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 생활 지침서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4
캐롤린 매클러 지음,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미의 기준은 빼빼마른 체형과 성형미인을 조장한다. 특히 여성의 날씬함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뚱보가 살아가는 일은 시선처리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몸둘바를 모르게 한다. 여성을 성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성적 대상으로만 보기 때문에 비일비재한 성폭력 사건에서 우리 모두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도가니' 열풍으로 장애자의 인권과 성폭력 사건에 많은 이들이 분노한다. 누구보다 똑똑한 인재들이 모였을 사법부는 돈 있는 자들의 성폭력 사건에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다. 또한 권력자들의 오만한 행태에 우린 언제까지 침묵만 할 것인지... 하지만 시민들의 분노가 서울시장 재선거에서 조금은 드러난 듯하다. 선거의 결과로 부도덕한 사회와 도덕적 불감증에 변화의 바람을 기대해본다.


이 책의 표지는 '뚱보 생활 지침서'라는 내용을 짐작키 어렵게 도발적이다. 표지만 보곤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몰라 우리 아이에게 권하기를 망설였었다. 도입부에서 보여지는 버지니아와 프로기의 애정행각이 좀 거슬렸던 것도 학부모 마인드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청소년 성문제만 다룬 건 아니고, 자기 인생의 당당한 주인공이 되는 정체성 찾기다.


우리막내가 중1때 읽고는 "미국 애들 정말 조숙한 것 같아. 나보다 겨우 한 살 많은 열다섯인데 이렇게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다니 놀라워! 그래도, 버지니아가 자신을 사랑하고 당당하게 펼쳐나가는 결말이 좋았어!" 라고 소감을 피력했었다. 이제 고1이 된 막내는 토욜에 기숙사에서 돌아와 읽을 책을 찾다가, 새로 나온 이 책을 보더니 읽은지 오래 돼서 기억이 가물거린다며 다시 펴들었다. 아이가 3년 전에 읽은 책을 다시 읽는다는 건 그만큼 이 책에 대한 느낌이 좋았다는 반증이다.^^ 두번째 읽고 나서는 당당한 버지니아처럼 자신의 삶도 당당했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언지 딱 짚어서 말할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인공 버지니아는 열다섯 살 고등학교 1학년이다. 우리 큰딸도 고등학교 1학년때 중학교보다 넓은 학군에서 만난, 반 친구들의 서슴없는 애정표현과 자랑하듯 성 경험을 얘기하는데 충격을 받았더랬다. 아이는 역겨워하며 그런 이야기를 버젓이 하는 것에 더 놀랐고, 내가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미국 고등학생들의 애정표현 수위에 충격 받았던 느낌 그대로였다. '뚱보생활 지침서'에 묘사된 청소년들의 성과 애정행각, 애정표현 수위에 대해서도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책이다.


이 책에서 새삼 놀란 것은 버지니아 부모가 자녀보다 부부의 삶에 우선한다는 것과, 그러면서 자녀에겐 부모의 결정에 따르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나 역시 사회적인 규정과 부모의 뜻을 거부하던 청소년기를 거쳤으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그걸 요구하는 엄마가 되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청소년 심리학자인 버지니아 엄마는 완벽한 가정으로 보이는데 신경 쓰면서, 정작 자녀들의 소리엔 귀기울이지 않았다. 엄마가 제시한대로 따르도록 요구해 큰딸과 마찰을 일으켰고, 자랑스러웠던 아들은 술에 취해 여학생을 강간한다. 부모가 쌓은 성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 하지만 부모는 그 소리에 정직하지 못하고 없었던 일처럼 가장하고 살기 바란다. 우상이었던 오빠 행동에 충격받은 버지니아를 배려할 여유는 없었다.


