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터 Littor 2017.10.11 - 8호 릿터 Littor
릿터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보리 밟기의 날들

 

 

 

 

 

 

너는 필경 소문 없는 사람인 것이다

황홀한 거품으로 미로의 옥수수 밭을 가꾸는

 

 

 

 

고원의 꽃들은 이제 창백한 달의 얼굴

 

 

 

 

차가운 침대 끝에서 나는 다시 나로 돌아오겠지

태연한 척 찢겨 가는 어린 이삭들을 세어 보겠지

 

 

 

 

처음이었겠지,

뱉어 놓은 말들마다 쌍발의 폭격기가 날아드는 지하의 날들은

 

 

 

 

내가 모르게 내가 사랑하던 사람

 

 

 

 

너무 일찍, 아니 너무 오래

침묵이 침묵을 견디지 못한다고 하여도

 

 

 

 

기다려 줘, 죽도록 저지르고 모두 용서받지 못할 때까지

 

 

 

 

이건 내가 간신히 나를 믿어 가기 시작했다는 말이어서

 

 

 

 

이 들켜 버린 마음만은 짓밟을 수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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