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금강산에는 화전을 일구며 근근이 살아가는 도씨 노인이 살고 있었다. 노인에게는 예쁘고 효성스러운 딸이 하나 있었는데, 이름은 라지였다. 이미 라지의 어머니는 돌아가셨으나, 두 부녀는 사랑과 효성으로 잘 살아가고 있었다.
도씨 노인의 이웃집에 나무꾼 총각이 살고 있었다. 라지와는 나이도 비슷하여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랐으므로 총각은 노인의 집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돌보아 주었다. 그런데 어느날 이웃 마을의 부자에게 도씨 노인이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갚아 주기 위해 총각은 한 푼 두 푼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나 돈이 모이기도 전에 이웃 마을의 부자는 도씨 노인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면서, 만약 기한 내에 돈을 갚지 못하면 딸인 라지를 자신의 후실로 들이라고 하였다. 그날부터 노인은 식음을 전폐하고 몸져 누웠다. 딸은 아버지의 걱정을 덜기 위해 아무 걱정 마시라고 위로하였다.
약속된 날이 오자 부자는 가마 한 채를 보내 라지를 데려오기로 하였다. 라지는 아버지와의 애끊는 생이별을 하고 가마를 탔다. 가마가 고개마루에 이르렀을 때 라지는 가마를 잠시 멈추게 하고 가마에서 내렸다. 라지는 아버지 계시는 쪽을 향해 절을 하고 어머니의 무덤 쪽을 향해 절을 하였다. 그리고는 즉시 앞의 낭떠러지로 몸을 날렸다. 눈 깜짝할 새 일어난 일이었다.
처녀가 죽은 후 처녀의 어머니 무덤가에는 하얀 꽃을 하나 단 풀이 봉긋이 고개를 들고 피어났다. 사람들은 그 꽃이 처녀의 죽은 넋이라고 여겨서도라지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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