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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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엔 막연하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되면 내 마음대로, 내가 하고 싶은대로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어른이 되어보니 어른의 삶이란 더 고달프고 힘들기만 하다.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열망, 청소년기의 치기 어린 반항심이 나를 더 빨리 어른으로 만들어 버린건 아닐까. 그래서 가끔은 한정된 세계 속에서 마음껏 자유를 원하고 바라던 청소년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그때 내가 이런 선택을 했다면, 이런 생각과 행동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 별거 아닌 일로 세상이 끝날 것만 같이 고뇌하고 힘들어했던 내게 괜찮다고 별일 아니라고 이야기 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의 나는 그렇게나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렇게나 그때의 나를 그리워하고 있다.

부모님의 입에서 절제된 목소리로 국어책을 읽는 듯한 완벽한 문장들이 나오는 순간이면, 단어 이면에 또 다른 진실을 품고 있는 부모님의 대화에서 소외당하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면 나는 몰래 빅토리아 고모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기로 약속했다.

p.112

<어른들의 거짓된 삶> 속의 조반나에게도 그렇게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그때는 다들 혼란스럽고, 힘들다고. 나는 내 삶을 살아가면 된다고. 말해줄 수 없기에 더 안타깝고 또 나역시 그랬기에 더 이해할 수 있다.

행복해 보이는 중산층 집안에서 자란 평범한 13세 소녀 조반나가 순수했던 소녀에서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어가며 하나둘 알아가게 되는 어른들의 삶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어른들의 거짓된 삶>은 사춘기를 겪어 본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춘기 시절의 널뛰는 감정,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불만, 또래 집단에서의 갈등, 부모에 대한 원망과 분노등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너무나 적나라하고 또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영원히 행복하게 지속될 것 같던 가족의 분열,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떠나버린 아버지에게 집착하는 어머니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기도 하지만 그로인해 다시 또 이해하고 성장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른들의 세상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분별력 있는 그들의 머릿속과 지식으로 가득한 그들의 몸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무엇이 그들을 파충류보다도 못한 믿을 수 없는 동물로 만들어버린 걸까.

p.185

내가 모난 성격이라는 건 나도 이미 알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못된 말을 하고 못된 행동을 했다. 온실 안의 화초 같은 한심한 계집이 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착한 마음을 억누르는 면도 없잖아 있었다. 나는 구원의 길을 찾고도 그 길로 가지 못하거나 스스로 그 길을 걸을 만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p.270

지금 사춘기를 앓고 있는 소녀만큼, 아니 그보다 더 그 시기를 겪는 소녀의 마음을 잘 드러내주는 이 소설은 어른들의 거짓과 위선을 겪으며 자신 또한 어른이 되어 가고 성장하는 모습을 서서히 그려내며 주인공 조반나와 함께 나역시 사춘기 소녀의 몸과 마음으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해주기도 했다. 맞아, 나도 그땐 저런 생각을 가졌었고 저런 상상을 하곤 했었는데하며 힘들었지만 또 그만큼 아련하기도 했던 그 시절이 계속 책 속의 조반나와 겹쳐졌던 것 같다. 치밀하게 그려지는 조반나의 생각들, 페란테의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가 바로 그런 부분이라는 것을 이번에도 여지없이 느낄 수 있었다. 어른들이 끊임없이 하는 거짓말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나 역시 거짓을 꾸미고 부풀리며 느끼게 되는 희열들을 뿌리치지 못하며 그렇게 또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들. 어른이 되면 어른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미 어른이 된 나도 아직 그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많다.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웠던 사춘기 시절을 떠올리며 어찌보면 무모하고 어두운 방황의 시기를 아름답게 그려낸 소설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나의 그 시절을 자꾸만 떠올리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랬던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된 내가 하고 있는 수많은 거짓들을 되돌아보며 나역시 그런 어른이 되었다는 씁쓸함 또한 느꼈던 소설이었다.

거짓말, 거짓말. 어른들은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자기들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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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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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4부작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신작도 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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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지음, 안영준.엄인정 옮김 / 생각뿔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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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편하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함께하는 것에 큰 피로감을 느끼던 나였다.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상처 받으며 조금씩 성장하기도 했지만 그로인해 점점더 혼자인 시간의 편안함을 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비자발적인 고립을 겪으면서 끊어진 인간관계를 다시금 이어나가야함을 절실히 느꼈다. 의외로 아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관계들은 쭉쭉 뻗어나가는 듯 했지만 어느 순간 가지치기 되고 지금은 딱 내가 감당할 수 있을만큼만 남았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겪고 또 겪어도 어렵다. 특히나 자신없는 분야이기도 하니 나의 인간관계는 언제나 좁디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좀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솔깃해지고 배워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요즘 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를 가끔 보는데 방송을 보고 나면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한두권 늘어난다. 특히 최근에 <카네기 인간관계론> 편을 보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읽던 책을 잠시 미뤄두고 펼쳐보게 되었다.

