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눈물 산하어린이 9
권정생 / 산하 / 199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하느님의 눈물에 실린 열일곱 편의 짧은 동화는 토끼, 다람쥐, 까마귀 굴뚝새, 부엉이, 잠자리, 두꺼비 등 동물을 의인화하여 작고 작은 것들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운다. 권정생 선생님의 감성적인 문체와 따뜻한 시선은 읽는 마음까지 촉촉히 젖게 한다. 짧은 이야기 속에 수많은 메시지를 담아 낸 선생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면 마음에 작은 물결이 일어난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도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2005년인가 초등학교 학부모독서회 토론도서였는데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여운으로 남은 이미지에 새로운 느낌을 더한다.

아기 토끼는 배가 고픈데도 남의 목숨을 해치는 것 같아 풀을 뜯어 먹지 못한다. 아기 토끼는 하느님처럼 보리수 나무 이슬하고 바람 한 줌, 그리고 아침 햇빛 조금만 마시고 살게 해달라고 빌지만, 하느님은 아직은 안된다고 하신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기 토끼처럼 남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이 오면 그렇게 해 준다고... 하지만 세상 사람 모두가 남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이 오기는 할까?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기는 커녕 기를 써가며 남을 해치기 때문에 하느님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어제 내린 빗물이 달님 아줌마의 오줌이냐고 따지는 아기소나무는 제일 착한 건 싫고 보통으로 착하게 해달라는 사랑스런 모습에 코끝이 찡했다. 울타리 너머에는 무서운 도깨비가 있다며 절대 가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에 깜박 속은 아기 다람쥐들은, 울타리 너머에도 자기들과 똑같은 다람쥐들이 산다는 걸 알고 철조망을 걷어내고 평화로운 다람쥐 동산을 만든다. 남의 것으로 치장하고 위장하는 것보다 본래의 자기 모습이 진짜 아름답다는 걸 깨달은 까마귀 나라와, 거지들아 도둑놈아 서로 욕하던 굴뚝새들이 위기에서 도와줌으로 화해하는 모습은 보기 좋다. 
 

짧은 이야기 속에 남의 목숨을 해치거나 남의 것을 빼앗고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자는 것, 하늘과 땅과 공중에 있는 모든 생명들을 소중히 알고 서로 도우며 살라는 것,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라는 메시지는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기도 하다. 분단과 외세의 극복, 독재에 대한 저항, 생명 존중 등 무거운 주제지만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짧은 이야기 속에 잘 담아냈다. 권정생 선생님이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다.


하느님의 눈물에 실린 17편은 각각 몇 편씩 나누어 다른 제목의 동화집으로도 출간됐다. 
즉, <아기 소나무>에 7편 <학교 놀이>에 3편, <아기늑대 세 남매>에 3편, <아름다운 까마귀 나라>에 실린 4편의 원전은 모두 <하느님의 눈물>이다. 그러니까 <하느님의 눈물>을 본 독자라면 다른 제목인 <아기 소나무, 학교 놀이, 아기늑대 세 남매, 아름다운 까마귀 나라>도 이미 읽었다는 걸 잊지 마시라. 나는 그 작품들이 권정생 선생님의 새 작품인줄 알고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봤다. 같은 내용도 눈높이가 다른 독자를 위해 몇 편씩 떼어 묶고 새로운 삽화라 또 다른 맛은 있지만, 한편으론 독자를 속이는 게 아닌가 살짝 맘이 상하기도 했다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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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1-06-01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느님의 눈물에 실린 이야기들을 이렇게 몇 편씩 갈라 묶어 놓은 거였군요. 일단 두께가 얇아져서인지 저학년 어린이들도 읽을 용기가 생기나 봅니다. 하느님의 눈물은 좀 두껍잖아요.

순오기 2011-06-01 21:17   좋아요 0 | URL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부담없을 분량으로 나누어 묶은 의도는 좋아요~~~~
단 <하느님의 눈물>에 수록된 것을 나누어 묶었다는 안내를 작가의 말이나 편집후기에라도 남겨야 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