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셰프 서유구의 꽃음식 이야기 임원경제지 전통음식 복원 및 현대화 시리즈 5
서유구 외 지음 / 자연경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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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오해. 서유구 선생이 지은 <임원 경제지>에 나오는 선생의 사유가 듬뿍 담긴 책이라고 생각했다. 조선 시대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역사서이자 인문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리책이었다. 정말로 꽃을 가지고 이런 저런 요리를 실은 책이다.

그래서 실망했느냐고? 아니, 진짜 마음에 들었다. 왠지 계속 들춰보고 재료를 구해다가 책에 나오는 요리를 해 먹고 또 해 먹을 수고를 마음껏 들일 수 있는 책인 것 같아, 괜히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졌다.

실제로 <조선 셰프 서유구의 꽃음식 이야기>에는 서유구 선생의 <정조지>에 실린 꽃음식도 39가지 나오지만 특정 집안과 집안에서 전통적으로 해먹던 전통 꽃음식도 저자들이 <정조지> 속 조리법을 재해석해 만든 개발된 꽃음식도 실려 있다.

한국 문화에서 전통적으로 꽃이 해왔던 역할도 알려주고 지금 당장 해먹을 수 있을 간단한 요리법도 알려주는 <조선 셰프 서유구의 꽃음식 이야기>는 새로운 실용서이자 요리책이고 인문학책이기도 했다.

관심이 가고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한시라도 빨리 알아보고 싶은 재료가 책에는 넘쳐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포항이라고 부르는 부들 가루가 궁금하다. 송화 가루로 만든 다식, 찹쌀로 만든 떡이라면 무엇이든 잘 먹는 나지만 조금은 씁쓸하다는 부들 다식은 어떤 맛일까, 한시라도 빨리 먹어보고 싶다.

복숭아꽃 주먹밥도 진달래꽃 계란 덮밥도 되도록 빨리 먹어보고 싶다. 이제 두세 달만 기다리면 진달래가 뒷산에 필 텐데, 봄이 되면 정녕 산에 올라 진달래 잔뜩 따와서 노랗고 분홍색 덮밥을 해먹으리라(혹시라도 내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건 철쭉을 잘못 먹어서겠지만).

풍요로운 책 내용을 더욱 더 기분 좋게 하는 건 아름다운 책의 자태. 그냥 읽지 않고 들춰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은 벌써 봄을 맞은 것 같다. 가지꽃, 미나리꽃, 맨드라미꽃. 예쁜 녀석들이 맛도 좋다하니, 내년 화단에는 꽃을 잔뜩 심어볼까 싶기도 하고. 꽃요리는 재료도 간단하니, 심어서 혹시라도 활짝 꽃을 피우는 개체가 있으면(우리집 화단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내 배는 봄바람 만큼이나 풍요로워지겠지. 늘상 먹는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내 배도 간단하면서도 깔끔한 꽃음식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만 같다.

생각지도 않게 소중한 책이 생겼다. 서유구 선생 만세, 풍석문화재단음식연구소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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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2 - 호모사피엔스의 멸종,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나 세미나리움 총서 32
토비 월시 지음, 정병선 옮김 / 영림카디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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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른 분들은 이 책을 어떤 느낌으로 읽을까? 무척 궁금하다.

<2062>는 2062년에 찾아올 미래를 예측하는 책이라기보다는 2062년의 세계를 위해 호모 사피엔스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책이자 현대 AI 기술이 만들어 낸 여러 문제와 걱정을 냉철하게 분석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미래 분석이나 예측이 구름에 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일 수도 있으나 AI에 관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책이었는데 한방 먹었다.

<2062>는 글을 잘 쓰는 작가이자 예리한 과학자가 쓴 사회 보고서이고 호모사피엔스에게 가장 바람직한 사회상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과학자의 탁월한 논문이었다.

현재 AI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으며 어떤 식으로 발전할 것인지를 분석하고 예측할 뿐 아니라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까지 고민하는 책이다.

초반에 이 책에 적힌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있나 하며 떨었던 건방은 중반 이후 저자에 대한 감탄, 내용에 대한 흥미로 사라져버렸다.

따뜻한 시선으로 현재를 분석하고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영리한 과학자들 알게 됐다는 사실에 감탄하고 또 감탄할 뿐이다.

트럼프와 중국이 몰고 오는 위기.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지적이고 적극적인 시민들. AI를 현명하게 적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 또한 신자유주의의 극복. 정치의 위기가 곧 사회의 위기이며 곧 개인의 위기이고 인류의 위기이다(아직 전체 생태계의 위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의 의견에 모두 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저자가 글을 잘 쓰고 책이 재미있다는 데는 동의할 것 같다.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읽는 내내 들었다. 잘 옮겨준 역자와 출판사에 감사한다.

지금 AI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 것인지, 호모 사피엔스는 결국 어떤 노력을 해 호모 디지털리스가 되어야 하는지를 알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읽어보자. 줄 치고 싶은 부분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 가득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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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더 퓨처 - 기후 변화, 생명공학, 인공지능, 우주 연구는 인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마틴 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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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적힌 글귀는 이렇다. “미래가 궁금한가?” , 별로 궁금하지는 않다. 수많은 변수가 미래의 진행 방향을 바꿀 테니,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사람도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도 없으리라고 믿는 데다가,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는 마음을 먹고 있어서인지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 미래를 예측하는 전문가에게 크게 관심을 두고 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미래의 방향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도 있을 테니, 옳은 방향으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은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려면 현재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떤 과학과 철학이 이 시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온 더 퓨처>는 그래서 읽었다. 지금 이 순간, 기후는 생명공학은 인공지능은 우주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기술 발달에 낙관적이었던 적도 없고 호의적인 적도 없지만 과학의 순기능을 좋아하고, 이제는 과학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임계점을 훌쩍 넘어서 이미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풀 방법은 어쩌면 과학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역시나 미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우리가 알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을 해소해 준 책 같지는 않다. 에드워드 윌슨은 인류가 21세기를 헤쳐나가는 데 가장 필요한 지혜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 나는 그 지혜를 잘 모르겠다. 하지만 스티븐 핑커의 말처럼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현안들을 흥미진진하게 분석한 역작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더구나 어떤 문제를 고민하고 사색한 결과를 지적으로 풀어내는 노과학자의 사고의 흐름에는 역시 과학자라는 감탄을 하게 된다.