제가 소유한 자산 가운데 최고는

사람들의 열정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사람들 각자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칭찬과 격려입니다.

p.59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많은 사람들이 추천하고 인생책이라 칭하는 이 책. 읽기전엔 우선 ~론이라는 제목에 어렵겠다라는 생각부터 들었지만 의외로 너무나 술술 읽혔다. 솔직히 내용은 이미 다 아는 것들이라 생각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사실 아는 것보다 실제로 실천하고 활용하지는 못하는 것들이기에 다시금 떠올리고 인식하게 해주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춰 읽었던 것 같다. 특히 잘 이해되고 읽힐 수 있었던건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이 아닐까. 비록 너무 예전의 상황들이나 익숙하지 않은 인물들이 많고 지금의 실정과는 좀 동떨어진 것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장황한 설명으로 이루어진 것보다는 훨씬 더 잘 이해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괜히 어려워 보여 읽기가 꺼려지는 분들이라면 부담갖지 말고 읽기를 마음먹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는 너무 뻔한 내용 아닌가? 다 아는 내용인데?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가 아닌 상대방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나 비난하지 않는 것, 명령하지 말고 진실한 마음으로 칭찬하고 겸손할 것등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것들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알고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 모든 것들의 시초가 된 것이 바로 이 책이었으리라는 것이다. 우리는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처세술이니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니 다양한 방법과 기술들을 너무나 쉽고 다양하게 배울 수 있지만 카네기가 이 책을 쓰던 시절에는 이런 것들을 정리하여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가르쳐 준다는 것이 아마도 굉장히 생소하였을테니 이 책이 엄청난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봤을 때 별 것 아닌 당연한 것들이 이 시대에는 획기적인 것이었을 수도 있었을테니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칭찬과 인정을 갈망한다.

또 그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누구도 사탕발림은 원하지 않는다.

아첨도 마찬가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에서 가르치는 원칙들은

여러분의 가슴속에서 우러나올 때에만 효과가 있다.

p.355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실망하며 책을 덮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책을 읽게 만든건 두루뭉술하게 알고 느끼고 있던 것들을 실제로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관계론이라는 제목때문에 굉장히 어렵고 딱딱한 이론서일 것 같지만 읽다보면 자기계발서나 실용서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나는 아이들과의 대화나 관계정립에 대입하며 읽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런 관계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 책은 놓치고 있던 것들을 다시금 하나하나 짚어가며 되새기게 해주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이 모든 방법과 기술들은 진심이 담겨있어야함을 카네기는 잊지 않고 강조하고 있기에 자칫 대충 똑같이 따라하기만 해서는 그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아첨떠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기에 끊임없이 되새기며 기억하고 활용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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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아이 마음 읽어주기 엄마 마음 위로하기 - 한국의 대표 독서치유 심리학자 김영아 교수의 심리 특강
김영아 지음 / 사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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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가장 큰 매력. 연령에 상관없이 함께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이와 나를 연결해 주는 하나의 점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도 좋다. 그래서인지 그림책은 어른들을 위로해주고 치유해주는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기는 그림책은 아이 뿐만이 아닌 어른들에게 더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그림책을 통한 테라피나 강의와 책들도 굉장히 많아졌다. 물론 아이들과 그림책으로 수업을 하면서 항상 궁금한 아이들의 심리나 감정들을 직접적이지 않지만 가장 잘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 그림책이라는 것을 느낀다. 단순히 읽고 쓰는 수업이 아닌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토해낼 수 있는 시간을 통해 조금이나마 치유를 경험하고 안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고 싶다는 나의 새해 바람이 <그림책으로 아이 마음 읽어주기 엄마 마음 위로하기>를 읽게 만든 것 같다.

엄마는 아이를 너무나 사랑한다.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본의 아니게 아이를 아프게 한다.

아이의 마음을 몰라서,

때로는 알면서도 적절하게 대응할 줄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모르는 부분은 배워나가면 된다.

