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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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와 당신들

글쓴이: 프레드릭 배크만

옮긴이: 이은선

펴낸 곳: 다산책방


당신은 한 마을이 무너지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우리 마을이 그랬다.

《p13, 우리와 당신들 中에서...》

 

 상당히 자극적인 첫 줄로 시작하는 소설 『우리와 당신들』을 만났다. 《오베라는 남자》 외 여러 소설로 워낙 유명한 프레드릭 배크만의 작품이기에 전작 《베어타운》을 읽지 못했음에도 상당히 기대됐던 소설. 두 권을 모두 읽은 독자들이 《베어타운》을 꼭 먼저 읽으라고 당부했지만, 안타깝게도 2권에 해당하는 『우리와 당신들』을 먼저 읽게 되었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관계, 감정선 등이 전작과 연결되어 《베어타운》을 읽었다면 더 재밌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다행히 이 책 자체만으로도 불편함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대체 이 마을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또 한 권의 벽돌책이 나온 건지 그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들어가 보자.

 

 미래라곤 없는 작은 마을, 베어타운. 하지만 이 마을 사람들에게도 한 줄기 희망은 있다. 그 희망은 바로 아이스하키! 빙상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하늘이 피겨 여왕 김연아를 내려주셨듯이 별 볼 일 없는 베어타운에 케빈을 선두로 한 최강의 아이스하키팀이 있다. 모두의 간절한 염원 덕분이었을까? 베어타운 하키팀은 우승을 거머쥘 결승전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아니 모두 믿기 싫고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에이스인 케빈이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하고 베어타운 하키팀은 패배한다. 케빈이 마야라는 소녀를 성폭행한 사건. 마을의 밝은 미래를 꿈꾸던 주민들은 가해자인 케빈이 아닌, 피해자 마야를 손가락질하며 몰아세운다. 맙소사, '우리'가 '당신'으로 돌아서는 그 미묘하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며 낯설지 않은 집단 이기주의와 무고한 희생양에 신물이 날 정도. 인간이란 어쩜 이렇게 비겁하고 간사한가! 세상에 만연하는 부조리한 실상을 꼬집는 것 같아 그저 제삼자인 나조차 마음이 상당히 불편하고 거북했다. 베어타운이란 이 마을에,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몰린 마야와 그 가족에게 희망이란 없는 걸까?

 

 박진감 넘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하키 경기 묘사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하키 퍽처럼 바람 잘 날 없이 부딪치고 흔들리는 여러 등장인물의 사연은 화딱지도 덮을뻔한 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각각의 사연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중에는 베어타운이라는 한 마을을 이루는 과정을 보며 『우리와 당신들』이란 제목이 여러 의미로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으며 '희망'이란 두 글자를 떠올려봤다. 이 두 글자가 과연 베어타운에 합당한지 선뜻 확신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대로 끝이 아닌, 또 하나의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은 기분에 나는 감히 그것을 희망이자 기대라고 표현하고 싶다. 《베어타운》 없이 읽은 반쪽짜리 소설이라 상당히 아쉽지만, 잠시 덮어 두었다가 또 추운 겨울이 오면 베어타운과 함께 다시 읽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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