는군요~ 엑스레이 찍어보니 뼈는 이상 없지만 주변의 근육이나 힘줄이나 뭐 이런 것들이 상처를 입은 경우라 회복하려면 오래 걸린다고요.ㅜㅜ
명절엔 광주에서 목포로 이동이라 큰 어려움은 없어요. 시어머니 돌아가시곤 큰동서한테 가니까 별 부담없이 하룻밤 자고 옵니다.
어차피 상관없다면 미혼이라는 건가~ 부모님과 가까이 산다는 건가요?^^

건조기후 2008-09-10 21:58   좋아요 0 | URL
아핫 나이만 먹었지 결혼은 안했어요.ㅎ
이런저런 이유로;; 명절이라고해도 큰집에 거의 가지 않지만
가게되더라도 제주도라서요. 차 막히는 거랑은 상관이 없답니당..

순오기 2008-09-11 09:30   좋아요 0 | URL
나이 먹고 결혼 안해도 요즘은 많이 봐 주잖아요.
하긴 부모님이나 친인척들은 그렇지 않지요~ 결혼이 지상최대의 과제라도 되는 듯한 분위기~ 나도 스물 아홉에 결혼했으니 충분히 맛 보았죠.^^

필터 2008-09-10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방부는 조선의 마음을 불온하게 보고 있었군요^^

순오기 2008-09-10 11:1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요런 인정스런 '조선의 마음'을 불온하게 보다니, 그들이 진정 불온스럽지요.ㅋㅋ
 


조경란,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낭독 주인영)

 
 
 

오늘 아침 배달된 김연수의 문장 배달~~

조경란의 '풍선을 샀어'에 수록된 글이란다.

책을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런 글을 받으면

그 책을 읽어야겠다는 부추김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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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8-21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러네요 일러스트가 글과 참 잘 어울려요

순오기 2008-08-22 08:19   좋아요 0 | URL
ㅎㅎ 님도 그렇군요. 더구나 버지니아 울프를 만났다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