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까만 돌 일공일삼 77
김혜연 지음, 허구 그림 / 비룡소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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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과학과 문명의 발달로 시공간을 초월한 소통이 가능한 세상이지만, 불행하게도 사람들 사이엔 소통부재가 점점 늘어 간다.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같이 어울려 놀기보다는 혼자 놀기의 달인이 되고, 속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 하나 없이 삭막해져 간다. 아니 겉보기엔 실시간 대화가 이루어지는 소통의 세상이지만, 부끄러운 속내를 털어놓아도 좋을 진정한 친구는 갖지 못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지호의 까만돌은 이렇게 숨막히는 아이들의 속엣말을 들어줄 진정한 친구의 상징으로 읽힌다.

 

작은 아이 지호는 새와 벌레랑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한다. 아토피 때문에 피부가 울긋불긋 더럽다고 아이들은 지호를 가까이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세 악당(형규, 덕수, 희준)들에게 늘 당하면서도 맞서지 못하고 피해 달아나기 일쑤다. 왕따가 된 지호는 이야기할 친구가 없어 새와 벌레에게 말하는구나 싶어 마음이 짠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지호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아이라는 것과, 천사의 선물처럼 말하는 까만돌을 갖게 된 것이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엄마 때문에 말문을 닫아버린 아빠, 그런 아들을 지켜봐야 하는 할아버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지호에게 말하는 까만돌은 유일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친구가 된다. 까만돌은 제 마음에 내킬때만 대답하지만, 그래도 지호의 말을 들어주는 친구임에 틀림없다. 지호는 말하는 까만돌을 갖고 나서 생각지 못한 놀라운 일들이 일어난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줄리 아줌마의 도움도 컷지만, 드디어 지호의 홀로서기가 시작된 것이다. 소심쟁이 지호가 말하는 까만돌을 가진 후 어떻게 변했는지 직접 확인하는 것은 필수!^^ 

 

1. 친구가 말할 때 중간에 절대 끼어들지 않는다

2. 친구 생각이 자기 생각과 다르더라도 꾸짖거나 뭐라 하지 않는다.

3. 듣기가 우선! 말을 하기보다 주로 듣는다.

 

까만돌이 지호의 고민을 상담할 때 지키는 법칙은, 엄마 아빠와 선생님들이 새겨야 될 거 같다. 어른들은 아이의 말을 들어주기보다는 훈계하기를 더 좋아하는 습성이 있으니까, 차라리 까만돌처럼 듣기만 하고 침묵하는 게 더 좋을 때도 많다는 걸 기억하자.

 

 

"이유없이 괴롭힌다고? 그런데 왜 당하고만 있는데? 왜 도망치는데?" (63쪽)

 

까만돌은 지호의 말을 들으면서 무엇이 잘못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깨우쳐주는 진정한 친구다. 말하는 까만돌은 지호 뿐 아니라 지호아빠에게도 놀라운 변화를 가져온다. 말하는 까만돌과 만난 지호와 지호아빠의 변신은 감동이다. 이제 까만돌의 주인이 된 악당 우두머리 형규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다음 이야기를 이어쓰는 독자가 돼도 좋으리라.  

 

 

'말하는 까만돌'을 읽고 황순원의 '소나기'가 떠올랐다.

개울가의 소녀가 '이 바보!' 라고 소리치며 던진 조약돌이 소년에겐 '잊혀지지 않는 의미'가 된 것처럼. 지호의 까만돌은 충분히 멋진 환타지를 선물했다. 아이들이 사는 일상에서도 환타지를 꿈꿀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 환타지 작품을 현실도피로 생각했던 나의 편견을 깬 지호의 까만돌은, 내게도 소중한 의미로 다가왔다.^^

 

 

'지호는 얼른 달려갔다. 이마가 훌렁 까지고 '초록색' 머리핀까지 꽂아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었다.(47쪽)'고 써 있는데,

그림은 초록색이 아니고 붉은색이다. 바탕이 초록이라 구별하느라 그랬다면 '초록색'을 '붉은색'으로 바꿔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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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2-20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드디어 제가 순오기님 서재에서 첫 댓글의 행운을 누려 보나요?

요즘 아이들의 혼자 놀기를 생각할 때 우리들의 옛 시절이 좋았단 생각이 들어요. 저는 어린시절 엄청 뛰어놀았어요.
술래잡기, 다방구, 고무줄, 줄넘기 등 못하는 것 없이 다 잘했어요. 다 들 선수였죠.
아마 순오기님도 그랬을 걸요?ㅋㅋ


2012-02-20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02-20 18:17   좋아요 1 | URL
이 글이 새벽에 사라졌는데, 알라딘에서 되살려주었네요.^^
USB는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았어요. 우리 아들한테 배워야지요.ㅋㅋ

저도 학교에서 돌아오다 중간쯤에서 공기놀이나 고무줄놀이는 제법 했죠.
집에 와선 동네 아이들과 깡통차기, 줄넘기, 술래잡기도 많이 했고요.ㅋㅋ
다방구? 이건 어떤 놀이인지... 이건 안해봐서 잘 모르겠네요.

2012-02-21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0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02-21 01:54   좋아요 1 | URL
글을 올리고 다시 읽어보며 수정하는데, 날라갔던 글을 되살려서 수정이 늦었네요.
초록색 머리핀은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글과 그림이 다르다는 걸 발견할 아이들이 생각나서...^^

2012-02-21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02-22 11:02   좋아요 1 | URL
금요일에 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