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열쇠고리 신나는 책읽기 19
오주영 지음, 서현 그림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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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공모 저학년 창작 부문 대상작이다. 표지에 보이는 열쇠고리에 매달린 네 명의 아이들이 여기 실린 네 편의 주인공이다. 소원을 이루고 싶은 아이들이 저 열쇠에 매달리면 소원이 이루어지는 걸까?  저 열쇠만 있으면 무엇이든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마술이라도 부리나? 책을 읽기 전에 맘대로 상상하며 호기심의 풍선을 한껏 부풀려도 좋다.^^ 

 

작가는 아이들이 공감할 정도로 녀석들 마음을 잘 그렸는데, 나는 환타지를 좋아하지 않아서 처음엔 썩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그런데 초등 아이들에게 한 꼭지씩 읽어주었더니 의외로 좋아해서, 역시 '대상작'이라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생각하며 비로소 후한 점수를 주었다. 환타지는 현실도피 같아서 안 좋아했는데, 아이들은 대리만족의 기쁨을 얻는 게 분명했다.^^ 

<단지와 보물>주목받고 싶은 아이 마음도 알아주고,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알게 한다. 작은 곰 인형을 '깜씨'라고 부르는 단지는, 놀이터에서 신기한 동전을 주워 굉장한 보물일거라고 믿으며 환상에 빠진다. 옆에서 코웃음 치는 가영이에게 진짜 보물임을 증명하려고 은행으로 달려갔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25하라라로 우리 돈으로는 80원쯤 한다는 말을 듣고 부끄러워 도망쳤다. 하지만 친한 친구가 준 동전을 잃어버리고 찾아 헤매는 아줌마에겐 진짜 귀중한 보물이었다.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것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보물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상한 열쇠고리> 표제작으로 키작은 지영이를 땅지렁이라 놀리는 박똥구(박동구)를 혼내 주는 이야기다. 지영이는 학교 가다 발견한 이상한 열쇠고리 덕분에 마법같은 경험을 한다. 내 나이에도 마음 먹은대로 뚝딱 소원을 들어주는 신기한 열쇠고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실실 웃음이 났다. 주인공의 독특한 캐릭터도 재밌고, 잘난체 뻐기던 박똥구가 줄넘기를 하려면 커다란 방귀소리와 함께 구린내가 퍼지는 장면에 녀석들은 코를 막으며 좋아했다. 역시 아이들은 잘난 체하던 녀석이 벌을 받으면 좋아한다.^^

<호야 선장의 우주여행> 친한 친구와 뜻이 안 맞아 다투고 심통 난 아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단편이다. 부침개를 만드는 엄마 옆에서 심심한 호영이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자, 엄마는 호영이와 주거니받거니 이야기 한편을 뚝딱 만들어낸다. 이런 풍경은 우리 엄마들이 즐겨 해야 될 모습이다. 호야선장과 빼빼선장으로 대치된 호영이와 병우 이야기를 엮어가며 호영이는 병우를 미워하던 마음이 금세 풀려 엄마표 부침개를 들고 병우네로 뛰어 나간다. 아이들의 다툼에 무조건 편들거나 훈계하지 않고도, 스스로 깨닫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한 엄마의 지혜가 돋보인 작품이다. 호야선장의 호박호와 빼빼선장의 양파호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부채질하는 훌륭한 소품이었다.^^

<똥글이 파랑 반지> 동생 때문에 엄마의 사랑이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하는 첫째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단편이다. 할수만 있다면 심술쟁이 동생을 벌주고 싶은 첫째들의 마음을 딱 맞춰서 '맞아, 맞아'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나는 똥글이 파랑 반지의 힘을 빌어 말썽쟁이 두리를 혼내 주지만, 엄마는 언제나 '넌 누나잖아!'하면서 동생 편이다. 대체 왜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냐며, 엄마까지 벌주고 싶은 첫째 마음이 읽혀진다. 엄마들은 무조건 첫째한테 동생을 봐주거나 참으라고 주문하지 말고, 먼저 첫째의 마음을 알아주고 다독여야 할 것 같다.

아이들 마음을 엿보는 것처럼 그려진 뒷표지가 맘에 든다. 이상한 열쇠고리가 속상한 아이들 마음을 위로하고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마술을 부렸는데, 그 이상한 열쇠고리는 과연 무얼까?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분명 눈치 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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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2-04-15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데 아직 읽지 못했네요.

순오기 2012-04-18 01:29   좋아요 0 | URL
명성을 익히 들었다면 이제 읽어보는 일만 남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