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도 학교에 가야 한다 난 책읽기가 좋아
수지 모건스턴 글, 세르주 블로흐 그림, 김진경 옮김 / 비룡소 / 1997년 8월
평점 :
절판


수지 모건스턴의 책들은 재기발랄하다. 저학년 어린이들이 읽기에 어렵지 않고 재미도 있으면서, 담아내는 주제도 가볍지 않다. 그녀의 책을 읽을 때마다 천상 이야기꾼으로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작가라고 느낀다.   

자식을 많이 낳지 않는 현대 가정에서 자식은 모두 귀한 존재다. 그래서 가정마다 공주와 왕자가 넘치는 세상이 되었다. 젊은 엄마들은 자기 아이를 공주나 왕자로 키우기 위해 고가의 분유와 옷가지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키운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또 고액의 사교육에 휘둘리게 될 테고... 

몰락한 왕 조르주114세는 포르투나 왕비와 알뤼에스테르 공주와 왕궁에서 산다. 왕은 부의 상징인데 가난한 왕이라면 이미 설자리가 없는 거다. 왕을 섬기던 사람들과, 알뤼에스테르 공주에게 개인과외를 하던 선생님들까지 모두 떠났다. 달랑 세 식구가 남아 떨어지는 빗줄기에 한 손엔 우산을 들고 스파게티를 먹어야 하는 참담한 상황이다. 돈이 없어 비가 새는 지붕도 고칠 수 없는 허울뿐인 왕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주에게 끊임없이 세뇌시킨다.

"네가 공주라는 걸 잊지 말아라! 네가 공주라는 걸 절대 잊어선 안된다." 
"네, 저는 공주에요. 그런데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공주는 '친구'라는 말을 알지 못했고, 친구를 사귀어 본 적도 없었다. 자기가 공주라서 외롭다고 생각하는 알뤼에스테르 공주는 이렇게 대꾸하지만, 왕과 왕비는 난방도 되지 않는 왕궁에서 게으름만 부리고 산다. 아직도 옛 영화에 취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왕과 왕비를 어찌하리오! 

하지만, 이들도 왕궁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한 후 현실에 눈을 뜬다. 아파트 아이들이 노는 걸 지켜보던 공주는 아침마다 아이들이 학교로 간다는 걸 알아 낸다. 공주는 드디어 친구를 사귀고 그 아이처럼 학교에 가고 싶어 아버지를 조르지만 왕은 절대 공립학교에는 보낼 수 없단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그가 설령 왕일지라도.^^  

자~ 학교에 간 공주는 어떻게 됐을까? 

알뤼에스테르 공주는 철사 속옷을 벗어 던지고 뛰어 보았다. 운동화를 신으니 달리기가 훨씬 편했다. 하지만 치미 때문에 좋은 기록을 얻기가 힘들었다. 공주는 선생님한테서 가위를 빌려다가 치맛단을 싹둑싹둑 잘라 냈다. 그 순간, 공주는 더 이상 공주처럼 걷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알뤼에스테르 공주의 걸음걸이로는 학교에 다니는 공주가 되기 어려웠다. 알뤼에스테르 공주는 로앙스처럼 아빠의 공주로만 남는 게 더 좋았다.(44쪽)

 "나는 공주야. 하지만 공주도 보통 사람이랑 똑같아, 응. 하지만 내가 보통 사람이기는 해도 공주는 어디까지나 공주인 거야." (48쪽)

헉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세상 사는 지혜를 배워가는 공주는 자기 머리 위에 올려진 왕관이 아니라면 공주라는 것도 잊었을지 모른다.^^  아이들은 재밌게 읽을 책이지만, 어른들은 그저 재밌는 이야기로만 접수하지 않고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왕과 왕비는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 세상 사는 지혜를 배우고 현실에 적응했는지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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