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배두나 주연의 '린다린다린다'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여고생들이 밴드를 만들어
더 블루하츠의 노래들을 부르는 모습이 그려진 영화였는데, 이 영화 덕분에 더 블루하츠의 노래들을 알게 되어 한동안 꽤 듣고 다녔다. '끝나지
않은 노래'라는 제목의 음악소설이 출간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영화 '린다린다린다'가 떠올랐다. 더군다나 주인공이 음악을 통해 꿈을 펼쳐나가는
소녀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더욱 그랬다.
소설 '끝나지 않은 노래'는 '기쁨의 노래'의 후속작이라고 한다. 나는 '기쁨의 노래'를
읽지 않았다. 두 권을 함께 읽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전작을 읽지 않아도 '끝나지 않은 노래'는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이 책은 총 여섯 장으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각 장에는 제각기 다른 고민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소녀들의 이야기가 음악과 함께 그려진다.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엄마를 둔 소녀 레이는 노래로 사람들을 감동시킬만큼 재능이 있지만
정작 자신은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치나츠는 레이의 재능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주고 부러워한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꿈에서 멀어졌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소녀 사키, 첫사랑에게 실연당한 슬픔을 안고 동창회에 참석하게 되는 소녀 요시코,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의 삶을 시작하는 아야. 이 다섯 소녀들은 아마도 전작에서 함께 합창을 했던 같은 반 동급생인 것 같다. 소녀들 각각의
청춘 이야기는 관련된 노래들과 함께 서로 연관이 없는 듯 각 장에서 이야기되다가 레이와 치나츠가 함께 만들어가는 뮤지컬 무대를 통해 한 곳으로
모인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래를 계속 해나가는 그녀들의 모습이 '끝나지 않은 노래'라는 제목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손가락없는 환상곡', '꿀벌과 천둥' 등 음악과 관련된 소설을 읽을 때 나는 책 속에
나오는 노래들을 찾아서 들으며 책을 읽는다. 이 책에 나오는 노래들도 전부 찾아서 들어보려고 했지만 쉽게 찾아지지 않는 곡들이 더러 있었다.
그래도 찾아서 들을 수 있던 노래들은 전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다소 난감했던 건, 더 블루하츠의 걸걸한 목소리에 익숙한 나는 성악을 전공하는
소녀 레이가 그들의 노래를 어떻게 소화해낼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음악 소설인만큼, 영상화되어 말고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는 '사람에게
상냥하게'나 '끝나지 않은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문득 들었다. 더 블루하츠를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