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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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우선 첫 번 째의 느낌이다.

마치 큰 숙제를 마친듯한 이 기분은 뭘까?

장장 863 페이지에 달하는 미미 여사의 신작을 접한 기분은 여전히 사회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사의 관심을 제대로 또 다시 느낄 수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원제목은  '베드로의 장렬 이라고 하는데 렘브란트의 그림 중에 '예수를 부인하는 베드로' 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작품에서 떠올린 작품이라고 한다.

 

대기업의 혼외 자식으로 태어난 부인을 둔, 출판사 편집자였다가  장인의 권유로 홍보실에 입사하면 근무를 하는 그룹의 사내 잡지를 만드는 일을 하는 스기무라 사부로는  퇴직한 임원의 회고록을 만들고자 그 집에 다녀오던 중 편집장과 함께 사람들이 드물게 타는 버스를 이용해 회사로 올라오곤 한다.

 그날도 어김없이 버스를 탔고 근처 사고 난 버스 때문에 승객들 몇 명이 이 버스로 바꿔 타게 되면서 인원은 예전보다 많아진 상태-

 

이 때 70세가량의 작고 왜소한 한 노인이 권총을 들고 버스기사를 협박, 버스를 원하는 장소에 옮기게 하고 그 자신은 인질 몇 명과 함께 자신이 원하는 사람 3 명을 불러주면 인질들을 석방할 것을 제시한다.

 

버스 안에서의 긴박감 속에 그 노인은 승객들에게 피해의 보상 차원으로 위자료 성격의 돈을 줄 것임을 확인해가면서 그 분위기 자체를 통솔해 가는 미묘한 기류를 느끼게 되는 가운데 경찰 투입으로 노인을 그 자리에서 자살로 마감하고 붙잡혀 있던 스기무라를 비롯한 나머지 전원이 그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그런데 그 일이 벌어진 직후 거짓말처럼 돈이 모두의 수중에 택배로 배송이 된다.

처음 제시한 금액과는 다르지만 약속만은 지켰고, 받은 사람들은 과연 이 돈을 받아야하는지에 대한 정당성과 돈의 출처에 대한 공방으로 서로의 이익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지는데....

 

미미 여사의 행복 시리즈 중에서 나온 작품이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 이 책은 보통 생각하는 긴박한 추리를 겸비한 아슬한 느낌은 없다.

다만 주변에서 누구나 부딪칠 수 있고 만나서 잠깐이라도 인사를 나눌 정도의 이웃인 우리네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다단계란 주제를 가지고 심층 있게 접근한다.

 

트레이너라고 불렸던 자들, 일명 위 선을 교육하고 세뇌 시킴으로서 개인 자신 스스로의 자신감을 넘다 못해 다단계의 굄에 빠져 또다시 그 자신들이 피해자였다가 가해자가 되는 현실의 기막힌 설정들이 뉴스에서 접해 본 그런 연상들이 떠오른다.

 

렘브란트의 그림인 '예수를 부인하는 베드로'란 그림은 성경에서 나오듯이 예수를 부인했던 베드로가 나중에 후회를 하고 스스로 십자가에 매달려 순교를 한 사건을 연상시키는 그림이듯이 이 책에서 나오는 그 노인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고통을 당했는지, 위 선만 법에 의한 처벌로 그치는 현 법에 대한 집행을 그 자신 스스로가 고해성사하듯이 자살로 마감할 것을 다짐하며 벌인 버스 인질 사건은 미미 여사 특유의 범인이라도 그 연막에서 보이는 그 사람 인생에 대한 연민이라고 할 수 있는,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수긍의 글을 보여준다는 데서 사회파 소설가 다운 책임감을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싶다.

 

소심하고 자신의 주장은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사는 남자, 스리무라의 캐릭터 또한 이해는 할 수 없지만 일본만의 분위기라는 것이 있으니 감안하고서라도 읽어나가는 데에도 무척 쓸쓸해 보였단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마치 새장에 갇힌 새나, 옛 부마란 지위를 떠올리게 했다.)

 

부모와 형제 간까지 의절하면서 결혼을 감행하던 부인과의 사이도 그렇게 결말이 난 것에 대한 책임은 그 누구에게 져야 할지, 책 끝말미는 화끈하게 해결을 보이는 것이 아닌 긴 여운을 남기고 간 주인공의 발자국이 왜 이리 외롭게 보인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일본뿐만이 아니가 한국 어디에서도 이런 경우의 피해를 입은 기사를 접했단 것이 배경은 달라도 사람 사는 인간관계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기막힌 사연과 그 사연을 듣다 보면 저절로 동감하게 만드는 미미 여사의 작품이 다시 한 번 대단한 눈썰미가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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