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지은이: 줄리언 반스

옮긴이: 공진호

펴낸 곳: 다산책방

 

 

 

앗! 예술 서적! (그림에 대해 잘 모르지만 굉장히 좋아하는 나는 책을 받고는 가슴이 콩닥콩닥)

엇! 줄리언 반스? (이런, 낭패다. 이 작가 글은 어렵던데...)

읽다 보니... 어라? (이거 예술 서적 맞아?)

다 읽고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보니... (역시 이 책은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다.)

 

 

 줄리언 반스, 줄리언 반스, 줄리언 반스. 으... 그 옛날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무뢰한>이란 영화 한줄평에서 '전도연이다, 전도연이다, 전도연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마음과 이 마음은 정반대의 것이겠지만 나 역시 줄리언 반스의 이름을 세 번 정도 반복하며 마음을 다스려본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란 작품으로 2011년에 맨부커 상을 거머쥔 작가 줄리언 반스. 국내에서 다양한 작품이 출간되었는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문장으로 곤욕을 치른 독자가 여럿이다. 번역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분분하나, 일단 이 작가의 뇌 구조 자체가 상당히 고매하고 과하게 지적이기에 빚어진 결과가 아닐지... 거두절미하고 줄리언 반스의 책은 어렵다. 생각해 보니 이 작가는 소설만 쓰는 게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글을 쓰는 듯하다.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에서는 특유의 툴툴거림으로 요리 이야기를 펼쳐놓았는데 이번 책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이번엔 좀 이해할만할지 슬그머니 기대되기도...!

 

 

 

 

 

 

 

 

 제리코, 들라크루아, 쿠르베, 마네, 팡탱-라투르, 세잔, 드가, 르동, 보나르, 뷔아르, 발로통, 브라트, 마그리트, 올든버그, 프로이트, 호지킨. 줄리언 반스는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이 거장들의 작품을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사색한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느낌이랄까? 특히 처음 등장하는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에서는 세세한 근육의 움직임과 표정부터 당시 상황까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지켜본 사람처럼 생생하고 날카롭게 작품을 파헤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작품을 하나하나 아우르다가는 글이 삼천포로 빠질 것 알기에 오늘은 줄리언 반스가 전하는 '드가' 이야기에 집중해보기로 하자.

 

 

 

 

 

 

 

 

 

 

 

 

 

 드가는 '여자의 은밀한 모양을 품위 없게 그리는 일에 주력하는' 화가다? 그러므로 '틀림없이 여자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한 여성이 모델로 선 4시간 동안 내내 머리만 빗겨주었다는 드가. 대체 그에 대한 진실은 무엇일까? 드가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여자들은 나를 절대로 용서하지 못한다. 여자들은 나를 증오한다. 나에게 무장해제 당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내가 교태 없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렇다.' 드가가 그린 무용수들은 동화 속 요정이나 요염한 소녀가 아니라, 땀 흘리고 근육통에 시달리면서도 춤에 집중하는 현실적인 소녀의 모습이다. 드가의 작품을 이리저리 살펴보면 여성에 대한 성적 판타지란 없고 여성 그 자체를 탐구하고 표현하고자 했던 노력이 보인다. 어쩌며 누구보다 여성을 사랑한 화가가 아니었을지. 줄리언 반스 역시 드가에 관한 여성 혐오론에 반대 견해를 편다.

 

 

 

 줄리언 반스의 시선으로 바라본 명화는 새롭고 신선했다.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작품마저 날카로운 지성으로 파헤치자 마치 처음 보는 작품처럼 다양한 의미와 상징을 쏟아낸다. 줄리언 반스의 지적 소양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말에 귀 기울이며 벗 삼아 명화를 산책하기엔 더없이 좋았던 듯. 그의 작품은 고작 몇 편 읽어본 게 전부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줄리언 반스의 책 중에 가장 편안하고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에세이가 아니었나 싶다.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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