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들어온 너에게 창비시선 401
김용택 지음 / 창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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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배운 대로 살지 못했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지내놓고 나서야

그것은 이랬어야 했음을 알았다.

나는 모르는 것이 많다.

다음 발길이 닿을

그곳을 어찌 알겠는가.

그래도 한걸음 딛고

한걸음 나아가 낯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신호를 기다리며

이렇게 건널목에

서 있다.

 

 

 

울고 들어온 너에게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엉덩이 밑으로 두 손 넣고 엉덩이

를 들었다 놨다 되작거리다보면 손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러면 나는 꽝꽝 언 들을 헤매다 들어온 네 얼굴을 두 손

으로 감싼다.

 

 

 

가을 아침

 

 

 

구름을 다 쓸어내고

하늘가로 나도 숨었다.

니들 맘대로 한번 살아봐라.

 

 

 

10월 29일

 

 

 

10월 29일이다.

아직도 논에 벼가

노랗게 서 있다.

'아게 시다'라는

시를 쓸 때가 있다.

내가 시일 때

시가 나일 때

삶의 전율이 내 몸에서

전부 빠져나갈

그때

내 한 손에는 자유, 그리고

나는 이제 다른 한 손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거나

뭐가 옳고 그르다고

어디다 쉽게

고개 끄덕이지 않겠다.

 

 

 

 

구름 밑에서

 

 

달콤한 혀끝이 되어

노을 속으로

날아들던 작은 새떼를

가을 어느날

구름 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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