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까투리
권정생 글, 김세현 그림 / 낮은산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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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책을 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아이에게 이런 얘기를 들려줘도 될까 살짝 망설여지고,
단단히 마음 먹고 읽어도 울컥 가슴이 뜨거워 눈물이 흐를테니까....   

예전에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라는 영화가 나왔는데, 이 책은 영화 제목과 딱 맞는 이야기다.

개미 한 마리도 밟지 못한다는 고운 심성의 권정생님 어머니는
아들의 병구완을 위해 산과 들에 나가 약초를 캐고, 개구리와 뱀을 잡아 껍질을 벗기는 일도 마다하지 않으셨단다.
권정생 선생님은 그런 어머니를 스물일곱에 여의고, 평생 고생만 하신 어머니를 늘 그리며 사셨다.
어머니의 사랑이 어떤 건지 보여주며,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담긴 사모곡으로 읽힌다.
 
 

어머니란 어떤 분이고, 모성애란 어떤 것인지 아이들도 알아챌 수 있는 눈높이 그림책이다.
모성애는 죽음도 뛰어넘는 위대한 사랑이다.
혹시, 아이들이 이 책을 보고 엄마 까투리의 죽음에 충격받거나 엄마를 잃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도록 보듬어줘야 한다.

 

꽃샘바람이 불던 날, 산불이 나서 온 산이 만산홍엽처럼 불길에 휩싸였다.
새들과 다람쥐, 산토끼와 노루, 멧돼지도 모두 먼 곳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뜨거운 불길에서도 도망갈 수 없는 엄마 까투리가 있었다.  

 

산골짜기 다복솔 나무 아래서 아홉 마리 새끼들과 불길을 피해 허둥지둥 쫒겨다니는 엄마 꿩은
삐삐 삐삐 엄마를 부르며 성냥개비 같은 작을 발로 종종 쫒아다는 꿩 병아리들을 보살펴야 했다.
하지만 오른쪽이나 왼쪽, 위쪽이나 아래쪽으로 가봐도 사방이 불길에 휩싸여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아, 엄마 꿩은 어린 새끼들을 이 불속에서 어떻게 구해낼까? 
불길이 덮치자 혼자 날아 올랐던 엄마는 다시 새끼들 곁으로 돌아오고
다시 뜨거운 불길에 또 날아 올랐다 돌아오고....  수없이 반복한다.


 
엄마 혼자는 날아 올라 불길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아직 날지 못하는 어린 새끼들을 두고 도망칠수는 없었다.
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새끼를 두고 도망칠 수 없는 엄마 마음을 아는데... 



엄마 까투리는 새끼들을 날개 아래로 불러 모아 품에 안았다.,
꿩 병아리들은 사나운 불길 속에서도 엄마 품에 있으면 무섭지 않았고, 
엄마 까투리는 뜨거워서 뜨거워서 달아나고 싶어도 꼼짝하지 않았다.

불길이 기어코 엄마 몸에 붙어 머리와 등과 날개가 한꺼번에 타올랐지만
엄마 까투리는 그래도 꼼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품속 아가들을 위해 두 날개를 꼭꼭 오므리고 꼼짝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

  

알록달록 화려한 김세현 화가의 그림은 처절한 아름다움을 담아 비장감이 느껴진다.
너무나 고운 그림에 담긴 엄마 꿩의 자식 사랑이 뭉클뭉클 가슴에 와 닿았다. 

 

새까맣게 불타버린 숲, 엄마 꿩과 새끼들은 어떻게 됐을까?
가슴이 조마조마 옥죄어온다. 꼭 살아남아야 할 텐데........ 

사흘 쯤 뒤~ 나무꾼 박서방 아저씨는 불 탄 산으로 올라갔다가 새까맣게 탄 엄마 까투리를 발견했다.
"어엉? 가엾게도 어쩌다가 여기서 타 죽었을까!" 
가까이 다가가자 발자국 소리에 놀란 꿩 병아리들이 엄마 품에서 쏟아져 나왔다.
아홉 마리 모두 솜털 하나 다치지 않고 무두 살아 있었다. 

햐~~~~~~~ 얘네들은 어떻게 그 불구덩이에서 살아 남았을까?  

  

박서방 아저씨는 날마다 산으로 올라가봤다.
새끼들은 새까맣게 죽은 엄마 품에서 잠을 자고 나와 먹이를 찾아 다녔다.
배가 부르고 날이 어두워지면 다시 새까만 엄마 품으로 들어가 함께 모여 보듬고 잠들었고....

엄마 냄새가 남아 있는 그 곳에서 잠들기를 열흘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자
꿩 병아리들은 깃털이 돋아나고 날개도 카다랗게 자랐다.

하지만 엄마 까투리는 비에 젖고 바람에 쓸려 점점 모습이 변해 갔고,
앙상한 뼈대만 까맣게 남아 있던 엄마 까투리는 온몸이 바스라져 주저앉을 때까지 세끼들은 지켜냈다.

 

새끼들은 이제 엄마가 없어도 혼자 살아나갈 수 있을 만큼 자랐다. 

아~~~~ 엄마가 온몸으로 불길을 막아 저희들을 살렸다는 걸, 꿩 새끼들은 알까......... 
슬프고도 아름다운 엄마 까투리의 사랑은, 바로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세상이 아무리 험악하고 흉흉한 소식이 끊이지 않아도, 엄마 까투리 같은 엄마가 훨씬 더 많다.
우리 엄마도 이렇게 사랑했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그리고
나는 우리 삼남매에게 이런 엄마가 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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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5-27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숙연합니다..

순오기 2011-05-27 21:59   좋아요 0 | URL
예~ 숙연해집니다.

마녀고양이 2011-05-28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여 이런 책은 아이들이 아닌, 부모에게 읽히려고 쓰시는게 아닐까 시퍼요.
요즘 부모같지 않은 부모도 워낙 많으니까요.
얼마 전에 뉴스에서 봤던 아동 학대 상황이 잊혀지질 않아요.

그러게요, 모성이란 저런건데요. 우리는 동물보다 못 한거 같기두 해요.

순오기 2011-05-30 09:42   좋아요 0 | URL
아이를 낳았다고 다 '엄마'가 되는 건 아닌 듯해요.ㅜㅜ
엄마 까투리는 아이들보다는 엄마들이 더 감동받는 듯~

희망찬샘 2011-05-2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상했던 것은 이 책을 읽어 주면서 저는 슬픈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더라는 거였습니다. 가만 생각 해 보니 엄마의 죽음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너무나도 먼 뒷날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거였습니다. 엄마의 큰 사랑을 느끼기엔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어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저도 아끼는 책입니다.

순오기 2011-05-30 09:43   좋아요 0 | URL
엄마의 사랑은 '엄마'가 되어야 제대로 아는 것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