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 - 뜻을 세우고 그림을 그리다
조선사역사연구소 지음 / 아토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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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신사임당에 관한 책이 많이 출판되는 것 같다. 소설도 있고 위인전도 있겠고... 이 책은 오랜만에 너무 알찬 책을 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신사임당에 대한 위인전인 줄 알았는데, 신사임당을 비롯해서 전반적인 그 시대의 분위기, 흐름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더불어 오늘날 며느리들이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했는지 뜻밖에 사실을 알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신사임당의 업적이나 그녀를 높이 평가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시대의 상황, 역사적 중요 이슈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가니 더욱더 좋았다.

그 이유는 이 책을 통해 왜 남아선호사상이나, 가부장적인 가정들이 속출되는지, 고부간의 갈등과 시집살이들이 왜 생겼는지, 그리고 왜 이토록 신사임당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지에 대해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흔히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가정에게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란 말을 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엄밀히 따지면 조선시대 중후기 때 급격히 심해진 것이었다. 조선시대 초기 때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고려 시대에는 남녀의 차등이 없었고, 여자의 이혼이나 재혼이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아들, 딸 차별 없이 부모의 재산을 균등 상속이 이루어졌다. 부모에게는 재산 균등 상속의 의무가 있었다. 아들선호사상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남자가 여자 집으로 '장가'를 간 다음 처가살이를 하다가 자식을 낳고 훗날 자식들이 성장한 후에 부인과 자식을 데리고 시집으로 돌아오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를 '남귀여가혼' 즉 처가살이이다. 남귀여가혼은 고대 삼국시대부터 조선 중기까지 전해져온 일반적인 혼례문화였다고 한다. 고려 시대에는 혼인 후에도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고 여자의 성을 갖고 있을 수 있었다. 족보에 여성을 기록했으며 불교를 숭상으로 남녀 차별이 적었다.

조선 초기에 아직 유교의 의식화가 강화되지 않아 고려 시대의 풍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유교를 국시로 삼은 조선에서 태종은 유교의 법도를 강화하기 위해 여성의 재가에 관해 엄격하게 법으로 다스리기 시작했다. 조선 중기 성종 때 <경국대전>을 완성하면서 성종이 여성에게 불리한 법률을 세운다. 과부의 재혼 금지령이 내려지고 열녀가 강제로 탄생된다. 부인을 잃은 남자들은 3년 뒤에 재혼이 가능했으나, 여성의 재가는 금지하고 만약 이를 어기고 재가한 여성이 있다면 그녀의 자녀는 벼슬에 나갈 수도 없고 그로 인해 가문이 몰락한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는 당시 여성들이 당해야만 했던 차별이다.

성종 때 발표한 일명 재혼금지법은 오늘날 여성의 재혼을 터부시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pg50

 

<경국대전>은 유교의 이상을 현실에 실현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고 조선왕조 통치의 기틀이 된 기본 법정이다. <경국대전>이 완성되면서 유교적 사상이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되었다.

열녀 표창을 요청하는 문서

남편이 사망하면 부인이 재가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적어도 남편을 따라 죽어야 열녀라 할 만하다는 당시 시대의 사고방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pg 48

 

남편은 재가해도 괜찮으면서 여자는 안된다는 것을 법으로 세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조선 후기로 넘어가면서 여자들에 대한 핍박이 더욱더 심해져서 너무나도 고단한 며느리 생활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

여성으로 태어난 게 죄가 되는, 정말인지 말도 안 되는 시대가 있었다. 여성은 자신의 의지대로 배울 수도, 살아갈 수도 없었다. 그런 차별은 성리학적 유교 질서를 확립하면서 생긴 결과로 일종의 부작용이었다, pg20

 

재밌는 건 시대가 이렇게 많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작용이 아직도 남아있어 '딸 가진 죄', '며느리가 봉' 인 개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명절 때면 꼭 부부싸움으로 인한 기사가 올라온다. 어머니 세대들은 자신의 시집살이 얘기를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란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이 조선시대 중기 때부터 성리학적 유교 질서가 잘못 확립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졌다니... 놀랍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사임당이 살았을 당시 그나마 좋은 부모님 아래에서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고 자랐다. 더불어 그런 신사임당을 지지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홀어머니를 둔 가난한 이원수와 혼인을 한다. 그리고 그는 처가살이를 한다.