태어나자마자 한글을 읽는 아이는 없듯이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엄마 역할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엄마도 아이와 함께 성장해야 하는 것이다.

p.11

25년간 독서치유 심리학자로 왕성하게 활동해온 저자는 아이들의 발달단계와 그에 따른 심리를 그림책을 통해 설명해준다. 사실 저자 역시 엄마이고 이런저런 실수와 좌절을 겪으며 지내왔던 시간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전해주는 것이 엄마들에겐 가장 큰 위로가 된다. 진심이 담긴 말들은 분명히 상대방에게 닿기 마련이고 그와 함께 전문가적인 견해까지 더해지니 그 울림이 더 크다. 하나의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면 '마음 성장 노트'가 수록되어 있어서 저자가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직접 써 볼 수 있는 코너가 있다. 분명 숙고하여 뽑아낸 그 질문들이 단순히 읽기만 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더 깊이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고자 했던 저자의 세심함을 느낄 수 있어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또 쓰며 더 단단해지고 나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의 성향을

전적으로 아이의 문제인 양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타고난 기질과 성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가장 좋다.

혹시 아이가 조금 변했으면 하는 모습이 있다면,

부모 자신이 아이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이가 행복해지길 바란다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p.39

아이는 엄마를 보고 자란다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함을 다시금 느낀다. 내가 행복하지 않는데 우리 아이는 행복해지길 바랄 수 있을까. 아이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엄마의 기분, 엄마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영향을 받는 것을 나역시 자주 느낀다. 그러니 엄마의 행복을 미루지 말자. 나의 행복이 곧 아이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엄마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곧 세상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심리사회적으로

발달해가야 하는 시기에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아이의 행동을 보면서

"너 왜 그래?"하고 소리치는 대신,

아이가 세상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특하게 지켜봐주면 어떨까.

p.58

사실 아이의 행동을 모두 이해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 순간의 감정들을 가라 앉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의 성장 과정 중의 하나임을 이해하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엄마가 되기까지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내가 이해해 주지 못한다면 그 누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을까?

어느 쪽이든 아이에게는 이것저것 뒤섞여

끓어오른 감정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만한 여유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부모가 해야 하는 일은 한 가지뿐이다.

아이가 가슴속에 얹혀 있는 감정을

꼭꼭 씹어 충분히 소화시킬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다.

p.75

육아는 기다림이라는 것을 자꾸만 잊고 조급해 지곤 한다. 엄마인 내가 여유가 없고 불안하다면 절대 기다려 줄 수 없겠지.. 아이를 믿고 아이에게 시간을 주기. 저자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어야지,

책만 좋아하는 아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하루 종일 책장에 코를 박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뿌듯하게 여길 일이 아니다.

아이가 살아가야 하는 곳은

다른 사람으로 가득한 세상 속이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산소와 태양에 대한

지식을 쌓기 전에 시원한 바람을 마시며

따사로운 햇살을 느껴야 한다.

p.93

책만 좋아하는 아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에 공감한다. 책이 세상 단 하나의 진리도 아니고 무엇이든 하나만을 고집하는 것은 위태롭다.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 중에 하나가 책이 될 수 있게 하기. 독서에 조급한 마음을 가진 엄마라면 되새겨 보아야 할 말이다.

아이의 삶에 일일이 개입하려 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기를 바란다.

엄마는 본인의 인생을 통해

아이에게 보여줘야 한다.

넘어져서 피가 나도, 상처 입어도

다시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가는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자신감을

아이가 배일 수 있도록, 그게 전부다.

부모는 아이의 회복탄력성을 키워주어야 한다.

아이는 부모가 사는 모습과 태도를 보면서

회복탄력성을 배운다.

그 다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이 곁에서 언제나 응원하는 것뿐이다.

p.102

아이 곁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아이에게는 큰 힘이 될것이다. 엄마가 나서서 뭐든 다 해주는 아이에게서 회복탄력성을 기대할 순 없다. 힘들어도 이겨내고 극복하는 엄마의 모습과 아이가 넘어졌을 때 묵묵히 기다려 주고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것이 부모인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은 완벽한 엄마를 원하지 않는다.

때로는 상냥하고 친절한

친구 엄마가 부럽기도 하지만,

아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 엄마'다.

