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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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이 너무 아파요 안쓰러워요


전국을 다녀보니까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분위기가 안산이 더 심한 거 같더라고요. `안산`하면 공단, 외국인 노동자, 사건 사고가 많은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제 거기다 세월호까지 얹어진 거에요. 여기 사는 사람들은 그게 싫은 거야.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 중략......

나부터가 아직은 힘들어서 동네 사람들하고 안 마주치게 멀리 돌아다녀요. 20년을 살았으니싸 이 분들은 나의 모든 걸 알잖아요. 나를 안쓰러워하시죠. 나는 또 그런 시선이 싫어서 못 본 척하고, 전화도 안 왔는데 전화 받는척하고. 마트를 두번인가 갔더니 주인이 갈때마다 힘내라고 박카스를 줘요. 나는 그것도 싫은 거야. 그래서 멀리 돌아서 다른 마트에 가요.
호성이는 학교 갔다가 밤늦게 돌아와도 ˝엄마, 시장 볼 거 없어? 나 있을 때 가.˝해서 마트에 같이 다녔어요. 그랬던 걸 뻔히 아는 분들이니까. 내가 우리 빌라 반장이라서 밤에 집집마다 관리비를 걷으러 돌아다녔는데 애가 뒤에서 손전등을 비춰주면서 졸졸 쫒아다녔어요. ˝엄마, 엄마, 조심, 조심˝ 그러면서. 사고 난 뒤에 동네 사람들이 나를 보면 ˝뒤에서 불 비춰주든 걔야?˝ 그러면서 손 붙잡고 엉엉 울어요. 대화 자체가 안 돼요. (129~130쪽)
......

나무 -신호성-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곳
식물들이 모여서 살 수 있는 곳
이 작은 나무에서 누군가는 울고 웃었을 나무
이 나무를 베어 넘기려는 나무꾼은 누구인가
그것을 말리지 않는 우리는 무엇인가
밑동만 남은 나무는
물을 주어도 햇빛을 주어도 소용이 없다
추억을 지키고 싶다면
나무를 끌어안고 봐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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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이 다 마무리되었을 즈음 어머니께서 연락을 해 오셨다. ˝선생님, 우리 호성이가 쓴 시가 있는데 실어주시면 안 돼요?˝ 책을 좋아했던 아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졌다. 청을 하는 그는 씩씩한데 듣고 있던 나는 철철 울었다. `밑동만 남은 나무`가 어머니 같고, 호성이가 그 나무를 끌어안고 있는 듯했다. (136쪽)

 

세월호 1주기 아침에, 나는 호성이 엄마 얘기를 읽으며 울었다. 국어선생님이 되고 싶은 다정다감한 아들 호성이를, 그 엄마와 같이 기억하고 잊지 않겠노라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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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6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5-04-19 23:57   좋아요 0 | URL
정말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게 부끄럽고 슬프지요.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행동하고... 다짐해봅니다.

blanca 2015-04-1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도 아이들을 추모하는 것 같아요. 얼마나 그리울까요.

순오기 2015-04-20 00:0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슬픔이 커서 그럴까요, 일교차가 커요.ㅠ

마틸다 2015-04-18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음이 아파요. 우연히 방문했는데 반가워요.

순오기 2015-04-20 00:04   좋아요 0 | URL
한마음이라 고맙고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