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식인은 천성이 아니지만, 문화적으로 이에 쉽게 길들여질 수 있다”고 <식인과 제왕>의 저자 마빈 해리스는 주장한다. “식인풍습은 단지 종교의식 일환으로 사람을 겉치레로 먹는 시늉이 아니었다.” 식인풍습은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광범위하게 생각보다 많이 행해진 문화였다고 해리스는 밝히고 있다. 자신 주변 생태환경이 파괴, 고갈되었지만 새로운 생산양식이 창조되지 않는다면, 인류는 식인도 서슴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특히 아즈텍 사람들은 수십만 명을 식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즈텍 문화는 전쟁-인신공양-식인풍습의 복합적 문화풍습을 만들었다. 식인 대상은 주로 전쟁 포로였다. “아즈텍 군대는 신에게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식인의식에서 사용할 포로를 되도록 많이 잡기 위해서 어떻게나 열성적이었는지, 적이 항복하기 전 너무 많이 죽지 않도록 총공세를 종종 삼갈 정도였다.” 아즈텍의 피라미드에는 가파른 경사로가 있는데, 신에게 제물로 바쳐진 희생자 몸뚱이가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아래로 쉽게 굴러 떨어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성직자가 그 희생자를 거두어다 사람들에게 인육으로 배분했다.

 

 

<문명 이야기 1-1>의 저자 월 듀런트도 비슷한 옛 상황을 좀 더 다양하고 자세하게 묘사한다. “식인 풍습은 한때 거의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원시부족 중 식인풍속이 없는 곳은 거의 없으며, 아일랜드인, 이베리아인, 픽트인, 11세기 데인족 같은 후대 종족들도 식인 풍습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 고기를 주요 교역 상품으로 취급하고, 장례식 같은 건 모르던 부족도 상당수 달했다. 콩고의 우알라바 강에서는 남자와 여자, 어린 아이를 말 그대로 식품 일종으로 산 채 사고팔았다. 뉴브리튼 섬에는 현재 우리가 정육점에서 고기를 팔 듯 인육을 파는 가게가 있기도 했다. 솔로몬 제도 일부 지역에서는 잔치에 쓰기 위해 인간 제물을(여자를 더 선호했다) 돼지처럼 살찌우기도 했다. 한편 푸에고인들은 ‘개고기에는 수달 맛이 난다’며 여자 인육을 개고기보다 높이 평가했다. 타이티 섬의 한 늙은 폴리네시아인 추장은 자신이 먹는 음식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백인 고기는 제대로 구우면 잘 익은 바나나 맛이 난다.’ 하지만 피지인들은 백인 인육은 너무 짜고 질기며, 유럽 선원 인육은 먹을 수 없는 지경이라며 불평하곤 했다. 폴리네시아인 인육 맛이 더 났다는 것이다.”

 

 

 

 

 

 

 

 

 

 

 

 

 

 

 

 

듀런트도 해리스 주장처럼 사람들은 문화적으로 쉽게 식인을 용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식량이 부족해 식인풍습이 생겼다는 주장이 있지만, 확실치는 않다. 일단 생겨난 인육에 대한 입맛은 식량 부족 사태가 해결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고, 인육은 사람들이 열렬히 찾는 대상이 되었다. 원시 부족은 인육을 즐겨 먹는 것을 절대 수치로 느끼지 않았다. 아마 인육을 먹은 것이나 동물 고기를 먹는 것이나 도덕적으로 아무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 듯하다. 멜라네시아에서는 친구들에게 구운 인육을 대접하면 추장의 사회적 명성이 크게 높아지곤 했다. 브라질의 한 현인 추장은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나는 인육보다 맛있는 사냥감은 알지 못 한다. 당신네 백인들은 정말 음식을 너무도 가린다.’

 

 

식인풍습이 사회적으로 모종의 이점이 있었을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스위프트는 식인풍습을 선례 삼아 남아도는 아동의 활용법을 내놓은 바 있다. 노인에게는 식인풍습이 죽어서 쓸모있을 기회가 되었다. 장례식을 불필요한 사치로 보는 관점도 있다. 한편 몽테뉴 눈에는 죽은 사람을 구워먹는 것보다 신의 이름으로 인간을 고문하는 것이(그가 살던 시대에는 그런 일이 다반사였다) 더 야만적인 일로 비쳤다. 우리 인간은 서로가 가진 착각을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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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8-10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다이제스터님께서 말씀하셨던 마빈 해리스의 리뷰가 드디어 나오는군요^^:)

북다이제스터 2018-08-10 21:28   좋아요 1 | URL
제가 마빈 해리스 책을 3년 전 읽었는데, 겨울호랑이 님께 언제, 무슨 말씀을 드렸는지 당최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제가 치매기가 좀 있어서요... ㅠㅠ

겨울호랑이 2018-08-10 20:50   좋아요 2 | URL
에고.. 아니에요. 예전에 <총, 균, 쇠>를 읽었을 때 작가 재레드 다이아몬드보다 마빈 해리스가 더 통찰력 있다고 알려주셨던 기억이 나서요. 북다이제스터님께서 좋은 작가를 알려주셔서 반가운 마음이 드는 글이었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8-10 20:53   좋아요 1 | URL
아하, 그랬군요. ㅎㅎ 아무튼 기억해 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