 

미래의 전망에 관해서는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은 받아들일 만한 태도로 기술해 나갔고 현재 사람들이 고민하고 걱정하는 문제들을 왜 생각해 보고 알아봐야 하는지를 설명해 주는 책이다. 어떤 해답을 주기보다는 과학자로서 살아간다면 당연히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되는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고 자신의 사유를 풀어 써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답을 찾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 우리 인류가 어떤 문제에 당면해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잡다하고도 재미있는 과학 지식을 알고 싶다면 더더욱 읽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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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중원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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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읽고 싶은데 철학보다 더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다면, 사실 함부로 대답할 일은 아니지만 아주 조심스럽게 추천해주고 싶다. 일반인을 상대로 아주 잘 쓴 물리학자들의 생각을 한번 들여다보라고. 철학만큼, 어쩌면 철학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될 거라고.

 

세상을 보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가 가장 흥미를 느끼는 분야는 네 분야다. 신화, 종교, 철학, 그리고 과학(특히 물리학).

 

믿음에 근거한 종교, 종교가 되지 못한 믿음인 신화, 사고에 머문 철학, 그리고 사고와 실증을 근거로 하는 과학. 과학에 21세기에 종교보다, 신화보다, 철학보다 더 힘이 세진 이유는 그저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사실 이 문장은 즉시 반박할 수 있다. 세계정세를 보나 한국 상황을 보나, 극단적인 종교가 아직도 힘을 잃지 않고 있다는 건 분명히 알 수 있으니까).

 

어쨌거나 네 관점 모두 세상을 보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충분히 전해주고 있으니 번갈아 가면서 읽고 음미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지만 역시나 과학을 근거로 세상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 제일 좋다.

 

그 가운데에서도 카를로 로벨리가 해주는 이야기는 어쨌든 챙겨 읽을 가치가 충분히 있는 소중한 이야기들. 철저하게 물리학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호라티우스 덕분에 시집 같기도 하고 라이프니츠 덕분에 철학서 같기도 한, 철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좋아할 만 한 책!!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시간을 가지고 저자는 과학을, 철학을, 삶을 이야기한다. 시간을 이야기하던 많은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의 독특한 시간관념과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독자가 고민해야 할 시간에 관한 이야기가 한가득 들어 있다. 이미 과학적으로 거의 입증이 된 시간에 관한 이야기도 마음에 들고 아마도 가장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저자가 생각한다고 소개하는 시간의 개념도 마음에 든다. 그러니까 나는 카를로 로벨리의 팬이다! 독자들이여. 아무튼 로벨리의 책을 읽고 또 읽어라!! 시간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왠지, 불교도 생각하게 된다. 아무튼 카를로 로벨리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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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2 - 명화에 담긴 과학과 예술의 화학작용 미술관에 간 지식인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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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그림 앞에서 하루 종일 서서 감상하고 앉아서 감상하고 누워서 감상을 해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한참 바라보다 지쳐서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가 문득 다시 쳐다보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고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되는 걸까?


지금까지 미술관은 아이들과 함께 너무나도 허겁지겁 다녀온 기억이 전부라, 적어도 한두 번은 혼자서 미술관을 찾아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오리라 오래전부터 마음은 먹고 있지만 아직은 사정이 여의치 않아 지금도 홀로 미술관에서 감상하기는 하고 싶은 일 목록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술관에 다녀온 사람들 이야기에는 언제나 관심이 가는데, 그냥 다녀온 것도 아니고 과학을 접목해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라면, 당연히 평소보다 배로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미술에, 음악에는 물론 과학과 수학이 들어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어떻게 들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스스로 답을 내기가 참으로 옹색한 부분이 있는데, 어바웃어북의 <미술관에 간~> 시리즈는 어떻게 라는 물음에 상당히 멋지게 답을 준다.


처음 <미술관에 간~> 시리즈는 <미술관에 간 수학자>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책도 이 책(<미술관에 간 화학자>)도 미술도 조금 알고 싶고 과학과 수학은 제대로 모르는 나 같은 독자의 지적 목마름을 충분히 적셔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이 실린 책은 사실 재빨리 읽어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화가가 그려낸 모든 걸 보고 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으니까. 더구나 시간을 오래 들여 그림을 본다고 해도 모든 세부사항을 다 알고 이해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오히려 더 독서 할 맛이 난다고 해야 하나. 보고 또 봐도 계속 새로워지는 독서를 미술을 설명하는 책에서는 할 수 있다. 그런데 <미술관에 간 화학자>는 그림에 과학도 얹었다


조금은 더 생각해야 하는 과학 때문에 독서 시간이 좀 더 늦춰지고, 그래서 더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는 화학과 미술을 한데 엮은 책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전창림 선생님이 그림을 원 없이 감상하고 즐기고 싶어서 쓴 책이구나 하는 느낌이 물씬 드는 책이다. 긴 말 할 것 없이 그냥 마구 재미있는 책. 지금과 전혀 다르지 않은 옛사람들의 얼굴과 표정과 옷을 보며 즐거워지고, 역사도 너무나도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 읽고 또 읽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구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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