내 아이를 가장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으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p.140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엄마가 우리 엄마여서 행복해"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다. 모자라고 해준 것도 없다며 자책하지 말고 그저 내가 우리 아이의 엄마인것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에겐 더없이 큰 행복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치유는 공감에서 시작된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바라는 것은

당장 닥친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고통을 진심으로 알아주는

한마디인지도 모른다.

p.223

아이에겐 항상 미안한 마음을 품고 사는 것이 엄마이다. 좀 더 잘해주고 화내지 말걸, 이때 이렇게 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후회를 하며 눈물 훔치고 죄책감을 가지는 엄마들에게 여타의 육아서는 독이 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의 마음도 들여다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엄마의 마음에 공감해 주고 훈계가 아닌 위로의 말들을 건네준다는 점이 훨씬 좋았다. 실제 아이들을 상담해주며 만난 다양한 사례들과 전문적인 지식이 그림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좀 더 쉽게 이해된다는 것도 좋다. 하지만 아쉬운 건 그림책의 내용이나 정보가 텍스트로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림책의 표지 정도만이라도 사진으로 함께 있었다면 그 책에 대한 대략적인 느낌이나 내용들이 더 잘 와닿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어쨋든 그림책들을 하나 하나 찾아보면서 꼭 보고 싶은 그림책들은 따로 정리해 아이와 함께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나역시 아직도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데는 부족하고 어려울 때도 많지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보다는 그림책을 가지고 그 물꼬를 트는 것이 훨씬 더 아이들에게 다가기 쉽다는 것은 충분히 느끼고 있기에 앞으로는 심리학, 아동발달 이론들도 찬찬히 공부하며 접목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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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미트 - 인간과 동물 모두를 구할 대담한 식량 혁명
폴 샤피로 지음, 이진구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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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수업을 준비하다 보면 그 주제에 대해 내가 더 많은 양의 자료들을 찾고 또 봐야 한다. 지구와 환경보호라는 주제로 수업을 준비하던 중,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에 대한 동영상을 많이 찾아 보게 되었고 정작 아이들은 큰 감흥이 없었음에도 나는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 이대로 아무 생각없이 살다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지구를 남겨주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등줄기가 서늘해 졌다. 그간 안이했던 나의 생각과 행동들이 부끄러웠고 그래서 내 삶과 내 인생의 행복만을 좇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기 위해 나도 무언가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관통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게 뭘까? 가장 먼저 떠올랐던 쓰레기 줄이기와 재활용 잘하기,물 아껴쓰기,전기 아끼기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또 하나 나의 마음속에 깊숙히 들어온 것이 바로 채식이다. 환경을 보호함과 동시에 동물들의 복지에도 큰 도움이 되는 채식. 채소를 좋아해 대부분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지만 본격적으로 채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나의 머릿속은 과연 내가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 채식을 시작하면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들이 계속 맴돌고 있었다. 그런 내게 회기적인 아이디어로 다가온 <클린미트> 책은, 다시금 내가 채식의 길로 갈 수 있게끔 손 내밀어 준 책이다.

21세기에 기술은 창조와 파괴라는

신성한 능력을 인간에게 안겨 줄 것이다.

하지만 기술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멋진 신세계를 디자인할 때는

호모 사피엔스 뿐만 아니라

지각이 있는 모든 생명체의 복지를 고려해야 한다.

생명공학이라는 기적은 낙원과 지옥,

어느 쪽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p.11

사실 채식을 하게 된다면 건강을 위해서, 살을 빼기 위해서 시작하게 되는 경우만을 생각했지 동물의 복지를 위해, 그리고 환경 보호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 채식을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동물의 복지는 알겠는데 지구 환경과 고기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우리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간편하게 여러 종류의 고기를 살 수 있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닭 한 마리가 알에서 시작해 진열대에 오르기까지 약 3.78리터짜리 물통 1,000개의 분량의 물이 필요하다. 즉 저녁 식탁에서 닭 한 마리를 줄이면 6개월 동안 샤워를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많은 물을 절약할 수 있다. 게다가 고기를 먹기 위해 동물을 키우는 경우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은 사료다. 콩하면 두부나 두유부터 떠올리겠지만 사실 전 세계에서 생산된 콩은 동물용 사료로 소비되는 비중이 가장 크며 이를 위해 엄청난 넓이의 경작지가 필요하다. 열대우림이 지속적으로 사라지는 이유다. 더불어 동물들에게 치료 목적이 아닌 체중 증가와 밀집 사육 시에 일어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투여되는 항생제는 고기를 먹는 우리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