그런데 이원수는 신사임당보다 재능이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서였을까. 신사임당이 눈 시퍼렇게 떠 있는데 이원수는 첩을 데리고 집에 왔다고 한다. 더불어 신사임당이 죽기 전에 유언으로 장가가지 않기를 청했으나 결국 이원수는 그 첩과 재혼을 한다.
이원수와 신사임당이 이에 관해 논쟁을 한 대목을 있는데 읽으면서 너무 웃었다. 둘이 고상하게 부부싸움을 하는 것이니 말이다. 이원수가 제아무리 자신의 주장이 옳다 한들, 신사임당이 논리적으로 주장을 다 깨부순다. 여러 방면에 뛰어난 신사임당을 감당하기에 이원수의 그릇이 작은 것 같아 답답한 남편을 보필하느라 꽤 피곤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사임당은 여자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실력을 세상에 감출 수 없었던 모양이다. 빌려온 옷에 국을 흘려 멋진 그림을 그려 위기를 수습한 이야기, 영의정을 지냈던 정호는 사임당에게 여자 중 군자라 일컬어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칭찬, 자신만의 필체를 구축했다는 점을 통해 그녀는 당연 예술가임이 틀림없다.

 

 

 

 

책 안에 신사임당의 그림들과 서체들에 대해, 그리고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있다.

남성중심주의의 조선사회에서 예술적, 학문적 재능만으로 뛰어란 인재로 평가받았던 사임당은 자녀들도 훌륭하게 키워낸 당연 존경하고 본받아야 하는 위인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이런 훌륭한 조상이 있음에 뿌듯한 마음마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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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스캔들 - 조선을 뒤흔든 왕실의 23가지 비극
신명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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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왕실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다. 궐 안의 얘기가 쉬쉬 되어 와서 그런 것인지, 그래서 더 알고 싶고 궁금해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실록으로 전해오는 역사의 큰 틀 외의 이야기는 이상하리만큼 끌린다.

저자 신명호 작가는 조선시대 왕실의 23가지의 비극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스토리를 크게 5장으로 나누었는데, 잘못된 결정을 한 군주들, 부자 간의 관계에서 비롯된 비극, 권력으로 인해 초래된 비극, 궁중 여인들의 어처구니없는 일생, 그리고 외세 앞에 무기력한 지도자들로 묶어서 비슷하면서도 다소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에 뒷얘기를 더 듣는 기분이 드는 사건들도 있고, 아예 저자가 새로운 관점에서 어떤 사건을 바라보고 서술한 것도 있다. 이 점이 난 참 재미있었다. 관점의 차이라고 했던가, 저자와 나의 의견이 합이 될 때도 있고 반대 의견을 생각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내가 알고 있던 사건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어 한층 재미가 더했다.

이를테면 태조 이성계가 사리 수집을 엄청 했다는 것은 들은 바가 있다. 그런데 그의 아들과 손자가 허무하게 다 날려버린 얘기는 몰랐던 점이다. 세종이 아들들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중 막내아들인 영응대군을 이토록 편애했다는 것, 그로 인해 치러진 영응대군의 혼사 이야기 등도 매우 흥미로웠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의 내막을 좀 더 알게 되니 다른 시점으로 사건이 보이는 것이 이 책의 주는 즐거움이랄까.

 

앞서 언급했듯 듯, 간혹 저자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했다. 예를 들어 세종이 막내아들 영응대군을 너무 예뻐 했기 때문에 영응대군과 관련된 모든 이들(춘성부부인 정씨, 신빈 김씨, 경혜공주, 영양위 정종 그리고 대방부부인 송씨, 정순왕후 송씨)가 다 불행해졌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세조가 권력 욕심이 있어서 딴마음을 품고 어린 조카를 죽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종의 아들 며느리 딸이 불행해진 것이다. 만약 세종대왕이 승하하시기 전에 문종이나 단종을 위해 세조를 미리 제거했더라면 (물론 형제지간에 그러면 안 되는 것이지만) 세종의 자녀들이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며 불행이 시작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세종이 편애하는 영응대군에게 혼인과 이혼, 그리고 재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건 좀 비상식적이긴 하다는 것에는 저자와 동의하지만, 편애 때문에 단종이, 혹은 막내아들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 불행해진 것 같지는 않다.

