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덕은 가난한 집 딸이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걸식을 하면서 떠돌아다니다가 금강산으로 들어와 절벽에 있는 굴에 거처를 정하고 둘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가난한 살림 속에서도 불법을 매우 숭상하였다.
하루는 보덕이 성글게 짠 베로 주머니를 만들더니 아버지에게 주면서 그것을 폭포 옆에 걸어두고 물을 퍼서 가득 채우라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의아하게 생각하자 보덕은 다만
물이 가득 차면 도리를 알게 될 것입니다.”
하고 말할 뿐이었다.
이 때 금강산에서 수도하던 스님이 보덕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서 항상 사모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님은 보덕에게 자신의 연정을 고백하자 보덕은 자신이 모셔둔 부처님 그림을 가리키면서 스님을 준열히 꾸짖었다.
그림으로 그린 부처님도 공경히 모시는데, 하물며 살아있는 부처에게 어찌 그런 생각을 품을 수 있겠습니까.”
말이 끝나자마자 보덕은 금빛 찬란한 관세음보살로 변하는 것이었다.
스님은 진심으로 빌면서 불도에 매진하겠노라고 맹세하였다.
보덕은 다시 아버지에게 삼베 주머니에 물을 채웠느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성근 삼베 주머니에 어찌 물을 채울 수 있겠느냐며 시큰둥하게 대답하였다.
그러자 딸은
무엇이든 한 가지로 마음을 먹으면 도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지금까지 삼베주머니에는 물을 채울 수 없다는 마음으로 부었으니 어찌 물을 채울 수 있었겠습니까?”
하였다.
이에 아버지는 온 마음을 다해 물을 부었더니 삼베주머니에 물이 가득 차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후일 그 굴에 세 사람의 조각상을 만들어 모셔두었으며, 이 굴을 보덕굴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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