다이어트를 하던 버지니아는 미친듯 먹어댔고 자신을 학대한다. 오빠 바이런이나 엄마 아빠 누구도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이나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한 여자의 인생을 망쳐 놓은 오빠를 용서할 수 없었던 버지니아는, 섀넌 가족의 초대로 시애틀에 가서야 상처를 위로 받는다. 오빠가 애니 밀스에게 한 짓이 자기에게 한 짓이 아니라는 것과, 오빠는 완벽하지도 않았고 항상 자기를 무시했다고 깨닫는다. 시애틀에서 섀넌과 자유롭게 지낸 후, 버지니아는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 망설이던 애니 밀스를 만나 오빠의 잘못을 사과하고, 드디어 남들의 규정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깨닫는다. 애니 밀스의 말을 듣고 자기 삶의 해답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끔찍한 경험을 했다고 해서 그만큼 내 인생이 망가지지는 않았어. 그가 나를 지배하게 두진 않을 거야."
"무슨 뜻이에요?"
"앞으로 미래의 내 인생은 내게 달려 있어. 사람들은 스스로 희생자가 될 수도 있고, 자기 자신에게 선택권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그거야. 내가 선택권을 갖는 것."(266쪽)  

 
버지니아는 뚱보지침으로 '다이어트 조언 목록'을 적던 것을 멈추고, 비록 뚱보일지라도 '쉬리브스' 가족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행동한다. 시애틀에서 눈썹에 피어싱도 하고 옷도 제맘대로 고르는 버지니아가 못마땅하던 엄마도 결국 인정한다. 학교 생활도 재미없고 친구로부터 자신을 격리하던 버지니아는, 웹사이트를 추진하며 친구들과 소통하는 중심인물이 된다. 정체성을 회복하고 자기 인생의 당당한 주인으로 사는 버지니아에게 박수칠 수 있어 좋았다. 우리 청소년들도 남의 시선이나 규정에 매이지 말고, 뚱보라도 상관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당당하라는 '뚱보 생활 지침서'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면 좋겠다. 
 


1. 성에 관련된 어떤 행동도 비밀로 할 것. 애정을 드러내지 말 것. 카페테리아에서 키스하는 흉내를 내지 말 것. 복도에서 쪽지를 돌리지 말 것. 공공장소에서 막대 걸레를 타지 말 것.

2. 남자 친구와 몸무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말 것. 그냥 정면으로 부딪힐 것. 둘 다 그 사실을 아니까, 몸에 대해 탄식해서 “무슨 소리야? 넌 전혀 안 뚱뚱해 보여.” 같은 거짓말을 하도록 남자 친구에게 압력 넣지 말 것.

3. 날씬한 여자들보다 훨씬 더 뛰어날 것. 남자와 대화할 때 저속한 말을 사용해서 후추 가루를 뿌리지 않도록 조심할 것. 몸매가 매력적이지 않으면 다른 성적인 것이라고 더 뛰어나야 함.

4. 절대로, 꼭, 무슨 일이 있든지 관계에 대해 밀어붙이지 말 것. 남자들이 이런 얘기를 싫어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그러니 남자를 편하게 해 줄 것. 영화를 보러 가거나 학교 댄스 파티에 갈 때도 마찬가지. 최소한의 선만 유지할 것. 소를 사지 않고도 우유를 마실 수 있게끔 할 것.
 


아줌마인 내게는 버지니아가 적었던 다이어트 조언 목록이 여전히 유효하다. 사람들의 이목이 아닌 내 건강을 위해 버지니아의 뚱보지침을 기억하고 실천해야 겠다.^^


다이어트 조언 #1 배가 고플 때마다 위가 가득 차도록 생수를 마신다.
다이어트 조언 #2 한 입 먹을 때마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한 가장 오랫동안 입 안에 넣고 씹는다
다이어트 조언 #3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매니큐어를 집어라. 바르는 동안 먹겠다는 갈망이 사라질 것이다.
다이어트 조언 #4 몸의 매력 없는 부분을 운동하기 위한 독창적인 방법을 찾아 내라......^^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철나무꾼 2011-11-02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이어트 팁, 다 그럴 듯 한데요~
1번은 좀 거시기해요.
위가 가득 차도록 생수를 마시다가 위의 크기가 늘어나 버리면 어쩌죠~(,.)

잘 지내시죠?
완연한 가을이예요~^^

양철나무꾼 2011-11-02 15:15   좋아요 0 | URL
참, 대문 사진 바뀌셨네요?
좋아요~^^
제가 한동안 안치환이 부른 '풍경달다'라는 곡을 끼고 살았었거든요.
그 곡은 정호승님이 가사를 쓰신 건데...거기 나오는 절은 운주사였던 것 같아요.
선암사라면 요번 유홍준 님 '문화유산답사기6'에 나온 그 절인가요?