23가지 비극적인 스토리 중 역시 광해군은 빠지지 않는다. 광해군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너무 안타깝다. 그의 삶이 너무 원통하고 비참했을 것 같다. 특히 그의 아들과 며느리의 죽음을 접했을 땐 망연자실했을 것이다.


저자는 모든 사건을 "대학연의" 가르침과 연결해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인간의 삶 또는 생명에 관련된 "대학연의"의 가르침은 "숭경외"에 함축되어 있다. 하늘을 공경하고 두려워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숭경외"이다. 나의 목숨을 비롯하여 사람의 생명 나아가 우주 만물의 생명은 궁극적으로 하늘의 명을 받았다. 그런 생명이기에 자기의 것이나 남의 것이나 공경과 두려움이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남의 생명을 마음대로 해서도 안 되지만 자기의 생명도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 진정 하늘을 공경하고 두려워한다면 자기의 생명과 남의 생명을 다 공경하고 두려워해야 한다. 그럼에도 고금에 걸쳐 자기 생명은 물론 남의 생명까지도 함부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 크게 슬퍼할 일이다. pg300

『조선왕조 스캔들』을 통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배우며 특이하거나 비극적인 사건들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더 좋은 것은 『대학』의 해설서 『대학연의』에서 뽑아낸 교훈들을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 소개되어 우리의 역사를 하나의 사건으로만 기억하기보단 역사를 알아가고 깨달음 얻을 수 있는 것 같아 좋았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과 대학연의의 가르침을 접목시켜 독자로 하여금 배울 수 있는 즐거움과 깨달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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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절대지식 - 천만년을 버텨갈 우리 속담의 품격
김승용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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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절대지식』은 여러 유사한 속담들 가운데 대표 속담을 가나다순으로 배열하고 이와 비슷한 속담들을 같이 묶어서 만든 책이다. 중간중간에 사진과 그림이 있어 이해하기가 훨씬 좋았다. 가나다순이라 찾아보기도 매우 쉬웠으며 여느 책들처럼 읽어가는데도 너무 재미가 있다. 사전이라는 느낌 보다는 완독을 하고 나면 정말 박식해질 것 같았다.
실제 책은 깨끗하고 고급진 화이트 커버인데 사진을 찍으니 동일한 느낌이 안난다. 실제 책을 보면 정말 소장하고픈 마음이 들게 만든다.

속담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대표속담 찾아가기>가 있고, <한자성어 찾아가기>가 있어 한자성어에 맞는 우리 속담을 알 수 있으며, 성어의 뜻과 유래까지도 알 수 있도록 구성됐다.

 

 

