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괴물은 정말 싫어! 작은도서관 31
문선이 글.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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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초등생들의 마음을 딱 알아주는 동화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하루에 한 챕터씩 읽어줬는데, 15분이 넘어가도 싫증내지 않고 집중해서 들었다.
들으면서도 자기들 마음과 같은 대목이 나오면 "맞아요!" 하면서 추임새를 넣었다.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등학교는 중간고사 없이 기말고사만 봤다.
하지만 요즘엔 중간. 기말 시험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학력을 평가하는 일제고사도 본다.
성적이 나쁘면 학교 망신이라며 예비시험도 치고
엄마들은 그에 앞서 한 발 먼저 가르치려 난리를 떨어 아이들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죽하면 "시험 괴물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라고 외치겠는가!


"아직 어려서 안쓰러워요. 겨우 초등학생인데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
"그렇게 다 봐주다간 저만치 앞서간 아이들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게 돼요.
그때 땅 치고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 없다니까요." (14쪽)


도대체 이제 겨우 초등학생한테 늦었다는 게 말이 되는가?
남들이 하니까 우리 아이만 가만두면 뒤떨어질까봐 불안하고 초조한 엄마들의 돈지랄(?)에 아이들은 녹초가 된다. 
많이 배운 엄마일수록 더 많이 가르치려고 드니 정말 아이를 공부하는 기계로 보고,
엄마의 조종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초등생이 밥 먹을 시간도 없이 학원을 전전하고 있으니 책 읽을 시간은 있겠는가....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김서현, 100점! 서현이는 이번에도 날 실망시키지 않았구나. 잘했어."
"68점, 넌 공부랑 원수졌냐, 공부 좀 해라. 공부해. 공부해 남주냐?" (20~21쪽)

시험을 잘 본 서현이와 점수가 낮은 준석이에게 하시는 선생님의 말씀은 옳지 않다.
'격려'란 잘 못한 아이에게 오히려 더 필요하다. 그리고 요즘은 '공부해서 남 주라'고 가르쳐야 한다.
그러잖아도 제 잘난 맛에 이기적인 아이들이 공부해서 더 이기적인 사람이 될까봐 무섭다.
공부해서 저혼자 잘 먹고 잘 사는게 아니라 남에게 나누어 주는 사람이 되도록 가르쳐야 한다.
 
문선이 작가는 직접 그림까지 그려, 글과 그림으로 아이들 마음을 잘 표현했다.
학교 선생님이라 아이들 마음을 잘 알아주는 것 같은데, 선생님의 역할은 좀 부정적이다.
아마도 작가가 경험한 초등 선생님들의 안 좋은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 생각됐다.
아이들한테 책을 읽어주면서 "여러분 선생님도 이래요?"하고 물었더니, 다행히 아니라고 답했다. 
오늘도 엄마들 모임에서 "어린 아이들한테 함부로 말하는 선생님에 대한 성토가 줄줄이 나왔다.
대체로 교사 경력이 많은 선생님들이 그렇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요즘 젊은 선생님들은 아이한테 함부로 하지 않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시험을 잘 봐야 한다는 엄마의 잔소리가 괴로운 준석이, 방과후에 남아서 공부하는 70점 이하의 아이들은 괴롭다.
시험 괴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준석이는 우연히 주운 시계 때문에 환타지를 맛본다. 
환타지 세계의 경험으로 시험 문제를 해결하는 설정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아이들에게 이런 상상의 자유도 없다면 숨통이 막혀 살 수가 없을 것이다. ㅠㅠ

 


공부를 잘하면 잘 할수록 하나라도 틀릴까봐 전전긍긍하는 서현이. 
엄마는 서현이가 한개만 틀려도 이라크로 보내버린다고 했단다.
이라크는 전쟁중이라 죽을까봐 걱정이 된 서현이는 급기야 컨닝까지 하고. 아,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걸까?  
시험괴물 때문에 괴로운 아이들 심리를 잘 그려냈지만, 어른의 시각으로 묘사된 것은 살짝 걸렸다. 
예를 들면 아래의 표현은 어른들의 묘사고, 아이들 정서에 맞는 표현을 찾아야 될 거 같다. 

오늘은 학교에 가는 발걸음이 맷돌처럼 무거운 게 꼭 전쟁터로 가는 것 같습니다.(18쪽)
정말 이런 날은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같이 학교에 가기 싫습니다.(19쪽)
"엄마가 알면 날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당장 이라크로 보낼 거라고. 엄마가 그랬어.
한 개라도 틀리면 이라크로 보내 버린다고. 전쟁터에 가면 나 죽을지도 모르잖아."(74쪽)

오히려, 1학년 아이가 쓴
"하느님, 부처님, 산신령님! 살려주세요.' 이런 마음으로 학교에 간다" 
라는 표현이 아이들 감성에는 더 적절한 거 같다.

 


준석이는 점수가 나쁜 친구들에게만 비밀을 알려주고 함께 모여 공부를 했는데,
놀랍게도 준석이 반 아이들은 모두 시험을 잘 봤다.
100점 받은 아이들이 수두룩, 대체 어찌된 일일까? 
준석이와 친구들은 그래도 의리와 우정을 아는 녀석들이라, 시험괴물을 만든 어른들보다 낫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이 공감 백배라면, 엄마들은 살짝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는 책이다.
아이들한테 시험 잘보게 공부만 하라고 닥달하는 엄마가 되지도 말고,
엄마는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다고 뻥치지도 말자.ㅋㅋ
아이들 스스로 공부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주고, 
아이가 무얼 좋아하고 어떤 소질이 있는지 찾아내도록 지켜보는 엄마로 거듭나야 할 거 같다.  

대체로 시험 성적이 좋은 아이들은 시험을 괴물로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면 부모들의 칭찬과 격려, 그리고 두둑한 포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성적이 좋으면 모든 게 용서된다는 말이 있다.
과연 부정한 방법을 써서라도 시험 성적을 잘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이 책은 아이들이 시험 괴물을 이겨낼 방법을 스스로 깨닫게 한다.  

시간투시기를 함부로 이용했다는 죄 때문에 시간 경찰과 같이 미래의 감옥으로 간 3학년 2반 친구들은 어떻게 됐을까?
책이 끝나고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동화로 1.2학년 어린이도 재밌게 읽었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시험 괴물이 없는 세상을 만들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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