이렇듯 동물 사육이 야기하는 이 많은 위험요소에도 우리 인간은 고기를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는 점점 늘어나지만 우리는 인간이 아닌 고기를 먹기 위해, 동물들을 위한 먹이를 대기 위해 너무나 많은 것들을 희생시키고 있다. 고기를 대체할 식물성 고기 제품은 이미 시판되어 있지만 하나의 대안만으로 동물 사육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것은 바로 '청정고기'이다. 청정고기란 동물을 사육하지 않고 세포를 체취해 배양해 만든 고기다. 사실 나역시 책을 통해 글로만 처음 접했을 땐 상상도, 잘 이해도 되지 않았다. 그게 가능한 일이야? 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어느새 미국의 과학자들과 스타트업 기업들은 만들어 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식탁에서 고기가 완전히 없어지리라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게 고기를 얻는 방식을 꼭 찾아내야 하고 그 대안이 바로 청정고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생명체의 일부 조직을 먹기 위해

전체를 키우는 시대를 살아야 할까요?

이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서 조직을 생명의

기본단위인 세포에서부터 키울 수는 없을까요?

우리의 목표는 생명을 다치게 하지 않고

동물 생산물을 수확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p.158

매일 무의식적으로 먹는 것들이 나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또 그것이 나 뿐만이 아닌 지구와 환경과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득이 된다면 멈추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생각으로 고기를 끊을 수는 없다. 고기를 더 깨끗하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 없이 키운 고기를 먹는다는

아이디어에 네슬레처럼 혐오감을 보인다.

'자연에 가까운' 음식에 나도 모르게 끌리고,

왠지 내키지 않는 '자연스럽지 않은' 먹거리에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먹는 것 중에

진정으로 '자연에 가까운' 식품은 없고,

사람들은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p.171

과연 '자연에 가까운' 식품이 있긴 할까? 아무리 무농약 유기농으로 키워도 유전자가 변형되어 만들어진 씨앗을 통해 키웠거나 흙이나 물등에서 얼마든지 해로운 물질들이 유입될 수도 있다. 특히 식품에 대해서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가장 소극적이기에 청정고기가 사람들에게 아무런 이질감 없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사람들이 고기를 줄이지 않을 거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완전 채식주의자는 되기 힘들겠지만

건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국과 유럽연합의 많은 사람들이 원래 먹던

동물 생산물의 섭취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분명 지구에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이미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피해가기엔 역부족이다.

기후변화, 환경파괴, 동물학대를

악화시킨 중심에는 축산업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면

도망칠 수도 없을 것이다.

p.283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축산업의 폐해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육식의 종말>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이 너무나 컸고, 관련 다큐멘터리는 도저히 볼 엄두가 안 날 정도로 너무나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 축산업이다. 지금처럼 유지되다 미래에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런 비인간적인 행위에 동참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너무나 생소한 분야이고 사람들의 거부감도 큰 편이라 지금 당장 우리 생활에 들어와 획기적인 결과를 내보일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부자와 CEO들, 그리고 심지어 축산업계에서도 청정고기 분야에 거대한 투자금을 주며 사업을 키워간다는 것은 머지않아 우리 식탁에 청정고기가 올라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사실 아직 채식의 길에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의식적으로 고기를 먹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습관적이고 무의식적으로 고기를 많이 먹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고 내 생활속에서 채식을 조금씩 조금씩 확대시켜 나갈 생각이다. 하지만 채식만이 유일한 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많이 깨달았다. 고기를 섭취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들이 다양하게 제시되어야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며 더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 방향 제시가 좋았다. 청정고기가 언젠가 슈퍼마켓에 진열되어 있게 된다면 가장 먼저 사먹어 보고 싶기도 하다. 나처럼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나의 가치관을 더 견고히 할 수 있을 것이고 살면서 단 한번도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고 앞으로도 그렇고 싶지 않은 확고한 육식파들은 축산업의 폐해를 조금이라도 알고 이런 대체 고기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처음에 그들은 당신을 무시하고, 다음에는 비웃고, 다음에는 당신과 싸우고, 다음에는 당신이 승리한다."는 말처럼 지금은 도무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 청정고기가 언젠가는 너무나 익숙하게 사먹을 수 있게 되는 그날이 곧 찾아오리라 믿고 싶다.

확신하건대 30년 후에 우리가 햄버거와 핸드백을 얻기 위해

수십억 마리의 동물을 키우다 도살한 오늘을 되돌아본다면

모든 것이 얼마나 헛되고 비인간적이고 미친 짓이었는지

깨닫게 되겠죠.

우리는 자원을 쓰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행위에서

더욱 문명화되고 진화된 행위로 나아가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방법을 이미 속에

쥐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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