바가지를 긁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아내가 남편에게 생활고에 대한 불평이나 기타 잔소리를 하는 것을 말하는데, 실제 왜 '바가지'를 인용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한다. 병균에 대한 이해가 없던 옛날에는 전염병은 귀신이 찾아와서 생기는 병이라고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바가지 안팎을 마구 긁어대 귀에 거슬리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 귀신이 견디다 못해 도망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피곤하고 성가신 요구나 말을 하며 못살게 구는 것을 바가지 긁는다는 표현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깊은 속뜻을 알고 말하면 속담이 잘 기억이 날 뿐 아니라 왜 이런 말이 생겼는지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진다. 더불어 '뒤주'란 단어를 언급한다. 그래서 뒤주라는 단어를 찾아가면, '뒤주 밑이 긁히면 밥맛이 더 난다' 라는 말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말의 뜻은 있던 것도 없어지거나 부족해지면 더 간절해진다는 말이라고 한다. 이런 말이 왜 나왔는지를 살펴보면, 뒤주는 옛날 쌀통을 말하는데, 곡식이 거의 다 떨어져서 바가지에 뒤주 밑바닥이 긁히게 되면 앞으로 먹을 게 없다는 생각에 밥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는 말이다. 바가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속담이 벌써 2개나 생겼다.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한자성어로 조삼모사, 장두노미, 엄이도종, 지록위마, 양두구육, 낭중지추와 유사하게 사용된다.
또한 요즘엔 '약을 판다', 또는 '누워서 들어가 걸어서 나온다' 라고 사용되기도 한다.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며 속담을 배워나가니 몰랐던 우리말도 배우고 재밌는 옛이야기도 듣는 기분이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 말뿐 아니라 속담에 담겨있는 우리나라 풍습, 옛이야기를 알 주 있어 즐거움이 더하다. 이미 알고 있는 속담도 왜 이런 말이 생겼는지에 대해 배우는 것도 즐겁고, 사실 모르는 속담도 수도 없이 많다. 자주 쓰는 말인데 제대로 알고 사용하지 않던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요즘은 스마트폰 시대라 모르는 말이나 속담을 쉽고 빠르게 검색을 통해 알 수 있지만, 진정으로 우리말에 대해 깊이 있게 알고 싶다면 『우리말 절대지식』 을 통해 배우는 건 어떨까 싶다.
신문을 모바일에서도 볼 수 있지만, 진정 신문을 통해 지식이나 시야를 넓히려면 종이 신문을 보라고 한다. 같은 맥락이다. 꼬리에 꼬리는 무는 학식을 쌓으려면 이런 우리말 속담 사전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속담을 통해 역사도 알고 한자, 사자성어, 같은 말, 반대말 등도 함께 알아갈 수 있어 우리 아이들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영어공부를 한답시고 사전 하나는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요, 단어를 외우고 쓰고 익히고, 철자 틀리는 것에 대해 많이 창피해하면서, 정작 우리말에 대해선 얼마나 잘 알고 쓰며, 모를 때 얼마나 열심히 찾고 외우고 익히는지 생각해보면 반성해야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말이 으뜸이고 가장 잘해야 한다. 모국어를 잘해야 사실 다른 나라 언어도 잘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여러 논문들을 통해 입증이 됐다. 우리나라 말을 제대로 배우는 방법은 다독을 하며 모르는 단어를 많이 찾아보고 사용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우리말 절대지식>을 통해 한글, 한자, 어원, 사자성어, 유래어, 역사, 현대에서 사용하는 의미 등 많은 정보가 한 권에 다 수록이 되어 있다.

저자 김승용작가는 이 책은 사전식으로 구성했지만 사전이 아니라 책으로써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책을 정말 여러 번 정독을 하면 우리나라 말과 속담에 대한 아는 수준이 매우 높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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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덕혜옹주 (개정판)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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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로 제작된 덕혜옹주를 보기 전에 책으로 먼저 읽고 싶었다.
책 겉표지는 매혹적인 여자의 모습이라 눈길을 더 갔다.

한국사 중 슬픈 우리의 역사 이야기이니 만큼 처음부터 슬프고 애석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여기 초반부터 마음을 울리는 인물들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윤봉길, 고종, 명성황후, 그리고 독립운동가들...
그 시대엔 정말 그랬을 것 같다. 나라가 망했으니 앞으로 어찌 살아갈꼬..란 생각을 매일 하면서 살았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고 책을 다 읽은 순간까지 그 시대에 살아간 옹주의 삶, 그 시절 우리나라 사람들의 원통함에 가슴이 먹먹했다.

옹주는 이름이 없어 아기로 불리며 자랐다. 고종과 양귀인의 늦둥이 딸. 고종이 옹주를 매우 어여삐 여겨 유치원까지 세웠을 정도라고. 하지만 고종의 보살핌은 어린 시절 잠시뿐, 정확한 물증은 없지만 심증으로 고종이 독살되었다. 감주를 먹을 것이 탈이 났는데 고종께서 승하하시기 전날에도 옹주와 함께 있었으니, 옹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독살을 생각할 수밖에.
옹주가 이름을 '덕혜'로 얻으며 황적에 오른 1921년 5월, 그 후 이름을 얻은 대가로 일본에 가야 했다.

이름을 얻으면서 정식으로 황족이 됐는데 이름이 없던 때가 더 나았던 모양이다. 이름을 얻은 것이 오히려 화가 되었구나... (중략) 어찌하여 나까지 일본에 가야 하는 것이냐? 그것이 이름을 얻은 대가란 말이냐?

한창수라는 자가 덕혜옹주가 일본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으로 소설에 나온다. 실존 인물인지 확인을 해보고 싶어 보니 실.존.인.물. 뜨악.

