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 - 짧은 시의 미학 김일로 시집 <송산하> 읽기
김병기 지음 / 사계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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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 뜰에
모여서
활짝 웃는 꽃들
머리에 이고
모두 제 세상





향기를 뿜는
뭇 끛들의
웃는 얼굴에
무슨
귀하고 천함의
차별이 있으랴!


피는 소리
산새 소리
개울물 소리
구름 따라
가는 소리





흰 구름은
자연의 소리를 좇아
큰 음악
작은 음악
온갖 음악을
만들어내네

이술이면 좋을 것을
해 뜨자 사라져도 좋을 것을
아름다운
산천초목
젖을 주고
가는 길이 좋을 것을




아침에 맺힌
이슬은
만물에게
주는 젖

산기슭
휘돌아
앞에 선 벗님
봄비 맞아
젖은 옷에
청산靑山의 향기




앞서가는
첮은 옷에 베인
청산의 향기

진흙물에
몸을 담고
하늘을
받들어
저리
고운 웃음





연꽃의
웃는 얼굴은
만년 세월 속에서
항상 저리 맑으리

해와 달을
담아도
꽃을
담아도
마음은
노상 비인 항아리





하늘이 주신 은혜인
해와 달도
그 밖의 만물도
내 몸과 마음의 허기虛氣를
알아채지 못하시는 듯

청담淸談이
구름이라
다향茶香도 따라가니
천성泉聲만
귀로 잡는
호젓한 주인





맑게 노시던
한가한 선비 한 분이 계셨는데
그 선비께서 가시고 나니
이렇게 적막할 수가

긁어모은
낙엽에
불을 붙이면
외줄기로
타오르는
하얀 가을





늦가을
낙엽은
하얀 연기로
타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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