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빛고을은 종일 비가 내렸다.

자락자락 운치있게 내리는 가을비가 아니고 제법 많이 쏟아졌다.

오전엔 고려인마을 어린이집에서 책놀이지도사 수강생들이 봉사활동하는 걸 지켜봤고,

오후엔 우리지역 중학교에서 건축가 이일훈 선생님 강연회가 있어 다녀왔다.

 

우리아이들 중학교에 계시던 미술선생님은 재주가 많아 번번히 신설학교로 가서 환경미화를 담당하신다.

예전에 방과후학교 출강했던 학교도 그랬고, 어제 강연회가 열린 학교도 그 미술선생님이 예쁘게 꾸며놓았다.

 

 

 

이일훈 건축가님 책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관심 있는 주제라 빗속에 버스를 타고 갔었다.

1993년 우리집을 지을 때 겪었던 시행착오도 생각나고,
앞으로 작은도서관에 걸맞게 리모델링 계획중이라 특별한 건축마인드를 갖고 있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강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강연자료를 읽어보니 '채나눔'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일부를 옮겨보면...

 

채는 '집을 세는 단위'의 우리말. 나눔은 '나누다'의 명사형. 더하여서 필자가 주장하는 설계방법론 중 하나다. 안채, 바깥채, 사랑채, 행랑채... 등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우리의 전통건축의 형태는 궁궐, 사찰, 관아건축 가리지 않고 단위건물/건물단위로 분절되어 있다. 특히 민가건축 또는 주거건축은 더욱 그러하다. 건축은 사용가능한 재료, 구조방식, 생활방식의 총합으로 공간을 구현한다. 그런 전총공간구성의 특질 중 현대적 방법으로 계승할 필요가 있는 것이 무엇일까. 또 그 특질을 현대의 삶의 방식으로 끌어와 이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묻는 것이 '채나눔'설계방법론의 출발이다.....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송승훈이라는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 집을 짓기 위해 이일훈 건축가와 2년간 메일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지은 집이야기다.

집은 사람이 짓는다. 그러니 집보다 사람이 먼저다. 집을 짓기 전에 사람을 알아야한다. 그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는 이야기다. 편지라는 방법을 통해서. 이 편지는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집을 지으려 할 때 어떤 점을 살펴야 하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보통 사람이 건축을 생각할 때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하는지에 대한 보고서다. 집짓기가 왜 그 집에 살고자 하는 사람의 인생과 연관이 되는지를 알려주는 사례다.

 

 

 

 

 

 

 

 

 

 

 

책표지에 보이는 얼굴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실제로도 엄청난 포스가 감지됐다.

좀 더 앞자리에 앉고 싶었지만, 중간에 앉아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포스를 짐작하기 어렵다.ㅠ

 

 

KTX를 타고 오면서 한겨레 신문에서 스크랩 한 기사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개신교의 교회간 갈등이나 상업화와 세습화 등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세종'이라는 아름다운 그리스도인의 삶을 소개했다.

모든 이야기는 사람의 삶과 건축으로 연결된다며,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고 안전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1000일 동안 빛고을 동네 걷기를 실천하는 광주사람들이 좋다고도 말씀하셨다. 이름하여 <함께걸어요, 빛고을 1000일 순례> http://www.1000day.kr/

 

이일훈 선생님 강연내용은 <내가 살고 싶은 집...>에 담겨 있는 이야기다.

어떤 집을 지을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먼저 결정하고,

집 짓는 일을 돈에 맞출 것인가, 조건에 맞출 것인가를 결정하고,

 

삶의 방식을 먼저 선택하고 건축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다.

 

의.식.주가 사람의 삶이지만, 의.식.주 보다도 사람이 더 중요하다.

사람이 하루 24시간 중 어디에서 제일 많이 숨쉬는가?

 

가정, 학교, 직장, 지하철, 자동차 등 형태가 다른 건축물 안에서 숨을 쉰다.

따라서 사람에겐 숨쉬기 좋은 건강한 공간이 필요하고 쾌적한 집이 중요하다.

헬스클럽을 다녀도 공기정화 시설이 있는 곳에서 운동하고,

집을 지을 때 지하에 꼭 두어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면 지상으로 올리는 게 좋단다.

왜냐면 현대건축 실력으로 습기도 제거하고 쾌적한 공간을 만들수는 있지만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말씀이 설득력이 있었다.

 

소행주-소통으로 행복한 주택-을 소개했는데,

우리가 꿈꾸는 주택에 대한 로망을 실현하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지으려면 세 번은 지어봐야 만족할 집은 얻는다 했는데,

이일훈 건축가님 말씀대로 하면 정말 마음에 드는 흡족한 집을 지을 수 있을 거 같다.

 

 

*어제 하신 말씀 중에 재미난 이야기 추가~

 

사기꾼이 싫어하는 사람은 '욕심없는 사람'이고

사기꾼이 좋아하는 사람은 '욕심 많은 놈'이란다.

변호사가 싫어하는 사람은 '법 없어서도 사는 사람'이고

한의사가 싫어하는 사람은 '밥이 보약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이란다.

 

친구 중에 술 먹을 때 항상 국물만 먹는 한의사가 있단다.

그래서

"너는 왜 안주를 건더기는 안 먹고 국물만 먹냐?"

했더니

"야, 한약 건더기 먹는 거 봤냐?"

하더란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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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4-11-25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승훈 선생님이 좋아서 <<제가 살고 싶은 집은...>>을 읽었더랬습니다.

순오기 2014-11-26 05:54   좋아요 0 | URL
송승훈 선생님 이름은 익히 들었으나 책은 아직.... 차차 읽어야지요.^^

잘잘라 2014-11-25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 졸업하고 이일훈 건축사사무소에 들어가고 싶어서 면접 기회 달라고 편지보냈다가 정중한 거절 편지 받았어요. 20년도 더 지난 얘기지만, 그때는 직접 답장을 써주셨다는 이유만으로 감격해서는 거절 편지마저 연애편지마냥 소중하게 간직했었다는....... 그때도 `채나눔`을 얘기하셨거든요. 물론 그동안 훨씬 더 발전되고 구체화되고 정립된, 그러면서도 학생들에게 이야기하실만큼 쉽고 간결해진 `채나눔`이리라 생각합니다. 학생들 상대로 강의를 하신다는 사실만으로도 괜시리 마음이 므흣하고 그럽니다. 게다가 이렇게 순오기님 서재에서 그 분 소식을 듣게될 줄이야... ^____^

순오기 2014-11-26 05:56   좋아요 0 | URL
오호~ 그런 인연이 있었군요.
손편지로 정중하게 거절하셨다면 그분의 인품을 알 수 있을 듯...
이번 강연은 학생들 대상이 아니라 교직원과 학부모 대상이었지만, 알아듣기 쉽게 말씀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