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잘린 생쥐 신나는 책읽기 25
권영품 지음, 이광익 그림 / 창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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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잘린 생쥐>는 2010년 제14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이다. 꼬리 잘린 생쥐 '빠른발'과의 만남에도 인연이 닿아야 했는지, 책을 사두고 2년이 지나서야 읽었다. 나이테가 굵어질수록 세상 일들이 거저 되는 게 없고, 원인 없는 결과도 없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된다. 우리의 주인공 '빠른발'의 종횡무진도 생존을 위한 본능이기에 공감이 됐다. 연지네 반 아이들에게 햄스터로 인식된 생쥐 '빠른발'의 대단한 활약은 기대할 만하다. 

 

적당한 과장과 허풍쟁이 빠른발, 매력적인 의인동화다. 생쥐 '빠른발'은 허풍에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빠른발'은 우리가 아는 주변의 누군가로 대입해도 수긍될 만큼 사람과 닮은 꼴이다. 쓰레기통을 뒤지다 고양이에게 잡아 먹힐뻔 했음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싸우다 꼬리를 잘렸다고 '뻥'을 치는 배짱은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그래서 쥐 이야기지만 우리 사람들 이야기로 생각해도 무리없는 의인동화다.^^

 

잘난 쥐와 못난 쥐로 편 가르는 학교쥐법 고양이한테 혼쭐이 난 빠른발은 고양이 없는 세상에서 살기를 꿈꾼다. 고양이가 들어올 수 없는 곳은 오직 하나 '학교'라는 걸 알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학교로 잠입한다. 학교로 들어가기까지 우여곡절은 마치 내가 빠른발인 양 덩달아 긴장됐다. 잘난 쥐들만을 위한 '학교쥐법'은, 상위 1%를 위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는 MB정부가 생각난다.

 

학교 쥐 법 제1조. 학교에 사는 모든 쥐는 잘난 쥐와 못난 쥐로 나눈다.

학교 쥐 법 제2조. 잘난 쥐는 교실에서, 못난 쥐는 화장실에서 산다.

학교 쥐 법 제3조. 잘난 쥐들만 학교에 새로 이사 올 수 있다.

 

함께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잘난 쥐들이 구분한대로 못난 쥐로 화장실에서 사는 회색쥐는 빠른발과 친구가 되어 영향을 받는다. 잘난 쥐들에 눌려 겁먹고 주눅들었던 못난 쥐들은 빠른발의 용기에 힘입어 함께 싸우고자 일어선다. 세상에 불의가 판친다고 낙심하기보다는 정의를 세우기 위해 전사가 되어야 한다. 잘못된 학교쥐법을 뜯어고칠 수 있는 힘은 스스로 일어설 때 얻게 된다. 빠른발과 못난 쥐들이 잘난 쥐와 벌이는 한판 승부는 압권이다. 교실은 난장판이 되었지만, 쥐들은 정말 똑똑하다.ㅋㅋ 그리고 분위기를 더욱 살려주는 판화 그림도 멋지다!

  

 

내 인생은 내가 주인공이다. 빠른발은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살았다. 무서운 고양이를 피한 학교에서 눈앞에 닥친 어려움을 물리치고, 좋은 친구들과 함께 잘난 쥐들을 물리친 빠른발 멋지다.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걸 우리가 배워야 한다. 쥐띠인 나는 빠른발과 비슷한 속성을 가졌다. 심야족이고 앞길에 장애가 있으면 비교적 겁내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다.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선 모험도 필요하지만 맞서는 승부근성도 필요하다.

 

우리 교실에도 쥐가 있을까 겁먹지는 말자. 작가는 초등교사로 실제로 교실에서 있었던 햄스터 이야기에서 소재를 얻었다고 한다. 낮에는 연지네 반 친구들이 공부하는 교실이 밤중엔 쥐들의 소굴이 되는 건 동화 속 이야기다. 우리 애들 어려서 교실청소 하던 10여 년 전에는 교실에서 쥐구멍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요즘엔 워낙 방역과 방서가 잘 되어서 교실에 쥐가 출몰하는 일은 없으니 겁먹지는 말자!^^

 

나는 잘난 사람일까, 못난 사람일까?
어떤 잣대로 평가하느냐에 달렸겠지만, 누군가 나를 못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주눅들지 말 것이며, 스스로 못난 사람이라고 의기소침하지도 말자. 요즘은 애어른 할 것없이 돈을 최고로 치는 세상이 되었지만, 돈을 많이 번다고 잘난 사람이거나 성공한 인생도 아니다. 살아가면서 자기 앞에 닥치는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면, 스스로 잘난 쥐라고 생각한 '빠른발'처럼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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