한창수는 외교 관계 쪽 관직을 맡으며 일본에 드나들면서 친일 세력과 가까워진 뒤, 1910년 한일 병합 조약 체결 후 일본 정부로부터 남작 직위를 받고 조선총독부 중추원의 고문에 임명되었다. 일제의 신임을 받아 고종과 순종 등 왕실을 전담하는 이왕직 장관(권력의 중추)도 역임했다고 한다.

사실 덕혜옹주는 유학생이 아니라 볼모였다. 조선 황실을 일본화시켜 독립에 대한 염언을 뿌리째 뽑아버리겠다는 속셈이다. 더 슬픈 건 정말로 뿌리째 뽑혀진 것만 같다. 이 대목을 읽으며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 14살 밖에 안된 어린 덕혜옹주가 그때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었겠는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마지막 황녀로서 마땅한지에 대해선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야기는 복순이라는 아이와 함께 진행이 된다. 덕혜옹주가 길거리에서 일본 순경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도중 옹주가 복순이를 궁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덕혜가 일본으로 갈 때 데리고 간다.

덕혜옹주의 오빠인 영친왕, 그의 와이프 마사코, 의친왕 이강, 구국청년단 멤버이자 덕혜옹주의 남편이 되기로 약속되었던 그림자 사나이 박무영(개명 전 이름은 김장한), 갑수와 기수, 그리고 덕혜옹주의 시중드는 나인 복순이, 덕혜옹주의 남편 소 다케유키, 그리고 딸 정혜(마사에)의 이야기, 그리고 덕혜옹주...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들의 입장이 되어가며 읽는데 마음이 많이 혼란스러웠다.

모든 것에는 적절한 때가 있는 법이다. 이 말을 잊지 마라. 마음속에 품은 이가 진정 네 벗이니라. 함께 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호랑이 굴 속에 있다 하여도 결코 네 중심을 일어서는 안 된다. pg149

그들은 모르는 사람처럼 각자의 슬픔에 빠져 지냈다.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그 슬픔은 치유할 수 없었다. 제 상처는 자신이 핥아야 했다. 덕혜는 그것을 스스로 체득해가고 있었다. pg161

 

양친을 잃은 대마도 번주의 양자 소 다케유키와 결혼을 성사시키려는 한창수의 대목을 읽을 땐 너무 불끈하였다. 하지만 다케유키가 밑바닥부터 나쁜 사람으로 묘사되지 않았기에 더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어쨌든 그는 옹주를 최대한 배려하고 존중하려 노력한 것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딸 정혜를 낳았을 때에도 말이다.

조국의 외면, 일본의 어수선한 시기, 위안부, 이혼, 15년간 정신 병동 감금, 정혜의 자살... 나라가 망하면서 처하게 된 옹주의 인생에 안타까움만 남는다.

"... 깊은 곳에 갇힌 몸이 되어 말할 자유가 없이 금일에까지 이르렀으니 지금 한 병이 위중하니 한마디 말을 하지 않고 짐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리. 지금 나, 경에게 위탁하노니 경은 이 조칙을 중외에 선포하여 병합이 내가 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게 하면 이전의 소위 병합 인준과 양국의 조칙은 스스로 파기에 돌아가고 말 것이라. 여러분들이여, 노력하여 광복하라. 짐의 혼백이 명명한 가운데 여러분을 도우리라."
1926년 7월28일자 신한민보에 실린 순종황제의 말 pg189

 

              

책을 읽고 난 후 덕혜옹주 영화를 보려 했는데, 영화를 보면 엄청 울 것 같는 예감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도 가슴이 이렇게 허전하고 아프니 말이다. 나라가 망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란 생각과 함께 애국심이 급 부상하게 만든 책이었다.

아무리 사실을 바탕으로 썼더라도 소설은 소설이니 너무 감정이입이 되어 사실이네 허구가 너무 많네 미화가 되었네 아니네 등등에 초점을 두고 생각하기보단, 그저 온실 안의 화초로 컸을 옹주가 나라가 망하면서 일본에 가서 살아간 삶에 대해 생각해보련다. 옹주가 진취적이고 결단력 있고 나라를 위해 뭔가를 해냈으면 참 좋았을뻔하기는 했지만 그 시대를 살아본 당사자가 아니니 뭐라 왈가왈부하는 건 모하고, 그녀의 행동, 그 시대의 상황이 좀 아쉬운 건 사실이다. 그저 안타깝고 원통한 우리의 슬픈 역사다.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암흑시대를 다시 한번 기억하며 우리나라를 잘 지키내야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본인들에게 괜히 '독도는 우리땅'이라 외치고 싶다.

