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소록 - 선비화가의 꽃 기르는 마음
강희안 지음, 서윤희 외 옮김, 김태정 사진.감수 / 눌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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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원이나 갈가에 붉은 꽃을 뽐내는 영산홍이 한창이다. 보통은 철쭉이라 부르지만, 전문가들은 꽃자루가 끈끈한 철쭉과 구별하여 영산홍 혹은 일본철쭉(왜철쭉)이라 부른다.

일본 원산인 영산홍이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왔는지, 우리나라 최초 전문원예서인 강희안의 ‘양화소록‘에 밝혀놓아 몇 구절 인용하면.

‘세종대왕 재위 23년(1441년) 봄에 일본에서 철쭉 화분 몇 개를 바쳤다. 임금께서 뜰에서 기르도록 명하셨다. 꽃이 피었을 때 꽃잎은 홑잎으로 매우 컸다. 색깔은 석류와 비슷하고 꽃받침은 겹겹이었는데 오랫동안 시들지 않았다. 임금께서 즐겁게 감상하시고 상림원(조선 초기 궁중 정원을 관리하던 부서)에 하사하시어 나누어 심도록 명하셨다. 바깥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아 일본 철쭉을 얻은 사람이 없었다. 나는 운 좋게도 주상과 친척 관계였으므로 일가의 어른으로부터 뿌리를 약간 얻을 수 있었다.‘

강희안의 어머니는 세종의 비 소헌왕후 심씨와 자매간으로 세종은 강희안의 이모부이고, 세조와는 이종사촌간이다.

강희안은 임금의 교화가 동쪽으로 뻗치지 못했다면 동해 멀리 살고 있는 섬오랑캐가 어떻게 공물을 바치고 철쭉을 바칠 수 있었겠냐며 세종을 칭송한다.♥

강희안은 일본 철쭉의 습성을 몰랐으므로 땅에도 심고 화분에도 심었는데, 땅에 심은 것은 얼어 죽고 화분에 심은 것은 별탈이 없어 몇 년 사이에 가지가 번성하였다고 기록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영산홍이 널리 퍼진 것은 세종과 강희안 덕이라 해야 할까?^^ 요즘은 나무시장에서 구하기 쉬운 품종을 공원이나 가로수로 심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 것 같지는 않다.

이번주를 고비로 철쭉과 영산홍은 선명한 꽃색이 바래거나 떨어져내려 보기 어려울 듯하다. 아직까지 철쭉이나 영산홍을 눈에 담지 못했다면 서둘러 가까운 공원으로 나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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