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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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외웠던 공무도하가를 어찌 잊겠는가, 다들 기억하리라!^^

公無渡河   임이여, 그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임은 기어이 물 속으로 들어가셨군요.
墮河而死   오오! 임은 이미 물 속에 빠져 죽으셨네.
當奈公何   임이여 임이여! 어이한다 말고. (장덕순 역)

   
  조선의 뱃사공 곽리자고가 이른 아침 나룻터에서 배를 손보고 있는데, 어 백수광부가 술병을 끼고 달려와 물 속으로 마구 들어가는 것이었다. 뒤이어 쫓아온 아내가 붙잡으로 했으니 때는 이미 늦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아내는 아무리 남편을 안타까이 불렀으니 소용없었다. 울다울다 문득 한 노래를 지어 공후를 타면서 부르고는 스스로도 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곽리자고는 이러한 사실을 목격하고 그것을 자기 아내 여옥에게 말하고 그 들은 노래를 알려주니 그녀는 공후를 뜯으면서 그것을 익히고 이웃 여자 여용에게도 배워주니 이것이 세상에 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배운 공무도하가다. 예약주문으로 사인본을 받아 차일피일 미루다가, 작가를 만나기 전에 다 읽으려고 KTX 에서 코를 박고 읽었다. 어려울 건 없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다시 되짚어 읽으며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헤아리지만 섣불리 단정할 수 없었다. 뭔가 편치 않은 느낌의 책이라고 생각됐다.

한국매일신문 문정수 기자, 그는 사건 현장을 누비고 다니며 기사화하지 못한 이야기를 노목희에게 쏟아낸다. 기사가 되지 않은 것들이 더 가치있고 진실되다는 걸 독자는 알아챈다. 분명 못된 짓을 했음에도 나쁜놈이라고 몰아세울 수 없는 박옥출, 장기매매, 해저탄피유츨, 불법을 자행하지만 분명 좋은 사람인 장철수. 네 사람으로 압축된 주인공은 공무도하가의 등장인물처럼 4인방이다.  

공무도하의 문정수 기자는 작가 김훈의 분신이라 생각됐다. 김훈은 '바다의 기별'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사위 김지하가 형집행정지로 영등포 교도소에서 출감하던 날, 10개월 된 손자를 업고 마중 나온 박경리선생을 관찰하며 "빨리 저 여인네의 용무가 끝나서 그 아이가 할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 이 추운 언덕의 바람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고 아내에게 들려주자 아내가 울었다고 진술했다. 깊은 밤 애인 노목희에게 찾아와 기사화되지 못한 사건을 기어이 들려주는 문정수와 김훈 작가가 겹쳐지지 않는가? 공무도하를 통해 하고 싶은 작가의 말은 바로 이 문장으로 압축된다.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덕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문제다. 시급한 현안문제다."(35, 161쪽) 

작가는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러운 인간이고 세상이지만, 물건너 가지 말고 그냥 부대끼며 살자고 말한다. '사랑'이 꼭 들러붙어 자식 낳고 살아야만 되는가? 그것은 속박이다. 인륜을 떠나고 애정을 떠나 관계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좌절과 고통을 그리고 싶었다며, 사랑도 새로운 관계 개편을 해야 하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과연 작가의 딸이 노목희와 문정수의 관계처럼 사랑한다면 지지할 수 있는가? 나의 '엄마 마인드'는 우리 딸이 그런 관계를 갖는다면 결코 지지할 수 없기에, 김훈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을 묻고 싶었다. 나는 세속적이어도 들러붙어 자식 낳고 사는 사랑의 속박을 요구할 것이다.^^

작가와의 만남에서 공무도하에 대해 들은 이야기들이 리뷰를 쓰는데 오히려 방해되고, 읽은지도 오래돼서 쓰기도 곤란하니 대충 끝내야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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