 

나라를 팔아먹은 자들: 이윤용, 민병석, 이재극, 민병기, 한창수
그냥 어딘가에 기록하고 싶었다. 나쁜 사람들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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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 요리사.요리 학교 학생.직업 전문가가 들려주는 요리사의 모든 것 꿈결 잡 시리즈
주우미.고정민 지음 / 꿈결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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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 잡 시리즈'는 현재 간호사, 치과의사, 외교관 &국제기구 종사자, 의사, 그리고 이번에 내가 읽은 요리사가 있다.
자유 학기제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추천 도서로서 우리 아이들이 미리 직업 현장을 탐사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내가 어렸을 땐 세상에 어떤 직업이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그 직업을 가질  있는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어렴풋이 손안에 몇 개 정도 아는 직업이 다였다. 그래서 이담에 커서 무엇이 될래?라고 물어 볼 때면 나는 내가 아는 그 pool 안의 직업들 중 아무거나 골랐다. 막연히 좋을 것 같아서, 재밌을 것 같아서 적성에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그야말로 정말 막연히 말이다. 대학교 전공을 선택할 때에도 그랬다. 막연히 이 전공이 좋을 것 같다 생각했지만, 예상했던 것과 너무 달라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이런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아이들에게 Job에 대해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서적을 추천하면 어떨까 싶다. 공부를 하는 데에도 목표를 세우기에도 좋고, 다양한 직업을 중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현실의 갭을 좁혀나가는 것도 바람직할 것 같다.
이 책은 다양한 꿈을 꾸는 아이들에게 실제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현장에서 어떤 일을 경험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학부모 입장인 필자도 다른 직업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특히 요리사는 정말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요리를 잘한다고 다 요리사가 되는 건 아니니 말이다.

책 안에는 현직 요리사가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꿈도 한번 비교 분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업에 관한 이야기도 있지만 기본적인 인성적인 측면, 소양에 대해 언급되는 것도 좋았다. 이 책을 읽으니 요리사에 대한 꿈이 막연하지 않고 매우 현실적이어서 꿈나무 청소년들에게 매우 유익한 책인 것 같다.

요리사는 여러 가지 주방 기구와 기계를 이용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재료를 다듬기 위해서는 칼을 사용하며, 오븐이나 가스레인지 등 열을 다루는 기구도 사용한다. 정교한 동작을 반복하고 재료와 조리 기구를 다루고 운반하는 등 몸을 쓰는 일이 많다. 따라서 사물, 도구, 기계를 다루는 신체적 활동에 흥미가 높은 현실형의 직업 흥미를 가진 사람에게 적합하다. pg169

 

더불어 요리사에게 필요한 업무 수행능력이나 성격, 근무환경, 임금 및 직업 전망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유익하다.

음식과 관련하여 요리사라는 직업도 있지만 푸드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 있다. 요리사는 먹기 위한 음식을 만드는 것이라면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보기 위한 음식을 만든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음식이나 음식 재료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내어 표현하는 사람'이다.
실제 책 내용을 보면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거의 음식을 창작해 가야 하는, 혹은 아티스트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구상하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매우 많아 보여 쉽지만은 않은 직업 같았다. 좋아하고 관심이 없다면 정말 하기 힘들 것 같다.


 

자격증이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이 책에는 요리사와 관련된 읽을거리나 볼거리를 소개하는데 너무나도 유명한 『식객』을 포함하여 『맛의 천재』,  『칼과 황홀』, 『아메리칸 셰프』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아메리칸 셰프를 봤는데 요리사란 직업을 현실적으로 잘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했다.

꿀결잡시리즈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꿈이 그저 막연함으로 키우기보단 좀 더 현실적이고 이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직업에 대한 시리즈가 나왔으면 좋겠다. 난 개인적으로 금융쪽 에널리스트, M&A 관련 종사하는 직업군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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