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살랑 우리 그림책 2
조미자 글.그림 / 국민서관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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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로 첫만남을 가진 조미자 작가,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했고 현재 강원도 춘천에서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이분의 작품을 본 것은 <별볼일 없는 4학년>이 처음이었고, 우리 창작 그림책에 후한 점수를 주는 내게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의 독창적인 캐릭터로 각인되었다. 같은 캐릭터 그림의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바람이 살랑>을 비롯해 <야채가 좋아> <노란 잠수함을 타고>까지 내가 읽은 책은 네 권이다.

마당을 뛰어다니던 조카가 마당 한구석에 놓아 둔 낡은 소파에 가만히 누워, 세상을 아주 편안히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작가도 따라 했다고 한다. 바쁜 중에 잠시 멈추고 세상의 분주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살랑 불어오는 바람도 느낄 수 있다면 좋지 아니한가! 망중한이라도 즐기듯 내 안에 그려지는 세상을 그림책으로 만들어 낸 동기가 바로 조카 때문이었다니, 창작활동의 영감은 언제 어디에서니 얻을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바람이 살랑 불어오는 거리 풍경을 보여 주는데, 마치 추상화를 보는 듯한 그림이 인상적이다. 이야기는 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꽃향기를 맡는 시인과 그 주변의 공간과 자연, 사람들을 차례차례 보여준다.

  

신호등 스위치를 끄는 실수를 한 교통순경, 외줄타기를 하는 어릿광대, 공원 벤치에 나란히 사이좋게 앉은 꼬마 친구들, 하늘을 나는 비행사, 풀잎 위를 뛰어다니는 개구리, 하늘 가득 날아오르는 벌과 나비떼... 맨 마지막에서는 각 장면들을 한자리에 모아 큰 그림으로 보여주는데, 마치 아이들 그림처럼 자유분방하고 단순한 그림이 여백의 미를 살려준다. 이런 정도라면 나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은 책읽기와 그림 읽기를 즐겁게 한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과 봄향기가 물씬 날 것 같은 꽃밭에 나비도 몰려드는 평화로운 그림은 책을 보는 독자를 즐겁게 한다. 아이들이 좋아할 그림에 이야기는 독자 마음대로 꾸며도 좋을 것 같다. 소리와 향기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 쉽지 않을 일이다. 봄의 실체를 추상과 구상의 그림으로 보여주는 작가의 역량에 아하~ 무릎을 치게 된다. 나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생각해보면 딱히 더 이상 좋은 그림이 떠오르지 않는다. 느낄 수는 있지만 형체를 표현하기 어려운 바람결을 보여준 추상화가 멋지다!

 

이제 몇 차례 반복된 꽃샘추위도 물러가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하면 행복할 계절이다. 햇살이 눈부신 봄날, 아이들 손을 잡고 콧속에 봄바람도 불어 넣으며 봄의 향연을 만끽해보자. 들로 산으로 나가기 전에 이 책을 읽고, 책에서 받은 느낌을 자연에서 체험한다면 즐거운 나들이가 될 것이다. 황사가 몰려온다지만,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다. 자~ 봄을 맞으러 자연으로 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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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3-16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이 살랑~ 봄이 왔어요. 저 색깔을 보래요. 나들이 온 기분이에요!

순오기 2009-03-17 09:34   좋아요 0 | URL
예~ 봄이 왔어요, 자연의 봄만 아니라 우리 마음에도 봄이 와야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