순오기 2011-11-03 10:45   좋아요 0 | URL
오늘은 햇살도 좋은 가을날이네요.
운주사 풍경도 2007년에 보았고, 선암사는 올가을에 세번이나 갑니다.
아래에 선암사 사진 줄줄이 올렸는데~ 못 보셨나요?^^

잘잘라 2011-11-02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이어트 조언 #2...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한 가장 오랫동안 입 안에 넣고 씹는다!!!
튼튼한 턱관절과 이빨,부터 갖춰야겠군요. 흐흣.

뚱보 생활 지침서 2,3,4는, 듣기는 좋은데 막상 실철하려면 정말 뼈를 깎는 아픔이 따른다는 걸, 아시잖아욧.ㅠㅠ
2번은 실천하는건 문제 없는데 그렇게 했을때 '효과'는 미미하고,
3번은 남자들 '의외로' 논리적이고 역사적인 근거를 막 들이대기때문에 '대화 상대' 하기가 어렵더라구요. 늘 감정이 앞서고(아니 감정'뿐'이고) 역사 지식 자체가 얄팍한 저로서는.. ㅠㅠ
4번은 일단 '머리' 보다 '몸(손,발)'을 먼저 쓰는 저라서 힘들어욧.

그래도 마지막 말은 정말 마음에 와닿아요. 그렇죠. 맞죠.
우유를 마시려고 꼭 소를 살 필요는 없는 거~죠!!! ^^

순오기 2011-11-03 10:48   좋아요 0 | URL
다이어트 지침처럼 오래오래 씹으면 밥을 덜 먹어도 포만감이 채워지던데~
일부러 헤아리면서 씹지 않으면 그냥 꿀떡 넘어가버려요.^^
똥보 생활 지침은 청소년들에게 적합한 듯... 소를 사지 않아도 되니 참 고마운 일입니다.ㅋㅋ

마녀고양이 2011-11-0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뚱보 생활 지침서라,,,
코알라가 그 문제로 스트레스를 조금 받는지라 먼저 눈독이 들여지네요.
다이어트 조언,,, ㅠㅠ,,, 그래두 맛난게 맨날 먹고 싶으니, 먹으면서 적당히 빠지는 그런거 그런거 나왔으면 좋겟어요. 언니, 요즘 감기 넘 지독해요, 건강 챙기셔염!

순오기 2011-11-03 10:51   좋아요 0 | URL
맛난 거 먹고 싶으면 먹어야죠.ㅋㅋ
그래서 요즘엔 일주일마다 확인해도 몸무게가 100그램씩만 줄지만, 늘어나지 않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감기와 맞짱뜨지 말고 가까이 올 조짐이 보이면 관리를 잘 해서 그냥 보내버리지...4년째 감기를 모르고 사는 순오기. 하하~ 요렇게 자랑질하다 덜컥 찾아올라~~~~

2011-11-03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11-0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봐도 그렇고 확실히 식습관은 심리 상태와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청소년기에는요.
막내따님이, 읽었던 책을 다시 읽기로 한 동기는 무엇일까요?

순오기 2011-11-03 10:53   좋아요 0 | URL
식습관과 심리상태~ 나만 봐도 분명히 관련이 있는 거 같아요.ㅜㅜ
우리막내 기숙사에 들어가서 살이 좀 쪘다고~~~~~그래서 이 책을 다시 봤을거에요.ㅋㅋ

머큐리 2011-11-03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안은 전부 말라깽이들만 있어서 말이죠...큰 아들은 어떻게 하면 살을 찌울까 고민하는 중이에요..(돌 맞으려나?) 햄버거, 콜라를 맘껏 먹게 해달라고 시위죠..살쪄야한다고...^^;

순오기 2011-11-03 10:54   좋아요 0 | URL
아~~~~ 돌이 어디 있지? 두리번두리번~~~~ ㅋㅋ
콜라와 햄버거, 피자, 스파게티, 짜장면과 라면~~~~ 고칼로리 식품만 먹게 하세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